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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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장 각자 나름의 정의가 있다 11
“당분간 시끄럽지는 않겠군.”
블랙맘바가 중얼거렸다. 미국은 다원화된 사회다. 백악관이 MK 프로젝트의 주체라면 프레데터가 사용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반대파 정치인, 언론, 종교단체, 시민단체 등의 공공 제동 장치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특정 매파 정치인과 군산복합체의 야합 세력이 프레데터의 배후일 경우다. 힘을 가진 자는 당연히 힘을 쓰고 싶어한다. 윤리와 도덕을 밥 말아먹은 집단이 고기잡이를 도와주려고 써펀드, 옥토퍼스, 터틀을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프레데터는 현존 무기체계와 비교를 불허하는 비대칭 전력이다. 경제적 이익을 얻거나 권력을 장악할 목적으로 투입되면 엄청난 혼란이 발생한다.
콜네임 블랙맘바는 프랑스 정부와 연간 2회의 컨설팅 계약이 맺어져 있다. 보니파스는 프레데터가 설치면 당장 콜네임 카드를 만지작거릴 인간이다. 어거지로 계약을 파기하지 않는 이상 길고 지루한 싸움에 말려들게 된다.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소크라테스 프로젝트에 대해서 알고 있나?”
“처음 듣는다. 나는 위원회의 지시에 따라 움직인다.”
“그렇군!”
쿨하게 인정했다. 처음부터 멕피가 고급 정보를 알고 있으리라곤 기대하지 않았다. 단편적인 정보와 외곽 정보를 모아서 퍼즐을 짜 맞추는 작업은 자신의 몫이다.
“51구역의 위치는?”
“51구역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도 모른다.”
“무슨 소리야?”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뜻이다. 51구역이라 불리는 이유는 50개 주와 컬럼비아 특별구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흐흐, 그럴 듯하군. 네바다 사막의 공군기지 부근에 있다는 소문이 있던데.”
블랙맘바가 슬쩍 찔렀다. DGSE에서 좌표까지 확인했다.
“워싱턴 DC에도 있다. 네바다 주에 없겠나.”
멕피가 심드렁하니 대답했다. 51구역과 관련해서 떠도는 루머의 99%가 헛소리다. 51구역은 한마디로 아메리카의 미래를 대비하는 조직이다. 좁게 말하면 장래 먹거리를 준비하는 정부출연 연구소다. 제대로 아는 바도 없지만, 군인으로서 국가 기밀을 누설할 수도 없다.
멕피가 은근슬쩍 눙쳤지만, 블랙맘바는 그냥 넘어갔다. 51구역에 대해서는 자신이 더 많이 안다. 주리를 틀어봐야 똥밖에 나오지 않는다. 멕피는 강골 군인이다. 혼터가올룸보를 죽였지만, 한마디도 변명하지 않았다. 작전 책임자로서 임무 수행을 했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태도다. 변덕이긴 하지만, 내 의지가 중요하면 타인의 의지도 중요하다.
“이투리에 진입한 또 다른 특수군이 있나?”
“없다.”
“프레데터라 했던가? 프레데터에는 또 어떤 종류가 있나?”
“나도 자세히는 모른다. 스티브와 CIA 연구원들에게서 들은 단편적인 내용이 전부다. 실물은 이곳에서 처음으로 목격했다. 프레데터는 혼터와 그렌델의 두 종류가 있다. 혼터는 초능력 생체병기다. 사이킥 혼터는 사이킥 파워를 발휘하는 정신 능력자. 메카닉 혼터는 인공 근육과 경량 유압식 스텐스를 부착한 기계적 능력자다. 저 친구가 목을 날려버린 빌리가 메카닉 혼터다. 그렌델은 유전자 변형 생체병기로 휴먼형과 야수형이 있다. 당신이 이곳에서 죽인 세 개체는 모두 야수형 그렌델이다.”
“흠, 응앵가에서 죽인 놈들이 휴먼형 그렌델인 모양이군. 사이킥 혼터만 빼고 상견례를 마쳤군.”
블랙맘바가 중얼거렸다. 응앵가 키메라는 고릴라와 침팬지를 인간과 합성한 형태였다. 야수형보다 똑똑한 편이지만 피지컬은 떨어졌다.
