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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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장 각자 나름의 정의가 있다 9
태고의 이투리 정글 반경 수백 미터가 초토화되었다. 바위가 깨지고 땅이 뒤집혔다. 아름드리나무가 꺾어지고 뽑히고 잘려나갔다. 시커멓게 타버린 초목과 바위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었다.
산산이 조각난 UMA(미확인 생명체) 사체에서 쏟아져 나온 피에 물든 대지가 시퍼런 형광으로 빛났다. 그 한가운데 채찍을 손에 들고 오연히 버티고 서있는 존재가 블랙맘바다. 지옥의 괴수를 때려잡은 아수라의 현신이다.
우르릉- 세노테를 뒤덮은 불 폭풍이 크게 일어났다. 쑤아아아~ 수증기가 폭발적으로 뿜어졌다. 망자의 호곡인가, 이승에 미련이 남은 자의 탄식인가! 이곳이 심연의 지옥 어비스다.
상승기류를 탄 수증기가 구름이 달 가리듯 블랙맘바를 휘돌아서 상승했다. 불꽃은 어비스의 울부짖음, 수증기 폭풍은 망자의 저주다. 그 가운데 우뚝 서 있는 자, 지옥의 주재자다.
“아바돈, 종말의 심판자 아바돈이닷!”
멕피의 입꼬리로 침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냉혈한 멕피도 옥토퍼스의 끔찍한 위용과 블랙맘바가 선보인 압도적인 위용에 얼이 빠졌다. 연산 능력을 잃은 뇌가 기억과 정보를 연계 분석하지 못하고 조작된 물상의 바닥을 끌어냈다.
아바돈은 CIA의 특수공작부 분석 반장인 마틸다가 블랙맘바에게 붙인 코드 네임이다. 멕피가 알 리 없지만, 그는 블랙맘바에게서 요한 묵시록의 추락 천사 아바돈을 보았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고 다만 악에서 구하시옵소서…….”
멕피가 성호를 긋고 주기도문을 외기 시작했다. 성당에 나가지 않은지 십 년이 지난 냉담자 멕피가 졸지에 신실한 성도로 돌아섰다. 즉물 개념의 위력이다. 신부님의 강론 백번, 희망 기도 천 번보다 눈앞에 시현된 지옥이 천 배는 효과적이다.(작가 주:카톨릭과는 관련없는 수사적 표현임)
아바돈이라면 현세 지옥을 만족스럽게 돌아보고 어둠의 날개를 펼쳐서 훌쩍 사라져야 한다. 현실의 아바돈은 거대한 옥토퍼스 대가리를 집어들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문어도 아니고 악어도 아닌 생명체,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 낸 키메라, 이놈도 유전자에 각인된 생존 본능에 따라 죽지 않으려고 몸부림쳤을 뿐이다. 아득한 고대 지성체인 콘크레투스는 생존을 위해 아드라스와 에피듐을 만들었다.
초능력자와 키메라를 만든 미국의 목적은 무엇일까? 살아있는 것은 필멸한다. 콘크레투스와 위원회가 추구하는 공통점은 탐욕이다. 콘크레투스는 에피듐의 반란으로 황혼의 세기가 앞당겨졌다. 현생 인류는 어디로 갈 것인가? 씁쓸했다.
“내가 걱정할 일이 아니지.”
블랙맘바는 상념을 털어버리고 옥토퍼스의 머리를 해체했다. 덩치가 크니 대가리도 크다. 뿌득- 뿌득- 억수갑이 아라미드 방탄복보다 질긴 두피를 종이짝처럼 뜯어냈다. 뇌를 찾으려고 대가리를 온통 헤집었지만, 정작 뇌가 보이지 않았다. 온통 아가리를 지탱하고 작동하는 질긴 근육과 힘줄뿐이다.
“역시 미물은 미물이구마.”
대가리 상부 한쪽 구석에 숨어있는 뇌를 찾았다. 인간의 30~40배나 되는 몸무게에 불구하고 뇌는 인간보다 오히려 작았다.
뇌 속에 칩이 박혀있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다. 칩을 우두둑 뜯어내서 비상 파우치에 보관했다. 보니파스에게 건네줄 선물이다.
