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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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장 웬 떡이야! 16
‘흐흐흐, 이 양반이 제르맹과 발리사리가 싸놓은 똥 때문에 신경 쓰여서 찾아왔군. 이게 웬 떡이야!’
발리사리라 했던가? 천방지축으로 날뛰던 몸매 좋은 여기자가 생각났다. 성가시긴 했지만, 실제적인 피해를 보지도 않았다. 덕분에 얼렁뚱땅 대형 발전소를 챙겼으니 남아도 크게 남는 장사다. 헤프닝을 벌인 발리사리에게 사르코수쿠스표 명품 백을 선물해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큰 짐을 덜어낸 보니파스도 기분이 째졌다. 강파른 데스마스크가 활짝 펴졌다. 자주색 분필로 한 줄 금을 그어놓은 듯한 입술이 하회탈이 무색할 만큼 벌어졌다.
“크하하하! 고맙네. 솔직히 말해서 똥줄이 탔다네”
“별말씀을, 그만한 일로 바쁜 총국장에게 심려를 끼쳐서 유감이다.”
무쌍이 화답했다. 정작 고마운 사람은 자신이다. 자진 납세는 서로가 좋다. 주는 사람은 마음이 편해져서 좋고, 받는 사람은 구차한 소리를 하지 않아서 좋다. 그래서 동방예의지국인 한국에는 자진 납세가 일상화되었다.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지자 마음의 여유가 생긴 보니파스가 쌈디를 찬찬히 살폈다. 척 보기에도 코끼리를 한 방에 때려죽이고 남을 포스가 풀풀 풍기는 인간이다. 보니파스는 일국의 정보수장다운 예리한 눈이 있다. 오셀롯에 비견되는 전투력을 보유한 쌈디의 가치를 진작에 파악했다.
‘되는 놈은 엎어져도 미녀를 안고 엎어진다더니…….’
보니파스는 한탄했다. 나폴레옹 시대부터 진행해온 아라고 프로젝트는 끝내 실패하고 폐기되었다. 수백억 프랑의 예산만 날렸다. 영웅에겐 용장이 따른다더니 블랙맘바는 오셀롯과 맞먹는 인물을 심복으로 거두었다. 이로써 블랙맘바의 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게 생겼다.
“오셀롯을 죽였나?”
보니파스가 불쑥 물었다.
“어떻게 알았나?”
깜짝 놀란 무쌍이 반문했다. 쌈디에게 패한 오셀롯은 칸타렐라를 처먹여서 티타늄 관에 처박아 놓았다. 감쪽같이 처리한 일을 보니파스가 어떻게 알아차렸을까.
“나는 평생 적을 속였지 친구를 속인 적은 없네. 나를 시험하지 말게.”
‘이게 무슨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야?’
볼멘소리에 어리둥절해졌다.
‘아하!’
무쌍은 자진 납세 전문가인 보니파스의 착각을 알아차렸다. 오셀롯을 처리하고 알리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까짓 놈 처리하고 생색내기엔 얼굴이 얇아서 말이야.”
무쌍은 순발력 있게 뻔뻔한 말을 늘어놓았다.
‘역시 대단한 인문이다. 내 입장을 고려해서 수당을 포기했군.’
보니파스는 감탄했다. 확실히 그동안 쌓은 신뢰와 정은 두터웠다. 보니파스의 짝사랑은 식을 줄 몰랐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계산은 정확히 해야지. 더욱이 그놈은 내가 싸놓은 똥이다. 목구멍에 가시처럼 걸린 놈을 처리해 줘서 고맙다. 약속대로 3,000만 프랑을 이번 수당에 합산해서 지불함세. 놈에게 인터폴의 현상금 50만 불이 걸려있지만, 그건 잊어버리게. 프랑스는 오셀롯의 사망을 떠들 처지가 아니네.”
“뭘 그렇게까지 식이나!”
말과 딴판으로 무쌍은 입이 찢어졌다. 본격적인 정산을 하기도 전에 화력 발전소가 생기고 3,000만 프랑이 굴러들어왔다. 티타늄 관에 들어있는 오셀롯은 재활용 자산이다.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기다. 역시 쓰레기도 활용하기에 따라서 큰 돈이 되었다.
‘역시 나는 천재여.’
