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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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장 웬 떡이야! 2
“허, 이거 참 쑥스럽네. 이렇게까지 않아도 되는데.”
미군 캠프에서 내놓는 스테이크만큼이나 두툼한 입술이 가로로 쭉 찢어졌다. 옴부티 말대로 그늘에 들어가더라도 큰 그늘이 좋다. 주종일체, 주인이 위대하면 하인도 위대하다.
자아를 잃은 쌈디는 백지 상태에서 대우 스님과 무쌍의 가르침을 받았다. 리셋된 자아는 자비와 응보를 바탕으로 숙성했다. 전형적인 협사 기질을 형성할 수밖에 없었다.
쌈디의 눈에 비친 피그미족은 막 걸음마를 떼는 아기다. 연약하고 안쓰럽고 귀엽다. 당연히 보호하고 도와줘야 할 존재다. 그래서 모양새를 구겨가며 악당과 괴물을 때려잡았다. 칭송을 받자고 한 일은 아니지만 기뻐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기분이 좋아졌다.
어쩌면 연약한 존재를 불쌍히 여기고 보호하려는 초월적 존재와 그 존재를 칭송하고 의지하는 인간, 이것이 바로 즉물적이고 현실적인 종교의 본모습일지도 모른다.
‘가만, 이거 좋아할 때가 아니네. 옴부티 영감이 알면 최소한 중상인데.’
가슴이 덜컥했다. 주인과 노바토피아를 떠나기 전날, 쫄따구가 지푼다리에 도착했다. 쫄따구는 아클란 쿠루 옴부티에게 사마리아 농장의 폭동 뒤처리를 보고한 후, 꼬박 한 시간 동안 얼차려라 불리는 벌을 받았다. 머리를 뜨거운 모래에 박고 엉덩이를 쳐든 자세에서 두 손을 등에 깍지낀 자세다.
하인의 본문을 망각하고 양지로 나서는 바람에 주인께 누를 끼쳤다는 이유다. 싫으면 떠나라는 매정한 말에 쫄따구는 썩은 얼굴이 되어 머리를 박았다. 옴부티 영감이 쫄따구를 혼낼 때 했던 말이 고스란히 기억났다.
‘하인의 자리는 음지다. 음지에서 주인의 양지를 지키는 자가 하인이다. 하인이 양지를 추구하면 자신을 망치고 주인에게도 누를 끼치게 된다. 하인은 주인의 반사광으로 살아가는 존재다. 자체 발광(發光)하려는 놈은 발광(發狂)하게 만들어 주겠다.’
피그미족의 환호를 받는 자신의 모습이 머리를 모래에 박은 쫄따구와 오버랩되었다. 옴부티 영감의 우멍한 눈이 뒷골을 눌렀다. 쌈디가 블랙맘바의 눈치를 보면서 슬금슬금 뒤로 빠졌다.
“피그미족의 수호신께서 왜 이러시나. 교도들의 경배를 받아야지.”
블랙맘바가 쌈디의 등을 밀어서 앞에 세웠다.
‘아이고, 주인 때문에 내가 미친다 미쳐!’
인상이 우그러진 쌈디가 억지 춘향으로 손을 들어 피그미족의 환호에 화답했다.
“우마르 쌈디 마하다!(수호신 쌈디님을 찬양하라!)”
올롱게가 두 팔을 번쩍 들고 소리높여 외쳤다.
“왁산 라 마하디요!(우리 모두 찬양합니다.)”
둘러선 수백 명의 피그미족이 입을 모아 후창했다.
둥둥둥-
“히호, 쌈디!”
딱딱딱-
“히호, 우마르 쌈디!”
북소리와 반자가 울리고 피그미족들이 일제히 가슴을 앞뒤로 흔들고 엉덩이를 좌우로 흔들었다.
‘허, 곧 트랜스에 들어갈 분위기구먼. 그것도 나쁘지 않지.’
블랙맘바가 백 팩을 뒤져서 먹다 남은 초콜릿 봉지를 꺼냈다. 손톱 크기의 초콜릿이 대충 200~300개 들어있다.
“쌈디 교주님, 성체입니다. 광신도가 많아서 좋으시겠습니다요.”
“으윽!”
쌈디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지옥으로 밀어 넣는 주인의 나쁜 손이 야속했다.
