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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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장 웬 떡이야! 8
향수는 동식물(꽃잎, 우지, 라놀린, 밀랍 등)이나 광물질(석유, 백납, 바셀린, 파라핀, 타르 등)에서 뽑아낸 향료를 조합해서 알코올로 희석한 액체다. 후각이 둔한 인간에겐 향기일지 모르지만 쌈디에겐 악취일 뿐이다. 쌈디는 오염된 영혼이 발산하는 악취에 질 낮은 향수와 범벅된 체취까지 더해지자 견디지 못하고 도망쳐버렸다.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 되나.”
쌈디가 한국에서 얻어들은 철 지난 우스갯소리를 뱉었다.
“임마, 호박도 호박 나름의 쓸모가 있어.”
무쌍이 타박했다. 호박이 인간 세상에 이바지한 바는 수박과 비교가 안 된다. 그럼에도 울퉁불퉁 못 생기고 맛이 없다는 이유로 폄하된다. 인간의 주관적인 감정이 본질을 흐리는 예다. 영혼의 본질을 느끼는 쌈디도 어느새 인간의 편견에 적응했다는 의미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영혼의 함량, 방향, 색깔, 냄새가 달라도 공존 공생하기 위해서 서로가 비슷하게 위장한다. 교활한 인간은 백에 쌓인 찌꺼기가 풍기는 악취를 지우기 위해 비누를 만들고 화장품을 만들고 향수를 만들었다.
사회가 발달할수록 인간은 광야에 닭울던 태초의 순수함을 잃고 얕은 지식에 의존한다. 영혼이 저급해진 인간은 정신 능력이 퇴화하였고, 영혼이 풍기는 냄새를 맡지 못하게 되었다. 무쌍이나 쌈디처럼 특별한 수련을 거쳤거나 본태적인 존재만이 영혼의 냄새를 맡을 수 있게 되었다.
영혼은 순수한 영인 혼(魂)을 껍데기인 백(魄)이 둘러싼 형태로 존재한다. 혼은 우주를 구성하는 근본정신으로 새로 만들어지지도 않고 사라지지도 않는다. 혼이 합쳐지면 큰 영(大魂)이 되고 흩어지면 저급한 혼이 되기에 숫자가 변동되는 듯이 보인다.
이는 물질 우주에서 별이 태어나고 사라짐과 동일한 원리다. 백의 본질은 지기(地氣)로 인간이 생존해 있는 동안 얻은 기억으로 만들어진다. 기억이란 한 인간의 삶의 궤적이다. 백이 쉽게 오염된다는 의미다.
사람이 죽으면 혼은 본래의 우주로 돌아간다. 백은 육체와 함께 흙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제사를 지낼 때는 향을 피워서 우주의 혼을 부르고, 술을 땅에 부어서 백을 부른다. 백이 없는 조상의 혼은 후손을 알아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CPU와 메모리 장치의 관계와 같다.
오염된 백이 본래의 지기로 흩어지지 않고 뭉쳐서 돌아다니는 흔적이 귀(鬼)다. 좌도방인 주술사, 마법사, 에스퍼는 귀가 보유한 에너지를 차용해서 정신 능력을 발휘한다. 우도방인 법사는 천지에 상존하는 본태(本態) 영의 에너지를 빌려 쓴다.
인간의 숫자가 많아질수록 우주의 영은 분화되었고, 저급해졌다. 저급한 영은 저급한 백을 생성한다. 인구가 늘어날수록 인간의 조건을 벗어던지고 짐승의 굴레를 쓰는 인간이 많아지는 이유다.
“멍청한 폴 녀석, 에델 아가씨처럼 좋은 냄새 나는 여자를 데려오면 좀 좋아.”
“폴을 너무 씹지 마라. 여자는 우리를 즐겁게 해주려고 데리고 온 거야.”
무쌍이 폴을 변호했다. 군인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제일의 수단은 여자와 휴가다. 폴은 나름 합리적인 방법을 찾았고 평소에 않던 슬랩스틱을 발휘하는 성의까지 보이고 있다.
“저놈은 눈도 없고 코도 없어. 냄새나는 여자를 무더기로 데려오면 뭐해. 개미는 새콤한 맛이라도 있지 저건 먹을 수도 없다.”