지부티행을 택한 덕분에 발전소와 3,000만 프랑이 생겼다. 무쌍은 단순히 변덕을 부린 주제에 자신의 행동을 찬양했다.
“저놈은 키메라인가? 나한테 팔 생각 없나?”
보니파스가 정색하고 제의했다. 보니파스는 디노 역시 양키가 개발한 키메라의 일종이 아닐까 의심했다. 블랙맘바는 키메라를 잡아서 사용자 인식을 바꾸고도 남을 놈이다.
블랙맘바가 보고서에 언급한 각종 키메라와 인간형 생체병기로 인해 DGSE 기술부와 과학부 산하 생명공학연구소는 비상이 걸렸다.
블랙맘바의 보고서를 보면 양키가 개발한 키메라의 전투력과 스펙은 오셀롯에 버금간다. 데빌 스프링에 숨겨둔 수중 키메라 3종 세트는 오셀롯 이상이다. 양키가 쉽게 드러내지 않겠지만 옥토퍼스나 써펀드를 특정 국가의 연안에 풀어놓으면 어업이든 관광이든 괴멸적인 결과가 도출된다.
국립생명공학연구소가 혼터라 불리는 인간형 괴물의 시체를 극비리에 분석 중이다. 담당 팀장은 키메라 생체 줄기세포를 얻으면 5년 이내에 혼터에 버금가는 인공 근육을 개발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쌈디는 이미 블랙맘바의 수족이 되었다. 욕심내봐야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다. 연구재료로 요청했다간 자신의 목이 먼저 떨어진다.
보니파스의 관심은 디노에게 돌아갔다. 고양이처럼 얌전하지만 풍기는 분위기는 살벌하다 못해 끔찍했다. 저놈과 함께 있으면 호랑이가 고양이로 보일 것 같았다.
크르르- 디노가 이빨을 드러내고 인상을 잔뜩 썼다. 힐끔거리는 늙은이의 눈알이 무척이나 불쾌했다.
딱- 디노가 이빨을 드러내는 순간 쌈디의 주먹이 여지없이 뒤통수를 때렸다.
“버르장머리 없는 놈, 애들은 어른이 노는 곳에 끼어들지 않는 법이여.”
디노는 낑하고 머리를 다리 사이에 묻었다. 쌈디가 날이면 날마다 버르장머리 신공을 발휘하는 바람에 디노도 버르장머리를 이해했다. 늙은 인간이 기분 나빴지만, 꾹 참기로 했다.
“디노는 키메라가 아니다. 이투리 정글에 서식하는 고대 맹수의 한 종이다.”
“헐, 그럴 수가?”
보니파스가 헛바람을 들이켰다. 20세기 초에 작은 기린 비슷한 오카피가 이투리 정글에서 발견되었을 때도 난리가 났다. 키메라에 이어 고대 맹수가 등장했다. 갈수록 태산이다.
“이투리 정글은 고대 생태계가 유지되고 있다. 멸종된 테러버드와 사르코수쿠스 서식도 확인했다.”
“키메라는 믿을 수 있지만, 중생대와 신생대 괴물은 믿을 수 없군.”
보니파스가 고개를 흔들었다.
“물론 형상만 비슷한지 멸종한 고대 동물인지는 나도 확신하지 못한다. 쌈디야 그거 가져와라.”
쌈디가 질겨 보이는 커다란 캔버스 자루를 들고왔다. 자루를 풀자 디노가 벌떡 일어났다.
“임마, 국으로 가만있어. 엉아가 때려잡은 놈이여.”
쌈디가 디노를 흘끼고 사르코수쿠스 가죽을 꺼냈다. 피그미족 여인은 천부적인 가죽 무두질 장인이다. 철판처럼 두껍고 단단한 사르코수쿠스 가죽을 카프(어린 송아지 가죽)처럼 부드럽게 가공해 놓았다.
가죽이 끝없이 나왔다. 길어도 너무 길었다. 무려 12m에 달하는 거대한 엘리게이터 가죽이 스위트룸을 꽉 채웠다. 자루에서 나온 사르코수쿠스 가죽은 박제를 만들어도 될 만큼 완성도가 높았다.
“헐, 대단하다. 진짜였군!”
보니파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고대 생물의 위용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엘리게이터는 눈앞의 괴물에 비하면 도마뱀이다.