‘에라 나도 모르겠다. 어떻게 되겠지!’
쌈디도 ‘어떻게 되겠지’에 중독되었다. 피그미의 하례를 받을 때마다 초콜릿을 한 개씩 나누어주었다.
“이것은 내 살과 피느니라.”
“우마르 롱 쿠 눌 마줄카 아!(수호신이여 영원하여라!)”
초콜릿을 받은 피그미 남자가 껑충껑충 뛰어서 기쁨을 표시했다.
“히호, 쌈디 우마르 일 라 할 라!(와, 쌈디 수호신이 나와 함께 한다!)”
피그미족의 함성이 이투리 정글을 흔들었다. 블랙맘바의 작전은 주효했다. 초콜릿을 받아먹은 피그미족은 가족과 종족을 지킬 용기를 얻었다.
주인은 가톨릭의 성체성사를 표절하고 하인은 사기를 쳤다. 주인이나 하인이나 만행을 저지르기는 도찐개찐이다. 성체성사(?) 행렬은 한 시간이 지나서야 끝났다. 수호신을 받아들인 쌈디 교도들의 얼굴이 환희로 번쩍였다. 리옹 중사와 브레송 병장은 기묘한 행사에 얼이 빠졌다.
피그미족은 일체 블랙맘바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투명 인간 취급을 당한 블랙맘바의 얼굴에 넉넉한 미소가 감돌았다. 피그미족은 보둔의 왕인 쌈디를 수호신으로 모셨다.
피그미족과 이투리 정글 외곽에서 농사를 짓는 반투족은 대정령 마하두라카를 숭배한다. 마하두라카의 권능은 보둔을 통해서 세상에 나타난다.
인간이 위대한 마하두라카와 접촉하면 신의 힘을 감당치 못한다. 죽거나 큰 병을 앓게 된다. 모르면 죄가 아니다. 피그미들은 강림한 마하두라카를 못 본 척하는 것이다. 피그미족다운 순진함을 탓할 블랙맘바가 아니다.
요란뻑적한 행사가 끝났다. 올롱게가 하사받은 AK47을 메고 블랙맘바 앞을 왔다 갔다 했다. 봐 달라는 시위를 하면서 정작 시선은 엉뚱한 곳에 가 있다. 블랙맘바는 눈 감고 아웅 하는 모습에 실소했다.
올롱게 외에 총을 멘 피그미 남자가 열두 명이다. 자진해서 담발라 교도의 시체를 뒤져서 총기와 탄환을 수거했다는 소리다. 순종적이고 피동적인 피그미들로서는 놀라운 변화다. 피그미 공동체에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올롱게, 적대 세력에 맞서기로 했나?”
“씨 아 코스케이가 와.(내 가족은 내가 지킨다.)”
올롱게가 쌈디를 쳐다보며 말했다. 마하두라카가 아닌 우마르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식이다. 올룸보의 통역이 없어도 의미는 전달되었다. 올롱게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좋군!”
올롱게의 좁은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었다. 올롱게의 얼굴이 주름으로 자글자글해졌다. 올롱게가 총을 든 청년을 불렀다.
“밤보! 쏘 쿠다 왁사라하 라바니.(밤보, 신의 물건을 가져와라.)”
“투살, 아돈가!”
피그미족 청년은 올롱게를 아돈가라 불렀다. 아돈가는 반투어로 마하두라카의 노예라는 의미다. 블랙맘바와 함께한 올롱게는 피그미 공동체에서 성인급으로 추앙을 받았다. 블랙맘바의 출현은 피그미족 사회에 거대한 문화적 충격을 던졌다.
아돈가 올롱게의 지시를 받은 전사들이 사르코수쿠스 가죽과 디노펠리스 우리를 옮겨왔다. 크르르- 디노펠리스가 한 뼘 길이의 이빨을 드러냈다.
“우악, 이게 뭐야?”
리옹 중사가 화들짝 했다. 한 뼘 길이의 송곳니가 살벌한 위용을 풍기는 듣도보도 못한 괴물이다.
“글쎄요, 호랑이도 아니고 표범도 아니고 사자는 더욱 아니고…….”
브레송인들 수천만 년 전의 화석 생물을 알 리 없다.
그르르- 울림통에서 묵직한 로어가 흘러나왔다.