쌈디가 맨다리를 타고 오르는 지부티 특산의 큼직한 검정개미를 주르륵 훑어서 입안에 털어놓고 씹었다. 외골격이 탁 터지는 식감과 톡 쏘는 개미산은 묘한 중독성이 있다.
“흐흐, 개미를 만만히 보지 마라. 개미와 인간의 시소 놀이 이야기를 해줄까. 개미가 인간과 시소 놀이를 했거든. 몸무게가 턱도 없으니 재미있을 턱이 없지. 개미가 각자 동료를 불러서 함께 놀자고 했어. 인간 50억 명이 모두 불려 왔지만, 개미행렬은 끝이 없었어. 지구에 사는 개미의 1%쯤 올라타자 시소가 개미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데. 지구에 존재하는 개미를 모두 모으면 인간보다 100배쯤 무겁다는 소리지. 역산해보면 개미 숫자가 어마어마할 거야. 생물학자들이 지구의 주인이 개미라고 주장할 때 써먹는 이야기다.”
순진한 쌈디는 역산을 해보라는 말에 열심히 역산했다. 동물의 몸무게는 대략 길이의 세제곱이다. 인간의 키가 180cm고 개미의 길이가 1cm라면 180의 세제곱은 5,832,000이다. 인간의 몸무게와 개미 6백만 마리의 체중이 비슷해진다. 인간 숫자가 50억이면 개미는 30,000,000,000,000,000마리다.
“헐, 많긴 많네.”
영의 행렬에 눈이 핑핑 돌았다.
작열하는 태양, 달구어진 백사장이 피워 올리는 아지랑이가 데자뷰를 불러왔다. 드라구노프를 손에 든 순간부터 운명이 걷잡을 수 없는 급류에 말려들었다. 지저 세계로 빨려들 때처럼 대책 없이 흘러가고 있다.
“살고 죽음이 이곳에 있어 어린 영혼이 미망을 벗어나지 못하는구나. 가을바람에 나뭇잎 떨어져 휘날릴때 큰소리로 외친들 무슨 소용이랴. 이몸도 한 닢의 낙엽인 것을.”
무쌍이 한탄했다. 적산가옥 이 층에서 바라보던 늦가을 풍경이 눈앞을 스쳐 갔다. 히라니와 연못에 둥둥 떠다니는 붉은 단풍잎이 피를 뒤집어쓰고 널려있는 담발라의 시체로 대치되었다.
“블랙, 우리끼리 재미 본다고 삐쳤나? 우거지상으로 궁상을 떨지 말고 바닷물에 몸이나 식히고 오지.”
비치볼 경기를 마친 벨맨이 물이 뚝뚝 흐르는 얼굴을 들이밀었다. 블랙맘바는 전사한 동료를 사헬에 묻을 때 총신을 두드리며 장송곡을 불렀다. 지금의 표정이 그때의 얼굴이다.
“잠시 먼저 간 동료들을 생각했다. 부리머는 낚시 도구를 챙겨왔겠지. 샤트르는 석유로 엮인 국제관계의 헤게모니강의를 하느라 침을 튀기고 말이야. 트러블 메이커 마이크도 그립군.”
“다들 열심히 살았으니 지옥에서도 잘 지내고 있겠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 에밀과 장쒼도 못 오는데 뒈진 녀석들 탓하면 뭐해.”
“글쎄 말이다. 두 녀석이 걱정이야. 잘되어야 할 텐데.”
“장쒼은 열심히 살고 있지만, 에밀 녀석은 틀렸어. 자네가 사기 친 갈보년을 감옥에 처넣은 후에도 여전하더라고. 이번의 카페 걸은 며칠이나 가려나.”
벨맨이 피식거렸다. 친구들도 에밀의 여성 편력에 손을 들었다.
“그 짓이 사는 낙인데 어떻게 하나. 옴부티가 따로 노후 대비를 하고 있으니 내버려둬.”
블랙맘바 역시 포기했다. 영혼이 외로워진 인간은 무엇으로든 빈 구석을 채워넣으려 한다. 타인이 왈가왈부한다고 고쳐질 버릇이 아니다.
“그러고 보면 재수 좋은 놈이 갑이란 말이 맞아. 그놈을 보면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도 말짱 헛소리로 여겨져. 블랙의 파트너였다는 작은 인연 덕분에 방탕하게 살아도 짱짱한 노후가 보장되었으니 말이야.”
