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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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장 웬 떡이야! 10
크르르- 디노팰리스가 자세를 바짝 낮추고 눈을 치떴다. 노란 눈알이 백열했다. 맹수가 보이는 전형적인 공격 징후다.
“임마, 찌그러져 있어.”
퍽- 철판을 방불케하는 손바닥이 대가리를 두들겼다. 주인에겐 어리광을 부릴 수도 있지만, 우두머리에게 개기다간 골로 간다. 끼잉- 디노팰리스는 송곳니를 집어넣고 곧바로 찌그러졌다.
디노팰리스는 무쌍을 주인이자 부모로 인식하고 있다. 목숨을 구해주고 공진파로 벌모세수했기 때문이다. 쌈디는 우두머리로 인식되어있다. 엉기다가 몇 차례 먼지 나도록 얻어맞았기 때문이다.
“후와 놀래라. 저놈이 그놈 맞아? 쿠크리 송곳니도 없어졌네.”
폴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저놈이 허큘리스에 적재될 때는 거칠기로 이름난 용병들도 헉하고 놀랐다. 쿠크리를 방불케 하는 송곳니, 살기가 번들거리는 호박색 눈동자, 물결치듯 맥동하는 근육, 허벅지보다 굵은 다리와 두툼한 앞발, 보기만 해도 피비린내를 훅 뿜었던 놈이다. 며칠 사이에 변해도 너무 변했다.
“내가 보기엔 별로 달라지지 않았는데……. 처음보다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표시 날 정도는 아닌데. 그냥 표범이잖아. 이투리 표범 말이야.”
무쌍이 삶은 호박에 이빨도 안 들어갈 소리를 했다. 디노팰리스가 이투리 표범이면 호랑이는 고양이다. 늘 그렇듯이 디노팰리스도 예기치 않게 거두게 되었다. 어쩌다 보니 테러버드와 싸우던 놈을 구했고, 애완동물이 되었다. 특별한 목적 없이 깜둥이가 생각나서 살려주었을 뿐이다.
막상 항공기에 태우고 보니 용병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무쌍은 자신의 무신경함을 탓했다. 디노팰리스는 맹수 중의 맹수인 고대 검치호의 일종이다. 자신에게나 애완동물이지 일반인에겐 호랑이보다 더 겁나는 존재다. 게다가 자연과학계에 알려졌다가는 세상이 시끄러워진다.
외모가 말썽이면 성형 수술이라는 좋은 기술이 있다. 무쌍은 성형의사가 아니지만, 억고기병 발사라가 있다. 그는 비행 중에 디노팰리스의 송곳니를 발사라로 깎아냈다. 입 밖으로 튀어나온 250mm를 정교하게 다듬어서 시베리아 호랑이와 비슷한 70mm로 만들었다. 다행히 사기질이 사기적으로 두꺼운 덕분에 신경과 혈관을 손댈 필요가 없었다.
송곳니 커팅 작업을 끝내고 공진파를 투입했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짝퉁 벌모세수다. 공진파가 디노팰리스의 신체를 세포 단위로 거칠게 뒤흔들었다. 녀석이 눈에 띌 정도로 외형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바늘처럼 거칠던 털이 빠지고 비단결보다 부드러운 털이 돋아났다. 대가리는 코카시안 오브차가와 호랑이를 섞은듯한 형태로 변하고, 동체는 표범과 유사해졌다. 4일이 지난 지금은 원래의 디노팰리스 외형이 거의 남지 않았다.
환골탈태와 벌모세수를 거친 디노팰리스는 분위기도 달라졌다. 살기가 호랑이 수준으로 순화(?)되고, 재규어 원판에 코카시안 오브차가 피가 섞인듯한 분위기를 풍겼다.
인류는 수만 년간 개와 함께했고 온갖 형태로 품종을 개량했다. 잡종 오브차가라고 우기면 아니라고 말할 사람도 없다. 체중 200kg 넘는 오브차가가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말이다.
“이거야 원! 시어머니가 생겼다 했더니 짐승까지 가세해서 겁을 주는구먼. 저 녀석들 때문에 친구와 농담 따먹기도 못하게 생겼어.”