“임마, 조용히 못 해!”
블랙맘바가 빽 소리쳤다. 킹- 블랙맘바의 시선을 받은 디노펠리스가 배를 드러내고 발랑 뒤집어졌다. 시베리아 호랑이 덩치가 치와와 행세를 했다.
“점마 저거 오래 살겠구마.”
쌈디가 감탄했다. 야만의 세계에서 강자를 알아보는 놈은 오래 산다.
둥둥- “호이!”
둥둥- “호이!”
한 떼의 전사들이 북소리에 발맞추어 거대한 악어 껍질을 메고 왔다. 길이 14m에 달하는 사르코수쿠스 가죽 아래에 작은 인간들이 빽빽이 들어가서 발맞추어 걷는 모습이 영판 장난감 지네다.
“크크크!”
리옹과 브레송이 웃음을 참지 못했다. 놀랍고 끔찍한 물건도 연출하기에 따라 이미지가 백팔십도 달라진다.
지부티 본대로 귀환한 리옹과 브레송은 세상에서 제일 놀라운 것은 악어가죽이라고 했다. 세상에서 제일 웃기는 것은 악어가죽과 피그미라고 했다. 세상에서 제일 황당한 것은 악어가죽을 헬기 캐빈에 집어던지는 인간이라고 했다.
아무도 알아듣지 못했지만, 두 사람은 이해하지 못하는 동료들의 반응을 즐겼고 충분히 만족했다. 특별군사고문의 작전에 한 팔을 거들었다는 사실은 가문의 영광이다. 평생 발설할 수 없는 군사 기밀인 동시에 일생의 자랑이다.
투투투투- 가젤이 날아올랐다.
“마하두라카 악바르!(대정령은 위대하다!)”
“우마르 쌈디 마하다!”
피그미족들은 헬기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두팔을 번쩍 들고 목청껏 소리 질렀다. 위대한 대정령 마하두라카와 보둔의 왕 우마르 전설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그 후 피그미족 마을을 방문한 외부인은 찢어지라 웃는 메기 입의 근육질 흑인상의 발에 입을 맞추어야 했다.
브니아에 도착한 블랙맘바는 가젤의 주유가 끝나자 곧바로 부카브 소재 동북 자원개발본부로 향했다.
“올랑드, 물건 도착했나?”
“넵, 병원 지하에 준비되어 있습니다.”
“가자!”
쌈디가 오셀롯을 어깨에 메고 뒤따랐다. 지하 영안실 철제 테이블에 장방형의 유백색 금속 상자가 놓여있다. 상자는 외부 손잡이와 잠금장치, 공기구멍 외에는 장식없이 매끈했다. 블랙맘바가 긴급 주문한 5mm 티타늄 관이다.
“자네는 나가 봐.”
올랑드를 내보내고 억수갑으로 금속 상자를 푹 찔렀다. 떵- 금속 상자가 밀려났다. 흠집이 생겼지만 뚫릴 정도는 아니다.
“좋군!”
비상 파우치에서 공진파로 단단히 뭉쳐둔 칸타렐라 구슬을 꺼냈다. 새끼손가락 한마디 크기지만 인간 수천 명을 독살하고 남을 양이다. 칸타렐라 구슬을 손에 들고 오셀롯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무지막지한 독을 인간 비슷한 놈에게 먹이려는 자신도 누구 못지 않은 악당이다.
“그동안 네놈이 저지른 악행의 업보거니 해라.”
쌈디가 오셀롯의 하악골을 툭 쳐서 입을 열었다. 블랙맘바가 칸타렐라 덩어리를 벌어진 목구멍에 던져넣었다. 쌈디가 턱을 쳐서 입을 닫았다. 칸타렐라는 뉴런 네트워크의 신경전달 이온 수용체를 무력화한다. 신경조직에 엄청난 부하가 걸린다. 블랙맘바의 얼굴이 살짝 긴장했다. 에피듐이 과연 독성을 이겨낼지 자못 기대되었다.
“끄으으!”
빈사 상태에 빠져있던 오셀롯의 몸이 덜덜 떨렸다. 눈이 뒤집혀 흰 창이 드러나고 사지가 오그라들었다. 금방이라도 숨이 끊어질 기세다.
