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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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장 각자 나름의 정의가 있다 5
MAG와 같은 중기관총은 발사 반동이 크기 때문에 삼각대 사격이 기본이다. 쌈디는 강인한 근육의 힘으로 반동을 누르고 하레이의 엔진과 유사한 엇박자 진동을 즐겼다.
남자라 불리는 인간종 수컷은 걸음마 수준만 지나면 본능적으로 힘을 과시하고, 속력을 동경하고, 진동을 즐기는 경향이 있다. 힘의 과시는 칼에서 총으로, 속력과 진동은 말에서 바이크로 바뀌어도 그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주말에 북한강이나 남한강을 끼고 뻗은 45번, 46번, 6번 국도는 고 사양의 대형 바이크로 넘쳐난다. 육중한 하레이에 올라앉은 머리 희끗희끗한 노장도 흔히 보인다.
저 나이에 저러고 싶을까 하는 백안시보다 시샘이 앞선다. 나도 검은 가죽 재킷을 입고 스피드와 진동을 느끼고 싶다는 남자의 본능이 앞선다.
하레이의 V형 트윈 엔진에서 나오는 묵직한 진동과 특이한 배기음은 남자의 심정을 두드리는 그 무엇이 있다. MAG의 발사 진동에 중독된 쌈디는 굳건하게 버티고 선 양발이 나뭇가지에서 붕 뜨자 식겁했다.
“어 어!”
놀랄 틈도 없이 부채머리수리의 발톱에 채어가는 나무늘보 꼴이 되어 70m 높이의 허공을 가로질렀다. 땀내나는 거구를 바짝 끌어안은 블랙맘바는 즐거운 기분이 아니다. 억지 제인이 된 쌈디도 갑바가 무너졌다.
블랙맘바가 퇴출한 직후에 레이저와 연동된 중기관총 세정이 조준선 정렬을 마쳤다. 바바바바바- 아름드리 나뭇가지, 착생식물, 기생 덩굴 할 것 없이 찢어지고 부서져서 흩날렸다. 3~4초에 불과했지만 강력한 철갑탄을 수백 발 얻어맞은 죄 없는 식물의 파쇄물만 비오듯이 낙하했다.
위이잉- 레이저가 적외선 랜턴을 따라 이동 표적을 추적하고, 사격통제장치가 기관총 총구를 돌렸다. 끼릭- 끼릭- 사격통제장치가 이동한 표적을 전송받은 좌표와 대조해서 조준선을 정렬했다.
“저런 망할 것!”
위협 물의 정체를 파악한 블랙맘바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막 위치 이탈하려는 순간 번쩍 섬광이 일었다. 블랙맘바는 황급히 청각을 차단했다. 쿠쾅- 0.2초 후 굉렬한 폭음이 터졌다. 충격파에 숲이 드르르 울렸다.
블랙맘바가 집어던진 수류탄 자루가 하필 M19 고속유탄포의 유탄 무더기에 떨어졌다. 꾸웅- 꾸웅- 최초의 폭발 후 0.5초의 텀을 두고 폭음이 연속 울렸다. 유폭이 유폭을 불렀다. 수류탄 폭발에 휘말린 유탄 탄통 2개가 유폭하고, 유탄 폭발이 소이 수류탄 4개가 포함된 핀을 뽑지 않은 수류탄을 잡아먹었다. 수류탄은 야포탄보다 안정적이지만, 무지막지한 폭압과 열을 견디지 못했다.
물체가 소리를 만들어내면 그 물체를 중심으로 음파가 퍼져나간다. 압력이 높을수록 음파의 속력은 빨라진다. 충격파는 압축파(compression)와 희박파(rarefaction)가 연속되며 확산이 감쇄된다. 충격파가 겹치게 되면 음파 패턴이 변한다. 압축파가 중첩되면 공진이 발생한다. 압축파와 주변 대기가 분리되며 압축파가 원뿔 형태로 띠를 이룬다. 음파가 물리력을 발휘하는 순간이다.
푸확- 초음속 충격파가 쉐도우 캠프를 흔적없이 분쇄하고 40m 떨어진 스티브의 작업대를 덮쳤다. 야외용 테이블과 복잡한 기계장치, 장비가 보관된 삼각 텐트가 조각조각 뜯어졌다. 둥지가 박살 나는 판에 알이 성할 리 없다. 충격파가 스티브를 덮쳤다.