부두교 제사장은 루스루훼라는 불사의 괴물을 만들고, 51구역은 혼터와 그렌델이란 괴물을 만들었다. 그러고 보면 진정한 괴물은 인간이다.
루스루훼든 프레데터든 핵심은 질긴 생명력이다. 죽음을 생리학적으로 풀이하면 심장이 정지하고 혈액 공급을 받지 못한 신체 각 부위의 활동이 정지하는 현상이다.
뇌 과학자 기즈 박사는 뇌의 생존 포기가 생명체의 죽음이라는 새로운 학설을 내놓았다. 기즈의 학설에 의하면 죽음은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신체가 치명적인 데미지를 입는다 -> 통증이 신경을 통해서 쉴 틈 없이 뇌에 전달된다 ->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한 뇌가 생존을 포기한다 -> 치명적인 물질을 심장에 전달한다 -> 심장이 정지된다.
말하자면 뇌가 전달한 독을 먹고 심장이 정지한다는 학설이다. 역으로 말하면 뇌가 명령을 내리지 못하면 심장은 계속 뛴다는 이야기가 된다.
찰나의 순간에 목이 잘린 거북이 키메라는 심장과 근육이 계속 활동했다. 그대로 두었으면 온종일 난동을 부렸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경험에 의하면 인간도 비슷한 행태를 보였다.
치명상을 당한 인간들은 전부 조용히(?) 죽었다. 유독 부지불식간에 목이 잘린 인간은 진행 중인 동작을 계속하는 경우가 많았다. 뛰어가던 사람은 계속 뛰어가고, 주먹을 휘두르던 사람은 계속 휘둘렀다. 머리가 없어도 심장이 살아있으면 무의미한 움직임은 계속되었다.
머리 잘린 닭이 2년이나 살았다는 생생한 기록도 있다. 1945년 미국 덴버의 한 농가에서 있었던 마이크라는 닭의 이야기다. 농장주는 스포이드로 물과 먹이를 마이크의 식도에 직접 투입해주었고, 마이크는 다른 닭들과 별다른 어려움 없이 어울렸다고 한다.
닭을 잡을 때는 피를 빼기 위해 목을 자른다. 거세게 퍼드덕거리는 닭을 놓치기라도 하면 머리 없는 닭이 마당을 질주하는 그로테스크한 장면을 보게 된다. 머리가 나쁜 탓에 목이 잘렸다는 인식을 못 했기 때문이다.
쌈디가 혼터의 목을 자르기 전에 죽음의 공포를 느끼도록 메시지를 계속 보냈으면 어땠을까? 목이 잘리는 순간 뇌가 생존 포기를 선언하고 심장을 멈추게 하지 않았을까? 너무 성급하게 죽여버렸나?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뱅뱅 돌았다.
‘아이구 모르겠다.’
머리를 흔들었다. 키메라 터틀은 특수한 경우다. 목에서 쏟아져 나온 겔성 액체가 경동맥의 출혈을 막았기에 날뛸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는 기껏해야 10~20초 생명이 연장된다. 과학자들에게나 중요하지 군인에게는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지금은 얼른 정리하고 튀어야 할 시점이다.
“응앵가에서 이미 휴먼형 그렌델을 죽였다고? 이럴 수가! 당신은 진정 아바돈인가?”
블랙맘바의 혼잣말을 들은 멕피가 깜짝 놀랐다.
“아바돈 같은 소리 하네. 사하라에서 조우한 그렌델은 인간과 유인원이 혼합된 형태였다. 야수형 그렌델은 그렇다 쳐도 휴먼형은 인간의 유전자를 조작해서 괴물을 만들었다는 소리다. 종교적 관점을 말할 것도 없고 윤리적으로 지탄받아 마땅한 인체 실험이 행해졌다. 당신은 이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손발이 없고 입만 살아있는 자들이 윤리와 도덕, 인권을 떠든다. 정보와 판단 능력이 부족한 우중(愚衆)이 이들의 충실한 손발이 되어주기에 목소리가 커진다. 윤리와 도덕은 상대적이다. 시대와 장소에 따라 변한다. 불변의 정의는 힘이다. 이것만은 변하지 않는 명제다.”
“힘이 정의라~ 그것참 통쾌한 결론이군.”
