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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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장 용병과 인간의 조건5
“다시 한 번 확인하라. 한 놈이라도 살아 있으면 행적이 드러난다. 장쒼 이새끼야 다시 한 번 확인하란 말이야. 모리스 뭘 하나. 그쪽 다시 확인해.”
마이크 중사가 이미 확인 사살이 끝난 마당에 설쳐댔다. 전투에 참여하지 못한 분풀이다. 블랙맘바 앞의 쥐지만 더러운 성질은 어디 가지 않았다.
“그 자식 차암, 제법 대가 쎄구마.”
실소를 짓던 블랙맘바가 귀를 쫑긋거렸다.
‘응, 살아 있는 놈이 있나?’
그가 아니면 알 수 없는 가녀린 생기가 느껴졌다.
블랙맘바는 끊어질 듯 말 듯 한 생기를 따라갔다. 폭탄 파편에 가슴이 뭉개진 시체 두 구 아래다. 시체를 군홧발로 밀쳐 냈다. 소년병이다. 열 서너 살이나 되었을까.
자신이 백부댁을 떠나 홀로 세상에 나설 때의 나이다.
소년병은 두 손으로 찢어진 배를 움켜쥐고 있었다. 앙상한 갈비뼈와 가는 목이 애처로웠다.
눈이 마주쳤다. 혼이 빠져나간 멍한 눈길에는 허무만 가득했다. 블랙맘바는 글록을 들었지만 차마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다.
소년병 무르시는 가물가물하던 정신이 돌아왔다. 화광반조 현상이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렸다. 몸을 움직일 순 없지만 정신은 또렷했다. 흐릿한 시야에 황갈색 군복이 보였다. 적이다.
지난 몇 달간 일어난 일들이 순식간에 주르륵 스쳐 갔다.
석양이 질 무렵, 여느 때처럼 염소를 몰고 마을로 돌아왔다. 동생이 마중을 나왔다. 자신은 열두 살, 동생은 아홉 살이었다. 마을 입구에서 한 떼의 군인들과 마주쳤다. 동생을 쏘아 죽인 군인들에게 끌려갔다. 동생과 염소가 걱정되어 발버둥치자 염소들도 쏴 죽였다. 염소 세 마리는 그들 가족이 가진 재산 전부다.
밤새도록 걸어서 도착한 산속 마을에서 나무로 만든 총을 받았다. 그는 인민해방군이라는 군인들의 식사를 준비하고 목총으로 훈련을 받았다.
한 달이 지나자 진짜 총을 지급 받았다.
그때부터 훈련이 가혹해졌다. 잠자는 시간과 밥 먹는 시간을 뺀 시간은 전부 훈련이었다. 더 이상 동생과 염소를 걱정할 틈이 없어졌다.
훈련은 어렵지 않았다. 사격, 돌격, 총기 분해, 수류탄 투척이 훈련의 전부였다. 훈련보다 외우기가 더 힘들었다.
인민해방군의 역사와 하비브라는 사령관에 대한 충성 서약을 외워야 했다. 명령에 따르면 죽어도 천국에 간다는 교육이 날마다 이어졌다.
두 달간 훈련을 받고 부대 배치를 받았다. 최고 지휘관은 아무드 대령이라고 했다. 부대 배치를 받은 후에도 훈련과 충성교육은 계속되었다. 부대 인원은 320명이었다. 병력의 절반이 자신처럼 소년병이었다.
무르시가 받은 명령은 적을 죽이라는 단 한가지다. 적을 한 놈이라도 죽여야 알라께서 복된 삶을 준다고 했다. 교육받은 내용이 머리에 떠올랐다. 날마다 들은 말이라 그냥 생각났다.
‘너는 알라의 종이다. 도망치면 영원히 불지옥에 들어간다. 죽더라도 적을 죽이고 죽어라. 적을 한 놈이라도 죽여야 알라의 오른편에 설 수 있다.’
무르시는 고통스러웠지만 마지막 힘을 모아 외쳤다. 겁이 날 때 외우면 용기가 생긴다고 교관이 가르쳐준 말이다. 성대가 결절되어 음절이 뚝뚝 끊어졌다.
“야움 알 딘, 암르, 아리프 비 알라”(Yawm al-din al-Amr Arif bi-Allah, 명령받은 대로 심판을 내린다. 나는 해방된 자.)
샤트르는 소년병의 입 꼬리에 매달린 미소를 보았다.
감상에 빠진 블랙맘바는 보지 못했지만 노련한 샤트르는 예리했다.
틱-
낮은 금속음이 블랙맘바의 귀에 들렸다.
“아쁠라띠 꽁!(엎드려. 바보새꺄)!”
슉-
고함소리와 동시에 튜브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났다. 소년병의 머리에서 피가 튀었다. 블랙맘바의 뒤쪽에 있던 샤트르다.
총탄을 맞은 소년의 머리가 덜컥 젖혀졌다. 두 손을 겹쳐 복부를 움켜쥐고 있던 손이 툭 떨어졌다. 무르시는 고통을 잊고 편안해졌다. 더 이상 동생과 염소를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헉!’
