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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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장 각자 나름의 정의가 있다 10(수정)
동아프리카의 말파리는 성충이나 유충이나 똑같이 피를 빨고 전염병을 매개한다. 차이는 피부 밖에서 공격하느냐 피부 안쪽에서 공격하느냐다. 말파리, 체체파리, 미찌유르는 동아프리카의 악명높은 파리 삼인방이다.
말파리는 덩치가 크고, 물리면 펄쩍 뛸 만큼 아프다. 발각당하기 쉽고, 피해 동물의 역습을 받아 비명횡사하는 경우도 많다. 혐오 생물, 백안시되는 생물일수록 진화에 따른 생존 전술을 기가 막히게 구사하는 사례가 많다.
쉬파리는 폭격기가 융단폭격하듯 비행하면서 동물 사체에 알을 주르륵 싸지르고 날아간다. 말파리는 대리모를 활용해서 살아있는 동물의 몸에 알을 낳는다. 모든 기생충이 그렇듯이 대리모의 동의는 받지 않는다.
말파리는 모파니 같은 작은 파리를 잡아서 몸속에 자신의 알을 까놓는다. 모파니가 포유류와 접촉하면 체온을 받은 말파리 알이 부화한다.
모파니의 몸을 뚫고 나온 유충은 호흡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감지해서 동물의 피부를 파고든다. 유충은 갈고리를 살 속에 단단히 박고 신 나게 살을 파먹고 피를 빨아먹는다. 유충 자체도 끔찍하지만, 2차 세균 감염이 생기면 치명적이다.
셰익스피어가 순수와 잔인은 통한다고 했던가? 쌈디가 삽으로 터틀의 등을 파고들어 가는 모습이 딱 말파리 유충이다. 쌈디의 기분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지만, 키메라도 생물체다. 순진한 쌈디가 연출하는 그로테스크한 장면에 속이 메슥거렸다.
쿠오오- 악에 받친 터틀이 머리를 쳐들고 포효했다. 화악- 압축된 공기가 폭발했다. 캐노피에 서식하던 수많은 곤충과 동물이 우박처럼 떨어졌다. 신 나게 참호를 파던 쌈디가 화들짝 놀랐다. 좀비도 독충에 쏘이고 물리면 아프다. 부아앙- 뽁뽀기로 광풍을 일으켜서 떨어지는 벌레를 쓸어냈다.
기회를 잡은 터틀이 무리수를 두었다. 슈악- 등갑 속에서 튀어나온 상어 대가리가 쌈디를 덮쳤다. 60개의 이빨이 두 줄로 박힌 아가리는 무서운 무기지만, 길게 뽑아낸 목은 최대의 약점이다. 놀란 쌈디가 펄쩍 뛰었다.
터틀의 꼼수는 무지막지한 상대에게 통하지 않았다. 블랙맘바가 기회를 놓칠 리 없다. 쉭- 기회를 노리며 허공에서 노닐던 락샤샤가 벼락 치듯 떨어졌다. 퍽- 휩이 한 아름이 넘는 목을 통과했다. 터틀의 움직임이 순간적으로 딱 멈추었다.
터틀의 아름드리 목에 붉은 실금이 그어졌다. 거대한 대가리가 목과 어긋나더니 스르르 미끄러졌다. 툭- 대가리가 땅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푸확- 선혈이 소방호스 물줄기처럼 솟았다.
콰콰콰콰- 머리를 잃은 동체가 몸부림쳤다. 거대한 동체에 부딪힌 나무가 힘없이 부러지고 바위가 튕겨 나갔다. 키메라인들 머리를 잃고 살 수는 없다. 그럼에도 난동이 멈출 줄 몰랐다. 쉐액- 락샤샤가 섬전처럼 뻗었다. 퍽- 크래커가 심장을 파고들었다
“파!”
락샤샤를 타고 전달된 공진파가 심장을 박살 냈다. 푸악- 락샤샤가 빠져나간 구멍으로 선혈이 물총처럼 뿜어나왔다. 쿵- 발광하던 동체가 축 늘어졌다.
싸움은 거칠었지만 짧고 급작스럽게 끝났다. 맹수의 싸움은 대개 그렇다. 초식동물의 싸움은 온종일 지속하기도 하지만, 치명적인 이빨과 발톱을 가진 대형 고양잇과 동물의 싸움은 순식간에 끝난다.