“빌리, 죽여라!”
처절한 외침이 울렸다. 스티브의 신체가 갈가리 찢어졌다.
‘빌어먹을 빌리를 먼저 움직였어야 했는데…….’
그는 의식이 꺼지는 순간 방어시스템에 몰두한 나머지 빌리를 써먹지 못한 어리석음을 자책했다. 스티브가 명검을 두고 돌칼을 휘둘렀다고 자책했지만, 명검 할배를 휘둘러도 소용없음을 알지 못했다.
쿠르르- 뒤이어 볼 폭풍이 밀어닥쳤다. 파편과 불꽃이 스티브를 덮쳤다. 비명 대신 살인 명령을 남긴 스티브의 시체가 거세게 타올랐다. 그는 더 이상 마녀 마틸다의 갈굼을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끄아악!”
긴 비명이 울렸다. 엄폐해 있던 미니미 사수 둘과 위성통신을 시도하던 스토브 상사다. 인간 셋이 발길에 걷어차인 깡통처럼 튕겨 나왔다. 폭심에서 상당히 떨어져 있고 바위 덕분에 파편과 쇄설물 세례를 면했지만, 충격파에 고막이 터지고 후폭풍에 말려들었다.
블랙맘바와 쌈디를 추적하던 레이저가 뚝 끊어졌다. 빳빳이 고개를 치켜들고 희생물을 찾던 기관총 3정이 푸식 고개를 떨어뜨렸다. 쿠르르- 화구가 형성되고, 화염이 반경 50m를 뒤덮었다. 보니파스가 말한 대로 블랙맘바는 자연재해에 다름 아니다. 태고의 원시림이 거세게 타올랐다.
운 좋게 살아남은 쉐도우 셋의 운명도 그리 좋지 못했다. 투투투투투- MAG가 불을 뿜었다. 엄폐물을 벗어난 쉐도우들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갈가리 찢어졌다.
캠프에서 120m 떨어진 야외 화장실, 엉거주춤한 자세로 부들부들 떠는 인간이 있다. 야전에서 화장실은 숙영지와 가능한 한 멀리 떨어져야 한다. 암모니아 냄새가 유난히 자극적이고 공기와 섞여서 멀리 퍼지기 때문이다.
멕피는 바지를 추켜올릴 생각도 못 하고 산산이 조각나는 부하들과 불타는 캠프를 멀거니 바라보기만 했다. 공격은 전격적이다 못해 장엄했다. 20초, 아니 10초인가? 해병대 1개 중대를 찜쪄먹을 전력의 쉐도우 A팀이 분쇄되었다. 머리가 텅 비어버렸다.
가해자는 보이지도 않았다. 압도적인 집중타에 부하들은 총알 한 발 제대로 날리지 못했다. 이따위 전투는 상상도 해 본 적 없다.
“으윽, 저놈, 저놈들이닷!”
놈들이 바로 루이스팀을 박살 낸 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 첩보세계의 이단아, 적대자)다. 이번에도 그의 직감은 더럽게도 잘 맞았다. 멕피는 뒤처리도 못 한 상태에서 낮은 포복으로 물러났다. 나서봐야 개죽음이다. 자신마저 죽어버리면 놈들의 존재는 어둠에 묻혀버린다. 자신이 할 일은 정보 전달이다.
“와키르, 그놈이 안 보인다.”
쌈디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괴성이 터졌다.
“우웍!”
불바다 속에서 메스티조가 튀어나왔다. 경량 유압식 스텐스의 힘을 받은 거구가 십여미터나 솟구쳐서 불길을 벗어났다. 빌리의 꼴은 말이 아니었다. 머리카락과 의복은 홀랑 타버리고 누더기가 된 방탄복만 상체에 걸쳐져 있다. 허니콤 복층 구조의 키틴질 피부도 수백 도의 고열은 견디지 못했다. 탄화되고 줄줄 녹아내린 외형이 꿈에 볼까 두려울 지경이다.
빌리는 쇠몽둥이를 들고 적을 향해 돌진했다. ‘죽여라’는 지상 명령이 머릿속을 둥둥 울렸다. 지상 명령은 명령자가 취소하기 전에는 계속 발동된다. 명령권자인 스티브가 죽어버렸다. 빌리는 폐기될 때까지 생명을 말살하는 진정한 프레데터가 되었다.
