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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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장 웬 떡이야! 12
이거야말로 진정한 떡이다. 좋은 일을 하면 자다가 떡 생긴다고 했다. 지부티 해변에서 낮잠을 잤을뿐인데 큼직한 떡이 뚝 떨어졌다. 아니 땅에서 솟았다. 전생에 지구라도 구했는지……
-떡이 아니고 석유입니다만…….
프랑스산 무울소리 교수는 한국식 비유를 당연히 이해하지 못했다.
“석유가 바로 떡이요. 아주 큰 떡이지요. 전후 사정을 설명해 주시오.”
무쌍은 춤이라도 추고 싶었지만, 애써 흥분을 가라앉혔다. 와일드 캣(시험 시추, 배사습곡 지형을 특정해서 드릴로 뚫어서 트랩을 확인하는 작업)없이 유전을 발견하는 행운을 얻었지만, 축배를 들기엔 이르다.
석유는 1860년 르느와르가 휘발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내연기관을 발명하기 전까지는 고작 램프 연료로 쓰였다. 자동차가 대량 생산되면서 석유 수요도 급격하게 늘어났다. 석유만 찾으면 떼부자가 된다. 검은 악마의 눈물에 미친 인간들이 사막과 정글을 헤집고 다녔다.
와일드 캣은 성공했지만 다양한 원인에 의해 생산성이 따르지 못하는 유정을 ‘행운의 저주’라 한다. 간난신고 끝에 찾아낸 유정이 행운의 저주라면? 수많은 석유 개발업자가 실제로 미쳐버렸다. 유정을 찾아도 매장량과 회수율, 즉 생산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말짱 꽝이다.
-R-28 지역에 방추 타워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지하 굴착 공사를 하던 중에 심도 15m에서 지하수가 솟았습니다. 방수격벽을 치고 파이프로 지하수를 빼내면서 공사를 속행했습니다. 30m를 파 내려갔을 때 인부들이 지하수가 짜졌다고 불평했습니다. 혹시 하는 생각에 드릴 리그를 동원해서 천공을 시도했습니다.”
“혹시는 무슨 뜻이오?”
-석유는 지층 사이를 흐르는 액체입니다. 액체를 담으려면 그릇이 있어야 합니다. 석유를 담는 지층 그릇을 트랩이라 합니다. 트랩은 아래쪽이 투과성이 좋은 퇴적암이고 위쪽은 투과성이 없는 지층이어야 합니다. 지질구조로 본 트랩은 배사습곡지층, 단층지층, 부정합지층 등이 있습니다. 모든 트랩이 소금층을 동반하지는 않지만, 소금층은 대부분 트랩을 동반합니다. 염수가 솟는 지층에 배사 구조와 석유를 함유한 모암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죠. 높다고 해야 오일 층이 존재할 확률은 20%, 경제성 있는 유정이 존재할 확률은 5%도 안 되지만, 그 정도 확률이면 엄청나게 높은 확률이죠. 수백만 명의 프랑스인이 백만 프랑의 당첨금을 받으려고 백만분의 일의 확률인 마스 복권을 긁고 있지 않습니까. 와하하하!
무울소리 교수가 남자처럼 통쾌한 웃음을 터뜨렸다. 흑점 폭발도 잔뜩 고무된 교수의 감정을 막지 못했다. 교수가 말을 이었다.
“석유는 탄화수소물입니다. 탄화수소물의 가장 흔한 형태는 역청입니다. 수천 년 전 메소포타미아 인이 만든 바벨탑의 모르타르 제작에 쓰이고, 페니키아인이 전함의 틈을 메꾸고, 이집트인이 미라의 방부제로 사용했고, 더 오래전에는 노아가 방주의 틈을 메꾼 그 역청 말입니다. 역청은 단층 작용으로 끊어진 배사 습곡 지층의 틈을 비집고 지표로 올라온 탄화수소물입니다. 베네수엘라의 마라카이보 호수 아래는 석유 연못이 만들어지기도 하지요. 중국인은 고대부터 염수 층을 찾아서 석유를 채굴했습니다. 그들은 석유가 나오는 우물을 화정(火井)이라 부르고 석유를 석칠(石漆)이라 했습니다. 속을 판 대나무를 연결해서 송유관으로 썼지요. 사해가 거대한 유전의 입구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을 정도입니다. 석유가 수천 미터 땅속에만 존재한다는 편견은 버리세요.
