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446
x 446
제42장 각자 나름의 정의가 있다 8
“이왕에 불장난하려면 저 정도는 해야지.”
거창한 불꽃 쇼를 바라보는 쌈디의 얼굴에 자부심이 어렸다. 아클론 쿠루(하인장) 옴부티는 노바토피아의 지푼다리 건설 현장에서 와킬을 따르는 자들에게 주인과 하인의 일심동체 설을 설파했다.
[너희는 뚜바이부르파의 하인이라 자처하는가? 내가 볼 때 아직은 아니다. 아내와 자식은 받는 자요. 하인은 베푸는 자다. 아니 베푼다는 의식조차 없이 마음이 주인께 가 있어야 한다. 사랑스러운 아내도 한때요 귀여운 자식도 한때다. 사랑의 한계효용은 1년이고 충성의 한계효용은 죽음이다. 진정한 하인의 충성은 죽음으로 끝난다. 주인의 영광은 하인의 영광이요 주인의 위대함은 하인의 위대함이다. 너희는 아직 하인이 아니다. 자신이 한 점의 삿된 마음 없이 주인께 충성하는지 돌아보라.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자만이 위대한 뚜바이부르파의 하인이 될 자격이 있다.]옴부티식 응무소주 이생기심의 해석에 쌈디는 감동했다. 진정한 하인이 되리라 굳게 다짐했다. 찌질한 주인을 만나면 하인도 찌질해진다. 잘난 주인을 만난 자신은 얼마나 다행인가?
수백 마리 화룡이 날뛰듯 소용돌이치는 붉은 화염, 사위를 훤하게 밝히는 백색 섬광, 화구로 빨려 들어가는 세찬 바람 소리, 수백 미터 솟구쳐 오르는 광포한 수증기 기둥, 사나이가 불장난하려면 이 정도는 해야 한다. 주인이 손대면 파괴도 예술적이다.
“보니파스 녀석이 주인을 ‘자연재해’라고 했다지. 직관력은 있지만, 눈높이가 부족했어. 저건 ‘천지창조’라고. 그나저나 괴물이 튀어 나올 때가 되었는데. 응? 이 소리는?”
쌈디가 귀를 기울였다. 쿠르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예민한 청각이 이질적인 소음을 잡아냈다. 두터운 수증기 구름 너머로 거대한 물체가 어른거렸다.
쿠르르- 하울링이 좀 더 선명해졌다. 분노와 고통에 찬 울부짖음이다. 푸악- 불타는 수증기 구름 속에서 괴물이 튀어나왔다. 세노테 주변의 거목만큼이나 큰 놈이다.
“저게 뭐야?”
쌈디의 눈이 한껏 커졌다. 불타는 문어다. 아니 주인이 말한 키메라다. 악어처럼 주둥이가 툭 튀어나온 문어라니, 어이가 없었다. 모양도 모양이지만 크기가 압권이다. 아가리 크기만 3m, 다리 길이가 20m면 상당히 난처한 상대다. 흡반 지름만도 10cm를 넘었다.
“문어와 악어 대가리를 뻥튀기 기계에 넣고 돌렸나?”
어이를 상실한 쌈디가 실없는 소리를 뱉었다. 저런 괴물이 좁은 세노테에 웅거해 있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놀라고 있을 때가 아니다. 문어가 몸부림치자 불똥이 사방으로 튀었다.
쌈디가 익숙한 솜씨로 MAG 총신을 조립하고 탄통을 연결했다. 좋은 총 두고 혈기에 휘돌려서 드잡이질할 이유가 없다. 그딴 짓거리는 팬티를 제쳐놓고 스타킹에 매달리는 놈과 다를 바 없다.
“호, 락샤샤!”
주인이 락샤샤를 뽑아드는 모습이 보였다. 주인이 휘두르는 락샤샤는 원거리 무기의 지존, 유니크 아이템이다. 쌈디가 총구를 내리고 바위에 걸터앉았다. 다시 보기 힘든 괴수 대전이다. 팝콘과 콜라가 아쉬웠다.
쿠르르- 옥토퍼스의 괴성에 대기가 부르르 진동했다. 쟁반 같은 두 눈이 분노로 번득였다. 배부르게 먹고 편안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갑자기 숨이 막히고 뜨거워졌다. 견디다 못해 물 밖으로 뛰쳐나왔다.