블랙맘바는 헛바람을 토했다.
찢어진 배속에서 핀이 뽑힌 소련제 원통형 수류탄이 굴러 나왔다. 수류탄은 벌건 피에 젖어 있었다.
수류탄은 영화에서 보듯이 안전핀을 뽑고 던지면 터지는 물건이 아니다. 수류탄에는 안전핀과 안전클립, 두 개의 안전장치가 있다.
안전핀을 뽑아야 안전클립도 뽑을 수 있다. 안전클립을 뽑아 던지면 안전손잡이가 위로 젖혀지며 격침이 공이를 친다. 공이가 지연 신관을 격발시킨다. 안전클립을 뽑아도 안전손잡이를 수류탄 바디와 함께 쥐고 있으면 격침이 공이를 치지 못한다.
폭발은 지연 신관에 의해 3~4초가 소요된다. 투척 시간이다. 보병이 수류탄을 투척하는 속력은 초속 25m다. 35미터 거리를 던질 때 땅에 떨어진 후 1~2초 후 폭발한다는 이야기다.
소년병이 언제 안전 손잡이를 놓았는지 모른다.
경고 신호가 다급하게 신경을 두드렸다. 신경에 반응한 미오신이 액틴 속으로 맹렬히 밀려들었다.
“그레나드!”
블랙맘바는 경고를 발하고 폭발적인 힘으로 땅을 박찼다. 압력을 받은 땅이 움푹 파일 정도였다. 공간을 가로지른 신형이 시체 틈으로 다이빙했다. 청파보의 궁신탄영이다.
꽝-
굉량한 폭음이 울렸다.
“우악!”
블랙맘바는 게릴라 시체를 안은 채 폭압에 날려 데굴데굴 굴러갔다. 붉은 사암에 호되게 머리를 부딪친 그는 정신을 잃었다. 파편이 휩쓸고 간 자리에 시체 조각이 처덕처덕 날아와 떨어졌다.
“아악!”
급히 몸을 날린 샤트르도 비명을 질렀다.
폭발에 놀란 팀원들이 달려 왔다.
장쒼과 에밀이 블랙맘바에게 달려들었다.
“이봐, 블랙! 블랙!”
당황한 에밀이 블랙맘바를 잡고 사정없이 흔들었다.
“멍청한 놈, 블랙을 죽이려는 거야.”
장쒼이 에밀의 뒤통수를 때렸다.
한 대 맞고 정신을 차린 에밀이 블랙맘바를 반듯이 눕혔다. 장쒼이 옷을 벗기고 찬찬히 살폈다.
와이어로프같이 촘촘한 근육으로 뒤덮인 몸이 드러났다. 피를 뒤집어쓴 근육이 미친 존재감을 드러냈다.
“와우!”
그 와중에도 에밀이 블랙맘바의 가슴 근육을 만지며 감탄사를 발했다.
“왕빠단! 비켜 칙칙한 놈”
어이가 없어진 장쒼이 에밀을 밀어냈다.
블랙맘바의 상체는 피로 물들어 있었다. 신체 곳곳에 파편이 박히고 열상이 보였다.
“벨멘! 블랙맘바가 당했다.”
에밀의 고함소리에 벨멘이 허겁지겁 달려왔다.
“전투 끝나고 이게 무슨 지랄이여!”
벨맨이 투덜거리며 블랙맘바의 눈꺼풀을 뒤집어 보고 귀속을 살폈다.
그는 핀셋을 꺼내서 블래맘바의 신체에 박힌 파편을 쑥쑥 뽑아냈다.
“헐, 수류탄 파편이 근육을 뚫고 들어가지 못했어. 이놈이 사람이야!”
대충 파편 정리를 마친 벨맨이 블랙맘바의 뺨을 철썩 때렸다.
“정신 차려. 멍충아!”
뺨을 호되게 맞은 블랙맘바가 거짓말처럼 눈을 떴다.
눈동자가 초점을 잡지 못하고 공간을 헤맸다.
“뭡니까?”
벨맨의 과격한 행동에 흥분한 장쒼이 한 대 칠 듯이 다가섰다.
“멀쩡해.”
“뭐? 저게 멀쩡?”
장쒼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모양만 사나울 뿐이다. 파편이 겨우 피부를 뚫고 박혔어. 나머지는 전부 긁힌 상처다. 내가 볼 때는 블랙이 후발풍을 타고 몸을 날렸다. 피를 토했지만 압력파에 내장이 흔들렸다. 내출혈보다 훨씬 낫다. 머리에 생긴 혹이 제일 큰 부상이다. 고막도 멀쩡하다. 폭발 순간에 귀를 막고 입을 벌렸다. 역시 괴물은 다르군. 폭발 순간에 최적의 생존 조치를 했어.”
벨맨의 설명에 장쒼과 에밀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 짧은 순간에?”
벨맨의 시선이 다시 블랙맘바를 향했다.
“나도 모르겠다. 이놈은 그냥 괴물이다. 행운도 겹쳤다. 상처 소독하고 압박 붕대나 감아 줘.”