“허, 점마 저거 멀쩡하네!”
블랙맘바가 헛바람을 불었다. 고릴라처럼 생긴 혼혈인은 외형이 험악하게 변했지만 멀쩡하게 작동(?)했다. 땅을 파고 들어갔든 엄폐물의 방호를 받았든, 공진 충격파가 발생할 정도의 폭압과 엄청난 파편 세례를 견뎠다. MK 프로젝트는 진정한 괴물을 만들어냈다.
쌈디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쌈디 역시 저놈과 같은 부류다. 유전공학과 생체공학으로 개조당한 인간, 천우신조로 실험실을 빠져나온 괴물이 쌈디다.
“이놈 시끼, 살아있어 고맙다.”
쌈디는 혼혈인을 보는 순간 피가 끓었다. 저놈이 올룸보를 잔인하게 살해한 놈이다. 쌈디는 블랙맘바의 시선을 오해했다. 와키르의 수칙은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다. 올룸보의 목이 바스러졌으니 저놈도 목이 잘려야 한다. 탄통이 빈 MAG를 나무에 걸어놓고 뽁보기를 뽑아들었다.
“시원하게 잘라주지.”
쌈디가 2.4m에 달하는 무지막지한 삽을 들고 마주 돌진했다. 동류의 스텐스가 이식된 두 괴물은 120m 공간을 단숨에 단축했다.
팽- 거대한 삽날이 빌리의 머리를 내리찍었다. 공기 중의 먼지와 부유물이 음속으로 날아드는 삽날에 부딪혀 찍찍 소리를 냈다.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낀 빌리가 쇠몽둥이를 마주 휘둘렀다. 꽝- 폭주 기관차 두 대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후왕- 충격파가 우루루 퍼져나갔다. 빌리의 두 다리가 무릎까지 땅속으로 푹 박혔다. 쌈디는 반동을 거스르지 않고 백 텀블링으로 물러났다. 빌리가 훌쩍 뛰어올라 두 다리를 쑥 뽑아냈다.
“대단하군!”
블랙맘바가 고개를 끄덕였다. 메스티조의 완력과 스피드도 대단하지만, 음속으로 날아드는 40kg 리퀴드 메탈 재질의 날붙이를 버텨낸 쇠몽둥이도 대단했다.
“크아악!”
빌리의 흉성이 폭발했다. 쇠몽둥이를 돌진했다. 선불맞은 멧돼지가 따로 없다.
“헐, 보는 내가 다 창피하다.”
쌈디는 얼굴이 화끈했다. 마구잡이로 달려드는 상대는 허점투성이다. 툭하면 주인에게 얻어터졌던 자신의 모습이다. 이투리에서 괴수와 오셀롯을 상대로 생사 결전을 경험한 덕분에 정신이 강해지고 육체가 개안했다. 강함은 육체가 아니라 정신에서 나온다는 주인의 말이 맞았다.
후앙- 쇠몽둥이가 날아들었다. 쌈디의 몸이 왼 다리를 축으로 팽이처럼 돌았다. 청파보로 쇠몽둥이를 흘려보내고 자세를 바짝 낮추어 가슴을 파고들었다. 잔뜩 꼬였던 신체가 엄지발가락, 발목, 무릎, 허리, 어깨 순으로 주르륵 풀렸다. 마지막으로 휘돈 어깨가 상대방의 천돌과 옥당의 중간을 찍었다. 정확히 신체의 중심부다. 뻐걱- 가슴뼈가 내려앉는 소음이 블랙맘바에게도 들렸다.
“크악!”
빌리가 핏물을 뿜으며 주춤주춤 물러났다.
“넌 끝났어!”
쌈디는 흡족했다. 막강한 피지컬을 바탕으로 전사력을 가미한 고격이 깔끔하게 들어갔다. 큰 사부와 주인에게 배우고도 써먹지 못했던 녹각회두의 한 수다.
기회를 잡은 쌈디가 바짝 따라붙었다. 휭- 수평으로 날아드는 쇠몽둥이를 머리 위로 흘리고 삽날을 섬전같이 찔러넣었다. 퍽- 빌리가 부러져라 목을 뒤로 젖혔지만, 간일 발로 늦었다. 피가 튀었다. 삽날에 걸린 감각이 묵직했다.
“흐흐흐! 주인은 무조건 옳아.”