“허, 석유가 그렇게 지표 가까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놀랍소. 그래서요.”
-시추 핵을 현미경으로 확인하고 혹시가 확신으로 굳어졌습니다. 계속 파들어 갔죠. 굴착 심도 500m 지점에서 석유가 터졌습니다. 보통 1,000m 이상 시추해야 배사층을 뚫을 수 있는데 이곳은 지층이 얇은 편입니다. 현재 드릴이 파들어간 부분은 소금층입니다. 오일 층의 석유가 끊어진 단층으로 틈입해서 소금층에 스며든 거죠. (작가 주:그림 참조)
“흐흐흐, 짭조름한 석유라~ 실제적인 오일 층엔 빨대를 꽂지 않았다는 말씀이오?”
-호호호, 마님이 외출 중인데 하녀가 멋대로 안방을 휘저을 수는 없지요. 제대로 된 시추기도 붙여야 하고, 공개 개발할지 은밀히 개발할지도 결정해 주셔야죠. 결제를 받으려고 쫄따구님께 부탁해서 와킬을 찾았습니다.
“상업적 성공 가능성은?”
“매장량과 회수율은 알라도 장담 못 합니다. 하지만 행운의 저주를 받을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통신 상태도 좋지 않고 할 일이 산더미라 간단히 설명하겠습니다. 석유가 생성되려면 네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석유를 만들어내는 모암, 탄화수소로 변형시킬 조건(온도), 탄화수소가 지표로 이동하는 경로(단층 틈), 탄화수소가 지표면으로 빠져나가기 전에 포획하는 단층 트랩입니다. 트랩이 사실상의 오일 층입니다. 트랩 상단은 비 투과성 덮개암, 하단은 투과성 저류암인 셈입니다. R-28 소금층에 비트가 박히는 순간에 기름과 소금물이 지상으로 15m나 솟구쳤습니다. 세계 최대의 단일 유전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가와르 유전도 이 정도의 압력은 보이지 못했습니다. 매장량과 유전 크기는 탐사해 봐야 알겠지만, 채굴 환경은 최상급입니다. 엔지니어적 소견으로 퍼스트 포인트(생산 성공 확률 90% 이상인 트랩, 세컨드 포인트는 50%, 써드 포인트는 10%)를 확신합니다.”
“그거 좋고! 원유의 질은 어떻소?”
“불순물 함유량을 분석해야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본인의 느낌으로는 경질유가 분명합니다. 개인적인 바람은 서부 텍사스 급이면 소원이 없겠습니다. 석유화학용으로 쓸 거면 아라비안나이트도 좋고요.”
“플랜트 전문가가 석유에도 정통하다니 대단합니다.”
무쌍은 석유를 알지 못한다. 들은풍월이 전부다. 석유의 질이 유전마다 다르다는 말은 들었지만, 채굴 난이도를 알 리 없고, 경질유가 뭔지, 서부텍사스유가 얼마나 좋은 기름인지 알지 못한다. 바쁘다는 교수를 잡고 꼬치꼬치 묻기도 뭣해서 립서비스만 날렸다.
-에콜 폴리테크니크는 박사 학위를 공짜로 주지 않습니다. 자원공학을 부전공으로 공부한 덕분에 남들보다 조금 더 많이 압니다. 와킬, 목도 마르고 파티에 참석할 시간입니다.
무울소리 교수가 으스대는 폼이 눈에 선했다. 제대로 한 건 했으니 으스댈만했다.
“얼른 파티장으로 가시오. 술값은 내 앞으로 달아놓고 마음껏 마셔요.”
-우리의 낭만 보스, 고마워요.”
“고맙소. 정말 고맙소.”
무쌍은 목이 메어서 말을 잇지 못했다. 전화를 끊고서야 유전을 찾았다는 실감이 났다. 이래서 인재가 중요하다. 무식하면 복이 찾아와도 발로 걷어찬다. 선우현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소금물로 김장 배추를 절였을 것이다.
