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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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장 각자 나름의 정의가 있다 2
올룸보는 짧은 시간이지만, 블랙맘바의 동료였다. 블랙맘바는 동료의 죽음을 어영부영 넘길 인간이 아니다. 흑인이라고 차별할 인간도 아니다.
“친구, 몬도의 첫 미팅이 생각나나?”
폴의 눈이 장난스럽게 휘어졌다.
“모래바람이 지평선을 덮고, 파리가 구름처럼 몰려들던 그 날 말인가? 자네가 나를 애송이라고 했었지.”
“흐흐흐, 필립 장군이 내 머리꼭대기에 자네를 올려놓는 바람에 화가 나 있었거든. 작전팀장이 애송이 이등병의 지시를 들어야 할 판인데 돌지 않으면 프란치스코 성자지.”
“나는 내게 그런 권한이 있는지도 몰랐다. 알아도 달라질 것도 없었고 말이야.”
블랙맘바는 무덤덤했다. 낙하산을 좋아할 책임자는 없지만, 어차피 모두가 오케오필라 스마라그디나가 움직이는 장기판의 졸이다.
“바로 그거야. 지금도 그날 자네가 했던 말이 잊히지 않는다. ‘나는 블랙맘바다. 대가리를 처박고 총을 쏘지 않는다. 동료의 짐이 되지 않는다. 역전의 전사도 처음엔 애송이었다.’ 당돌한 루키였었지. 애송이 이등병에게서 밥값을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들을 줄이야. 하하하!”
폴이 껄껄 웃었다. 그때의 어설픈 루키는 위대한 뚜바이부르파가 되었다. 이등병은 차관급인 특별군사고문이 되었다. 겉이 달라져도 속은 변하지 않는 인간, 예나 지금이나 신뢰와 의리를 중시하고 약속을 중히 여기는 인간이 불랙맘바다. 폴의 가슴에 따뜻함이 들어찼다.
“자네가 내 친구라 행복하네.”
“별 싱거운 소리 다 듣겠네. 살아남은 자는 죽을 자리를 찾고, 죽은 자는 기억으로 존재하는 세상 아닌가.”
“죽음의 천사다운 말이군. 가젤을 사용하게.”
“그러지. 일을 마치고 곧장 베이스캠프로 가겠다.”
“병력이 필요한가?”
“자네가 잘 알지 않나. 거추장스럽다.”
“그럴 줄 알았네. 네이팜탄과 백린탄이 도착했다. 시체 소각이 끝나면 곧바로 뒤따라가겠네.
“잠깐, 네이팜탄과 백린탄이 도착했다고?”
“화염방사기도 있다.”
폴이 증점제(Thickener, 네이팜)를 가솔린 탱크에 넣고 혼합 중인 용병들을 가리켰다. 화염방사기에 사용하는 네이팜 물성은 폭탄과 같지만, 점도가 다르다. 보통 현지에서 가솔린과 증점제를 50:1로 혼합해서 사용한다.
“그거 잘됐군. 쌈디야 네이팜탄 300kg과 백린탄 50kg을 챙겨라. 수류탄도 한 박스 실어라.”
네이팜과 백린은 물속에서도 꺼지지 않는다. 또한, 산소를 엄청나게 잡아먹는다. 블랙맘바는 세노테를 화염지옥으로 만들어버릴 작정이었다. 51구역이 만든 키메라도 산소를 태워 에너지를 생산하는 동물이다. 수중의 용존 산소가 사라지면 끝장이다. 더럽고 끈적한 세노테에 다시 들어갈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폴의 눈이 커졌다. 블랙맘바가 요청한 물량은 부카브에서 공수해온 물량의 절반이다. 축구장 두 개 넓이를 잿더미로 만들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자네 눈 밖에 난 지저분한 물건이 있는 모양이군. 부관, 쌈디 상사에게 즉시 물품을 내주어라.”
“위!”
폴은 용도를 묻지 않았다. 블랙맘바는 특별군사고문으로써 병력과 물자를 징발할 권한이 있다. 그전에 친구가 원할 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용병들이 폭탄과 장비를 가젤에 적재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쌈디가 오셀롯, 아니 누에고치를 캐빈에 집어던지고 올랐다.
“친구, 화끈하게 놀다 오라고. 브니아에서 목욕물 끓여놓고 기다릴게.”
“시꺼, 누가 들으면 사귀는 줄 알겠다.”
