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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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장 웬 떡이야! 4
“할 말이 없소. 내가 설득해서 데려오겠소.”
카바에가 고개가 푸욱 떨구었다. 싸이나(청산가리) 콩을 주워 먹은 왜가리가 따로 없다.
“헐, 당신이 블랙맘바를 설득한다고?”
보니파스가 실소했다. 얼빠진 소리다. 블랙맘바는 절대 강자다. 대통령도 우습게 아는 인간인데 DGSE 정보부장 따위의 지위와 권력에 눈이나 깜짝하겠는가. 그를 움직이려면 진심을 보여주어야 한다. 물론 추상적인 진심을 구체적인 돈으로 환산해야 한다.
블랙맘바의 직관력은 전투력보다 더 무섭다. 그를 시험하려다간 한마디로 젓 된다. 은자메나에서 그를 시험하려던 발부에는 평생 왼손으로 죽을 먹는 신세가 되었다. 아리바 과장이 제때 뛰어들어 말리지 않았으면 죽이 아니라 흙을 먹게 되었을 것이다.
매키시의 보고서에 의하면 블랙맘바를 경호하는 쌈디 상사도 말보다 손이 앞서는 무자비한 인간이다. 카바에가 지부티에 찾아가서 눙치다가 쌈디에게 맞아 죽기 십상이다. 세금을 축내는 무능한 공무원의 죽음이야 나쁠 것 없지만, 진심의 액수가 높아지는 게 문제다.
“그만두시오. 당신은 아직도 블랙맘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소. 발리사리는 블랙맘바의 활동을 방해하고 그를 취재하려는 황당한 짓거리를 했소. 발리사리가 남자였으면 목이 뽑혔을 거요. 당신이 개념 없는 여기자를 보내서 번거롭게 했다는 사실을 알면 어떻게 될 것 같소? 미구엘은 불에 타죽고, 땅쉬 대령은 본인의 집에서 내장이 뽑혔소. 겁먹은 조프레는 감옥에서 지레 자살하고, 랑드르와 발부에는 병신이 되어서 회사를 떠났소. 나보고 선배가 비명횡사하는 꼴을 보라는 거요?”
“으윽!”
얼굴이 시퍼렇게 변한 카바에가 배석한 매키시와 아리바를 돌아보았다. 두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부장님, 가면 안 됩니다. 특별군사고문의 경호원은 인간이 아니라 야수입니다. 부두교 광신도 수백 명이 쌈디 상사가 휘두르는 삽날에 목이 날아갔습니다. 그가 폭주한 이유는 부두교도가 특별군사고문에게 버릇없이 굴었기 때문이랍니다. 특별고문이 최고의 전사라면 쌈디 상사는 최악의 도살자입니다. 특별고문이 말리지 않았으면 발리사리를 나무에 매달지 않고 목을 뽑아 버렸을 겁니다. 그 미친년은 특별고문의 자비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는 사실도 모르고 여성을 배려할 줄 모르는 야만인 운운하면서 나댄 겁니다.”
쿠(cou, 목), 풀럭(Pluck. 뽑는다) 두 단어가 카바에의 얼굴을 외계인처럼 만들었다. 투명한 손가락이 잡아당긴 듯 코 윗부분은 위로 올라가고 아랫부분은 밑으로 쳐졌다. 호러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보는 얼굴이다.
“총국장이 그 친구를 길들였으니 직접 부르면 오지 않겠소. 한 번 도와주시오. 내가 정식으로 사과하겠소.”
카바에가 납작 엎드렸다. 보니파스의 말을 듣고보니 발리사리를 걱정할 때가 아니다. 자신의 목이 단두대에 올려져 있다.
“큰일 날 소리 마시오. 블랙맘바는 맹수요. 맹수를 어떻게 길들인단 말이오. 그와 나는 대등한 협조 관계요. 정확히 말하면 그가 갑이고 나는 을이요. 세상에 보니파스는 여럿이지만 블랙맘바는 하나기 때문이오.”