“당신이 마음에 든다. 이건 내 선물이다. 이빨을 뽑느라 애 좀 먹었다.”
쌈디가 쿠크리처럼 안쪽으로 휘어진 원뿔형 이빨을 내밀었다. 둘레 300mm, 길이 350mm에 달하는 사르코수쿠스 이빨이다.
“귀한 선물 고맙다. 나도 자네가 마음에 든다.”
보니파스가 기꺼이 선물을 받았다. 희귀성으로 따지면 값을 논할 수 없는 선물이지만, 마음에 든다는 쌈디의 말이 더 좋았다.
“가죽에 칼이 들어가지 않는다. 장작불에 타지도 않고 벌레가 붙지도 않는다.”
“엄청난 가죽이군. 물건은 어쩔 셈인가?”
“루이뷔통이나 까르띠에가 가죽 제품을 잘 만든다지? 핸드백을 만들어서 팔면 돈이 되지 않을까?”
“컥!”
사레들린 보니파스가 캑캑거렸다. 살다 살다 이런 무지막지하고 둔한 녀석은 처음이다. 사르코수쿠스는 중생대 악어다. 화석만 나와도 열광할 판국에 생가죽이 나타나면 과학계는 물론 세상이 벌컥 뒤집어진다. 보존해서 관람료만 받아도 갑부가 된다. 보물로 핸드백을 만들어서 팔겠다는 말에 억장이 무너졌다.
“진심이냐?”
“진심이 아니면?”
보니파스는 뻔뻔한 얼굴로 반문하는 얼굴을 주먹으로 한 대 때리고 싶어졌다.
“대충 계산해보니 여성 단화를 만들면 700켤레, 켈리백을 만들면 500개는 만들 수 있겠더군. 덩치가 엔간히 커야지. 고대 악어가죽으로 만든 한정판 명품인데 개당 일만 프랑을 받아도 금방 매진되지 않을까?”
“내게 넘겨. 두 배를 주지.”
무쌍이 고개를 흔들었다.
“당신은 저 물건을 국립과학원(CNRS)에 보낼 생각이겠지. 그건 아니야. 저 물건은 핸드백이 되어야 한다. 내가 돈에 환장한 놈으로 보이나?”
보니파스가 무쌍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음, 자네는 혼돈을 걱정하는군.”
“그렇다. 세상이 어지러워지고 있다. 상서롭지 못한 물건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 사르코수쿠스 같은 고생물은 혼란을 부채질하는 풀무가 된다. 세상에 나타나지 않는 게 좋다.”
“자네는 특이한 인간일세. 전사, 암살자, 사이코패스, 수도자. 성직자. 현자, 온갖 종류의 인격이 망라되어 있네. 다중 인격자는 해당 없고 복합 인격자라고 해야 하나.”
“내 인격이 무엇이든 무슨 상관인가? 나는 그 자리에 있는 것을!”
“하하하! 명언일세. 지금은 현자 모드로군. 가죽이 탐나지만 내가 포기하지. 나중에 핸드백을 만들면 나도 하나 주게. 마누라에게 점수 좀 따게.”
“그러지. 미테랑의 선물을 없어도 동업자를 백안시할 수 야 없지.”
“고맙네. 테러버드, 디노팰리스, 사르코수쿠스 외에 다른 고대 생물도 있었겠지?”
“그렇다. 이투리 정글 깊숙이 진입할수록 고대 생물로 보이는 존재를 숱하게 만났다. 길이 15m가 넘는 타이타노보아도 있었다.”
“호오? 외부에 알려지면 관련 학계의 먹물들이 코피 터지게 달려가겠군.”
“글쎄, 웬만하면 말리고 싶다. 나는 지금도 고대 맹수가 생태계에 적응해서 살아남은 종인지 부두교의 호웅간이 술법으로 개조한 생물인지 판단을 못 내리겠다. 폴이 정리해서 보낸 실험장비와 연구자료가 담발라 보스 카무게의 물건이니 말이다. 쌈디도 사르코수쿠스에 고전했다.”
“그렇겠지. 정예 대테러 부대도 이투리 정글에 먹혀버렸는데 일반인은 말할 것도 없지.”
