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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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장 각자 나름의 정의가 있다 7
블랙맘바의 입꼬리에 힘이 들어가고 눈꼬리가 쳐졌다. 결혼반지가 큐빅임을 알았을 때 여자의 얼굴이 저럴까. 51구역 괴물의 정보를 얻어볼까 했더니 헛방이다. 기대했던 중년 쉐도우는 아무것도 모르는 손발에 불과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기계장치를 다루던 놈을 잡았어야 했다.
“너는 뭐냐?”
멕피의 얼굴에 의문사 수십 개가 떠돌았다. 쉐도우 팀장을 맡고서야 혼터와 그렌델의 존재를 알았다. 조국이 만들어 낸 최강의 생체 병기는 경악 그 자체였다. 인간의 존엄? 범 인류적 윤리? 그딴 것은 입만 있고 주먹이 없는 자들의 헛소리다.
어차피 소수의 주먹 센 놈이 세상의 주인이다. 몽골 기마병이 유럽을 휩쓸 때 규칙이 있었던가? 유럽 제국의 사략 함대가 대서양에서 해전을 벌일 때 대의명분이 있었던가?
살아남으려면 강해야 하고, 살아남은 자가 강한 자다. 자신의 조국, 아메리카합중국이 팍스아메리카나를 지향하는 이유다.
상대는 최강의 생체병기인 메카닉 혼터를 쥐잡듯이 때려잡았다. 상상도 할 수 없는 강자! 조국은 위험천만의 존재를 모르고 있다. 자신은 조국을 지키는 어둠의 전사다. 그는 영혼을 팔아서라도 상대의 정체를 알고 싶었다.
“버르장머리 없는 놈!”
거친 말투에 쌈디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쌈디가 블랙맘바의 눈치를 보며 발목을 지그시 밟았다. 뿌드득- 발목뼈가 으스러졌다.
‘끄으윽!’
멕피가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았다. 이따위 고문에 굴복하면 쉐도우가 아니다. 인내는 또 다른 고통을 불렀다. 솥뚜껑 같은 손바닥이 오른손을 덮었다. 뿌드득- 바이스에 물려들어 간 듯 손가락뼈가 뭉크러졌다.
‘끄으윽!’
멕피는 눈이 튀어나올듯한 고통을 기어이 참아냈다. 쉐도우는 죽는 순간에도 비밀을 누설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애국심에 자부심을 부여하고 정신 승리를 즐겼다. 멕피는 눈앞의 거구가 사심(私心)으로 자신을 괴롭힌다는 사실을 꿈에도 알지 못했다.
“갑 을이 바뀌었군. 내가 갑이고 당신은 을이다. 이름?”
“노랑이 원숭이가 알량한 재주를 믿고 무게 잡는 꼴이 가소롭군. 네 에미와 붙어먹어라.”
통증에 정신이 혼미해진 멕피가 육두문자를 쏟아냈다.
“쯧쯧, 버르장머리없는 놈이 어리석기까지……. 곱게 죽긴 틀렸네.”
쌈디가 혀를 찼다. 주인께 감히 어머니와 관련된 욕을 하다니 불쌍한 놈이다. 하긴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 먹어봐야 아는 인간이 이놈뿐이랴! 손 발을 마저 부수려고 할 때 블랙맘바가 움직였다.
쉭- 손바닥이 엿가락 늘어나듯 쭉 늘어나서 멕피의 양쪽 턱 관절돌기를 쳤다. 물체의 속도가 동체 시력의 분석 능력을 능가하면 잔상으로 나타난다. 하악골이 덜컥 떨어졌다. 이어 양쪽 어깨를 비틀어서 관절을 탈구시켰다.
“아으어어!”
턱관절이 강제로 빠진 고통은 상상을 절한다. 멕피의 후두에서 괴상한 소리가 새나왔다. 벌어진 입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나왔다.
“시커먼 친구, 아니 쉐도우 양반, 혀를 깨문다고 쉽게 죽지 않아. 나를 격분시켜서 얼른 죽고 싶은 모양인데 쉽지 않을 거야. 난 여태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듣지 못한 적이 없거든.”
블랙맘바가 서늘한 웃음을 지었다. 폭출된 살기를 눈 깜짝할 순간에 갈무리했다. 당장 죽여버리고 싶지만 얻어낼 정보가 한둘이 아니다. 예전에 어머니를 빗댄 욕을 들었으면 토막 쳐 버렸을 것이다.