급작스럽게 정적이 찾아왔다. 새소리, 원숭이 소리조차 사라졌다. 만장하는 살기와 폭출하는 공기 유동에 놀란 벌레까지 사라져버렸다. 토네이도가 몰아치고 괴성과 섬뜩한 파육음이 난무하던 늪지대는 언제 그랬냐는 듯 깊은 침묵 속으로 끌려들어 갔다. 세노테의 불길만이 기세를 잃지 않고 웅웅거렸다.
쌈디가 득달같이 달려들어서 대가리를 조각조각 뜯어냈다. 칩을 회수한 쌈디가 득의의 미소를 지었다. 고생했지만 대형 괴물을 상대할 방법을 대충 찾았다. 한 번의 생사투가 백번의 대타보다 낫다는 주인의 말이 역시 옳았다.
블랙맘바는 옥토퍼스와 터틀의 사체를 앞에 두고 고민에 빠졌다. 키메라를 DGSE에 넘겨주느냐 마느냐다. 갈등은 오래가지 않았다. 결론은 아니다였다. 밥값을 제대로 하려면 사체를 넘겨줘야 하지만, DGSE가 통제하기에 지나치게 충격적인 물건이다. 키메라가 외부로 나가면 세상의 이목이 쏠리고 자신의 행적이 드러날 위험성이 높아진다. 겁날 거야 없지만 번거로움은 딱 질색이다.
“쌈디야, 전부 불구덩이에 처넣어라.”
“알았다.”
쌈디가 터틀의 꼬리를 잡아끌었다. 4~5m를 끌고는 난감한 얼굴로 블랙맘바를 쳐다보았다. 천하의 쌈디도 5톤이 넘는 터틀의 사체를 수백 미터 이동하기엔 무리다. 터틀의 등갑은 500mm 두께로 티타늄 강도를 자랑한다. 쌈디가 뽁뽀기로 자르기엔 무리다.
블랙맘바는 억수갑으로 찢어발기거나 락샤샤로 두들겨서 산산조각낼 수 있지만, 모양도 빠지고 시간도 걸린다. 블랙맘바가 품속에서 발사라를 꺼냈다. 발사라는 물체를 분자 단위로 해체한다. 기관총탄도 뚫지 못한 등갑이 소리 없이 잘렸다.
슈앙- 등갑을 열십자로 갈라놓은 자리에 락샤샤가 떨어졌다. 잘린 홈을 파고든 락샤샤가 터틀을 간단히 절단했다. 석산에서 돌을 채취할 때 사용하는 방법에서 힌트를 얻었다. 한때 착암기로 바위에 구멍을 뚫는 아르바이트를 한 적도 있다. 무엇이든 배워두면 직·간접적으로 쓰일 때가 있는법이다.
쌈디는 터틀과 옥토퍼스 사체를 발톱 한 개 남기지 않고 세노테에 처넣었다. 새로운 연소 재료를 맞은 불길이 거세게 타올랐다. 네이팜탄이 폭발 3분 후 키메라가 튀어나왔다. 옥토퍼스와 터틀 제압에 5분 소요되었다. 네이팜 불길이 적어도 5분 이상 지속한다. 1,200℃ 고열에 5분 이상 노출되면 어떤 유기물도 숯으로 변한다.
강력한 불 폭풍에 세노테의 물은 반 이상 졸아들었지만, 이미 구름이 몰려들고 있다. 폭우가 쏟아지면 순식간에 늪이 차오른다. 지상에 남겨진 흔적도 폭우가 쓸고 가버린다. 묵사발 난 초목도 일주일이면 흔적이 사라진다. 이투리 정글은 그런 곳이다.
16시 10분,
쉐도우 팀을 지우고 키메라를 정리하기까지 딱 한 시간 걸렸다. 보니파스의 정보에 의하면, 60분 후 드레곤 레이디가 이투리 상공을 지나간다. 물론 ‘이상 없음’이란 사진 정보를 전송할 것이다.
무전기로 가젤을 호출했다. 10분 후 이륙을 지시하고 쌈디가 마련해준 바위에 엉덩이를 내려놓았다. 담발라 캠프에 대기 중인 가젤은 20분 뒤에 도착한다. 20분이면 멕피와 화기애매한 대화를 나누기에 충분하고 남은 40분이면 부니아에 빠듯이 도착한다.