기업이든 국가든 사람이 전부다. 무울소리 박사 같은 인재가 품에 들어왔음은 하늘의 복이다. 아니다. 편견 없이 능력과 인간성에 따라 사람을 받아들이는 무쌍의 복이다.
“블랙, 아니 뚜바이부르파 축하한다. 그것 봐라. 에델이 복덩어리라니깐. 에델 만세!”
“우와! 되는 놈은 자빠져도 돈을 줍는다더니 진짜였네. 얼렁뚱땅 나라를 얻고, 공짜로 대농장 주인이 되더니 그 땅에서 오일이 쏟아지네. 뚜바이부르파 만세!”
폴과 벨맨이 만세를 불렀다. 블랙은 친구이자 보스다. 블랙의 행운은 자신의 행운이다.
“흐흐흐!”
포커페이스 무쌍도 실성한 듯 흐흐거렸다. 에헤라디야~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석유만큼 한국인에겐 한 맺힌 물건도 없다. 전 국민이 오일쇼크로 얼마나 큰 타격을 받았던가.
정부가 나서서 버려진 석탄 버럭을 3차 선탄해서 연탄을 만들고, 질 나쁜 연탄이 뿜어낸 가스 때문에 수많은 서민이 세상을 하직하고 반신불수가 되었다. 그 불행은 현재진행형이다.
무쌍도 마찬가지다. 곡괭이 들고 막장에 들어간 원인이 2차 오일쇼크 때문이었다. 이역만리 아프리카에 자신의 땅이 생기고, 그 땅에서 석유가 쏟아졌다. 땅과 석유! 한 맺힌 경제재가 어영부영 손에 들어왔다. 상상도 못 했던 행운이다.
웃기는 소리지만 석유가 쏟아진 땅이 한국이 아닌 차드라서 더 좋았다. 짚은다리 자신의 논에서 석유가 쏟아지면 어떻게 될까? 십중팔구 정부가 개입한다. 일반인이라면 얼마간의 보상을 받고 물러나겠지만, 자신은 일반인이 아니니 문제다. 군부 실세와 거대 재벌이 달려들고, 자신이 양보하지 않으면 파열음이 날 수밖에 없다.
“가자, 일단 축하 파티부터 열자고. 팰리스 켐핀스키(Djibouti Palace Kempinski) 뱅뀌뜨를 전세 내서 밤새 퍼마시자. 석유가 쏟아지는데 그깟 푼돈이 문제야.”
폴이 설레발쳤다.
“으이그, 단순무식한 인간아!”
벨맨이 폴의 뒤통수를 때렸다.
“블랙, 두 차례 오일쇼크를 겪은 각국은 눈이 뒤집혀서 석유를 찾고 있다. 마르지 않을 것 같은 가와르 유전도 피크를 넘겼다. 앞으로는 오일쇼크가 아니라 오일 공황이 온다. 배럴당 31달러인 현시세는 순식간에 100달러까지 올라갈 수 있다. 도살자 녀석 말대로 파티나 벌이고 있다가는 죽 쒀서 개 주는 수가 생긴다. 즉시 인부들을 입단속하고 방어 체계를 짜야 한다.”
벨맨이 서둘렀다. 역시 정보를 다루던 가락은 달랐다.
“옳은 말이다.”
블랙이 위성 전화기를 들었다.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옴부티를 호출했다.
-와킬?
“옴부티, 별일 없지?”
-천세, 천천세! 와킬의 충실한 종 옴부티입니다.“
‘으이그~’
무쌍은 옴부티의 천하무적 오버에 진저리쳤다. 포기한 지 오래지만 들을 때마다 닭살이 돋았다.
“옴부티, 바셀과 잘 되어가나? 유능한 집사는 피로 전승된다며? 얼른 자식 봐야지.”
-……
신의 한 수다. 한바탕 기도를 시작하려던 옴부티의 입이 얼어붙었다.
– 헤헤헤, 소인의 행복은 순전히 와킬 덕분입죠.”
한 템포 늦게 간사한 목소리가 귀를 간지럽혔다. 옴부티는 50줄에 접어들었고 바셀은 이제 겨우 19살이다. 항아를 얻었으니 늙은 두꺼비가 깨가 쏟아질 만도 하다.