폴이 어이없다는 눈으로 쌈디와 디노팰리스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디노팰리스는 언제 살벌한 포스를 선보였느냐는 듯이 노리개로 전락했다. 쌈디는 인내력 테스트를 핑계로 갈비뼈를 손가락으로 찌르고, 귀를 잡아당기고, 다리를 찢었다. 디노팰리스가 강아지처럼 끙끙거렸다. 살기가 번득이던 눈동자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어이가 없네. 아까 눈깔 부릅뜨던 짐승이 맞나?’
폴이 고개를 설설 흔들었다. 끼리끼리 모인다더니 괴물의 주변에는 괴물이 모였다. 헤라클레스 비스름한 흑인의 등장에 놀랐더니만 호랑이를 찜쪄먹을 몸길이 4m의 괴수까지 등장했다. 이젠 중생대 공룡이 나타나도 식상할 지경이다.
“블랙, 저 녀석 이름이 뭐야? 아니 정체가 뭐야?”
“고대 맹수인 스밀로돈에 속하는 디노팰리스다.”
“스밀로돈? 어쩐지!”
폴이 고개를 끄덕였다. 디노팰리스는 몰라도 스밀로돈은 안다. 역시 자신이 잘못 보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이름을 짓지 않았네. 이름이라~”
무쌍은 진지하게 고민했다. 이름은 중요하다. 지저 세계에서 아드라스를 표범으로 인식하는 바람에 깜둥이는 흑표가 되어버렸다. 깜둥이가 1년이 지나도록 지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는 이유가 외형 때문일 수도 있다. 인간이 장악해버린 지상에 거대한 흑표가 어슬렁거릴 수는 없다. 안타깝게도 무쌍은 작명에 심혈을 기울일 만큼 섬세하지 못하다.
“에이 모르겠다. 너는 디노다. 디노!”
폴과 벨맨의 시선이 부딪혔다. 멀건 눈빛에 담긴 의미는 어이없음이다.
“주인답다고 해야 하나!”
단순무식의 극치를 달리는 쌈디가 중얼거렸다. 좌중의 반응과 달리 이름을 받는 순간 디노가 벌떡 일어났다. 쿠왕~ 쿠와앙~ 폭발적인 하울링에 대기가 부르르 떨렸다.
“어머나!”
“아악! 저건 뭐야?”
해변에서 자기네끼리 놀던 여자들이 비명을 질렀다. 폭발적인 포효에 놀랄만했다.
“저것들 돌려보내고 오지.”
폴이 해변으로 내려갔다. 디노가 시위하듯이 도도한 발걸음으로 야영지를 한 바퀴 돌아서 무쌍의 옆에 떡 버티고 섰다. 자부심 넘치는 노란 눈이 쌈디에게 고정되었다.
“헐, 저놈 봐라!”
쌈디가 혀를 찼다. 짐승 주제에 노려보는 눈이 심히 불량했다. 디노의 상태를 알만했다. 자신도 성과 이름을 받았을 때 천지개벽을 맛보았다. 과거도 미래도 없고, 의미도 의식도 없던 세상이 번쩍하고 신천지로 변했다. 그냥 살아가는 것과 의미 있는 삶은 차원이 다르다. 저놈은 주인께 이름을 받는 순간 새로 태어났다. 영통(靈通)한 고양이 새끼가 똥인지 된장인지 모르고 기고만장한 모양새다.
“디노야, 오늘 밤에 보자고. 고양이 새끼는 밤에 타작해야 제멋이거든. 흐흐흐!”
디노의 꼬리가 다리 사이로 슬금슬금 들어갔다. 감당하기 힘든 살기가 확 밀려들었다.
‘똥 밟았다!’
영통이 트인 디노의 첫 감상이다.
태양이 서쪽으로 설핏 기울었다. 아덴만에서 습기 머금은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무역풍이다. 적도 북쪽은 코리올리 효과로 인해 북동풍이 분다는 지리 교과서의 내용이 떠올랐다. 이놈의 머리는 잊어버려도 될 소소한 기억을 잘도 저장해 놓는다.
“이봐 친구, 도대체 여자를 기피하는 이유가 뭐냐? 설마 그곳에 이빨이 있다고 믿는 건 아니겠지? 아니 에델은 어떻게 할 거야?”