“흐흐흐, 라 까끄 셩 뚜즈흐 르 아헝!(청어 상자는 청어 냄새를 풍긴다. 본성대로 살아간다는 프랑스 속담.)”
무쌍이 웃으며 옛 프랑스 속담을 꺼냈다. 에밀은 속없이 좋은 놈이다. 친구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총을 맞아줄 놈이다. 영악한 인간이 득실대는 세상에 에밀처럼 속없는 녀석이 한 명쯤 있어도 좋다.
“쎄 트헤 마헝.(정말 재미있었어요.)”
“즈 네 빠 뷔 르 떵 빠쎄.(시간 가는 줄 몰랐네요.”
50프랑 지폐를 받은 여자 둘이 종려나무 그늘로 들어왔다. 벨맨은 여자 셋에 둘러싸여서 해변을 걷고 있다. 디노팰리스가 머리를 들고 여자들을 흘끗 보고는 고개를 돌렸다.
“허, 똑똑하다고 해야 하나!”
블랙맘바가 실소했다. 이놈은 대상을 세 가지로 구분한다. 강한 것, 약한 것, 주인과 관련 있는 것이다. 약한 것은 아예 눈길도 주지 않는다.
“예쁜아, 그 새를 못 참고 따라온 거야?”
“흥, 다이아몬드가 있는데 돌멩이에 눈길이 갈까.”
석탄처럼 검은 피부의 여자가 무쌍의 몸을 씹어먹을 듯이 노려보며 조잘거렸다.
“멍청한 것, 손이 닿지 않는 다이아몬드는 돌멩이보다 못한 법이란다. 흐흐흐”
폴이 낄낄 웃으며 여자의 가슴을 떡 주무르듯 주물렀다.
“흐응!”
여자가 비음을 내뱉자 쌈디가 멀찍이 떨어졌다. 인간이 가식적인 행동이나 말을 하면 썩은 냄새가 더 강하게 풍겼다. 흥미를 잃은 무쌍은 읽던 신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친구, 자넨 멍크도 아니면서 한창 펄펄할 나이에 너무 재미없이 살고 있어. 젊고 능력 있고 돈 있으면서 그게 뭐냐. 지금도 동정일테지?”
“동정은 아니다.”
무쌍이 버럭 했다.
“자네는 많이 지쳤어. 이곳에서 태양을 즐기며 몇 달 휴가를 보내는 게 어때? 덕분에 나도 농땡이 치고 말이야. 이곳에선 까만 여자 하얀 여자 맘대로 올라탈 수 있다고.”
폴은 친구가 안쓰러웠다. 손에 피가 마를 날이 없는 친구다. 이투리에서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체가 698명이다. 실제 게릴라 사망자는 더 많을 것이다. 친구는 사이코패스가 아니다. 누구보다 정이 많은 인간이다. 육체는 견뎌도 정신이 데미지를 입는다. 사헬에서도 전장의 세례를 베풀지 않았던가.
“아프리카는 피 냄새가 너무 많이 난다. 사막도 싫고 정글도 싫다. 인간은 더 싫다. 여자를 안는다고 없어질 스트레스도 아니다. 팔자려니 해야지.”
무쌍이 고개를 흔들었다. 폴이 부러워하는 초감각은 심각한 부작용이 있다. 예리한 시력은 여자의 모공에 끼어 있는 모낭충을 훤히 보고, 후각은 삼 일전에 끝난 여자의 멘스 피내음을 맡고, 귀는 남자를 씹어대는 천박한 뒤담화를 고스란히 듣는다.
여자를 안고 싶은 마음이 천리만리 달아난다. 마음이 동하고 육체가 반응해야 여자를 안든지 말든지 할 것 아닌가. 폴이 자신의 말 못 할 고통을 알 수 있을까? 당연히 모른다.
“벌이는 좋지 않나. 지금쯤 보니파스가 계산기를 두드리느라 머리에 쥐가 나겠지.”
“흐흐, 계산이 조금 복잡할 거야.”
무쌍이 풀썩 웃었다. 이보다 더 좋은 벌이는 없다. DGSE에서 받은 공작금 150만 프랑과 국방부 수당 200만 프랑은 푼돈이다. 대박은 아레바사의 현상금이다.