‘이놈은 악마 같은 놈이다. 아니 악마다.’
멕피는 거대한 악마의 그림자가 덮치는 환상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쉐도우는 인간의 신체와 정신이 견딜 수 있는 한계의 훈련을 받는다. 훈련 프로그램에 배정된 고문 훈련만 120시간이다. 온갖 형태의 심리적, 육체적 고문을 직접 체험하고, 고문을 버티는 정신력을 배양한다.
교육받은 자살 수법만도 열 가지 이상이다. 열가지면 무엇하나. 놈은 혀를 깨무는 미세한 동작마저 알아차리고 턱을 뽑아버리는 초능력자다.
놈은 프로 중의 프로다. 아니 인간이 아니다. 언제든 조국을 위해 생명을 바칠 준비가 되어있고, 어떤 고문에도 굴복하지 않을 자신감이 있었다. 그런데 이게 뭔가?
눈앞이 하얗게 변하고 두려움이 파도처럼 덮쳤다. 심연처럼 깊고 용암처럼 이글거리는 눈빛에 정신이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다. 아차 하면 42년의 생이 시궁창에 빠지게 생겼다.
“와키르, 죽은 놈 소원도 들어준다는 데 죽여버리지.”
쌈디가 핏발 선 눈으로 멕피를 노려보았다. 이놈은 주인을 모독했다. 당장 껍질을 홀딱 벗겨서 소금을 뿌려야 할 놈이다.
“아직은 아니다. 들고 와!”
“귀찮은데”
쌈디가 투덜거렸다. 본인의 무기와 식량이 든 백 팩과 네이팜탄과 백린탄이 들어있는 백 팩 무게만도 450kg이다. 이상한 장치가 달린 기관총 3정과 200발 탄통 6개, 서랍 통 크기의 기계장치를 덩굴로 묶은 짐보따리는 70kg, 거구의 메스티조 혼혈인 시체와 멕피까지 합하면 짐보따리의 무게가 무려 700kg이다. 낙타도 무릎을 꺾고 엎어질 무게다. 그야말로 울트라 슈퍼 포터 쌈디가 아니면 불가능한 짐보따리다.
들고가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 늙은 쉐도우가 못내 마음에 걸렸다. 인공호흡을 하다가 녀석이 눈을 번쩍 뜨는 바람에 시선이 딱 마주쳤다. 저놈의 면상만 보면 지저분한 기억이 떠올라 기분이 더러워졌다. 게다가 주인을 모독하기까지 했다.
“세노테 늪의 괴물을 때려잡고 얼른 돌아가야지.”
“노바토피아로 갈 거야? 큰 사부에게 갈 거야?”
쌈디의 눈이 빤짝였다. 이투리 정글이 재미는 있지만, 슬슬 인간의 냄새가 그리워지던 참이다.
“넌 어느 쪽이 좋아?”
“큰 사부와 진순이도 좋지만, 에델 아가씨를 보고 싶다.”
쌈디는 언제나 솔직하다. 이리저리 둘러서 말할 줄 모른다.
“어머니를 찾아야 해.”
블랙맘바의 눈이 깊숙이 가라앉았다. 무슨 놈의 팔자가 편안한 길을 두고 자꾸만 힘들 길로만 가게 된다. 거친 사막에서 지저분한 원주민의 피고름을 짜고 있을 에델이 안쓰러웠다.
“마음 넓은 쌈디가 양보한다. 에델 아가씨 잊으면 안 된다.”
블랙맘바가 대답 없이 발길을 돌렸다.
‘삐쳤나? 삐칠 이유가 없는데…….’
쌈디가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만만치 않은 짐보따리를 챙겨서 뒤따랐다. 인간의 복잡한 심사를 헤아리기엔 아직 내공이 부족한 쌈디다.
데빌 스프링, CIA가 퍼들이란 부르는 세노테는 변함없이 혼탁했다. 묽은 수프인양 뻑뻑한 수면이 퍽퍽 소리를 내며 갈라졌다. 바닥에서 올라온 메탄가스가 공기 중으로 빠져나가는 소리다. 늪에서 새나온 유독가스로 인해 반경 100m에는 식물이 자라지 않는다.
“쉐도우 양반, 늪 속에 숨어있는 잡종 괴물이 네놈들의 애완동물이지?”