“체, 줘도 못 먹는 녀석이 변죽 울리기는.”
“주긴 뭘 줘.”
블랙맘바가 버럭했다.
전원 집합!”
폴이 블랙맘바의 말을 씹고 고함을 질렀다. 작업 중이던 용병 80명과 DGSE 요원 20명이 늘어섰다.
“프랑스의 영웅, 특별군사고문님께 경례!”
“악트!”
거친 남자 백 명의 구령이 카당카를 울렸다.
“아이구, 이건 또 무슨 낯간지러운 짓거리야. 내가 미친다. 리옹 중사, 출발하라!”
블랙맘바가 폴의 등을 팡팡 두드리고 가젤에 올랐다. 위이잉- 가젤이 사연 많은 카당카를 박차고 날아올랐다.
퍼엉- 지상에서 거대한 불길이 솟아올랐다. 백린과 네이팜을 덮어쓴 시체 600구가 지글지글 타올랐다. 뿌린 대로 거둔다. 야만의 땅 이투리에 인간의 존엄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아수라의 불벼락이 인간의 굴레를 벗어던진 오염된 백을 골수까지 태워버렸다. 갈곳잃은 백의 찌꺼기가 무리 지어 카당카를 떠돌았다.
투투투투- 가젤이 비스듬히 타각 횡전해서 호버링했다. 15km 이동은 순식간이다.
“특별군사고문님, 목표지점입니다.”
“리옹 중사, 브레송 병장 수고했다. 카당카로 돌아가서 출동 대기하라.”
“위, 페스트 로프를 내리겠습니다.”
“필요 없다. 리옹 중사, 저놈을 잘 관리해라. 위험한 물건이다. 누구도 접근시키지 말고, 수상한 움직임이 보이면 쏴버려.”
“옙, 알겠습니다.”
리옹의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블랙맘바가 사이딩 도어 밖으로 몸을 날렸다.
“억!”
깜짝 놀란 화기 관제관 리옹이 본능적으로 쌈디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물건 잘 관리하도록. 아디오스!”
쌈디가 휙 뛰어내렸다. 리옹이 목을 쭉 뽑아서 지상을 더듬었다. 특별군사고문이 보이지 않았다. 방금 뛰어내린 고문의 경호원이 캐노피에 착지했다. 경호원도 곧바로 사라졌다. 리옹이 고개를 흔들었다. 미친놈이 많기로 유명한 레종 에뜨랑제지만, 20m 높이에서 네이키드 하강하는 인간이 있을 줄이야.
“중사님, 어떻게 된 겁니까?”
조종간을 잡고 있던 브레송이 악을 썼다.
“캐노피에 착지했다가 금방 사라졌다.”
“내가 헛것을 본 건 아니죠?”
“임마, 저기 취급 주의 물건만 남았잖아.”
“혹시 특별군사고문님이 용병 전설이 아닐까요?”
“아닐꺼야. 아즈라일 칸마는 40대 혼혈이랬어.돌아가자.”
위이잉- 가젤의 RPM이 급속히 높아졌다. 날렵하게 고도를 높인 가젤이 북동쪽으로 사라졌다.
연녹색 물체가 액체처럼 거목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머리를 아래로 두고 나무를 타고 내려올 수 있는 동물은 다람쥐, 담비, 라텔이 유일하다. 여기에 혼서신법을 발휘하는 블랙맘바가 추가되었다. 쌈디가 강력한 팔다리에 의지해서 반달곰처럼 훌쩍훌쩍 뛰어 내려왔다.
“놈들이 보마를 발견하고 집중 사격을 가했다. 올룸보가 응사하자 키메라가 나섰다. 놈들도 시간에 쫓긴다는 소리겠지.”
현장을 확인한 블랙맘바가 으르렁거렸다. 박살 난 보마의 파편이 흩어지고, 전투식량을 비롯한 먹거리는 청소 동물이 이미 싹쓸이했다. 지형적으로 엄폐할만한 위치엔 예외 없이 탄피가 흩어져 있다. 흔적으로 볼 때 놈들은 10명 내외, 루이스의 동료들이다.
“와키르, 특별한 놈이 있었다.”
쌈디가 보마를 설치했던 나무 둥치를 가리켰다. 한 뼘 두께의 아비시니아 껍질이 지상 3m 지점에서 훌렁 벗겨졌다. 이투리에는 회색곰이 없다. 키메라의 흔적이다.