블랙맘바가 이죽거렸다. 동의하기 싫지만 반박하기도 어려운 소리다. 한국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면 키메라를 만들 수 있을까? 엄두도 못 낸다. 힘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 눈치를 보느라 미사일도 만들지 못하는데 키메라는 언감생심이다.
키메라를 만들려면 인간의 폴리펩타이드에 유인원의 폴리펩타이드를 끼워 넣어 유의미한 형질을 발현시켜야 한다. 인간과 유인원의 염기서열이 같더라도 이종 생물체 간에는 아미노산 지정이 틀어진다. 폴리펩타이드가 단순한 아미노산 덩어리가 된다는 의미다.
제대로 번역되려면 목표로 하는 유전자를 삽입할 때 폴리펩타이드의 단백질화에 관여하는 효소의 유전자까지 같이 집어넣어야 한다. 설사 효소 유전자까지 해결했다 치자. 장구한 세월 동안 바이러스의 침공에 시달린 세포가 멍청히 당하고 있을 리 없다.
바이러스는 단일 가닥의 RNA 혹은 DNA 형태로 생물체의 세포에 침입한다. 침입한 바이러스는 ssRNA, ssDNA (ss=single strand, 단일 가닥)로 숙주의 효소와 리보솜을 빌려서 자신의 유전자를 발현시킨다.
여기서 심각하고 치명적인 장애가 등장한다. 생물체의 세포는 진화 과정을 통해서 바이러스 침입을 배척하는 수단으로 다이서(Dicer)와 같은 방어체계들을 발전시켰다. 다이서는 ssRNA, ssDNA를 모조리 절단해버리는 가위다. 이종 유전자는 발을 붙일 수 없다.
마법사 아니라 마법사 할아버지라도 판타지 소설에 얼렁뚱땅 등장하는 키메라를 실제로 만들 수 없다는 소리다. 그럼에도 버젓이 휴먼 키메라가 등장했다. 필설로 형언 못 할 더러운 인체 실험이 수없이 행해졌다는 방증이다. 쌈디도 그렇게 개조된 인간이다.
개미 한 마리 밟을세라 맨발로 운수행하는 스승이 있는 반면 인간을 표본실의 청개구리 취급하는 인간도 있다. 생물 종 중에 인간처럼 스펙트럼이 넓은 존재도 없다. 기분이 무척 더러워졌다.
“아메리카는 힘이 있었기에 한 세기 동안 세계의 평화와 정의를 지켜왔다. 아메리카가 없었다면 세계는 공산화되었거나 몇몇 제국주의의 발아래 신음하는 신세가 되었을 것이다.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을 통해서 수많은 나라가 독립을 얻었다. 한국도 그중의 한 나라다.”
“그것참 카우보이 깡패의 대단한 아전인수식 발언이군.”
블랙맘바가 또한 번 이죽거렸다. 멕피는 굴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아메리카가 일본을 박살 내지 않았으면 한국은 지금도 게다짝을 빨고, 사할린에서 석탄이나 캐고 있을 텐데. 위안부도 계속 끌려가고 말이야.”
멕피가 지지 않고 이죽거렸다. 블랙맘바는 빙그레 웃었다. 미국인 멕피가 충분히 할 만한 말이다. 예전의 자신이었으면 사지 한 개가 떼어내고 대화를 나누었을 것이다.
“태평양 전쟁이 한국 독립 전쟁인 줄은 미처 몰랐군. 미국이 패전국이 되었으면 미국 여성들은 짜리몽땅한 일본인의 정액받이가 되었겠지. 전후 세대인 당신은 뻐드렁니에 안짱다리로 태어났겠지.”
멕피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억하심정에 속을 긁어주려다 자신만 가슴을 쥐어뜯겼다.
“어쨌든 한국은 아메리카 덕분에 독립하지 않았나. 그것뿐인가. 아메리카는 아무런 대가 없이 한국전에 참전했다. 아메리카는 모든 전쟁물자와 비용을 부담했다. 사망자만 육만 명이 넘었고, 전후 복구비도 전적으로 아메리카가 부담했다. 한국은 역사가 오랜 국가다. 그 오랜 역사 동안 수많은 외세의 침공을 받았다. 아메리카처럼 제 돈 들여서 피 흘려 싸워준 나라가 있었나?”