작업을 끝내고 채 썰린 옥토퍼스 사체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신체 일부에 달라붙은 백린이 아직도 살을 태우고 있다. 구수한 냄새에 식욕이 급 당겼다. 나이트클럽 삐끼 시절에 주방 동기 녀석이 독일산 소시지나 문어 숙회를 슬쩍 빼돌려 주곤 했다. 계단참에서 묵은지에 싸먹는 문어 숙회의 맛은 일품이었다.
문어는 비싼 어종이다. 일식집에서 문어 숙회를 주문하면 눈물 날만큼 적은 양이 나온다. 물론 블랙맘바 본인 기준이다. 갈비 일 인분이 5,000g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인간이 블랙맘바다. 음식량과 관련된 그의 주장은 별로 신빙성이 없었다. 어쨌든 일식집 기준으로 옥토퍼스를 숙회로 내면 10,000인분은 충분할 듯 했다.
“흐미 아까 분 거! 일식집에 팔마 돈이 얼마고!”
블랙맘바가 한탄했다. 현신한 아바돈은 피보다 돈을 좋아하는 변태 악마였다.
쌈디는 상태가 별로 좋지 못했다. MAG를 포기하고 뽁뽀기를 들고 근접대타에 나섰지만, 막강한 방어력을 발휘하는 등갑에 막혀서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기껏 불승불패의 국면을 유지하는 중이다.
퍽- 뽁뽀기가 등갑을 찍었다. 피가 튀었지만, 피부에 생채기를 낸 수준이다. 킁- 터틀이 비웃듯 콧소리를 냈다. 슈앙- 전봇대를 방불케 하는 거대한 꼬리가 섬전처럼 날아들었다. 쌈디가 땅바닥에 쑤셔박히듯 엎어졌다.
윙- 꼬리가 스쳐 갔다. 풍압이 두피에 달라붙은 곱슬머리를 끌고 올라갔다. 꽝- 꼬리에 맞은 바위가 폭죽처럼 터졌다. 무지막지한 파워다. 한 방 맞으면 척추가 부러지고 남을 위력이다.
공격을 피했다고 방심할 수 없다. 팽이처럼 굴러서 위치 이탈했다. 꽝- 스쳐 지나간 꼬리가 수직으로 땅을 때렸다. 바위가 깨지고 흙먼지가 자욱이 흩날렸다. 동작이 느린 반면 무지막지한 가오리 꼬리와 스프링처럼 튀어나오는 상어 아가리는 섬전이다.
“미치겠네!”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다. 자신이 상대하기에 상성이 좋지 않았다. 파악- 퉁기듯이 일어난 쌈디가 십여 미터를 도약했다. 연계 공격이 끝나고 측면이 비는 지금이 기회다.
위잉- 섬광이 터틀의 목을 향해 떨어졌다. 무기와 육체, 정신이 합일된 일격필살의 한 수다. 꽈웅- 등갑 속에서 상어 대가리가 아가리를 딱 벌리고 굉음을 토했다. 대기가 아지랑이처럼 흔들렸다. 문제는 소리가 아니라 공기를 매질로 전달되는 압축 음파다.
“컥!”
번갯불처럼 내리꽂히던 쌈디가 흠칫하며 자세가 흔들렸다. 음파에 평형기관이 타격받았다. 텅- 스피드를 잃은 뽁뽀기가 등갑을 찍었다. 7.62mm 탄을 튕겨낸 등갑이 속도를 잃은 뽁뽀기에 찢어질 리 만무다. 뽁뽀기가 힘없이 튕겨 나왔다.
바로 이것이다. 터틀의 음파 공격이 고전하는 원인이다. 전력을 다한 공격을 할 때면 놈이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음파를 날렸다.
쌈디가 휘청휘청 물러났다. 뒤죽박죽된 뇌가 급속히 제자리를 찾았다. 쌈디의 피지컬 재생력도 만만치 않다. 쿠아아- 기회를 잡은 터틀의 머리가 스프링처럼 튀어나왔다. 파앗- 쌈디가 훌쩍 뛰어서 등갑에 올라탔다.
딱- 팔뚝만큼이나 큰 이빨이 간발의 차로 표적을 놓쳤다. 쌈디는 터틀의 방어막을 뚫지 못하고, 터틀은 쌈디의 스피드를 따라잡지 못했다. 십여 미터나 튀어나왔던 머리가 잽싸게 등갑 속으로 숨었다. 윙- 꼬리가 등에 앉은 날파리를 휩쓸었다.
“빌어먹을!”
