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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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장 각자 나름의 정의가 있다 3(수정)
“뱀에게 꿀을 내놓으라고 할 수야 없지. 도덕과 윤리를 찾으려면 학교, 교회, 절, 성당, 수도원, 마스지드를 방문해야 한다.”
“오늘 쌈디 많이 배운다.”
“오늘의 네 말과 행동이 네 미래의 모습이 되고, 오늘 배우고 익힌 지식과 경험이 네 목숨을 살려줄 것이다.”
블랙맘바가 평소답지 않게 진중히 말했다. 자신이 살아오면서 뼈저리게 느낀 화두다.
쌈디에게 자세히 설명해 준 이유는 경험치를 높여주기 위해서다. 쌈디는 자신의 형제이자 노바토피아의 무력 중추가 될 인물이다. 노바토피아가 본격적으로 개발되면 주변의 늑대들이 이빨을 드러낸다.
분쟁은 주로 비정규전 양상이 될 것이다. 비정규전 무기는 나날이 은밀하고 치명적으로 발전한다. 쌈디는 떨어지는 박격포를 회피할 능력이 있지만, 첨단 기술이 적용된 부비트랩을 회피하지 못한다. 훗날을 위해서는 번거로워도 가르쳐야 한다.
“와키르의 말 명심한다. 가려움은 싫은데 어떻게 접근하지?”
“흐흐흐, 개 코는 아껴서 국 끓여 먹을 거야? 캐노피를 타고 화약 냄새와 노린내를 추적한다. 간단하지?”
“우와, 와키르 똑똑하다. 읍! 많이 현명하다.”
쌈디가 잽싸게 말을 바꾸었다. 하마터면 버르장머리없는 인간이 될뻔했다.
‘그 녀석 참!’
블랙맘바가 쓴웃음을 지었다. 무서운 속도로 지식을 흡수하고 있지만, 여전히 미숙한 쌈디가 귀여웠다.
“와키르, 칸타렐라를 오셀롯에게 처먹이면 어떨까?”
오셀롯이 들었으면 거품 물 소리를 태연히 했다.
“그거 좋은 생각이다.”
블랙맘바가 무릎을 쳤다. 깜둥이가 지저 세계에서 언제 나올지 모른다. 깜둥이가 오셀롯을 사용할 수 있을지는 나와봐야 알지만, 좋은 기회임은 사실이다.
오셀롯을 상당기간 보관(?)해야 하는데 놈은 위험한 맹수다. 행여나 자가 회복해서 빠져나가면 엄청난 불장난을 할 놈이다. 또한, 워낙 국제적인 악명이 높고 면상도 팔린 놈이다. 외부에 노출되면 껄끄러운 일이 한둘이 아니다.
관리하기 껄끄러운 오셀롯을 뇌사 상태로 만들어두면 여러모로 관리하기 편해진다. 탈출을 염려해서 매번 뼈다귀를 부러뜨리는 만행을 저지르지 않아도 된다. 칸타렐라처럼 동물 독, 광물 독, 식물 독이 조합된 혼합 독은 흔치 않다. 칸타렐라가 에피듐의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해볼 유의미한 기회이기도 하다.
인간의 생명을 유희의 재료로 사용했던 오셀롯은 쌈디의 한 마디에 자기 자신이 실험 재료로 제공되는 신세가 되었다.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다.
두웅- 두 손으로 농구공을 움켜잡듯이 금봉포란형을 취해서 공진파를 발동했다. 쏴아아- 둥글게만 손바닥 안쪽으로 주변의 공기와 유리섬유가 끌려왔다. 공기는 촘촘한 파동을 빠져나가고 유리섬유는 파동에 갇혀 손안을 휘돌았다.
용불용설은 공진파 운용에도 통용되었다. 단순히 뿜어내고 끌어들이는 수준에서 파동 그물을 짜는 수준에 이르렀다. 위웅- 강력한 흡력에 주변의 유리섬유가 계속 끌려들었다. 유리섬유가 구슬처럼 단단하게 뭉쳐졌다. 밀치고 당기는 압출법이다.
블랙맘바의 손바닥에 불길한 광택이 흐르는 칸타렐라 덩어리가 남았다. 콩알 크기의 녹색 구슬이지만, 인간 일만 명을 너끈히 저승으로 보낼 독 덩어리다.