물 밖은 사정이 더 나빴다. 살을 태우는 불 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이 정도는 견딜 수 있다는 자신감에 뛰쳐나왔지만, 그게 아니었다. 불타는 진흙이 피부에 눌어붙었다. 몸부림쳐도 떨어지지 않고 살을 지글지글 태웠다.
옥토퍼스는 미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백린에 탄 조직이 떨어져 나가면 그 자리에 새 살이 돋았다. 돋아난 새살을 백린이 태우고 다시 새살이 돋고……. 무한 반복되는 고통의 루프가 옥토퍼스를 분노의 불덩어리로 만들었다.
분노로 번득이는 눈에 인간이 들어왔다. 뭔가 섬뜩한 기분이 느껴지는 존재지만 무시했다. 인간은 유전자에 각인된 먹이 리스트에 올라있다. 당연히 먹어도 된다.
“나왔나!”
블랙맘바가 편타 공간을 늘렸다. 위이잉- 두들길만한 상대를 만난 락샤샤가 거칠게 울었다. 윙윙- 원심력과 가속도를 얻은 락샤샤의 크래커(편추)가 아음속에 도달했다.
스스스스- 여덟 개의 다리가 지면을 쓸었다. 덩치가 큰 만큼 100m는 지척간이다. 슈앙- 범선의 돛대를 방불케 하는 거대한 다리가 인간을 쓸었다. 진로를 가로막은 거목이 퍽퍽 터져나갔다.
“와라! 구운 문어 다리 맛 좀 보자.”
공간지각력에 문어 다리 세 개가 포착되었다. 불규칙한 궤적을 그리지만, 경로가 훤히 예상되었다. 쉬이익- 락샤샤가 사이클로이드 곡선을 타고 섬전처럼 떨어졌다.
킁- 옥토퍼스는 콧방귀를 뀌었다. 인간이 휘두르는 가느다란 다리(?)가 가소롭기 이를 데 없었다. 듬직한 다리에 힘을 잔뜩 주어서 내리쳤다. 한 방에 떡을 만들어 줄 참이다. 처걱- 내습하는 문어 다리와 쳐내는 락샤샤가 순간적으로 얽혔다.
결과는 허망했다. 지름 30cm, 길이 30m에 이르는 제일 긴 첫 번째 다리가 썽둥 잘려나갔다. 뻗었던 나머지 다리 두 개가 어마 뜨거라 하고 회수되었다. 다리가 8개나 있다고 잘리 한 개가 아프지 않은 게 아니다. 쿠르르- 고통에 찬 울부짖음이 터졌다. 거대한 주둥이가 쩍 벌어졌다.
“헛!”
파악- 블랙맘바가 진각을 밟고 몸을 퉁겼다. 신형이 20m를 순간 이동했다. 촤악- 시커먼 먹물이 방원 10m를 뒤덮었다. 물속이라면 방원 100m는 시커먼 먹물로 변했을 것이다.
치직 치직- 초목이 타들어 갔다. 바위 표면이 탁탁 튀었다. 고농도의 산성 독이다. 옥토퍼스가 연속 먹물을 뿜었다. 문어 대가리가 악어 대가리로 바뀌었지만, 먹물 뿜기 스킬은 여전했다. 블랙맘바의 신형이 추풍에 날리는 낙엽처럼 튀었다.
옥토퍼스는 먹물 공격이 별다른 효과를 못 얻자 재차 돛대 같은 다리를 뻗었다. 추르르- 다리 두 개가 공기를 가르고 채찍처럼 휘어져서 덮쳤다. 핏- 블랙맘바의 신형이 순식간에 공격 범위를 벗어났다.
옥토퍼스가 마구잡이로 긴 다리를 휘둘렀지만, 블랙맘바의 스피드를 잡기엔 역부족이었다. 아무리 막강한 위력의 공격도 상대에게 적중되지 않으면 헛방이다. 애꿎은 정글만 폐허가 되었다.
“끝장내 주지.”
블랙맘바의 눈이 번쩍했다. 전력 분석은 끝났다. 문어 키메라의 스킬은 다리로 때리고 휘감기, 산성도 먹물 뿌리기, 물어뜯기다.
‘응? 나머지 한 놈인가!’
회피에서 공격으로 전화하려던 블랙맘바가 흠칫했다. 세노테를 빠져나오는 놈이 감지되었다. 2,000℃가 넘는 불길에 늪의 물이 끓어오르고 있다. 푹 삶긴 자라탕이 되지 않으려면 뛰쳐나올 수밖에 없다.