보니파스가 펄쩍 뛰었다. 이래서 늙으면 적당한 시기에 물러나야 한다. 카바에는 낡은 도그마에 사로잡힌 나머지 블랙맘바를 일개 첩보원으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소?”
카바에가 백기를 들었다.
“그동안 고생이 많았소. 나는 블랙맘바를 설득할 자신도 없고, 대통령의 화를 풀어줄 특별한 건수도 없소. 솔직히 나도 블랙맘바를 설득할 방법을 찾느라 머리가 터질 지경이오.”
보니파스가 딱 잘랐다. 죽기 싫으면 그만두라는 소리다.
“휴우, 알겠소.”
카바에가 땅이 꺼질듯한 한숨을 쉬었다. 초점이 사라진 눈으로 한동안 집무실 천장을 올려보다 일어섰다.
“사직서는 내 책상 위에 올려놓겠소.”
총국장실을 나가는 카바에의 발걸음이 위태하게 흔들렸다. 매키시와 아리바의 측은한 눈길이 카바에의 등에 꽂혔다. 한때는 DGSE의 전설이라고 불렸던 카바에 부장이다. 말년에 페니스 잘못 놀린 죄로 얼굴에 먹칠하고 33년 공직 생활이 끝장났다. 아울러 연금도 날아가게 생겼다.
“흐흐흐, 멍청하면 부지런하지나 말든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가야지.”
‘써펀드!’
매키시와 아리바의 얼굴이 컴컴해졌다. 결론적으로 카바에는 라이벌인 보니파스에게 잡아먹혔다. 두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휙 돌렸다. 서로 눈이 마주쳤다.
‘이것은 혹시 총국장의 연출?’
두 사람이 동시에 떠올린 의문이다.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아니라고 장담하지도 못한다. 이곳은 음모와 귀계가 일상인 DGSE다. 센강에서 불어온 강바람이 창문을 타고 넘었다. 샤를리 앱도의 호외 물이 훌렁 뒤집혔다.
자극적인 제목 아래 자잘한 활자가 무광 백상지를 가득 채웠다.
[구랍 12월 18일 자 동아프리카 이투리 정글에서 납치된 아레바사 과학자 22명 중 15명이 극적으로 구출되었다. 생존자 15명과 유해 3구는 6월 22일 자로 드골 공항에 도착했으며 극비리에 발데그라스 육군병원으로 이송되었다.정부는 동 인질 사건에 있어 처음부터 끝까지 무능과 거짓으로 일관했다. 급기야 정오 뉴스에 등장한 미테랑 대통령은 시민을 상대로 공공연한 사기극을 펼쳤다. 대통령의 발표는 새빨간 거짓말이다.
본 기자는 악마의 숲이라 불리는 이투리 정글에 직접 들어가서 두 눈으로 처참한 전장을 똑똑히 보았다. 미테랑 정권은 본 기자에게 침묵을 강요했지만, 시민의 알 권리를 지상의 선으로 여기는 본 기자의 입을 막을 수는 없다. 인질 구출과 관련된 정부의 사기극 실체를 낱낱이 밝힌다.
첫째, 제4차 정의의 주먹팀 투입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악마의 대삼림이라 불리는 이투리 정글에 투입된 정의의 주먹은 단 한 명, 소문만 무성하고 실체가 불분명했던 콜네임이다.
지난 한 달간 공정단, 레종 에뜨랑제, 지넨느, 제세페 등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특수 부대의 작전 기록을 확인하면 사실은 명백해진다.
콜네임은 신장 185cm의 호리호리한 체격의 남자로 사이킥 파워를 구사하는 초능력자다. 헬멧, 고글, 마스크로 가려진 탓에 얼굴을 확인하지 못했지만, 드러난 손등의 피부색으로 미루어 동양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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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납치범은 단순한 광신도 집단이 아니다. 이들은 피그미족과 마찬가지로 인육을 즐기는 식인종이다. 아레바사 탐사대 구성원 중 젊은 여성 과학자는 모두 희생되었다. 부두교도가 이들을 먹었을까? 아니다. 회수된 유해 중 두명은 복부가 난자되었고, 한 명은 정상적인 출산 과정을 거친 것으로 보인다. 젊은 여성 과학자 전원이 사망하고, 특이한 죽임을 당한 이유가 무엇일까?