폴이 정색하고 물었다. 블랙맘바는 20대 중반이다. 한창 정력이 뻗칠 나이다. 게이도 아니고 고자도 아니다. 포르노 비디오를 즐기고, 펜트하우스나 플레이보이지를 즐겨 보는 지극히 정상적인 남자다.
여자들은 나이 불문하고 블랙맘바와 마주치면 시선을 떼지 못한다. 잡티 한점 없는 깔끔한 얼굴과 르네상스 시대의 조각상이 울고 갈 균형 잡힌 몸, 부드럽게 웨비브 진 곱슬머리, 우수에 찬 눈, 여자들은 비교를 불허하는 생물학적 우월성에 백이면 백 꺼벅 죽는다. 블랙이 눈치만 줘도 치마끈을 맡길 여자가 널렸다.
장쒼과 에밀의 전언에 의하면 블랙맘바는 코르시카에 배치받은 당시에도 여자와 접촉하지 않았다고 했다. 되지엠 랩 최고의 미스터리가 블랙맘바의 성 정체성이라고 했다. 하긴 천사 그 자체인 에델도 안지 않은 놈인데 콜걸이 눈에 찰 리 없다.
“이유는 없다. 사랑하는 여자 있다.”
간단한 대답에 폴과 벨맨의 입이 쩍 벌어졌다. 사랑하는 여자가 있다는 놈이 4년이 넘도록 한 번도 언급하지 않는단 말인가. 그가 말하는 여자가 루드리 에델이 아님은 분명했다.
“에델 양은 아니지?”
벨맨의 물음에 무쌍이 고개만 끄덕였다. 이제는 사랑하는지조차 흐릿하지만, 헤어지지 않았으니 인연은 끝나지 않았다.
“프롤리나트 중대를 쓸어버렸던 첫날 목메어 부르던 그 여자?”
“그렇다.”
“그동안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잖아.”
“전화 통화도 하지 않았다.”
“어이구 등신!”
폴과 벨맨이 동시에 소리 질렀다.
“마누라가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어도 바람 피우는 남자가 대부분이다. 사년전에 헤어진 애인 때문에 에델을 마다했단 말이야?”
폴과 벨맨이 아우성쳤다.
“여자의 정조를 주장하는 만큼 남자도 정조를 지켜야 한다. 남자와 여자는 공평하다.”
“너는 세익스피어 희곡에서 튀어나온 놈이 분명해.”
폴은 블랙맘바와 대화를 포기했다. 자신의 여자가 순결하기를 바라는 만큼 자신도 순결을 지키겠다는 소리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만, 세상이 어디 바른대로 움직이던가! 요즘 세상에 저따위 사고를 하는 남자는 둘이 없다. 저 인간이야말로 새로운 종이다. 드디어 단일종이라는 인간의 계통수를 다시 그리게 되었다.
“블랙, 네가 노바토피아에 가지 않고 미적거리는 이유를 알만하다. 너는 에델 양을 만나기 두려운 거야. 에델 양을 좋아하고 있다는 뜻이지. 네가 과거의 여자에 집착하는 이유는 너 자신이 도덕적임을 증명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심하게 말하면 도덕과 윤리의 무결점 트라우마에 잡혀있다. 그 여자와의 관계에서 도덕적 우위를 확보하고 싶은 모랄 증후군이라고나 할까.”
벨맨이 신랄한 어조로 무쌍을 비난했다.
“그럴지도…….”
무쌍의 표정이 컴컴해졌다. 그토록 강렬했던 감정이 어느새 종이짝처럼 얄팍해졌다. 그럼에도 혜영을 놓지 못함은 폴의 말대로 스스로 만족하고 싶어하는 정신적 보상 기전일지도 모른다.
“자넨 군인이야. 군인은 단순 무식해야 한다고. 무식이란 모른다는 뜻도 있지만, 복잡한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뜻도 있어. 자넨 전투 시에는 무식의 극치를 달리다가 전투가 종료되면 센치해지는 경향이 있어. 우린 군인이야. 무식한 주제에 억지로 자신의 행위에 이런저런 의미를 붙이려 애쓰지 마라. 군인은 공리주의에 가장 충실한 집단이란 말이다.”
