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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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장 웬 떡이야! 5
프랑스 언론은 나치에 부역했다가 철퇴를 맞은 쓰라린 기억이 있다. 발행인과 편집장이 처형당하고 재산은 몰수되었다. 교훈을 얻은 언론은 국가 이익에 관한 한 스스로 절제하고 자정 노력을 한다.
DGSE는 교육부도 아니고 수도원도 아니다. 거칠기로 이름난 국가 안보 기관이다. 아니면 말고 식의 한탕주의는 철퇴를 맞게 되어있다. 발리사리는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
“메키시, 경호원 뒷조사는 어떻게 되었나?”
“죄송합니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듯 과거가 없습니다. 특별고문이 도바에서 사마리아 농장의 부두교 폭동을 수습할 때도 없었던 인물입니다. 자치구가 있는 엔네디 고원에서 쌈디 상사를 만났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으음, 응앵가 캐비르의 악령인가?”
보니파스가 신음했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성경 말씀에도 새로운 것은 없다고 했다. 보니파스는 직감적으로 쌈디가 응앵가의 악령임을 짐작했다. 잊어버렸던 응앵가 악령의 현세다. 그렇지 않고는 갑작스럽게 등장한 쌈디가 설명되지 않는다.
23년 전 엔네디 고원 일대에서 군사 지도를 작성하던 공병 소대가 신비로운 호수 군을 발견했다. 호수 군을 조사하던 공병 소대의 통신이 끊어졌고, 조사차 투입된 공정대도 행방이 묘연해졌다.
DGSE의 전신인 SDECE에서 조사에 나섰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엔네디가 프롤리나트 반군에 장악되면서 조사대는 철수했다. 관련 자료는 DGSE 자료실에 처박히고, 응앵가 실종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보니파스는 아라고 프로젝트 책임자였다. 악령이라 불리는 존재의 정체를 어렴풋이 짐작했다. 악령은 오셀롯 비슷한 돌연변이체거나 오셀롯 본인이다.
오랫동안 찜찜해하던 차에 블랙맘바가 엔네디 고원 일대를 자치구로 요청했다. 그는 기꺼이 수용했다. 예상대로 블랙맘바는 악령을 깨끗이 소탕했다. 손도 안 대고 코를 푼 보니파스는 쾌재를 불렀고, 응앵가 악령 건은 그렇게 잊혀졌다.
‘그렇다면 죽여서 불태웠다는 악령들은 뭐지? 착한 악령인가?’
보니파스는 또 다른 의문에 부딪혔다. 보고에 의하며 블랙맘바는 악령을 소각했다. 오셀롯은 통제 불가의 존재다. 블랙맘바가 죽였을 가능성이 높다.
‘억, 오셀롯!’
잊었던 약속이 떠올랐다. 오셀롯을 처리해주면 3천만 프랑을 지급하겠다고 제안했고, 블랙맘바는 기회가 되면 처리하겠다고 했다. 블랙맘바가 오셀롯을 처리하고 시침을 뚝 따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서늘했다.
“이 친구가 나를 시험하나?”
보니파스가 버럭 했다. 빚지고는 못 산다. 지레 찔린 보니파스는 수당 계산서에 즉각 항목을 추가했다. 쌈디가 이투리 정글에서 오셀롯을 때려잡았으니 틀린 계산도 아니다. 죽지도 살지도 못한 상태로 티타늄 관에 들어있는 오셀롯으로서는 피를 토할 일이다.
“예? 무슨 말씀이신지?”
놀란 매키시가 반문했다. 총국장을 시험하다니 천부당만부당한 소리다.
“아 아니다. 계속해.”
“현재 엔네디 인근의 사막 부족을 저인망으로 훑고 있습니다만 성과가 없습니다.”
“그럴 테지. 전투력 수준은?”
“목격자가 없습니다. 안내인 올룸보는 죽었고, 피그미족이 유일한 목격자인데 일절 입을 열지 않습니다. 어육이 된 담발라 광신도의 상태를 분석해서 개략적인 전투력을 분석했습니다. 요약 보고서입니다.”
매키시가 서류철에서 쉬트를 뽑아서 보니파스에 건넸다.
