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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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장 웬 떡이야! 7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비림(Perim) 섬에 의해 항로가 나누어진다. 밥 이스켄터(Bab Iskander)라 불리는 예맨 쪽 항로는 폭 3km, 깊이 30m에 불과하다. 덩치 큰 유조선이 드나들지 못한다. 지부티 쪽의 닥트 엘 만(Dact el Mayun)항로는 폭 25km, 깊이 310m다. 유조선과 함정이 홍해와 인도양을 드나드는 통로다.
지부티 해안 근처에 칠형제라 불리는 작은 바위섬이 줄지어 있고 해안 쪽으로 밀어붙이는 강한 저류가 선박 운행을 방해한다.
32km라는 폭이 넓어 보이지만, 대형 선박이 드나들 수 있는 해협의 폭은 대략 15km에 불과하다. 이 좁은 해협이 중동 석유가 전 세계로 팔려 나가는 통로다. 북적대는 대형 유조선과 함정으로 인해 해상 충돌 사고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병목이 막히면 전 세계가 호떡집에 불난 듯 시끄러워진다.
언론에 회자하는 아프리카의 뿔은 소말리아 반도를 말하며 에리트레아,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소말릴란드, 지부티가 여기에 속한다. 프랑스는 석유 통로의 확보라는 측면에서 뿔의 정점에 위치한 지부티를 19세기부터 손에 넣었다.
지부티 시미엥 해변, 앞에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이 시원하게 펼쳐지고 뒤로는 종려나무가 줄지어 서 있는 완만한 사구가 자리 잡고 있다. 구름 한 점없는 에메랄드 하늘에 이글거리는 태양, 끝없이 펼쳐진 바다는 번쩍이는 물비늘로 인해 하얀 비단 폭을 펼쳐놓은 듯하다. 해협이 좁다지만 인간이 해발 1.7m 높이에서 볼 수 있는 수평선은 4.6km에 불과하다. 해변에 서면 바닷물이 시야를 꽉 채우고 점점이 떠 있는 유조선이 한가롭다.
종려나무 그늘에 십여 개의 비치 의자가 줄지어 놓여있다. 비치 의자엔 옷가지와 액세서리만 어지러이 널려있을 뿐 남자 한 명만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남자의 발치에 검푸른 털의 거대한 동물이 엎드려있다. 개처럼 앞발 위에 턱을 올려놓은 동물은 호랑이와 코카시안 오브차가를 섞은 듯한 형상이다.
동물의 옆에 거구의 흑인이 쪼그리고 앉아있다. 흑인의 손이 다리와 입을 분주히 오갔다. 기묘한 행동을 자세히 보면 엽기적이다. 침 묻힌 손가락으로 통나무 같은 종아리를 타고 오르는 개미를 콕콕 찍어서 입에 날름날름 집어넣고 있다.
세상에 다시없을 특이한 일행, 설명이 필요없는 무쌍과 쌈디, 디노팰리스다. 디노팰리스 같은 고대 맹수를 강아지로 만들 인간은 무쌍밖에 없다. 살아있는 개미를 침팬지처럼 간식으로 즐기는 인간도 쌈디밖에 없다.
3일 전 지부티로 귀환한 폴은 즉각 옛 동료를 초청했다. 아쉽게도 초청에 응한 동료는 벨맨이 유일했다. 에밀은 새로 사귄 카페 걸과 코르시카로 여행을 떠나는 바람에 연락이 닿지 않았다. 장쒼은 아내 호우잉이 간 이식 수술을 받는 바람에 자리를 뜨지 못했다.
캘리포니아의 잘나가는 무기상, 전직 CIA 필드 요원인 아담 데이비스는 폴의 전화를 받자마자 무기 창고와 영업점을 걸어 잠그고 비행기를 탔다. 친구이자 보스인 블랙맘바가 그곳에 있단다.
사헬에서 살아나온 무쌍의 동료는 폴, 벨맨, 에밀, 장쒼이 전부다. 생존자 다섯 명 중 셋이 모였다. 그들은 만사를 내려놓고 지부티의 쪽빛 바다와 불타는 태양, 이슬람 요리, 여자를 즐기며 3일째 망중한을 보내는 중이다.