멕피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이들은 51구역의 비밀을 자신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 메카닉 혼터를 일격에 박살 내고 하늘도 모르는 비밀을 알고 있는 자들, 도대체 정체가 무엇이란 말인가? 머리털이 빠지도록 고민해도 정체를 짐작조차 하기 힘들었다.
속이 탔다. 늪에서 프레데터가 튀어나와서 이들을 공격하면 더할 나위 없지만, 턱도 없는 소리다. 그렌델은 말할 것도 없고 혼터도 자율적으로 활동하지 못한다. 스티브가 뒈져버렸으니 명령을 내릴 사람도 없다.
“키홀과 드레곤 레이디가 이곳 영상을 본부로 전송하고, 강습 작전조가 긴급 투입되리라고 기대하는 건 아니겠지?”
“……”
멕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턱이 이미 떨어진 마당이라 떨어질 턱도 없다.
“꿈 깨. 앞으로 95분은 하늘이 텅 비어 있거든. 중궤도 위성 RM444가 이곳을 잡아내기엔 해상도가 부족하고 말이야.”
블랙맘바가 빙글빙글 웃으며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멕피의 얼굴이 시커멓게 변했다. 이들이 극비인 CIA 위성 운용 스케쥴을 어떻게 안단 말인가. 울트라 피지컬과 놀라운 정보능력을 갖춘 영리한 인간, 이자의 위험성은 트라이던트(Trident) 24기를 탑재한 오하이오 SSBN(전략 핵 탄도미사일 원잠)보다 더 높다.
“와키르, 밤이 길면 꿈도 많다.”
쌈디가 목소리를 깔았다.
“크크크, 맞다. 불꽃 쇼 무대를 준비해라.”
쌈디가 5kg 백린탄 10개, 10kg 네이팜탄 30개를 백 팩에서 주섬주섬 꺼냈다.
“으워어어!”
멕피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군대 짬밥을 먹은 지 20년이다. 줄줄이 빠져나오는 시커먼 용기가 무엇인지 모를 멕피가 아니다. 이들의 다음 행동은 뻔했다. 프레데터가 추수감사절 칠면조 꼴이 될 판이다.
“궁금하지? 말하고 싶어 죽겠지?”
쌈디가 이죽거렸다.
“쉐도우 양반, 자살은 꿈도 꾸지 말아. 당신이 극한의 고통이라 여기는 고통은 극한이 아니다. 당신의 애국심과 군인 정신은 내게 가랑잎 한 장의 무게도 없다. 내 말뜻을 몸으로 새기고 싶지는 않겠지?”
멕피가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통도 고통이지만 궁금증과 호기심 때문에 미치기 일보 직전이다. 투둑- 손바닥이 양쪽 하악골의 관절돌기를 올려치고 지나갔다. 턱이 제자리에 덜컥 올라붙었다.
“이름과 계급?”
“멕피, 어니언 멕피 소령이다.”
“소속?”
“아메리카 합중국 군인이다. 나머지는 말할 수 없다.”
멕피가 입을 꽉 다물었다.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했다.
“DIA 소속 특수전대로 그림자 군단이라 불리는 쉐도우, 현재 CIA 공작부에 파견되어서 온갖 더러운 뒤처리를 하느라 불알에 요령 소리 나는 놈들, 아니 정확히는 위원회 소속 이레이저 전담팀이라고 해야겠지. 캠프에서 뒈진 놈중에 CIA 요원이 있었지? 놈이 죽은 써펀트를 조사하러 왔고, 네놈은 경호 목적으로 파견된 쉐도우 팀장이지?”
“헉!”
멕피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한 치의 틀림없는 사실이다. 순간적으로 CIA와 DIA를 감찰하는 비밀 요원이 아닌가 하는 객쩍은 의심이 들었다.
“놀랄 것 없다. 내가 써펀트를 죽였거든.”
“어헉!”
멕피의 턱이 툭 떨어졌다. 태어나서 놀랐던 모든 순간을 모아도 지금만큼 놀랍지는 않을 것 같았다.
“자~ 놀더라도 일은 마치고 놀아야지.”
1,000㎡는 대략 300평이다. 블랙맘바는 세노테를 10평씩 바둑판처럼 분할했다. 30개의 네이팜탄을 10평당 한 개씩 모춤 뿌리듯이 투척할 작정이다.