[부르파 쌈디 상사의 전투력과 추정 피지컬 분석]주전장은 약 450m 이격된 거주구와 훈련구 2개 장소임. 그 외 수상가옥 등의 전투 현장은 특별고문의 솜씨로 추정됨. 확인된 담발라 광신도의 시체 698구 중 절반 이상이 쌈디 상사의 주 무기인 중기관총과 초대형 뺄레(삽)에 당했음. 데이터는 보폭, 족흔, 지면 스트레스, 상흔을 분석한 추정치임.
1. 주 무기 : 원거리 MAG 중기관총, 근거리 중량 50kg 뺄레
2. 도약력 : 10~15m
3. 순발력 : 15~20m/sec
4. 근력 : 1.5 HP
……
중기관총의 연사 반동을 한 손으로 제어하는 수준, 절창은 예기 손상, 타박상 전무. 절단면 조직이 그을린 흔적으로 볼 때 아음속으로 절삭 추정.
종합전투력 추정 불가.
요약 보고서를 들여다보던 보니파스가 눈을 감았다. 수년 전 블랙맘바의 전투력 보고서를 팽개쳤던 기억이 났다. 인간의 근력이 말과 맞먹는다는 소리를 누가 믿겠는가. 쌈디 상사의 근력은 1.5마력이다. 오셀롯류의 돌연변이가 확실했다.
“세상이 뒤집어질 징조인가! 괴물이 괴물을 부른다더니……. 블랙맘바가 날개를 달았군.”
“가젤 조종사 브레송 병장의 말에 의하면 피그미족이 쌈디 상사를 신으로 모신답니다. 특별고문이 경호원으로 데리고 다닐 정도면 말이 필요 없지요.”
“조사를 중단하라. 괜히 블랙맘바의 심기를 건드릴 필요 없다. 쌈디 상사의 현재 소속은?”
보니파스는 쌈디의 정체를 캘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블랙맘바를 믿으면 쌈디도 믿어야 한다. 흑묘든 백묘든 쥐를 잘 잡으면 된다.
“지난번 시민증을 발급할 때 작전부 소속 타격대로 등록했습니다.”
“잘했다. 쌈디 상사를 콜네임과 동등한 수준으로 보안을 강화하라.”
“보안 등급이 올라가면 수당을 조정해야 합니다.”
“특별고문의 절반 수준으로 올려.”
매키시는 어안이 벙벙했다. 쌈디 상사의 능력이 놀랍지만, 특별고문의 개인 경호원일 뿐이다.
“그러면 레종 에뜨랑제 본부대 소속 상사 초봉의 20배가 됩니다만~”
“쓰읍, 작전부 타격대 200명이 덤비면 쌈디 상사를 이길 수 있나?”
“알겠습니다.”
매키시가 바로 꼬리를 내렸다. 보니파스의 장점은 철저히 능력에 따른 대우를 한다는 점이다. 피도 눈물도 없다는 비난을 받는 이유 중의 하나다.
“중국인 첩보원에 대한 조사는 진척이 있나?”
“블랙맘바의 보고서 내용이 맞습니다. MSS(중국 국가안전부) 소속으로 NCNA(중국 신화사) 기자로 위장해서 반군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었습니다. 담발라의 무기도 이들이 지원했습니다. 현재 또 다른 팀이 마이마이에 붙어 있습니다.”
“음흉한 칭크답다. 은타간타가 모부투 정권을 엎으면 큼직한 떡을 챙기겠다는 의도겠지.”
“그렇습니다. 마이마이를 지원해서 우라늄, 구리, 주석, 보크사이트가 풍부한 자이르 동부를 얻으려는 심산입니다. 블랙맘바가 책임자인 샤또(사도청)를 지워버리는 바람에 공황상태에 빠져있습니다.”
“흐흐흐, 나쇼널 트레조르의 위용이다. 담발라든 칭크든 블랙맘바와 부딪히면 그 길로 탈탈 털린다. 부끄럽게도 우리는 매년 수천만 프랑의 예산을 동아프리카에 쏟아붓고도 칭크의 준동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작전부 동아프리카 과의 십 년 성과가 블랙맘바가 줍는 이삭만도 못하다니 말이 되나?”