매번 이런 식이다. 기회를 잡아도 음파 공격에 말려서 치명타를 먹이지 못했다. 공격은 변죽만 울리고 끝난다.
“아차, 꼬리!”
화들짝 놀란 쌈디가 사마귀 만난 메뚜기처럼 튀었다. 윙- 전봇대 크기의 꼬리가 살벌한 파공성을 울리며 스쳐 갔다.
“끅!”
쌈디가 비명을 질렀다. 물소 뿔에 받힌 사자처럼 공중에서 텀블링했다. 터틀 꼬리는 가오리 꼬리와 흡사하다. 말단부에 팔뚝 굵기의 골침이 박혀있다. 하필 엉덩이가 갈라진 중앙부를 골침에 찔렸다.
똥침을 당한 쌈디가 균형을 잃고 땅바닥에 철퍼덕 떨어졌다. 자신도 모르게 엉덩이에 손이 갔다. 척척했다. 입술을 중늙은이게 뺏기고, 항문은 거북이에 내주었다. 붉은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고통도 고통이지만 체면이 말이 아니다. 느려터진 거북이에게 똥침을 당했으니 누가 알까 두려웠다.
윙- 원심력을 한껏 받은 꼬리가 재차 들이닥쳤다. 쌈디는 약이 바짝 올랐다.
“니미 조또, 너 죽고 나 죽자.”
슈앙- 뽁뽀기가 날아드는 꼬리를 마중 나갔다. 꽝- 쌈디가 배트에 맞은 야구공처럼 튕겨 나갔다. 중량 차이가 워낙 컸다. 우직- 와수수- 뿌악- 온갖 소음이 울렸다. 나무가 뭉텅 부러지고, 가시덤불이 밀리고, 수백년 버텨온 소철도 뿌리뽑혔다. 여력을 감당못한 쌈디가 데굴데굴 굴러갔다.
“웍!”
인간이라면 압력에 복부가 파열되었겠지만, 쌈디는 아크 좀비다. 언제 당했느냐는 듯이 벌떡 일어났다. 곱슬머리가 뻣뻣이 일어서고 눈에서 흉광이 번득였다. 살기가 제대로 발동했다.
“물러나!”
슈앙- 블랙맘바가 들이닥쳤다. 어물거리다간 CIA의 공중 정찰에 포착된다. 쿠우우- 새로운 적이 나타나자 터틀이 고개를 돌렸다. 꽈웅- 대기가 아지랑이처럼 흔들렸다. 응앵가의 괴물이 선보였던 음파 공격이다. 둥근 원이 중첩되어 날아오는 심상이 그려졌다.
“하압!”
사자후가 터졌다. 공진파가 실린 음파가 대기를 우르릉 흔들었다. 깜둥이의 스킬을 흉내 낸 짝퉁 음파가 터틀의 음파와 충돌했다. 콰우우- 대기가 거센 와류를 일으켰다.
슈앙- 락샤샤가 사이클로이드 곡선을 타고 벼락같이 떨어졌다. 심상치 않은 기색을 느낀 터틀이 사지와 머리를 등갑 속으로 숨겼다. 파악- 등갑이 쩍 갈라졌다. 콰우우- 고통에 겨운 울부짖음이 터졌다. 윙- 거대한 꼬리가 날아들었다. 슈앙- 락샤샤가 방향을 틀었다. 꽝- 강화된 생체병기의 꼬리와 지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로 만들어진 락샤샤가 충돌했다. 충격파가 우르르 퍼져나갔다.
쿠와와- 지금까지와 다른 비명이 터졌다. 꼬리 말단에 달린 골침 세 개가 몽땅 떨어져 나갔다. 위이잉- 락샤샤가 회오리를 일으켰다. 윙윙윙- 편영이 중첩되었다. 아음속에 이르자 뿌연 편막이 형성되었다.
얻어맞고 기분 좋을 놈은 없다. 분노한 터틀이 돌진했다. 덩치로 깔아뭉갤 심산이다. 거북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더니, 철갑을 덮어쓴 5톤에 이르는 덩치가 산사태처럼 덮쳤다.
“어이가 없군!”