정오가 가까워진 시간이다. 천중에 매달린 태양이 무지막지한 복사열을 쏟아냈다. 지부티는 지구 상에서 가장 더운 지역에 속한다. 7월의 평균기온인 43℃, 가장 기온이 낮은 12월도 34℃다. 6월 말이면 한낮의 기온이 48℃까지 올라간다.
무쌍은 얼굴 절반을 가리는 레이벤과 팬티 한 장만 걸친 채 작열하는 태양을 마음껏 즐겼다. 지부티행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그는 자신의 탁월한 선택을 칭송했다.
송골송골 솟아난 땀이 구릿빛 동체를 타고 줄줄 흘렀다. 건식 사우나가 따로 없다. 이투리 정글에서 덕지덕지 쌓인 스케일도 햇볕에 줄줄 녹아내렸다. 디노팰리스가 슬그머니 일어났다. 사포처럼 거친 혀로 무쌍이 흘린 땀을 할짝할짝 핥아 먹었다.
“저놈이 강아지도 아니고 뭣 하는 짓이지?”
쌈디가 고개를 갸웃했다. 디노팰리스는 주인을 두려워하면서도 무척 따른다. 주인께 나름 봉사하는지 염분 끼 있는 땀을 좋아하는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재미있는 일이 없을까? 저놈이나 때리고 놀까?’
쌈디가 디노팰리스를 곁눈질로 살폈다. 녀석은 엔간히 때려도 문제없을 만큼 뼈대가 튼튼하다. 쌈디의 눈길을 받은 디노팰리스가 무쌍의 뒤로 슬그머니 피했다.
무쌍은 이리저리 자세를 바꾸어서 더욱 적극적이고 격렬한 휴식자세를 잡았다. 보니파스의 속이 썩어 문드러지거나 말거나 알 바 아니고, 파리의 호사가들이 콜네임의 실존 여부를 두고 싸우든 말든 알 바 아니다.
한 떼의 남녀가 질러대는 기성으로 해변이 시끌시끌했다. 헝겊 쪼가리로 국부만 겨우 가린 여자 다섯과 남자 한 명이 편을 갈라서 비치 발리 경기를 즐기는 중이다. 늘씬한 금발 머리가 받아올린 공을 검은 피부가 뛰어올라 강 스매싱했다. 제법 경력 있는 솜씨다.
퍽- 여자의 각선미에 한눈팔던 남자가 공에 얼굴을 맞고 벌렁 넘어졌다.
“에쿠!”
쓰고 있던 모자와 레이벤이 훌렁 벗겨졌다. 회색 눈동자, 좁은 이마, 면도날로 그은 듯 얇은 입술이 드러났다. 장 폴 대위다.
“호호호호!”
누가 봐도 과도한 슬랩스틱이다. 하이톤 웃음이 해변에 질펀히 퍼졌다.
“와하하하, 게임 아웃! 폴, 경기에 집중하라고. 공을 보지 않고 그곳만 보면 어떻게 하나.”
심판을 보던 카이젤 수염의 남자가 껄껄 웃었다.
“벨맨, 자네나 심판 똑바로 보라고. 벌써 다섯 번째 오심을 냈단 말이다.”
“아이고 그러셔. 어설픈 목수가 연장 탓하고, 실력 없는 선수가 심판 탓하는 법이지. 자 예쁜이들아 우승 상금을 받아야지.”
“울라, 메흐씨!”
여자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지부티는 아프리카의 프랑스다. 지부티를 구성하는 아파르족과 이사족은 프랑스어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서 독자성은 사라진 지 오래다.
벨맨이 희고 검은 미녀들의 브래지어에 빳빳한 10프랑 지폐를 아낌없이 꽂아주었다. 여자들이 벨맨에게 달라붙어서 온갖 애교를 떨었다.
“호호호, 메흐씨 드 부 도네 떵 드 뻰느.(수고많으셨어요.)”
“울라, 메흐씨 드 보트흐!(어머, 고마워요!)
“호호호. 쎄 트헤 마헝!(너무 좋아요!)
돈을 받은 여자들이 벨맨의 사타구니에 엉덩이를 비비고 커다란 가슴으로 등을 문지르고 키스하느라 법석을 떨었다.
“아낭스떵(잠깐만요), 누 보누 벤 써킨 뚜와(우리는 손가락이나 빨아야 해요?)”