“맛이 있어야 할 텐데.”
블랙맘바가 썰렁한 농담을 던지고 칸타렐라 덩어리를 비닐 팩에 넣어서 비상 파우치에 보관했다. 일반인은 저승 가기 딱 좋은 행위다.
“가자!”
블랙맘바와 쌈디가 나무를 타고 주르륵 올라갔다. 캐노피 위로 동그란 바가지 두 개가 불쑥 솟았다. 방탄 화이바를 쓴 블랙맘바와 쌈디다. 두 사람의 얼굴은 온통 울긋불긋 꽃이 피었다. 화난 거주자들의 무자비한 공격을 받은 흔적이다.
수많은 동물이 캐노피 내부에 서식한다. 자료에 의하면 육상 생물의 70%가 열대 우림에 서식하고, 열대 우림에 서식하는 생물의 60%가 캐노피에 서식한다고 한다. 일반인이 캐노피를 오르내릴 수는 없다. 육체적 능력이 받쳐주지 못하고, 온갖 종류의 습격을 버티지 못한다.
끝없이 펼쳐진 녹색 양탄자, 적란운이 층층이 쌓여서 부글대는 하늘, 이제 막 서쪽 함지로 들어갈 준비 중인 태양이 블랙맘바와 쌈디를 맞았다.
“으아, 시원하다. 이렇게 좋을 수가!”
“우와, 천국이다!”
눅눅하고 답답한 정글 안쪽에 비하면 캐노피 상부는 천국이다. 공기 유동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다. 습기를 잔뜩 머금은 끈적한 바람이지만, 호흡부터 탁 터진다. 무엇보다 후끈한 열기를 퍼붓는 태양이 있다. 그래서 나무도 죽자고 위로 위로 뻗어 올라간다.
기분이 좋아진 쌈디는 일부러 개처럼 코를 킁킁거리며 화약 냄새를 추적했다. 블랙맘바가 애초에 데빌 스프링을 GPS에 입력해 두었더라면 쉐도우를 추적하느라 애먹을 필요도 없었다. 물론 상황이 벌어진 다음에 가슴을 치는 후견지명이다.
쉐도우 캠프도 방심하지 않았다. 멕피는 비정규전 경력만 15년이다. 낯선 장소에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는 초대받지 않은 자를 구축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스토브, 아그리피나 시스템 점검했나?”
“네, 완벽히 작동 중입니다. 다섯 번 신호가 포착되었고, 모두 동물로 판명되었습니다.”
화면을 들여다보던 스토브 상사가 긴장감 없이 응답했다. 1km밖에 뿌려둔 아그리피나는 과해도 너무 과했다. 포토마인과 칸타렐라에 중독된 수많은 동물이 고통 속에 죽어갈 것이다. 동물보호론자로 툭하면 유기견과 길잃은 고양이를 주워다 키우는 스토브다. 무분별한 살상에 기분이 잔뜩 가라앉았다.
“가드 시스템은?”
“문제없이 작동되고 있습니다.”
가드 시스템은 CIA 기술부가 개발한 국소 지점 방어에 특화된 시스템이다. 방어 거점 최근접 거리에 지뢰와 고압 그물, 근접거리에 전기 네트와 크레모아를 설치한다. 전기 네트는 가느다란 폴대를 박고 성기고 부드러운 금속성 그물을 둘러친다. 강력한 변압기가 금속성 그물에 5,000V의 전압을 흘린다. 그물 외곽에는 나무와 나무 사이에 금속 실을 둘러친다. 외곽의 금속 실에는 500V 전압이 흐른다. 경고 시스템과 공격 시스템의 혼합인 셈이다.
“DAS(자동방어시스템)는?”
“문제없이 작동되고 있습니다.”
멕피는 기계처럼 건조한 대답에 개의치 않았다. 스토브의 기분 따위 챙길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루이스 중위는 여전히 불통이다. 작전 팀이 통째로 사라진 데프콘 상황이다. 머리 위로 몇 차례 지나간 치누크와 가젤도 신경을 건드렸다.
“가드 시스템을 잘 체크하도록.”
멕피는 칼날로 도마를 내리찍듯이 말하고 외곽으로 향했다. 페르소나 논 그라타를 언급하던 마틸다 반장의 말이 귓가를 뱅뱅 돌았다. 마음이 안정되지 않고, 불쾌감이 머리를 두드렸다.