“이거 생각보다 약한 놈이네. 나는 오금연노법 덕분인가?”
블랙맘바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카파루자에서 칸타렐라보다 독성이 수백 배 강한 보툴리누스 톡신에 당했다. 근육이 강직되었지만, 5분 만에 해독했다. 피지컬 측면에서 자신보다 강한 오셀롯의 항독 능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블랙맘바가 해독 능력이 더 강한 이유는 오금연노법의 공능도 있지만, 대우 스님이 제자 몰래 진원지기를 소모해서 추궁과혈을 해준 덕분이다. 제자가 아무리 신실해도 스승의 깊은 정은 다 헤아리지 못하는 법이다.
부들거리던 오셀롯의 사지가 축 퍼졌다. 육지에 올라온 대형 문어가 몽둥이에 대가리를 얻어맞고 퍼진 형상이다. 쌈디가 경동맥을 짚었다.
“맛텡이가 가진 않았다. 느리게 뛴다.”
“호흡은?”
“인간의 10%쯤 이어진다.”
“대충 예상대로 되었군. 사고 기능은 망가지고 생명유지 기능만 남았다. 쳐넣어!”
쌈디가 오셀롯을 번쩍 들어서 금속 상자에 집어넣고 시건 장치를 결속했다.
“수고했다. 네 덕분에 귀찮은 일을 덜었다.”
“다 와키르 덕분이다.”
쌈디의 입이 헤 벌어졌다.
블랙맘바와 쌈디, 폴이 탑승한 허큘리스가 조악한 활주로를 박차고 날아올랐다. 잠시 후 서남서로 향하던 기체가 크게 횡전해서 동북 방향으로 항로를 변경했다.
“특별고문님, 이러시면 안 되지 말입니다. 신임 총국장님이 눈이 빠지라 기다리고 있지 말입니다.”
올랑드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지부티에 썬텐하러 간다고? 방금 자신이 들은 말이 환청인 듯 귀속에서 웅웅 울렸다.
“보니파스가 총국장이 되었다고?”
“네, 아레바 인질 14명과 유해 3구가 파리에 도착한 뒷날 대통령께서 총국장으로 임명했지 말입니다.”
“축하한다고 전해줘.”
블랙맘바가 심드렁하니 반응했다. 시기가 문제였을 뿐 보니파스의 승진은 기정사실이었다.
“아이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말입니다. 항로 변경 지시를 내려주시지 말입니다.”
올랑드는 몸이 달았다. 특별군사고문이 보고도 없이 지부티에 가버리면 자신은 써펀드에게 잡아먹힌다.
“올랑드, 이놈과 놀고 싶어.”
블랙맘바가 디노펠리스를 가리켰다.
크르르- 블랙맘바의 발치에 너부죽이 엎드려있던 디노펠리스가 대가리를 번쩍 들고 올랑드를 쏘아 보았다. 한 뼘 길의 검치가 케빈 천장등 불빛에 번들거렸다.
“헙!”
올랑드가 헛바람을 들이켰다. 노란 눈알에 감도는 살기가 오금을 저리게 만들었다. 한마디 더 했다간 목줄기를 물어뜯길 것 같았다. 맹수를 잡아왔으면 우리에 가둬 두던지 목줄이라도 채워야지 풀어놓으면 어쩌란 말인가.
“올랑드, 그만 징징거려. 매키시 과장이 내 보고서를 들고 파리로 떠났어. 중요한 건 보고서지 내 얼굴이 아니야. 난 휴식이 필요해. 지부티의 태양이 필요하단 말이다.”
“특별고문님, 그러시면 총국장님께 전화 한 통만 해 주시지 말입니다. 지부티로 그냥 가버리시면 저는 써펀드의 간식이 되지 말입니다.”
올랑드가 통사정했다. 대서양 외딴섬이나 그린란드 빙하기지에 처박힌 자신의 모습이 눈앞에 선했다.
“임마, 내 팔 내가 흔들어서 먹고 사는데 미테랑이든 보니파스든 뭔 상관이야.”
“끄끄끄! 내 팔 내가 흔들어서 먹고 산다고?”
폴이 고개를 돌리고 터지는 웃음을 눌렀다. 블랙맘바는 은근히 뒤끝이 강하고 속이 좁은 인간이다. 올랑드는 단단히 찍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