폴과 같은 편을 먹은 여자 둘이 가슴을 치켜들고 따졌다.
“오우 농! 아 보 슈발 봉 게(좋은 말에겐 좋은 물을 준다. 어려운 일을 하면 그에 따른 보상이 있다는 프랑스 속담)”
벨맨이 손가락으로 여자의 빵빵한 가슴을 가리켰다.
“오우, 농 쁘라블램!”
여자 둘이 망설임 없이 브래지어를 훌렁 벗었다. 멜론보다 크고 수박보다 작은 유방이 탱하고 튀어나왔다.
“와우!”
“깔깔깔!”
감탄사와 웃음이 터졌다. 폴이 두 손을 겹쳐서 입을 막고 비트박스 음을 냈다.
우후- 푸파 푸파-
여자들이 비트박스 리듬에 맞추어 가슴을 흔들었다. 벨맨과 폴이 여자를 덮치고 여자는 이리저리 몸을 뺐다. 난장판에 다른 여자들까지 브래지어를 벗어들고 분위기를 달구었다. 해변은 6월의 태양이 무색해질 정도로 뜨거워졌다.
해변의 스트립쇼는 여자 다섯이 나란히 비키니를 내리고 엎드려서 커다란 엉덩이를 흔드는 걸로 끝났다. 천박한 공연이 끝나자 벨맨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남자 넷에 여자 다섯을 부른 이유는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탈락자가 다수일 때보다 한 명일 때 경쟁자들은 더욱 초조해진다. 여자들은 탈락하지 않으려고 기를 썼다. 돈의 위력은 이슬람 국가 젊은 아가씨를 훤한 대낮에 벌거숭이로 만들었다.
“내 생애 최고로 살 떨리는 공연이었어.”
폴이 여자들의 가슴에 50프랑 지폐를 꽂아주었다. 흑진주 피부가 폴의 아랫도리를 덥석 잡았다.
“흐흥, 떨리는 건 가슴이 아니라 이것 아닌가요?”
“와하하하! 호호호호!”
호탕한 웃음과 자지러지는 웃음이 해변에 질펀히 퍼졌다.
“저렇게 놀면 재미있나?”
개미 먹기 놀이에 지친 쌈디가 중얼거렸다. 처음엔 함께 어울렸지만, 문제는 파워다. 아무리 살짝 때려도 얇은 비닐 공이 찢어졌다. 비치발리공 세 개를 해먹은 쌈디는 강제로 퇴장당했다.
“여자들과 놀고 싶어서 그러지?”
무쌍이 신문에 눈을 박은 채 물었다.
“약해빠진 인간과 좋지 않은 냄새 나는 여자는 싫다. 큰 사부의 염주 놀이가 훨씬 짜릿하다.”
쌈디가 마음이 없는 소리를 했다. 염주 놀이는 대우 스님의 추뢰술을 말한다. 살을 찢고 뼈를 으스러뜨리는 암석 폭격은 절대로 사양이다.
“내일은 암자로 돌아가자.”
“……”
쌈디의 얼굴이 컴컴해졌다. 솔직히 큰 사부는 좋지만, 암자는 재미없다. 새벽에 눈뜨면 염불 외고, 툭하면 혼난다. 매일 매일 밥하고 수련하고 염불하고 밥 먹고 잔다. 큰 사부 몰래 멧돼지나 노루를 잡아먹는 재미 외에는 엄청나게 지루하다. 오죽하면 토요일을 눈빠지게 기다렸을까. 토요일이면 주인이 학교에 가지 않기 때문이다.
주인을 따라다니면 얼마나 즐거운가. 화끈하게 때려 부수고 화끈하게 논다. 온통 신기한 것투성이고, 흥미로운 일이 계속 생긴다. 암자에서는 여자가 홀딱 벗고 춤추는 모습을 볼 가능성이 없다. 암자는 재미없는 천국이고 세상은 재미있는 지옥이다.
“휴가 시간을 더 늘릴 수도 있는데~”
무쌍이 말꼬리를 길게 뽑았다.
“와키르, 힘든 일 시키려고 그러지?”
눈치 빠른 쌈디가 물었다.
“저거 집이라도 지키려면 좀 굴려야겠어. 멍청하면 그냥 된장 발라라.”