쿠오오- 터지는 괴성에 세노테의 수증기 기둥이 출렁했다. 거대한 불덩어리가 불길과 회오리치는 수증기 구름을 뚫고 튀어나왔다. 불타는 거북이가 네 다리로 악어처럼 껑충껑충 뛰어서 늪을 벗어났다. 거북이가 느리다는 말이 전혀 해당하지 않는 놈이다.
“맙소사, 저건 또 뭐야?”
쌈디가 비명을 질렀다. 거북이는 거북인데 너무 크다. 코끼리처럼 굵은 다리가 지름 10m 넓적한 몸을 떠받치고 있다. 뱀처럼 기다란 목에 달린 대가리에 상어 이빨이 두 줄로 촘촘히 나 있다. 우르르 쾅쾅- 거북이가 땅바닥에 몸을 굴렸다. 몸에 붙은 불길을 끄려는 행위다.
“벌집을 만들어주지.”
투투투투- MAG가 불을 뿜었다. 터틀은 150m 지근거리에서 강력한 7.62mm 탄을 고스란히 덮어썼다. 결과는 뜻밖이다. 텅텅텅텅- 등갑에 착탄 된 7.62mm 탄자가 모조리 튕겨 나갔다.
“이건 사기야!”
묵직한 발사 진동을 즐기던 쌈디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키메라 아니라 키메라 할배라도 생물체가 중기관총 탄을 튕겨낼수는 없다. 보고도 믿기 힘들었다.
“니미 조또, 쉬운 게 없어.”
투투투투- 쌈디가 끝장을 보겠다는 듯 사정없이 총탄을 퍼부었다. 방탄 등갑이 관통을 막아도 타격이 만만치 않다. 터틀이 등 갑 속으로 발과 대가리를 숨겼다. 텅텅텅- 등갑 방패가 총탄을 훌륭하게 막아냈다. 200발 탄통이 순식간에 비워졌다. 창과 방패의 싸움은 창의 처참한 패배로 끝났다.
“영감, 서툰 짓 해봐야 고통만 돌아온다는 거 알지?”
쌈디가 멕피에게 눈을 부라리고는 뽁뽀기를 들고 튀어 나갔다. 멕피는 쌈디의 경고를 제대로 듣지도 못했다. 헤 벌어진 입에서 침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의 뇌는 연산을 멈춘 상태다. 42년의 세월을 살아오는 이런 황당한 장면을 보리라곤 꿈에도 몰랐다.
블랙맘바는 옥토퍼스를 상대하는 중에도 전권을 살피고 있었다. 세노테에 숨어있던 괴물이 마저 튀어나왔다. 쌈디의 전력으로 지지는 않겠지만 쉽게 상대할 놈도 아니다.
“빨리 끝내야겠군!”
푸앙- 윙윙윙- 락샤샤가 음속을 돌파했다. 중첩된 압력파에 공기가 밀려나겠다. 편영 전권이 진공으로 변했다. 회오리에 빨려들어 온 자잘한 돌과 흙, 나뭇잎과 나뭇가지가 코어를 중심으로 무섭게 휘돌았다.
쿠르르- 옥토퍼스도 만만치 않았다. 시뻘건 색으로 변한 긴 다리가 현란하게 움직였다. 작은 바위는 흡반으로 들어 올리고 큰 바위는 다리로 말아 올렸다. 쏴아아- 수백개의 바위가 우박처럼 블랙맘바를 향해 날아갔다. 대우선사의 추뢰술을 방불케 하는 스킬이다.
기상천외의 공격에 돌진하던 토네이도가 움찔했다. 꽝-꽝-꽈지직- 토네이도와 충돌한 바위가 산산이 깨져나갔다. 우르르- 토네이도의 회전이 더욱 빨라졌다. 옥토퍼스는 다리 다섯 개로 바위를 들어 올려서 투척하고 에피듐은 채찍으로 깨부수는 어이없는 싸움이 잠시 벌어졌다.
농구공 크기의 시뻘건 눈이 사방을 훑었다. 집어던질 만한 바위는 전부 집어 던졌다. 무지막지한 다리가 나무를 휘감았다. 우지직- 우지직- 아름드리나무가 뿌리째 뽑혔다. 푸아앙- 30~40m 높이의 거목 세 개를 뽑아든 옥토퍼스가 맹렬히 휘둘렀다. 옥토퍼스의 리치가 대폭 늘어났다.