“……”
말발 좋은 블랙맘바도 순간적으로 말문이 턱 막혔다. 그렇다. 미국은 이유야 어떻든 한국전에 대가 없이 참여해서 피 흘렸다. 반박불가능한 사실이다.
“한국이 외국의 도움을 받은 적이 딱 한 번 있더군. 조선에 출병한 명나라 군사가 일본군과 제대로 싸웠던가? 전비를 부담했던가?”
“……”
“중국은 대군을 보내서 통일 직전의 한국을 방해했고, 일본은 고대부터 한국을 쉼 없이 침공했다. 끝내 한국을 식민지로 삼았고, 한국전을 이용해서 꿀을 빨기도 했다. 한국으로서는 아주 질 나쁜 이웃을 둔 셈이지.”
“그건 그래.”
사심 없이 맞장구쳤다.
“미국은 적어도 후안무치한 나라는 아니다. 학자 연하는 입만 산 인간들이 무책임하게 아메리카를 깡패 나라로 폄하한다. 한국은 특히 그렇다. 아메리카를 욕하면 지성인으로 대접받는 이상한 풍조가 있다. 그러면 중국이나 일본, 러시아가 미국 수준의 국력을 확보했을 때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생각해 보았나?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을 때 일본이 얼마나 후안무치하고 야비한 국가인지 당해보지 않았나? 미국은 적어도 절제할 줄 아는 나라다.”
“개인이든 국가든 자신의 이익을 우선할 수밖에 없겠지. 아무리 힘이 정의라 하지만 프레데터 개발은 지나쳤다. 미국은 폭주하고 있다.”
“나도 인정한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짐작컨대 방대한 정보기관 중에 폭주하는 기관이 있다. 아메리카는 소수 엘리트 그룹에 의해 움직인다. 군산복합체는 아메리카합중국의 필요악이 된 지 오래다.”
“호, 말이 달라졌군. 아까는 백악관이 추진한다는 뉘앙스로 말하지 않았나? 결국, 군산복합체인가?”
멕피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엉겁결에 본심을 말해버렸다.
“아메리카는 일본이나 중국과 다르다. 아메리카의 정치와 행정은 견제와 균형이 작동한다. 자정 능력이 있다는 소리다. 나는 비정상이 곧 정상이 되리라 확신한다.”
“비도덕적 카르텔이지만, 미국을 먹여 살리는 착한 놈이라는 소리군. 미국인의 시각에서 좋게 보일 수도 있겠지.”
“나는 군인이다. 내 조국을 외국인에게 나쁘게 말할 수야 없지 않나. 솔직히 지금도 통신을 사용할 수만 있으면 동방불패라는 위험한 존재를 본부에 알리고 싶다.”
“안타깝겠군!”
블랙맘바는 시계를 확인했다. 가젤이 도착할 시간이 되었다. 멕피는 시쳇말로 재수 없지만, 애국심과 군인 정신이 투철한 인간이다. 강대국은 무엇이 달라도 달랐다. 자신이 만난 미국인은 개개인이 자신의 직분에 충실하고 국가에 대한 자긍심으로 충만했다. 그로서는 배 아프게 부러운 현상이다.
“한 나라의 수준과 국격은 국민에 달려있다. 당신 같은 국민을 둔 미국이 부럽다.”
블랙맘바는 비꼬는 말에 진심을 담았다.
“천만에, 나야말로 당신 같은 존재를 탄생시킨 한국이 부럽다. 당신이 누구를 위해 무엇 때문에 이런 엄청난 활동을 하는지 알고 싶어 미칠 지경이다. 곧 죽을 몸이 알아서 뭣하겠나. 동방불패를 만난 것만도 행운이지. 클클클!”
멕피가 자조적으로 툴툴 웃었다.
“시리아에서 자이툰이라는 컨설턴트를 만났다. 교묘하게 위장한 위원회 소속 첩보원이었지. 죽이기 아까운 인물이었다. 그리고 당신도 죽이기 아까운 군인이다.”“고맙다. 아바돈, 아니 동방불패로부터 칭찬을 들었으니 내가 세상을 헛 살지는 않았군. 한가지 정보를 알려주지. 특수공작부의 마틸다 반장을 조심해라. 그녀는 사이킥 혼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