디노팰리스가 움찔했다. 디노팰리스는 무쌍의 말을 알아들었다. 메커니즘은 알 수 없지만, 말을 알아듣는다기 보다 생각을 읽는 듯했다. 이투리 정글을 경험한 무쌍과 쌈디는 별로 이상하게 여기지도 않았다.
“임마, 들었지? 넌 좋은 시절 다 간 거야. 내가 겪은 지옥을 너에게도 찐하게 보여주마. 흐흐흐!”
심심함에 몸서리치던 쌈디가 좋다고 했다. 끼잉- 디노팰리스가 애처로운 눈으로 무쌍을 쳐다보았다. 무쌍을 쳐다보는 눈길은 또 있다. 비치볼 게임 중인 여자들의 눈이 사팔뜨기처럼 수시로 돌아갔다. 다비드 조각상이 무색할 완벽한 신체에 침을 흘리지 않을 여자가 없다.
“어이구 이년들아, 군침 삼킬 걸 삼켜라.”
벨맨이 낄낄거렸다.
“흥, 저 양반 거시기는 금테 둘렀나요?”
“금테 정도가 아니지. 너희 다섯이 한꺼번에 덤벼도 해장거리도 안 돼. 어쩌면 죽을지도 몰라.”
“어머, 세상에!”
“난 당장 죽고 싶어.”
여자들이 눈을 반짝였다.
“미친년들, 죽으려면 뭔 짓을 못해.”
폴이 중얼거렸다. 죽는다는 말은 수사적인 표현이 아니라 직설적인 말이다. 과연 저 괴물을 견뎌낼 여자가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블랙맘바는 여자들의 시선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지만, 디노팰리스의 눈빛은 짠했다. 깜둥이가 생각나서 잡아왔지만, 녀석에겐 못할 짓이다.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읽고 있던 르 몽드의 사회면 기사에 코를 박았다.
[……까날 쁠리의 르포 전문 기자인 발리사리 기자는 정의의 주먹 작전과 관련된 허위 사실을 유포한 죄로 헌병국에 체포되었다……. 발리사리 기자는 외계인, 콜네임, 식인종의 존재를 거듭 주장하고, 나폴레옹 황제를 모독하고 납치범의 인권을 주장하는 등 앞뒤가 맞지 않는 언동을 계속했다. 사정 당국은 정신 감정을 의뢰했고 동 기자는 망상장애 2등급 판정을 받았다. 이에 헌병국은 벌금 1,000프랑을 부과하고 동 기자를 훈방했다……. 인권 단체인 피아르도는 투항한 납치범까지 잔혹하게 사살한 군부를 비난하는 성명을……정의의 주먹 작전은 많은 의문점이 있다. 당국은 인질의 투라우마 소견을 이유로 인질들과 언론의 접촉을 차단하고 있으며……. 무장 광신도 698명을 피해 없이 사살한 무기 체계에 대한 수수께기가 해소되지 않은……인기 영합적 언론은 발리사리 기자가 주장한 콜네임의 인터뷰에 거금을 걸고……]무쌍이 신문으로 얼굴을 덮고 중얼거렸다.
“나는 개미귀신의 깔때기 굴에 빠진 개미와 다를 바 없구나. 살인과 살인으로 이어지는 나날이 뒷다리를 잡고 놓아주지 않네. 지치고 힘들어지면 개미귀신에 물려서 지옥으로 끌려들어 가겠지.”
“쳇, 개미귀신이 어떻게 와킬의 뒷다리를 잡고 물어뜯나. 이놈도 와킬의 다리를 물어뜯다간 이빨이 부러질 텐데.”
쌈디가 손가락으로 디노팰리스를 쿡쿡 찔렀다. 낑- 낑- 디노팰리스가 죽는시늉했다. 쌈디에게 덤비다가 떡이 되도록 한차례 얻어맞은 디노팰리스는 치와와 수준의 애완견이 되었다.
쌈디는 심심했다. 주인은 신문만 읽고, 주인의 친구들은 여자들과 논다. 여자들은 자신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물론 자신도 여자들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폴이 데리고 온 여자들은 에델 아가씨나 진순 아가씨처럼 좋은 냄새가 나지 않았다.
쌈디는 영혼의 냄새를 맡는다. 한 미모하는 늘씬한 고급 콜걸들이지만, 썩은 영혼의 냄새가 그의 마음에 들 리 만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