“헐! 가지가지 한다.”
블랙맘바가 헛바람을 불었다. 토네이도가 빨라졌다. 빵- 빵- 빵- 굉음이 연속 울렸다. 중첩된 압력파에 갇힌 공기가 터지는 소닉 붐이다. 훗날 세인이 ‘아수라의 춤’이라 이름 붙인 토네이도가 블랙맘바를 감싸고 휘돌았다. 괴물과 아수라의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꽝- 토네이도와 옥토퍼스가 휘두르는 거목이 충돌했다. 토네이도가 거목을 잡아먹었다. 콰자작- 뿌악- 아름드리 거목이 목재 파쇄기에 투입된 원목처럼 조각조각 뜯어졌다. 파쇄물이 천지를 뒤덮었다.
문어는 영리하기로 이름난 동물이다. 세 불리를 느낀 옥토퍼스가 거대한 아가리를 딱 벌렸다. 푸확- 먹물처럼 검은 안개가 분사되었다. 쏴아아- 검은 안개가 폭장해서 촌각에 옥토퍼스를 감싸고 방원 100m를 뒤덮었다.
스스스스- 피직- 빠직- 검은 안개에 닿은 유기물이 여지없이 녹아내렸다. 연막을 쳐서 적의 시야를 가린 옥토퍼스는 상한 몸을 추슬렀다. 잘려나간 다리 세 개가 맹렬히 재생했다.
블랙맘바는 은신과 잠입의 지존이다. 역으로 말하면 은신한 적을 그만큼 쉽게 알아볼 수 있다는 소리다. 독 안개에 현혹되지 않을 스킬만도 관안, 공간지각력, 공진파, 세 개나 있다. 스킬을 발휘하지 않더라도 연막에 몸을 숨긴 옥토퍼스는 감각만으로 잡아낼 수 있다.
독 안개 따위는 에피듐의 신체에 별다른 타격을 가할 수 없다. 블랙맘바가 거침없이 연막 속으로 뛰어들었다. 결과적으로 옥토퍼스는 실수했다. 신체를 재생하기 전에 도망쳤어야 했다.
슈아앙- 토네이도가 독 안개를 헤집었다. 아니 독안개가 토네이도에 휘말려 들어갔다. 찍찍찍- 락샤샤가 벼락처럼 떨어졌다. 찍찍 소리는 채찍과 독 안개 입자가 부딪히는 소리다.
옥토퍼스는 연막이 소용없음을 알아차렸다. 뒤늦게 도주를 택했다. 긴 다리를 쭉 뻗어서 나무를 감았다. 슈악- 거대한 동체가 그네 타듯 공간 이동했다. 문어만이 가능한 놀라운 이동법이다. 슈르르- 로프를 던지듯 뻗어 나간 다리가 또 다른 나무를 감는 순간 락샤샤가 덮쳤다.
푸확- 연푸른 선혈이 확 튀어 올랐다. 재생 중이던 다리가 싹둑 잘려나갔다. 문어는 혈액에 들어있는 헤모시아닌이 산소를 운반한다. 헤모시아닌은 구리를 포함한 단백질로 산소와 결합하면 푸른 색을 띤다.
키에엑- 기성이 울리고 독안개가 재차 확 퍼졌다. 악에 받친 옥토퍼스가 도주를 포기했다. 전봇대보다 큰 다리 세 개가 토네이도를 덮쳤다.
위이잉- 토네이도가 폭장했다. 아수라의 채찍이 거침없이 휘돌았다. 처컥- 처컥- 다리가 분리되고 아가리가 분리되고 몸통이 산산이 절단되었다. 옥토퍼스의 거대한 신체가 단 2초 만에 수십 조각으로 분쇄되었다. 숙련된 주방장이 광어를 도마에 올려놓고 회쳐도 이보다는 느리다.
슈르르- 토네이도의 힘이 빠졌다. 블랙맘바가 락샤샤를 수납하는 순간 분쇄된 옥토퍼스가 철근 빼먹은 와우아파트 무너지듯 우루루 무너졌다. 인간이 도구로 만든 생명체 옥토퍼스 키메라의 최후다. 설명은 길었지만 옥토퍼스가 바위를 날리고, 독안개를 뿜어서 몸을 숨기고, 산산조각이 나기까지 채 20초가 소요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