보니파스가 말끝을 흐렸다. 늙은이들의 아집 때문에 젊은 군인들이 수백 명 희생되었다. 무능한 자가 높은 자리에 앉았을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폐해다. 극악한 테러범은 기껏해야 수십 명을 죽이지만, 무능한 정책 결정자는 종이 쪼가리 한 장으로 수천수만 명을 죽인다.
“디노의 전투력은 어느 정도인가?”
“측정해보지 않았다. 파리의 일드 사파리나 리옹의 뽀그르 사파리에 집어넣어 볼까? 저놈의 앞발에 맞으면 바위도 부스러진다. 호랑이나 사자 30~40마리는 눈 깜짝할 사이에 시체로 만들걸.”
“약해 빠진 놈이다. 내가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
쌈디가 디노의 뒤통수를 탁탁 때렸다.
‘저 친구는 무조건 프랑스의 품에 있어야 해.’
보니파스는 단단히 마음먹었다. 괴물은 괴물을 부른다더니 인간도 괴물이고 짐승도 괴물이다. 블랙맘바는 독고다이로 움직여도 천하를 오시하는 능력자다. 오셀롯에 버금가는 쌈디와 묘한 괴수까지 조력하면 파괴력이 어마어마해진다.
카르르- 디노가 앞발로 문을 가리켰다.
“룸서비스가 오고 있군.”
쌈디가 도어를 열어놓았다. 오래지 않아 룸서비스가 나타났다. 웨이터가 디노를 보면 놀라 자빠진다. 은근히 걱정된 보니파스가 디노를 찾았지만,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웨이터가 방을 나가자 사라졌던 디노가 슬그머니 나타났다.
‘정말 영리한 녀석이군.’
보니파스는 디노가 더욱 탐났다. 동물이 상황을 능동적으로 파악하고 상황에 맞는 행동을 할 수 없다. 영리하다는 침팬지도 디노의 발끝에 미치지 못한다.
“돈도 많이 벌었는데 너무 소박하지 않나?”
코코뱅과 와인이 메뉴 전부다. 블랙맘바보다 넓은 땅을 가진 지주도 없고, 블랙맘바보다 많은 현금을 가진 갑부도 없다. 무쌍이 비시시 웃으면 외인을 디캔딩해서 잔을 넘겼다.
“많이 벌면 뭐해. 사하라 사막에 다 처박았는걸. 돈은 가족을 건사할 정도면 충분해.”
“하긴 블랙맘바의 잔을 받는 것만도 영광이지. 얼래, 저놈도 끼어드네.”
보니파스가 실소했다. 디노가 뒷다리로 서서 앞발로 와인잔을 잡고 내밀었다. 역시 평범한 괴물이 아니다.
“신임 총국장 보니파스를 위하여!”
“위하여!”
지부티 해변 호텔에서 인간, 에피듐, 좀비, 신생대 맹수가 와인잔을 들고 건배했다. 기상천외의 장면이다. 세상은 이미 혼탁해졌다.
프랑스 속담에 협상을 제대로 하려면 와인 석 잔을 마시고 시작하라는 속담이 있다. 보니파스가 씨아까렐로 석 잔을 연거푸 마신 다음 낡은 가죽가방에서 알루미늄 케이스를 꺼냈다.
프랑스 고위 인사들은 중요 문서를 시건장치 달린 알루미늄 케이스에 보관한다. 문서를 아무리 잘 보관해도 케이스를 잃어버리면 말짱 꽝이다. 그럼에도 번거로움을 자처하는 이면엔 명품 백을 고집하는 여성의 심리와 일맥상통하는 자기만족의 심리가 내재하여있다.
“일을 먼저 마치고 제대로 마셔 봄세.”
“후딱 정리하자고. 나도 바쁘다. 기술자들이 손 놓고 기다리는데 얼른 가봐야지.”
“역사적인 장소에 주인공이 빠지면 안 되지. 우선 아레바사의 현상금과 성공 보수금이다. 자베르 회장은 당초에 인질을 한 명이라도 구한다는 조건을 걸어서 현상금 3,000만 프랑을 제시했다. 성공 보수금은 인질 한 명당 100만 프랑이었다. 생존자 14명과 유해 3구를 합쳐서 자네가 받을 아레바사의 현상금과 성공보수금은 4,700만 프랑이다. 선금 800만 프랑을 빼면 3,900만 프랑이 입금된다.”
“통이 큰 양반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