“옛 썰!”
뒤쪽에서 과장되이 힘을 넣은 구호가 울렸다.
“평생 상사나 해 먹을 놈!”
멕피가 작은 소리로 투덜거렸다. 첨단 장비가 이중 삼중으로 방호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인간이다. 적외선 카메라를 깔아 놓아도 오퍼레이터가 잠을 처자면 말짱 헛방이다. 아무리 장비가 좋아도 결국은 인간이다.
멕피는 직접 램프 각도, 네트 높이, 기관총 연동 시스템을 점검했다. 방어 상태는 이상 없다. 하지만 실종된 루이스팀이 계속 경보를 울렸다.
“하룻밤인데 별일이야 있겠어.”
멕피가 고개를 저었다. 첨단 방어 장비와 최고의 전투력을 보유한 부하들이 있다. 무엇보다 전투력 측정이 불가능한 프레데터 빌리가 있다. 지휘관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 부하들이 동요한다. 멕피가 불안감을 누르고 캠프로 돌아갔다.
캐노피를 더듬어가던 블랙맘바의 신형이 정지했다. 공기 중에 섞인 진한 인간의 체취, 웅웅거리는 고주파 음, 놈들의 캠프다.
“여기다!”
손가락을 입에 붙이고 아래를 가리켰다. 문답무용, 쌈디가 캐노피를 뚫고 주르륵 내려갔다.
“억!”
퍽- 쌈디의 비명이 터진 다음 작은 불꽃이 튀었다.
“저런, 전기 철조망까지 있었나!”
해연히 놀란 블랙맘바가 락샤샤를 뻗었다. 슝- 락샤샤가 나무 틈을 비사처럼 비집고 뻗어 나갔다. 추릭- 큼직한 카멜레온이 락샤샤에 감겼다. 락샤샤의 크래커가 휘청 풀렸다.
카멜레온은 전기가 흐르는 금속 실에 던져졌다. 500V는 덩치 작은 소형 동물에 치명적이다. 아마존 전기 뱀장어 출력이 대략 500V~700V다. 악어도 전기 뱀장어를 건드렸다간 꼼짝없이 당한다.
퍽- 불꽃이 튀었다. 도선에 달라붙은 카멜레온의 몸체에서 흰 연기가 솟았다.
“쌈디 저 녀석, 의외로 전기에 약하네.”
막강한 피지컬이 500V 전압에 거품 물고 나자빠질 줄은 몰랐다. 사박사박- 누군가 접근하는 인기척이다. 가드 시스템의 이상 신호를 확인하기 위해 출동한 쉐도우다. 슈악- 락샤샤가 나둥그러져서 발발떠는 쌈디를 휘감았다. 슝하고 거구가 허공으로 끌려 올라갔다.
방탄모부터 시작해서 복장, 전투화, 총기까지 온통 새까만 블랙 패션남이 나타났다. 한 명이 바짝 구워진 카멜레온을 집어들었다. 사체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단백질이 탄화되는 불쾌한 냄새가 진동했다. 블랙 패션이 얼굴을 찡그렸다.
“짐, 동물이라고 했잖아.”
“팀장의 기분이 좋지 않아. 확인해야 해.”
“갓 뎀! 벌써 몇 번째야.”
블랙 패션이 카멜레온을 집어 던졌다.
“돌아가자!”
안타깝게도 블랙 패션남은 캠프로 돌아가서 해먹을 즐길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들을 노리는 포식자는 너무나 몰인정했다.
쉐도우 두 사람이 막 돌아서는 순간 파공성이 울렸다. 핏- 핏- 젓가락처럼 가느다란 표창이 공간을 단축했다. 쉐도우의 대추혈을 파고든 표창이 숨골로 빠져나왔다. 어묵 꼬치가 된 쉐도우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엎어졌다.
블랙맘바는 살심을 크게 일으켰다. 51구역은 731부대의 생체 실험 자료를 확보해서 비인도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것만으로 분노를 사기에 충분했다.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지른 731부대 지휘관들은 전범 재판에 넘겨지지 않았다. 미국과 일본이 뒷거래했기 때문이다. 웃기게도 한국의 보훈처가 훈장을 수여한 일본인 중에 731부대 지휘관도 있다. 양키에게 악의 축이라고 욕을 할 처지도 못 된다.