본 기자는 숲 속에서 거대한 파충류 골격을 목격했다. 현시대에 어떤 동물도 비교할 수 없는 크기였다. 식인종이 과학자들을 납치한 이유는 몸값을 받아내려는 단순한 의도로 보이지 않는다. 이들은 이투리 정글 깊숙이 숨어서 인류를 멸망시킬 음모를 꾸민 외계인일 가능성이 있다. 진실은 사건을 은폐한 정부만이 알고 있다.
……중략
셋째 콜네임의 능력에 관한 사항이다. 콜네임과 그의 경호원으로 보이는 거구의 흑인 단 두 사람이 악마의 숲을 300km나 굴진 해 들어갔다. 이투리 정글은 현대적 장비를 갖춘 특수 부대도 세 차례나 괴멸된 악마의 숲이다.
단 두 사람이 원주민도 들어가지 않는 정글, 맹수와 독물, 수백 수천 종의 치명적인 기생충과 풍토병이 우글거리는 악마의 숲에서 어떻게 생존했을까? 단 두 사람이 완편 대대 규모의 무장집단을 전멸시키고, 인질을 희생자 없이 구출했다. 가능한 일일까?
기자가 목격한 전투 현장은 헤카톤케이르가 짓밟은 듯 처참했다. 폭탄, 독가스, 생물학 병기 등의 대량 살상 무기가 사용된 흔적은 없었다. 희생자들은 신체가 갈가리 찢어지거나 머리와 허리가 잘리고 내장이 쏟아져나왔다.
콜네임은 전무후무한 사이코패스다. 그들이 인육을 즐기는 광신도라고 해서 비참하게 죽어야 할 이유는 없다. 그들도 인권이 있고 행복할 권리가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해 책임을 지고 콜네임을 법정에 세워야 한다.
본 기자는 정부가 콜네임을 숨긴 이유가 따로 있다고 본다. 콜네임은 인간이 아니다. 본 기자는 나폴레옹 시대의 자료에서 아라고 동굴 사건을 찾았다. 아라고 동굴은 남부 프로방스 지역의 석회암 동굴로 이 동굴에 들어간 마을 사람 수십 명이 희생되었다.
어느 날 동굴에서 악마가 튀어나왔다. 인근 마을을 덮친 악마는 주민과 동물을 잔인하게 학살했다. 뜻밖에도 동굴에서 튀어나온 악마는 사춘기 소년이었다.
나폴레옹 정권은 소년을 순치해서 생체병기로 활용했으며 또 다른 아라고 악마를 배출하려고 사악한 인체 개조 퍼젝을 추진했다. 본 기자는 이투리 정글에 투입된 콜네임과 경호원이 아라고 프로젝트의 산물이라고 확신한다.
넷째 미테랑 정권이 주장해온 도덕성은 허구다. 정부는 콜네임이라는 날카로운 칼을 숨겨두고, 현지 사정에 익숙지 못한 특공대를 세 차례나 파견하는 삽질을 했다. GIGN 인질 구조팀, 대 테러팀 하파스, 공군 공수 코만도 CPA10 등 내로라하는 구출팀이 정의의 주먹을 휘두르기는커녕 이투리 정글에 먹혀버렸다.