무식한 공격에 한숨이 나왔다. 블랙맘바가 슬쩍 몸을 띄웠다. 꼬리가 창처럼 일직선으로 날아왔다. 거북이도 머리를 쓸 줄 안다. 툭- 블랙맘바의 신형이 허공에 받침대라도 있는 양 솟구쳤다. 슈앙- 락샤샤가 역 타원 궤도를 타고 떨어졌다. 꽈웅- 터틀이 음파 공격을 가했다. 원반처럼 압축된 음파가 줄줄이 밀려갔다.
“하압!”
푸왕- 음파와 음파가 충돌했다. 꼬리와 락샤샤가 얽혔다. 음속을 돌파한 락샤샤는 세상에서 가장 예리한 칼날이다. 삽뿍- 길이 15m에 달하는 꼬리 중간이 싹둑 잘려나갔다. 쿠와와- 터틀이 몸부림쳤다. 선혈이 소낙비처럼 흩뿌려졌다.
“하압!”
블랙맘바가 공진파로 역공했다. 공기를 압축해서 놈의 귓바퀴에 집어넣고 폭발시켰다. 물리력이 그리 강하지 않지만, 귀속에서 터지면 상황이 달라진다.
퀘에엑- 터틀이 펄쩍 뛰었다. 툭 튀어나온 눈이 빠져나올 듯이 커지고 콧구멍에서 피가 줄줄 새어나왔다. 껍데기가 단단하다고 속까지 단단하지는 않았다. 터들이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다.
블랙맘바는 송양지인이 아니다. 속전속결이 특기다. 터틀이 일시지간 무방비 상태에 빠진 실낱같은 틈을 비집고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바바바박- 락샤샤가 초당 10회의 속도로 터틀을 난타했다. 등갑이 갈라지고 붉은 피가 분수처럼 튀었지만, 결정타로는 부족했다. 터틀의 등갑은 허니콤 복층 조직으로 두께가 500mm에 달하고 강도는 티타늄 합금에 필적한다. 블랙맘바는 중전차의 전면 장갑을 두드리는 셈이다.
51구역이 물속에서도 비교적 느린 거북을 키메라로 제작한 이유를 알만했다. 막강한 방어력 때문이다. 강철과 바위를 절단하는 락샤샤도 등갑을 절단하지 못했다.
“안 되면 될 때까지 두들겨 주지.”
바위도 물방울에 뚫린다. 블랙맘바 주특기인 팬 곳에 또 패기 신공이 발휘되었다. 퍽퍽퍽- 섬광이 등갑 중앙부에 집중적으로 떨어졌다. 터틀은 졸지에 무치시바리아게 삼 단계 희생물이 되었다. 찢어지고 부서진 생체 조직이 폭죽처럼 튀었다.
터틀은 스피드를 희생해서 방어력을 높인 키메라다. 잘린 꼬리를 휘두르고 긴 목을 뽑아서 가증스러운 공격자를 물어뜯으려고 악을 썼지만, 움직임을 빤히 읽고 있는 블랙맘바의 신형을 잡기엔 턱도 없었다.
매에 장사 없다. 기어이 등갑이 뚫렸다. 푸왁- 선혈이 분수처럼 솟구쳤다. 꽈우우- 터틀이 고통에 겨운 비명을 질렀다. 비명 속에 분노와 슬픔이 섞였다. 블랙맘바가 흠칫했다. 자신이 악당이 된 기분이 들었다.
“너는 뒈졌어!”
기회를 엿보던 쌈디가 펄쩍 뛰어서 등에 올라탔다. 음파 공격이 무력화되고 등갑이 뚫린 이상 거칠 것 없다. 쌈디는 집요하고 잔인했다. 똥침을 당했으니 화가 날만도 했다.
뽁뽀기는 기본적으로 삽이다. 쌈디는 참호를 파듯이 삽으로 연약한 속살을 사정없이 파냈다. 삽질할 때마다 축구공 크기의 속살이 뚝뚝 떨어져 나왔다.
터틀이 몸부림쳤지만, 말파리처럼 딱 달라붙어서 삽질을 계속했다. 삽질이 얼마나 빠른지 터틀의 신체 재생 속도가 따라가지 못했다. 락샤샤가 뚫어놓은 상처가 맨홀 크기로 확장되었다.
“에이그, 독한 놈!”
블랙맘바는 전권을 슬쩍 벗어났다. 터틀이 구르든 말든 떨어지지 않는 쌈디가 말파리 유충으로 보였다. 아프리카에 온갖 독충과 기생충이 버글거리지만, 말파리처럼 성충과 유충이 똑같이 나쁜 놈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