멕피는 림발리 고사목에 등을 기대고 다리를 쭉 뻗은 편안한 자세다. 시선은 불길이 사그라지는 세노테에 박혀있었지만, 초점은 또렷하지 않았다. 마치 세노테 너머에 존재하는 다른 차원을 들여다보기라도 하는 눈길이다.
“멕피, 왜 도망가지 않았나? 발목뼈 골절이야 별것 아닐 텐데.”
“후우, 도망칠 수 있었으면 도망쳤겠지. 본토로 워프하지 않는 이상 당신 손아귀에서 벗어날 자신이 없었소.”
고저 없는 물음에 멕피의 눈이 초점을 찾았다. 환상의 세계에서 현실 세계로 강제 소환당한 회피성 인격장애인의 눈빛이다.
“현명해졌군. 일과도 끝났으니 대화를 시작해 볼까.”
멕피의 눈빛이 살아나다가 다시 멍해졌다. 일과? 첨단 장비로 무장한 막강한 쉐도우를 지우고 메카닉 혼터 빌리를 때려잡고, 그렌델 두 개체를 흔적까지 지워버린 행동이 일과한 말인가?
“내가 당신을 왜 공격했는지 궁금하지?”
멕피는 속이 썩어 문드러졌다. 진짜 궁금했다. 그런데 그걸 묻는 상판대기가 부하를 산산조각낸 장본인이다.
“적대세력 간에 별다른 이유가 있겠소? 적은 분쇄해야 할 대상일 뿐이지.”
멕피가 심드렁하니 반문했다.
“적대세력? 후후후!”
블랙맘바가 툴툴 웃었다.
“아직 적대 세력이라 할 것까지야 없지. 나는 당신들이 페니스로 밤송이를 까든 눈알을 뽑아서 당구를 치든 관심 없다. 써펀드는 늪에 끌려들어 간 내 동료를 구하려고 죽였다. 당신이 공격당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내 안내인을 죽였기 때문이다.
“안내인?”
뜬금없는 소리에 멕피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안내인이란 단어와 공격 사이에 존재해야 할 관계가 언 듯 떠오르지 않았다.
“혹시 나무 위에서 권총을 쏘던 그 흑인?”
“그렇다. 올룸보는 내 동료였고, 나는 동료의 복수를 했다.”
“으윽, 하잖은 검둥이 한 놈 때문에 이런 엄청난 불장난을 했단 말이오?”
멕피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검둥이 한 놈? 피부색과 동료가 무슨 관계있나?”
“아프리카 검둥이는 고릴라나 침팬지와 다를 바 없소. 저열하고 열등한 검둥이를 어떻게 쉐도우 요원의 가치와 비교할 수 있단 말이오.”
“당신은 당신 엄마가 흑인이래도 깜둥이라고 말할 수 있나?
“그것도 이것은 다른 문제지 않소?”
“아니 같다. 그런 시각으로 말한다면 내 눈엔 당신이 벌레로 보인다. 내 말에 동의하나?”
“……”
정곡을 찔린 멕피는 순간적으로 대꾸할 말을 잃었다. 눈앞의 존재는 헤라클레스급이다. 쉐도우와 아프리카 흑인의 간극이 십리하면 눈앞의 존재와 자신의 간극은 천 리다.
“혹시 루이스 중위의 팀도 당신이 지웠소?”
“그건 아니야. 루이스가 이끄는 쉐도우팀은 무리하게 강을 건너다가 하마와 악어의 습격을 받았다.”
“야수에 습격당하는 인간을 보고만 있었단 말이오.”
멕피가 버럭 소리 질렀다.
“이거 왜 이러나? 나는 내 동료를 죽이겠다고 추적하는 인간을 구해줄 만큼 얼빠진 인간이 아니다. 이투리는 공중도덕을 배우는 학교가 아니고, 쉐도우는 보이스카우트가 아니야.”
“그 그래도 인간이 그럴 수는 없소.”
“내 팔 내가 흔들어서 살아간다. 내가 당신 허락받아가며 살아갈 이유가 있나?”
‘더러운 인간, 말이나 못하면…….’
멕피는 말문이 턱 막혔다. 당연한 이야기다. 루이스팀은 불청객을 지우려고 추적했다. 우연이든 고의든 구해줄 이유가 없다. 당연한 반응이지만 억장이 무너졌다.