프랑스 최고의 정예 대 테러팀도 맹수와 독충, 독사와 식인종이 우글거리는 이투리 정글엔 역부족이었다. 수백 명의 프랑스의 젊은이가 정부의 잘못된 의사 결정과 골든 타임을 놓친 구조 활동으로 인해 엄혹한 정글에서 목숨을 잃었다. 거짓말쟁이 미테랑은 즉각 퇴진하고, 의회는 이투리 납치 사건과 관련된 정부의 독선과 의문점을 조사할 특별 감찰관을 지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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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의 미온적인 대처로 인해 아까운 프랑스 인재 7명이 목숨을 잃었다. 특히 유능하고 젊은 여성 과학자 5명의 사망은 프랑스 과학계의 큰 손실이다. 여성 과학자는 남성 과학자의 3%에 불과하다. 이는 여성 과학자가 남성 과학자보다 30배는 소중한 재원이라는 의미다. 정부는 즉각 여성 과학자 양성 특별 예산을 편성해서 제도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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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국은 더 이상 국민의 눈과 귀를 가려서는 안 된다. 콜네임의 진상을 밝히고 새빨간 거짓말로 국민을 우롱한 대통령은 사퇴해야 한다. 의회는 즉각 아레바 인질사건 진상 조사 특별 위원회를 가동해야 한다.
세 사람은 호외의 내용을 스무 번은 읽었다. 외울 지경이다. 외계인, 식인종, 초능력자, 여성 과학자 양성, 이투리 괴물 등등 일반 시민은 믿지 못할 황당한 내용과 앞뒤 맞지 않는 페미니즘적 편견이 가득한 소설이다. 문제는 발리사리가 뿌린 내용이 근본적으로 논픽션을 바탕으로 한 픽션이라는 점이다.
“매키시 저 빌어먹을 물건 처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보니파스가 골루즈를 물고 불을 댕겼다. 망할 인간들이 설레발 치는 바람에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게 되었다. 생선 비린내를 닮은 묘한 냄새가 수영장을 가득 채웠다.
“샤를리 엡도의 자동 등사기에 표시된 인쇄 부수는 총 5,000부입니다. 다행히 다른 구역으로 반출을 시도한 인쇄물은 사전에 차단되었습니다. 출판사가 위치한 아롱디스망 뮈니시팔(arrondissement municipal, 한국의 통/반에 해당)에 뿌려진 1,200부 중 현재까지 회수된 인쇄물은 1,180부입니다. 헌병 1,000명이 철저히 수색 중입니다. 남은 인쇄물도 곧 회수 될 것입니다.”
“단 한 부도 놓쳐서는 안 돼. 시민들에게 사회불안을 획책하는 나치 잔당의 소행임을 확실히 주지시켜라.”
“넵, 진행 중입니다.”
“반역자 발리사리는 중범죄자 독방에 감금해. 망할 년, 목을 잘라주지.”
보니파스의 눈이 뱀눈처럼 찢어지며 파르스름한 빛을 뿜었다. 극도로 화가 났다는 표시다.
“총국장님, 발리사리를 국가기밀누설죄로 기소하면 콜네임의 존재를 자인하는 꼴이 됩니다.”
“이미 사진이 유출되지 않았나?”
“유출되었지만 유출되지 않았습니다. 사진에는 쌈디 상사만 나타나고 특별고문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압수한 피뇰의 필름에도 특별고문은 없습니다. 피뇰의 자백에 의하면 동양인을 찍은 필름은 빛이 들어간 듯 전부 하얗게 되었다고 합니다. 믿을 수 없지만 사실입니다.”
“블랙맘바라면 어떤 일이 벌어져도 놀랍지 않아. 그러니까 발리사리가 콜네임의 사진 한 장 없이 헛소리했다는 거지?”
보니파스의 눈이 가늘게 찢어졌다.
“그렇습니다. 그녀의 죄목은 사회불안 조성 죄입니다. 경범죄로 처리해서 벌금형을 때리고 석방하는 게 좋습니다. 요즘 외국인 노동자 유입이 부쩍 늘었습니다.”
“음, 요즘 파리 뒷골목의 치안 상태가 별로 좋지 못하더군.”
보니파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뒷말은 듣지 않아도 뻔했다. 미친 짓거리를 한 발리사리는 진짜 정신병자가 된다. 마약에 취한 상태로 베흐빌르-슈흐-메흐에서 추락하거나 과속 운전을 하다가 대형트럭과 충돌할 수도 있다. 나머지는 실무진이 알아서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