쌈디가 기묘한 웃음을 흘렸다. 주인이 말하기를 무기를 휘두르는 놈은 바보고, 수평으로 휘두르는 놈은 자살하고 싶은 놈이라고 했다. 생사 투는 공간과 시간의 싸움이다. 공간을 장악하고 시간을 단축하는 절대적인 한 수는 찌르기라고 했다.
“그르르~”
후두와 식도가 잘려나간 빌리의 목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났다. 빌리가 흉광을 번득이며 주춤주춤 물러났다. 겁을 먹어서가 아니다. 본능적으로 시간을 벌어서 몸을 회복하려는 시도다. 쌈디도 짱구가 아니다. 바짝 따라붙었다.
핏- 뽁뽀기가 대기를 찢었다. 이번에도 찌르기다. 떵- 빌 리가 쇠몽둥이로 간신히 막아냈다. 빌리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상대의 무기가 너무 쉽게 튕겨 나갔다.
쌈디의 허수다. 삽날이 반탄력에 순응해서 핑글 돌아서 하체를 찍었다. 퍽- 허벅지에서 피가 튀었다. 쉭-쉭-쉭- 삽날이 섬전처럼 쑤셔 들었다. 빌리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힘주어 막으면 상대의 무기가 다른 부위를 공격하고, 힘을 빼면 쇠몽둥이를 튕기고 파고들었다.
빌리와 쌈디의 피지컬 수준은 비슷했지만, 무예를 알고 모르는 차이가 극명했다. 쌈디는 일격필살을 노리지 않았다. 절제된 동작으로 꾸준히 데미지를 늘려갔다. 빌리의 신체 이곳저곳에서 피가 튀었다.
공간을 장악당한 빌리는 정신없이 밀렸다. 복부가 찢어지고, 가슴에 구멍이 뚫렸다. 양팔도 너덜너덜해졌다. 온몸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출혈은 금방 멎었지만, 쌈디가 만들어내는 상처가 더 많았다. 빌리의 동작이 현저히 느려졌다. 쌈디의 눈이 번쩍했다.
“흐랏!”
삽날이 찌르기에서 수평 베기로 궤적을 바꾸었다. 스걱- 빌리의 목이 둥실 떠올랐다. 51구역의 프로토타입 메카닉 혼터, 품번 18번, 암호명 빌리가 폐기되었다.
“으으, 저럴 수가!”
멕피가 신음했다. 프레데터가 변변히 대항도 못 하고 목이 잘렸다. 빌리의 등장에 희망을 걸고 발길을 돌렸던 멕피로서는 최악의 결과다. 멕피는 허둥지둥 숲 속으로 사라졌다. 회사에 프레데터 이터의 등장을 보고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다리에 힘을 보탰다.
“우오오오!”
쌈디가 전리품인 쇠몽둥이를 번쩍 들고 포효했다.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싸웠다. 흥분해서 날뛰지도 않았고, 힘으로 밀어붙이지도 않았다. 상대의 동작을 냉정하게 관찰하고 배운 동작을 제대로 써먹었다.
“잘했다.”
“큰 사부와 와키르 가르침 덕분이다.”
쌈디의 얼굴이 자부심으로 빛났다.
“하하하, 이젠 겸양할 줄도 아는구나. 좀 전에 한 놈 도망간 거 알지?”
“엥! 도망간 놈이 있다 고라?”
쌈디의 눈이 커졌다. 자신은 전혀 몰랐다.
“저쪽이다. 잡아 와.”
“이 자식이 좋은 기분에 찬물을 뿌리네.”
쌈디가 쇠몽둥이를 집어던지고 식식대며 도주한 멕피를 추적했다.
“애들은 거저 갈궈야 돼.”
블랙맘바가 비시시 웃었다.
“뭘로 만들었지?”
푸르스름한 광택이 도는 팔각형 쇠몽둥이의 재질을 짐작하기 어려웠다. 쇠몽둥이는 음속으로 날아드는 뽁뽀기를 거뜬히 막아냈다. 놀라운 충격에 불구하고 겉면에 살짝 흠집만 생겼다. 뽁뽀기보다 강한 재질이다.
중량은 대략 50kg, 관우의 80근(48kg) 청룡언월도는 중국인다운 전형적인 허풍이다. 인간의 신체 구조로는 48kg을 휘두르지 못한다. 특수한 방법으로 근육을 단련하더라도 관절과 뼈가 버티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