신관 조정에 소요되는 시간은 3초, 신관 30개를 조정하려면 90초가 걸린다. 블랙맘바의 손이 섬전처럼 움직였다. 첫 번째 폭탄은 95초, 두 번째는 92초, 마지막 폭탄은 5초로 조정했다. 쌈디는 폭탄을 다루어 본 적이 없다. 멀거니 주인이 하는 양을 구경만 했다.
쉬쉬쉬쉬쉬- 신관 조장이 끝난 네이팜탄이 염주처럼 꼬리를 물고 세노테를 향해 날아갔다. 30개 투하에 단 3초가 걸렸다. 촤악- 폭탄 30개가 거의 동시에 수면에 착탄 했다.
“으, 저럴 수가!”
멕피의 입이 쩍 벌어졌다. 놈의 피지컬 능력이야 눈알 빠지도록 겪었지만, 폭탄을 다루는 솜씨와 한 치의 오차 없는 계산에 기가 질렸다. 인간이 아니라 컴퓨터다.
“쎄- 앙- 두-”
쌈디가 셋을 카운터 하기 전에 퍼엉- 불길이 치솟았다. 끈적끈적한 네이팜이 세노테 수면을 아스콘으로 도로포장하듯 물샐틈 덮었다. 네이팜탄의 연소 온도는 1,200℃~1,500℃다. 1,000㎡ 수면이 일시에 불덩이로 변했다.
공수된 네이팜탄은 초기형이 아니라 개량형이다. 나프텐 산, 팔미드 산 외에 벤젠과 폴리스티렌이 가미되었다. 연소시간이 늘어나고 물을 끼얹으면 폭발한다.
네이팜탄이 물속에서도 불타오른다는 말은 그냥 속설이다. 테르밋처럼 화학 반응으로 산소를 생성하지 않는한 연소제가 산소 없이 불탈 수는 없다. 네이팜은 대기 중의 산소와 수중의 용존 산소를 끌어들여서 타오를 뿐이다.
콰우우- 강력한 화력이 열 폭풍을 불렀다. 쏴아아- 공기가 무섭게 늪으로 빨려 들어갔다. 늪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고열의 수증기가 구름처럼 피어올랐다. 달구어진 대기가 수증기 구름을 끌고 하늘로 치솟았다.
“으윽!”
화기를 견디지 못한 멕피가 비명을 질렀다.
“약해빠진 새끼가 잘난척하기는!”
쌈디가 멕피의 뒷덜미를 잡고 멀찍이 물러났다.
“흐흐흐, 특제 백린도 선물하지.”
쉭쉭쉭- 백린탄 열 개가 지옥으로 변한 세노테에 추가로 투하되었다. 퍼퍽- 퍼퍽- 붉은 불길 속에서 백색 섬광이 번득였다.
백린탄은 몇 가지 부재료를 섞어서 효율을 높인다. 최악의 백린탄은 테르밋 백린탄이다. 테르밋은 화학 반응 시 2,400℃의 열을 뿜는다. 테르밋은 물속에서도 반응하며 백린과 테르밋의 반응열은 2,700℃까지 올라간다.
자체 무게를 이기지 못한 백린탄이 물속으로 잠겨 들었다. 드드드드- 세노테의 물이 간헐천 솟아오르듯이 허공으로 치솟았다. 테르밋 백린탄의 폭발적인 화학반응이 불러온 기화 현상이다. 세노테의 물이 무섭게 증발했다. 순식간에 수위가 쭉쭉 내려갔다. 불길이 산소를 빨아들이는 소리, 수증기가 뿜어지는 소리, 물이 끓어오르는 소리가 뒤섞여 귀가 먹먹했다.
블랙맘바는 불 폭풍과 짙은 수증기가 휘몰아치는 세노테를 노려보았다. 막상 실행하고 보니 네이팜탄과 테르밋 백린탄의 위력이 어마어마했다. 네이팜탄의 연소 지속시간은 15분, 테르밋 백린탄은 3분이다. 지금 상태라면 연소 시간이 지나기 전에 세노테의 물이 몽땅 증발할 것 같았다. 괴물 두 마리를 끌어내기엔 과한 퍼포먼스다.
“흐흐흐, 아무리 강화된 괴물이라도 버틸 수 있을까.”
너구리든 문어든 출입구에 불을 피우면 튀어나오게 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