공작 착수금 8백만 프랑을 받았고, 추가로 받을 잔금과 성공 보수금이 3,600만 프랑이다. 무려 4,750만 프랑이다. 글로벌 기업은 통도 컸다. 고철 몇 개와 컴퓨터 칩, 메카닉 혼터의 사체 등을 산정하려면 머리깨나 아플 것이다. 그야말로 돈이 쏟아져 들어왔다.
“써펀드는 순전히 자네 덕분에 수영장(DGSE 본관 8층의 총국장실 별칭) 주인이 되었으니 푸짐하게 풀어야지.”
“수영장을 차지하자마자 제법 시달리는 모양이다.”
무쌍이 읽고 있던 신문을 폴에게 건네주었다.
“이게 뭐야? 예쁜아, 너희는 딴 데 가서 놀아라.”
폴이 흑진주의 엉덩이를 철썩 때렸다. 아무것도 모르는 여자들이지만 대화를 들어서 좋을 게 없다. 눈치가 빤한 여자들이 눈을 살짝 흘기고 멀어졌다.
“엉덩이에 뿔 난 년이 기어이 사고를 쳤군. 이투리에서 없애버릴 걸 그랬어.”
폴이 이를 갈았다.
“귀찮다고 기자를 죽이면 세상의 기자들 씨가 마르게. 어차피 이 여자는 입을 놀린 죄로 제명에 죽지 못해. 잘못은 공명심에 눈먼 제르맹 장관과 질투심에 눈먼 카바에 부장이다.”
“그건 그렇지. 그 위치에 있는 사람이 그토록 어리석은 결정을 내릴 줄 누가 알았겠나. 가만히 있었으면 푸짐한 연금을 받으며 노후를 즐길 수 있을 텐데!”
폴이 탄식했다. DGSE 작전부의 공작은 거칠기로 유명하다. 블랙맘바의 정체를 까발린 여기자를 멀거니 바라볼 인간들이 아니다. 어쩌면 카바에도 조만간에 사고를 당할지 모른다. 아니 블랙맘바가 그냥 두지 않을지도 모른다
“권력에 취하면 자기 뜻대로 다 된다는 착각에 빠지거든.”
폴의 탄식은 후견지명이다. 한국의 위정자들도 이해 못 할 헛짓거리를 하고 인생 말년을 조지는 인간이 많다.
“휘유, 까날 쁠리와 프랑스 수아르(France-Soir, 프랑스 최대 석간신문)가 인터뷰 대가로 일천만 프랑을 걸었구먼. 일천만 프랑이면 도대체 얼마야! 나 같으면 케피느와를 벗어던지고 달려간다. 그런데 나를 부를 일은 없겠구먼. 사람은 잘나고 봐야 해. 쩝!”
“하하하, 일없네.”
무쌍은 코웃음 쳤다. 천만 프랑 아니라 일억 프랑을 줘도 정체를 드러낼 처지가 아니다. 인터뷰는 비밀유지 서약 의무에도 위배된다. 푸짐한 수당에는 비밀 유지비가 포함되어있다.
돈이라면 충분하다. 루만 작전 수당 3억 프랑은 노바토피아 건설에 빨려 들어가고 있지만, 돈은 충분하다. 정히 부족하면 한국의 국회의원들 집을 몇 군데 털면 백억은 금방 만들 수 있다.
“어라! 이건 리베라시옹(Liberation)이네. 이건 어떻게 구했나?”
폴이 타블로이드판 여섯 페이지짜리 신문을 들고 물었다.
“호텔에서 서비스하던 걸.”
“그래?”
폴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리베라시옹은 좌파 신문이다. 아니 무정부 성향을 가진 극좌파 신문이다. 일면과 이면은 사이코패스 콜네임의 존재를 밝히라는 요구와 진실을 은폐한 대통령의 사퇴를 주장하는 기사, 삼면은 정부의 강경 대응을 비난하고, 작전에 참여한 군인들을 희대의 도살자로 비난하는 사설이 한 면을 가득 채웠다.
“이런 기사를 싣고도 폐간되지 않는 게 신기하네.”
“뭐 어때. 시민과 독자가 알아서 판단하겠지. 이딴 주장에 손을 들어주는 시민은 별로 없어.”
“재미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