벨맨이 장쒼에게 소독약과 붕대를 집어 던지고 샤트르에게 달려갔다.
장쒼은 블랙맘바가 방패막이로 삼은 시체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파편에 누더기가 되었다. 블랙맘바가 입은 창상은 일곱, 벨맨의 말대로 피부가 찢어진 상처다.
수류탄 폭팔시 블랙맘바의 위치는 폭심 1m 안쪽이었다. 눈 깜빡할 순간에 십 미터 이상 몸을 날려 시체를 방패막이로 삼았다. 능력도 놀랍지만 생존 본능이 엄청난 인간이었다.
“내 파트너가 아즈라일이다. 감히 누가 하데스로 데려가겠나.”
에밀이 실실 웃었다. 블랙맘바는 그냥 얻은 이름이 아니었다.
상황을 살피던 부리머도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벨맨의 말대로 괴물 같은 신체와 행운이 겹쳤다.
벨맨이 행운이라고 말한 이유가 있다.
인간이 폭발물에 부상을 당하거나 사망하는 기전은 대체로 세 가지다.
첫째는 압력파다. 직접적인 폭압에 의해 신체가 손상된다. 둘째는 파편이다. 폭압에 추진된 폭탄 파편과 주변의 물체가 직접적인 물리적 손상을 입힌다. 셋째는 후발풍이다. 폭발 가스의 압력에 튕겨져서 입는 손상이다.
강력한 폭발이 발생하면 파편에 신체 손상을 입지 않더라도 폭압이나 후발풍으로 사망하게 된다. 폭압 손상은 내상, 후발풍 손상은 외상인 경우가 많다. 밀폐된 장소에서는 폭발로 인한 압력이 증가하므로 훨씬 큰 손상을 입게 된다.
블랙맘바는 세 가지를 모두 회피했다. 행운이 겹치지 않았으면 아무리 블랙맘바라도 온전치 못했을 것이다.
블랙맘바는 장쒼과 에밀이 법석을 떨 때 정신이 돌아왔다. 짙은 안개가 낀 듯 뿌연 시야, 웅웅거리는 귀, 멍한 머리, 덤프 트럭에 충격당했을 때의 상태와 비슷했다.
“블랙, 문제없나?”
뒤늦게 께비텐이 달려왔다.
“농 쁘라블럼! 큭큭”
블랙맘바가 깨비텐을 올려다보며 비시시 웃었다. 평소에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깨비텐이다. 허둥지둥하는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허, 멀쩡하군. 죽음을 주재하는 아즈라일이 어련하겠어.”
깨비텐은 블랙맘바의 상태를 확인하고 샤트르에게 달려갔다.
샤트르는 폭심 7m밖에 있었지만 상태가 좋지 못했다.
“어떤가?”
“치명적인 상처는 없습니다.”
벨맨이 샤트르의 가슴을 절개해서 손가락 한마디 크기의 파편을 뽑아냈다. 왼쪽 어깨에서도 피가 줄줄 흘러 내렸다.
“이건, 조금 깊이 박혔군.”
벨맨이 파편을 제거하려고 창상 부위를 메스로 갈랐다. 정신이 돌아온 샤트르가 악을 썼다.
“으악, 이 돌팔이 자식아, 모르핀!”
“아차! 마취를 잊었구먼. 미안하네.”
벨멘은 전혀 미안하지 않은 기색으로 키트에서 모르핀 주사기를 꺼냈다.
“미안하단 말이나 하지 말어 돌팔아.”
“샤트르 미안해. 당신이 너무 일찍 깨어났단 말이야.”
벨맨이 느물거리며 놀리듯이 미안하단 말을 했다.
“아이구, 내가 미친다. 말이나 못하면.”
샤트르가 아우성을 쳤다.
샤트르는 몇 군데 창상을 입었지만 폭심에서 떨어진 탓에 압력파와 후발풍의 피해를 입지 않았다.
“깨비텐, 흥분하는걸 보니 죽지는 않겠습니다.”
“돌팔이, 그게 환자에게 할 소리야. 좀 살살 하라구”
샤트르가 버럭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 양반은 나이 들수록 엄살이 심해진다니까.”
“이런, 푸줏간 칼잡이 같은 놈!”
“낄낄! 하긴 칼잡이는 칼잡이지.”
벨맨은 실실 웃으며 파편을 제거한 후 봉합했다. 깨비텐은 의사와 환자가 벌이는 작태에 실소를 지었다.
민간 병원에서 마취 없이 살을 갈랐으면 면허 취소감이다. 벨맨은 다운타운의 의사로는 실격이지만 전장의 의사로는 더 할 수없이 훌륭한 의사다.
“넌 의사 자격이 없는 놈이야.”
“걱정 마쇼. 의사 노릇으로 밥 먹을 생각은 없으니까.”
벨맨은 한 마디도 지지 않고 꼬박꼬박 받아쳤다. 환자의 쇼크를 방지하는 스킬이다.
“아이고, 돌팔이가 사람 잡네.”
벨맨이 압박 붕대를 강하게 조이자 샤트르가 엄살을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