블랙맘바는 진각을 밟은 지점을 찾았다. 약 10m 떨어진 지점의 땅이 움푹 파였다.
“해 봐!”
“으얍!”
쌈디가 도약했다. 10m를 포탄처럼 날아간 쌈디가 숄더 차징을 가했다. 우쩍- 나무가 몸살을 앓았다. 둥치가 윙윙 흔들리고 나뭇가지가 태풍에 휩쓸린 듯 흔들렸다. 블랙맘바가 머리를 끄덕였다.
“비슷하군. 가자!”
대충 그림이 그려졌다. 올룸보를 직접 죽인 놈은 쌈디와 피지컬이 비슷한 키메라다. 키메라가 차징으로 보마를 떨어뜨리고 죽어가는 올룸보의 목을 밟았다.
“가자!”
추적은 식은 죽 먹기다. 놈들이 지나간 지 오래되지 않았다. 풀이 누운 각도, 부러진 나뭇가지, 땅에 남겨진 신발 자국의 깊이 등은 볼 필요도 없었다. 공기중에 떠도는 화약 냄새와 땀냄새만 따라가도 된다
“와키르, 놈들이 써펀드 늪으로 향했다.”
“확실하군. 역시 51구역 놈들이었어.”
블랙맘바의 눈이 파랗게 빛났다. 51구역에서 진행하는 MK 프로젝트는 카무게의 루스루훼 제작과 놀랍도록 비슷하다. 종교에 미친놈과 과학에 미친놈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쉐도우는 CIA가 움직인다. 51구역과 CIA가 어떤 식으로 연관되어 있는지 모르지만, 상호 협력하는 관계임은 확실했다.
“쌈디, 안테나 설치해라.”
CIA는 카파루자에서 위성과 고고도 정찰기를 활용해서 자신을 추적했다. 데빌 스프링이 위치한 지역은 캐노피에 가려지지 않은 지역이다. 멍청하게 설치다가 꼬리를 잡히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매키시, 보니파스 부장을 호출해서 내게로 연결하도록.”
-알겠습니다.
5분 후, 위성전화기 인디케이터가 깜박거렸다. 송수화기를 들고 빨간 버튼을 눌렀다. 암호화 압축 통신으로 전환되었다.
-여어, 보고는 들었다. 깔끔하게 처리했더군. 자네 수당을 계산하느라 대머리가 될 지경이다.
기계음에 불구하고 느긋함이 느껴지는 목소리다.
“총국장 서리께서 웬 엄살인가. 본관 덕분에 미테랑 지지도가 30%는 올라갔을걸. 절약한 정부 예산만도 수억 프랑은 될텐데.”
-헐, 이젠 빠꼼이가 되었군. 부인하지 않겠네. 하지만 공무원 간덩이는 좁쌀이라네. 자네 긴급 통신을 받으면 미테랑도 가슴이 덜컥할 거야. 말해 보게. 나는 주머니를 풀 준비가 되어있네. 자넨 몸을 쓰게 나는 돈을 쓰겠네.
블랙맘바는 하마터면 웃음이 나올뻔했다. 보니파스다운 여유와 배짱이다.
“현재 이투리 상공에 정찰위성과 정찰기가 있나?”
-음, 심각한가 보군. 통신 끊고 잠깐만 기다리게
잠시 후 인디케이터가 반짝거렸다.
-정보가 늦어서 미안하네. 뉴칼레도니아, 메요뜨, 쁘띠뚜데르, 뚜루, 4곳의 위성 기지만 마무리되면 실시간으로 정보를 알려 줄 수 있는데 말이야. 현재 시각 15시 10분 30초, 키홀 11호는 중국과 일본 사이에 있네. 그러고 보니 망할놈의 관음증 환자가 자네 고향을 엿보고 있군. 놈들이 키홀을 이동시키기는 힘들다. 케너베랄에서 이륙한 드레곤 레이디(U2정찰기의 별칭)가 산타크루즈 제도를 통과 중이다. 대략 2시간이면 빅토리아 호 상공을 지나간다. 수단 상공에 중고도 정찰 위성이 한 개 있는데 해상도가 형편없는 소비에트 연방 물건이다. 앞으로 2시간은 하늘에 신경쓸 필요없다.
“좋아, 친절한 보니파스 씨, 귀환하면 선물을 주지.”