“사마리아 농장의 경비를 강화해야 한다.”
-와킬, 아무 걱정하지 마시고 푹 쉬십시오. 아클란 크루는 와킬의 평안을 지키는 존재입니다. 이브라힘과 아이쉐가 쿠르드족 전투조 300명을 끌고 도바 농장으로 출발했습니다. 모하메드도 정보 관리를 위해 노바네즈(노바의 눈) 팀원 50명을 데리고 출발했습니다. 염려 마시고 지푼다리로 오십시오. 에델 양과 붕가붕가하셔서……헤헤헤!
‘윽, 번갯불에 콩 구워먹을 노친네!’
무쌍은 순간적으로 할 말을 잊었다. 늙은 쥐가 독을 뚫고, 오래 묵은 생강이 맵다고 했다. 이미 필요한 조치를 마친 순발력도 놀랍지만, 일 년 사이에 정보팀과 전투부대를 만들어낸 능력이 놀라웠다. 옴부티를 돕는 누군가 있다는 소리다.
“오스마니예의 링크스(스라소니) 이브라힘과 마단끼의 또벳(안개) 모하메드라면 믿을만하지. 거리가 만만치 않은데 이동 수단은 어떻게 했나?”
-와킬의 고향 친구라는 샹촐 킴(김상철)이 트럭 30대를 내 주었습니다. 전투조와 정보팀이 무기와 연료를 싣고 새벽에 출발했습니다.
“잘했다. 나도 곧 출발하겠다.”
-천세 천세 천천세, 알라의 은혜는 오롯이 뚜바이부르파에 임하도다. 뚜바이부르파는 선지자 무함마드의 또 다른 이름일지라. 사막의 영원한 낭만 주인 뚜바이부르파아~
“옴부티, 바셀을 기쁘게 해 주려면 건강 잘 챙겨야 한다.”
무쌍이 재빨리 위성 전화기를 단락했다. 계속 듣다간 피부가 닭 껍질로 변할 것 같았다. 옴부티의 입을 막기엔 바셀이 최고다. 너무 어린 신부를 얻은 옴부티는 도둑놈 소리에 노이로제에 걸려있다.
무쌍이 디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디노는 지치지 않는 체력과 강력한 전투력, 놀라운 감각을 가진 괴수다. 게다가 영성이 통한 놈이라 웬만한 인간을 찜쪄먹을 정도로 영리하다. 유전 감시견으로 딱이다.
세상에 우연이란 없다. 자신도 필요에 의해 세상에 나왔고 저놈도 필요에 의해 세상에 등장했다. 상철 형도 필요에 의해 멀고 먼 노바토피아에 왔다.
무쌍의 시선을 받은 디노가 쌈디의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움직였다. 무쌍의 앞에 선 디노가 오른쪽 앞발을 번쩍 들었다. 명령을 들을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다.
“히야!”
폴이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뱉었다. 부하들이 경례하는 모습을 보고 스스로 익힌 동작이다.
“그놈 참!”
흐뭇해진 무쌍이 디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크크크- 디노가 쌈디를 쳐다보며 기묘한 소리를 냈다. 주인은 충성을 다해야할 존재지만, 우두머리는 경쟁 대상이다. 디노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쌈디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폴, 켐핀스키 호텔로 돌아가자.”
“사마리아 농장에 가려고?”
“응, 내 눈으로 확인해야겠다. 쌈디야 짐 챙겨라. 도바로 간다.”
“알았다.”
따르르- 따르르-
무쌍이 서두를 때 비상 무전기가 울렸다.
“어떤 놈이 역사적인 순간에 귀찮게 전화질이야?”
폴이 투덜거리며 송수화기를 집어들었다.
“뭐야?”
-캡틴, 복귀 명령입니다.
통신병이 악을 써서 한 음절씩 끊어 말했다.
“무슨 소리야? 나는 공식적인 휴가란 말이다.”
폴이 버럭 했다. 특별군사고문 수행을 핑계로 15일간의 휴가를 얻었다. 이제 겨우 4일째인데 복귀 명령이라니 말도 안 된다.
-대장님 지시입니다.
“작전 상황인가?”
폴의 얼굴이 찌그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