“면목없습니다.”
할 말이 없어진 매키시와 아리바가 고개를 숙였다.
“젠장, 뜯어먹을 게 많다 보니 개나 소나 다 덤비는군. 하여튼 칸마라는 별칭이 딱 어울리는 친구야. 이것도 수당 계산에 넣으라고. 계산이 정확해야 다툼이 없는 법이다. 중요도 D급인 현지 첩보원도 보상에 불만을 가지는 순간 배신의 싹이 튼다.”
“명심하겠습니다. 샤를리 엡도 건은 각하께 보고하셨습니까?”
아리바가 불쑥 물었다.
“이 자식아, 회전의자가 데워지기도 전에 손자 기저귀 갈아주고 장바구니 들고 마트에 가라는 거야?”
보니파스가 버럭 했다. 아리바의 고개가 쑥 들어갔다. 말하고 보니 그렇게 되었다.
“나치 잔당과 추종자들이 프랑스의 발전을 시기해서 벌인 헤프닝으로 처리하면 그만이다. 국가의 안위와 시민의 안전을 아랑곳하지 않는 민족반역자는 바게뜨를 뜯고 에비앙을 마실 자격이 없다. 각하께는 사태가 정리된 후 별도로 보고하겠다.”
보니파스가 칼로 내리치듯이 말을 끊었다.
“나치 부역자에 준하여 정리하겠습니다.”
아리바는 샤를리 엡도의 편집장과 기사의 명복을 빌었다. 나치 부역자에 준한 처벌은 가혹했다. 나치에 협력한 200만 명이 조사받았고, 15만 8천 명이 실형 선고를 받았다. 공식적으로 처형당한 사람이 11,200명, 비공식 처형 자는 10만명에 달했다. 언론은 더욱 가혹한 처벌을 받았다. 나치에 협력한 신문은 폐간당했다. 사주는 사형, 신문사 재산은 몰수당했다. 유럽의 다른 나라도 프랑스 이상으로 나치 부역자를 가혹하게 처리했다. 한국과는 크게 다른 점이다.
발리사리의 삽질로 인해 애꿎은 사진기자 피뇰와 등사판을 빌려준 출판사까지 화를 입게 되었다. 그래서 만수무강하려면 모진 놈을 피해야 한다.
“미테랑은 그렇다 치고 블랙맘바를 어떻게 설득하지. 끙! 화난 맹수를 달래려면 큼직한 고기를 줄 수밖에 없지. 아리바, 선물을 들고 지부티로 출발해라.”
“헉! 총국장님, 전 부양해야 할 가족이 다섯이나 있습니다. 고문을 달랠 사람은 총국장님과 필립 장군밖에 없지 말입니다.”
아리바 과장이 펄쩍 뛰었다.
“농담이다. 나도 유능한 부하를 맹수의 입에 처넣고 싶지는 않다. 선물이 문제인데…….”
톡톡톡- 보니파스가 삐쩍 마른 손가락 끝으로 테이블을 두드렸다. 그가 난관에 봉착했을 때 보이는 행동이다.
“총국장님, 특별고문이 노바토피아의 전력 문제를 고민하더군요.”
매키시의 말에 보니파스가 짝 손뼉을 쳤다.
“그거 좋다. 규모는?”
“향후 노바토피아의 주민을 백만 명으로 추산하면 800MWp가 적당합니다.”
“블랙맘바가 아레바사 인질을 구출했잖나. 아레바 회장에게 원자력발전소를 선물하라고 해.”
“자끄 자베르 회장이 선물하고 싶어도 못합니다. 역외 지역에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려면 의회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건설 기간도 오래 걸립니다. 블랙맘바도 원자력발전소를 달가워하지는 않을 겁니다. 핵 알레르기가 있거든요.”
“화력발전소를 짓는 수밖에 없군. 비용은?”
“800MWp 중유 화력발전소 건설에 대략 3천만 프랑이 소요됩니다.”
“나쇼널 트레조르의 기분을 풀어주는 비용으로는 싸다. 당장 추진해.”
보니파스가 지체없이 허락했다. 노바토피아의 발전은 프랑스 국익과 부합된다. 망설일 이유가 없다.
“알겠습니다.”