보니파스는 원하는 답을 정확히 던져주었다. 고대 악어가죽 지갑 한 개쯤 선물 받을 자격이 있다.
-잘리고 공무원 연금을 날리는 한이 있어도 블랙맘바의 선물을 사양할 수야 없지. 자네가 얼마나 큰 선물을 가져올지 기대된다. 건투!.
“롸저!”
통신을 마친 블랙맘바가 서늘한 웃음을 지었다.
“망할 놈들, 니들은 잠자는 호랑이 코털을 뽑았어. 나는 한 대 맞으면 열대는 때려야 속이 풀리는 쪼잔한 놈이거든.”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놈이 없으면 망설일 필요 없다. 두 시간 이내에 박살 내고 사라져버리면 양키놈들은 닭 쫓던 개 지붕쳐다보는 꼴이 된다.
블랙맘바와 쌈디가 표범처럼 날렵하게 숲 속으로 사라졌다. 블랙맘바와 쌈디의 이동능력으로 5km는 이웃이다. 3m 높이의 덤불을 휙 뛰어넘은 블랙맘바가 허공에서 신형을 툭 꺾었다. 낙엽이 바람에 밀리듯 오른쪽으로 비켜서 착지했다. 막 덤불을 뛰어넘으려던 쌈디가 주춤했다.
“아그리피나 실드다.”
블랙맘바가 목소리를 잔뜩 낮추었다.
“그게 뭐지?”
“최고로 발전된 형태의 현대적 부비트랩이자 청음기다. 숙영지 주변의 취약지구에 컴퓨터와 연동되는 거미줄처럼 가느다란 전자기 유리섬유를 뿌려둔다. 직접 설치할 필요없이 공기 압축기로 스키장의 스노우 머신처럼 유리섬유를 뿜는다. 일정 크기 이상의 생물체가 접촉하면 중앙 컴퓨터로 전기 신호가 전송된다. 경계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정글에서 숙영지 방어용으로 최고의 시스템이다. 나도 말만 들었지 처음 본다.”
“올룸보를 죽인 놈들이 가까이 있다는 이야기네.”
“아마도! 근처에 순도 높은 자철광 노두가 있다. 공간지각력으로 파악이 안 된다.”
“흐흐흐, 와키르도 이투리 정글에서는 영 힘을 못 쓰네. 기껏 멍청한 키메라 한 놈과 쉐도우 열 놈이다. 해장거리도 안 된다. 그냥 밀고 들어가서 박살 내자.”
나름대로 실전 경험을 쌓은 쌈디는 자신만만했다. 블랙맘바가 고개를 흔들었다.
“부비트랩이라고 했다. 아그리피나 실드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유리섬유에 ‘포토마인’과 ‘칸타렐라’라는 맹독이 흡착되었기 때문이다. 포토마인은 네로 황제의 친모인 아그리피나가 즐겨 사용하던 독약이다. 두꺼비의 폐에서 채취한 부폰에 거꾸로 매달아서 때려죽인 돼지의 췌장 단백질과 아비산을 첨가해서 제조한다. 포토마인은 만성 독이다. 설계된 잠복기가 지나면 급작스럽게 독성이 발동한다. 아침에 깨어나서 코가 내려앉고 머리카락이 백발로 변한 얼굴을 세면대 거울에서 본다든가, 애인과 쇼핑중에 눈알이 툭 빠지고 주름이 자글자글해지는 황당한 사태가 벌어지는 거지.”
“읍, 끔찍하다.”
상상만으로 살이 떨리는 말이다.
“칸타렐라는 CIA가 부패한 포토마인에 탄저균과 미상의 광물 독을 혼합해서 만들어 낸 맹독이다. 호흡기를 통해서 유리섬유가 흡입되면 뉴런 네트워크의 신경전달 이온 수용체가 무력화된다.”
“뇌사 상태의 인간이 된다는 소리네.”
“맞다. 신경이 죽어버리면 신체 기관이 정지할 수밖에 없지. 네 신체가 포토마인과 칸타렐라의 독성을 이겨도 문제는 또 있다. 포토마인에 포함된 부폰이 가려움증을 유발한다.”
“가려움은 참으면 된다.”
“피부가 벗겨지고 근육이 찢어져서 뼈가 드러날 정도로 긁어야 하는데도?”
“우와 이 자식들 의원보다 더 나쁜 놈들이네. 결국, 침입자든 아니든 접근하는 생물체는 다 죽인다는 소리 아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