“끄응!”
쌈디는 5분이 지나서야 제정신을 차렸다. 일반인이 500V에 감전되면 목숨을 잃거나 큰 타격을 받겠지만, 쌈디는 전직 좀비다. 500V에 빌빌대는 모습이 인간인 양 해서 오히려 신선했다.
“괜찮나?”
“어, 잘 잤다.”
쌈디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기지개를 켰다. 슬며시 눈치를 보는 행태에 웃음이 나왔다. 폼생폼사에 목을 매는 쌈디다. 같은 남자로서 이해하고 남는다.
“쌈디, 3시 방향 180m다.”
블랙맘바가 시커먼 숲 속을 가리켰다.
“땅콩버터 냄새가 난다. 시레이션을 까먹었나 보네.”
미군은 1958년에 C-레이션을 MCI(Meal, Combat, Individual)로 명칭을 바꾸었지만, 여전히 C-레이션이라 불렸다. 쌈디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일몰 시각이 가까워졌다. 신진대사가 왕성한 쌈디는 허기가 질만 했다.
“후딱 처리하고 코끼리 한 마리 잡아먹자.”
쌈디가 표범처럼 날렵하게 스트레리지아와 브로멜리아드가 우거진 관목 지역을 빠져나갔다. 인간 집단이 발생하는 온갖 냄새가 진하게 풍겼다.
오래지 않아서 시야가 툭 터졌다. 에도스나 장가바이는 아니다. 이투리 정글에는 알 수 없는 이유로 2차 지표식물이 사라지고 땅바닥이 훤하게 드러나는 공터가 있다. 고개를 바짝 젖혀도 우듬지를 보기 힘든 거대한 교목이 열병하듯 늘어선 1차 정글 아래 땅바닥이 드러난 정글은 동남아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이투리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식생이다.
전방 110m, 나무 사이로 은회색 텐트가 세 동 보였다. 블랙맘바가 손을 들어서 좌우로 흔들고 아래로 눌렀다. 기도비닉을 유지해서 접근하라는 수화다. 쌈디가 바짝 접근하자 3m 전방을 가리켰다.
관목 틈에 숨겨진 가느다란 도폭선이 보였다. 어딘가에 지향성 크레모아가 숨겨져 있다는 소리다. 크레모아를 설치할 정도면 캠프 지근거리에는 대인 지뢰를 살포했다.
“나팔꽃처럼 생긴 금속체가 보이나?”
“기관총도 보인다.”
“적외선 램프다. 어딘가에 적외선 램프가 두 대 더 설치되어 있다. ADS(자동방어시스템)라 불리는 방어 시스템이다. 이동 물체가 포착되면 삼각 측량으로 거리와 위치를 컴퓨터가 산출해서 자동으로 오퍼레이터와 연동된 기관총에 데이터를 전송한다. 기술적으로 어렵지는 않지만,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 세계최강 미국다운 돈질이다.”
“아그리피나 시스템, 전기 철조망, 크레모아, 지뢰, ADS방어체계, 이것들 도대체 뭐지? 인간 고슴도친가?”
“그것만이 아니다. 웅웅 소리가 들리지? 캠프를 둘러싼 그물망에 고압 전기가 흐르는 소리다. 마지막 방어망은 고압 네트다.”
“이놈들 도대체 뭐야?”
“쉐도우! 미국이 대외적으로 존재를 부정하는 최고의 타격대다. DIA 소속으로 비밀스럽고 지저분한 작전에 투입되는 놈들이다.”
“최고인지는 모르지만, 지저분한 놈은 맞다.”
쌈디가 잇새로 뱉었다. 붉은 얼굴이 불타는 얼굴로 변했다. 올룸보처럼 약하디약한 놈의 목을 밟아 뭉개다니 진짜 나쁜 놈들이다. 약해빠진 놈이라고 늘 구박했던 올룸보가 끝까지 대항해서 싸우다 죽었다. 녀석은 자신이 약한 인간이 아님을 증명했다.
주인이 후딱 처리한 루이스가 이놈들과 한 패거리인 줄 알았으면 곱게 죽이지 않았다. 이놈들은 자신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