재수 좋은 놈은 엎어져도 돈을 줍는다고 했다. 지부티에서 썬텐을 즐기는 블랙맘바는 입도 뻥긋하지 않았지만, 대용량 화력 발전소가 굴러들어왔다.
예로부터 천재는 노력하는 놈을 이기지 못하고, 노력하는 놈은 즐기는 놈을 이기지 못하고, 즐기는 놈은 재수 좋은 놈을 이기지 못한다고 했다. 보니파스의 착각이 블랙맘바의 주머니를 꽉꽉 채웠다.
“이참에 폴 대위와 에밀 중사를 진급 명단에 추가하면 맹수가 한결 부드러워 질 겁니다.”
“그렇군. 블랙맘바는 동료의식이 강하다. 폴 대위는 생체 실험장비와 자료를 챙겨왔고, 에밀은 특수무기를 지원했다. 진급 명분이 충분하다. 즉시 추진해.”
잘난 놈을 친구로 둔 에밀과 폴은 졸지에 떡이 생겼다. 어설프게 모진 놈은 주위에 피해를 주지만, 제대로 모진 놈은 떡을 준다.
“폴이 회수해온 장비와 자료의 가치는 분석되었나?”
“기술부에서 밤을 새우고 있습니다. 하루 이틀에 분석 가능한 물량이 아니랍니다. 기술부는 프랑스의 생명공학 수준을 10년 이상 앞당길 수 있는 자료라고 놀라워하고 있습니다.”
“허, 그 친구는 손만 대면 돈이군. 마이다스가 울고 갈 친구야.”
“그것만이 아닙니다. 수당을 산정하기 곤란한 노획품이 두 가지 있습니다. 초능력 인간과 키메라 괴물의 머리에 이식되었다는 칩과 레이저 연동 자동 사격 시스템이 탑재된 컴퓨터입니다. 반도체 제작 기술과 생체병기 분야, 사격통제장치 분야에서 비약적인 발전이 기대됩니다.”
“웬 떡이야! 그건 우리가 빼내 오려고 발버둥 치던 기술 아닌가.”
보니파스의 입이 찢어졌다. 반도체, 사격 통제장치, 레이저 기술, 생체공학 기술 등은 미국이 몇 수 앞서있다.
‘네, 자존심 상하지만 첨단 무기와 컴퓨터 관련 기술은 양키가 앞서 있습니다. 특별고문이 양키의 첨단 산업 기술을 얻어온 셈입니다. 폴리싱 작업이 끝나면 대략 윤곽이 나올 겁니다.“
“젠장, 이번에도 예비비를 편성해야겠어.”
입은 투덜거렸지만, 눈에는 잔뜩 웃음이 걸렸다. 이건 정말 자다가 떡이 생긴 셈이다. 떡을 들이밀면서 발리사리의 호외 건을 대통령에게 보고하면 얼렁뚱땅 욕먹지 않고 넘어갈 수있게 되었다.
“기름쟁이들이 잔뜩 흥분해서 밤을 새우고 있습니다. 이참에 우리도 미국처럼 국가 주도적 기술 개발에 나서야 합니다.”
“그렇지. 민간분야에서 개발하기 곤란한 대형 프로젝트는 정부가 맡아야 해. 비리와 뇌물로 썩어빠진 병기창은 해체해 버리고 말이야.”
“흐흐, 총국장님이 붙여준 자연재해라는 별명이 딱 맞는 인물입죠. 하는 일 없이 고액 연봉을 받으며 업체의 뒷돈이나 받아먹고, 썩어빠진 무기나 획득하던 병기창 놈들이 졸지에 지옥으로 내몰리게 생겼으니 말입니다.”
아리바가 고소하다는 듯이 낄낄거렸다. 보니파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리바의 말대로 병기창은 썩었다. 썩은 사과를 골라내지 않으면 멀쩡한 사과도 썩는다.
‘더 미루었다간 죽도 밥도 되지 않겠어. 쇠는 달구어졌을때 때려야지.’
보니파스가 이를 악물었다. 큰 변화는 작은 변화에서 시작된다. 이쯤되면 블랙맘바의 별명은 자연재해에 더해서 평지풍파가 될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