깜둥이 한 놈 때문에 쉐도우가 전멸당하고 혼터와 그렌델도 소멸당했다. 과해도 너무 과했다. 이런 인간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억지로 일으켜 세워둔 정신 방벽이 탁 풀어졌다. 굳건하니 지켜온 신조와 가치가 빛을 잃었다.
“당신과 인종 문제를 토론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 몇 가지만 물어보겠다.”“휴우, 국가 기밀 외에는 내가 아는 것은 다 말하겠소.”
멕피가 땅이 꺼지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런 인간에게 개개 봐야 의미 없다. 세상이 갑자기 싫어졌다.
“갑자기 고분고분해진 이유가 있겠지?”
“허무해졌소. 평생 죄책감과 환청에 시달릴 텐데, 부하를 몽땅 잃고 나 혼자 살면 뭣하겠소. 아니 그것보다 당신이란 존재가 야기한 회의감 때문이오. 나는 나 자신이 대단한 인간이라는 자부심으로 살아왔소. 조금 전에 내가 하잖은 인간,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임을 깨달았소. 세상은 어차피 약육강식의 먹이 사슬에 의해 지탱되고 있소. 당신은 세상을 불사를 아바돈이오. 저 친구도 아바돈의 시종쯤은 되고 말이오. 인간은 개미가 크든 작든, 색깔이 검든 희든, 힘이 세 든 말든 신경 쓰지 않소. 신에 필적하는 존재가 설치는 세상에 나같은 미미한 존재가 턱을 치켜들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소.”
멕피가 자신의 심경을 한탄하듯이 주저리주저리 내뱉었다. 블랙맘바가 멕피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허탈한 심정을 알만했다. 멕피는 스스로의 힘과 능력을 과신하는 무력 신봉자다. 그는 압도적인 무력에 가치관이 일시 붕괴한 상태다.
“이해한다. 나는 당신의 자아를 박탈해서 내가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내 말이 믿어지나?”
“믿는다. 나는 그것보다 프레데터 두 마리의 죽음이 더 놀랍소.”
“서로 피곤해질 이유가 사라졌군. 성실히 답해주면 고통 없이 보내주겠다.”
“그전에 한 가지만 대답해 주시오. 당신은 도대체 누구요? 국적은 어디요? 당신 목적은 무엇이오? 아니 인간이요 외계인이요?”
“풋! 이 양반이 한가지 묻는다더니 몇 가지를 묻는 거야. 곧 죽을 몸인데 그건 알아서 뭐해?”
쌈디가 피식 웃었다. 루이스란 인간도 곧 죽을 상황에서 주인의 정체를 알고 싶어 하더니 이 인간은 한술 더 뜨고 있다.
“그래서 인간이오. 내가 십 분 후 죽으나 십 년 후 죽으나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소. 곧 죽을 인간의 소원 한가지 정도야 들어줄 수 있지 않소?”
멕피의 표정이 침울해졌다.
“나는 동방불패, 한국인이다.”
“동방불패! 광오하지만, 당신에게 어울리는 이름이요. CIA 특수공작부에서 프랑스의 초특급 컨설턴트에 대해 들은 적이 있소. 차드 프롤리나트 반군의 괴멸과 리비아 퇴각, 카파루자 계곡의 지진 붕괴, 시리아 아사드의 헛발질이 그와 관련 있다더군. 전혀 믿지 않았는데 이제 믿게 되었소. 가만, 한국인? 한국인이라 했소?”
블랙맘바는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 멕피를 쏘아보았다. 표정은 무덤덤한 했지만, 눈에서 시퍼런 섬광이 번쩍 튀었다.
“윽!”
멕피가 얼른 눈길을 돌렸다. 섬광탄에 당한 듯 눈앞이 하얗게 변했다.
“닥쳐, 당신 질문은 끝났다. 첫째 질문이다. 유전자 변형 괴물의 생산은 미국 정부 차원인가? 모종의 목적을 가진 정부 내 특정 조직이 진행하는 비밀 프로젝트인가?”
“나 같은 인간이 대답할 수준이 아니다. 아메리카합중국의 정부체계를 잘 아는 당신이 질문치곤 어리석다. 외부에서 볼 때 아메리카합중국의 방대한 정부기관이 방만하게 운영되는 듯 보이겠지만, 견제와 균형을 이루며 일체적으로 움직인다.”
멕피는 직접적인 대답을 피했다. 블랙맘바는 만족했다. 결국, 정부 차원의 프로젝트로 키메라를 생산한다는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