“공리주의라, 그렇긴 하군. 군인은 잔인해야 국가와 국민을 지킬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피로 점철된 내 인생은 누가 보상하나? 내 손에 죽은 인간의 숫자가 수천이다. 지금 추세대로면 곧 일만 명을 채울 거야. 인류역사에 일만명을 죽인 인간은 없었다. 무사든 아사신이든 저격수든 일천명을 죽인 인간도 없었다. 하기 내가 택한 운명인데 누굴 탓하겠나. 내가 책임져야지.”
“무슨 소리! 자네는 죽으면 무조건 천국으로 갈 거야. 발할라는 싸우다 죽은 전사의 영혼만을 초청한다네. 착하게 살고 침대에서 죽은 사람은 니블헤임으로 직행하지. 나도 발할라행 초청장을 받았다네. 많이 죽이고, 마구 사랑하고, 새끼도 많이 까라고. 에델과 자네의 우월한 유전자가 어떤 아이를 만들지 벌써 흥분되네. 클클클!”
폴이 낄낄 웃었다.
“어떻게 되겠지.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살다 보니 시간이야말로 최고의 해결사더라고.”
“자네는 죽이기도 많이 죽였지만, 살리기도 많이 살렸어. 오딘의 초청장을 받지 못할지도 몰라.”
“일단 오딘과 친해져야겠군. 화끈하게 까부수고 천국에 가려면 해적이 최고지. 아덴만의 드레이크나 되어볼까. 크크크!”
무쌍이 킬킬 웃었다. 이래서 친구가 좋다. 웃고 떠드는 틈에 찜찜한 기분이 해풍에 날려갔다. 폴이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농담이라도 그런 말은 말게. 자네가 아덴만 해적이 되면 중동 석유는 끝장이야. 알라가 자네 엉덩이를 걷어차기 전에 엉클 샘이 미사일을 무더기로 쏟아부을걸. 하하하!”
폴이 싱거운 소리를 하고 혼자 웃었다. 해적 블랙맘바! 그럴듯했다. 현재 노바토피아는 서남아시아의 쿠르드족과 에리트레아의 티그리나족을 받아들이느라 정신없다.
에리트레아 인구의 50%를 점하는 티그리나족은 기독교 계통이다. 오랜 세월 동안 이슬람교와 갈등을 빚어온 티그리나족은 1977년 에티오피아의 멩기스투가 임시 군사 행정 평의회(PMAC) 의장에 오르면서 암흑기를 맞았다.
멩기스투의 사회주의 군사 독재 정권은 기독교를 사회악으로 규정하고 무자비하게 탄압했다. 견디다 못한 티그리나 족은 엔진도 없는 목선을 타고 고향을 등졌다. 지중해는 목선으로 건널 만큼 만만치 않다. 해상 난민이 된 수많은 에리트레아인이 무더기로 수장되었다.
노바토피아에 정착한 아프웨르키가 나섰다. 강제노역에 시달리는 에리트레아의 아이들을 구출하던 아프웨르키는 아클란 크루 옴부티의 허락을 얻어 티그리나족 난민을 노바토피아로 인도했다.
뚜바이부르파는 쿠르드족과 시리아 정교도, 에리트레아인의 선지자이자 지도자다. 블랙맘바가 마음만 먹으면 동부아프리카 장악이 꿈만은 아니다. 물론 블랙맘바가 그따위 영양가 없는 헛짓거리를 할 가능성은 제로지만 말이다.
무쌍은 노바토피아의 변화를 예의주시했지만, 관여하지 않았다. 옴부티와 오리피스, 셔니언, 아프웨르키가 자치구 개발과 시스템 정비 분야에서 자신보다 백번은 낫다. 블랙맘바의 이대 신조가 [어떻게 되겠지.]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다.
“폴, 지부티에 레종 에뜨랑제 연대씩이나 주둔할 이유가 있나? 주둔비용을 전액 프랑스가 부담하고, 토지 사용료도 지부티에 지불한다며?”
“저 배들을 봐라.”
폴이 먼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배를 가리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