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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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장 웬 떡이야! 17
‘통이 크다고? 그럼 나는 뭐지?’
무쌍이 툭 내뱉는 말에 보니파스는 상처를 입었다. 4,700만 프랑이 큰돈이긴 하지만, 자신에게 들으라는 듯이 말할 것 까지야! 그동안 수억을 퍼주고도 통 크다는 소리를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자베르 회장은 고려 인삼 뿌리고 자신은 프로방스 무뿌리인가.
“에휴, 3억 프랑을 투척하고도 통 크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는데 자베르는 기껏 4,700만 프랑을 내놓고도 통 크다는 소리를 듣네. 하여간 사람은 돈이 많아야 대접을 받는다니깐.”
보니파스가 혼잣말하듯 투덜거렸다. 억울하다는 형용사가 얼굴에 덕지덕지 묻어났다.
“총국장, 당신은 해외 프랑스인의 안전을 담당하는 수장이다. 나는 프랑스 인을 구출하려고 목숨을 걸었다. 당신은 당연히 내게 고마움을 표해야 한다. 당신 예금 잔고에서 백만 프랑을 내 수고비로 송금해 줄 수 있나?”
무쌍이 피식피식 웃으며 보니파스를 쳐다보았다. 보니파스가 펄쩍 뛰었다.
“내가 그런 미친 짓을 왜 하나? 나는 평소에 청탁자를 만난 적도 없고, 건강 음료 박스를 받은 적도 없다. 공무원 박봉 뻔하지 않나. 주고 싶어도 잔고가 없다.”
“바로 그거다. 총국장이 루만 작전의 수당으로 지급한 3억 프랑은 당신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 아니라 프랑스 시민의 세금이다. 자베르가 지급하는 현상금은 본인이 숏빠지게 번 돈이다. 당신은 100만 프랑에도 펄쩍 뛰지만, 자베르 회장은 4,700만 불을 쾌척했다. 자베르 회장이 와인 숙성용 오크통이라면 총국장은 후추통쯤 되려나.”
“하하하, 후추통이라~ 신랄하군. 국민 세금으로 생색 그만 내고 물건값이나 빨리 정산하라는 소리구먼.”
보니파스가 껄껄 웃었다. 듣기에 따라서는 기분 나쁠 수도 있는 말이지만 개의치 않았다. 블랙맘바의 말은 틀린 말이 아니고 보니파스가 속 좁은 사람도 아니다.
“총국장이나 나나 한가한 사람은 아니니까.”
무쌍이 눈도 깜짝 않고 재촉했다. 정산할 때면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인간이다.
“자베르 회장은 확실히 통이 큰 사람이다. 애초 현상금에 5,300만 프랑을 얹어서 일억 프랑을 성공 보수금으로 내놓았네.”
보니파스는 자베르가 블랙맘바를 만나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숨겼다. 블랙맘바가 프리랜서지만 콜네임 신분임은 변하지 않았다. 국익에 도움이 될지라도 민간 사업가와 콜네임의 회동은 바람직하지 않다.
“일억 프랑!”
무쌍이 깜짝 놀랐다. 사람은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마음가짐이 다른 법이다. 아무리 갑부라도 일억 프랑은 강아지 이름이 아니다. 약속을 이행하기만 해도 칭송받을 텐데 더 큰돈을 내놓다니 특이한 인간이다.
“직원이 14명이나 생환했다고 크게 기뻐하더군. 직원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고 하면서 성공 보수금을 크게 높였네.”
“대단하군. 보기 드문 진정한 기업가다. 기회가 되면 자베르 회장을 만나봐야겠다.”
블랙맘바가 흥미를 보였다. 예기치 못한 반응에 보니파스가 흠칫했다.
‘이런 제기랄, 여우 같은 늙은이가 무지막지한 돈질을 한다 했더니 이걸 노렸구먼.’
자베르가 순순히 돌아가기에 자신의 설득이 먹힌 줄 알았더니 착각이었다. 자베르는 이미 목적을 달성했다. 이렇게 되면 자신이 거간꾼 노릇을 하는 편이 차라리 나을뻔했다. 역시 대그룹 회장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었다.
“총국장, 나는 직원을 아끼는 자베르 회장의 마음만 받겠다. 일억 프랑은 정의의 주먹 작전 희생자들의 가족에게 위로금으로 지급하기 바란다. 선금으로 받은 8백만 프랑도 돌려주겠다.”
두둥!
보니파스의 표정이 얼음물을 뒤집어쓴 듯 굳었다. 눈동자가 빙판에 자빠진 황소를 닮아갔다.
“왜 그런 바보짓을……. 일억 프랑을……. 자네는 돈이 필요하지 않나?”
보니파스가 떠듬거리는 소리로 물었다.
“수백 명의 젊은 피가 오케오필라 스마라그디나의 손에 떠밀려 이투리 정글에 투입되었다. 덧없이 희생당한 그들은 누군가의 아들이고, 아버지고, 남편이다. 그들이 죽어가면서 무슨 생각을 했겠나? 부양할 가족을 걱정했을 것이다.”
“악트!”
멍해 있던 보니파스가 벌떡 일어나서 거수경례를 올렸다.
“블랙맘바, 아니 동방불패, 당신이야말로 진정한 귀족이다. 나는 종교도 다르고 민족도 다른 수많은 사람이 당신을 신처럼 따르는 이유가 늘 궁금했다. 나는 방금 그 이유를 알았다. 당신은 남자도 반할 만큼 멋있는 인간이다. 인간의 조건을 갖춘 진정한 인간에게 경의를 표한다.”
보니파스는 감격했다. 목숨값으로 받은 일억 프랑을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기꺼이 쾌척하는 인간, 살아오면서 이런 인간을 만날 줄은 몰랐다. 신념을 지닌 인간도 드물지만, 신념을 행동으로 보여줄 수 인간은 더욱 보기 힘들다. 인간의 본성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이기 때문이다.
“어이구, 저 표정 좀 보게. 옴부티 바이러스 환자가 또 한 사람 늘었구먼. 내가 봐도 주인이 멋있기는 해.”
쌈디가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보니파스가 말한 진정한 인간이란 말이 찡 울렸다. 자신도 진정한 인간으로 살고 싶다는 열망에 가슴이 후끈해졌다.
“떡은 나눠 먹어야 맛있다. 혼자 먹으려고 숨겨두면 악취가 풍긴다.”
“울라! 훌륭한 말이다. 고위 관료들과 의원 배지를 단 인간들에게 들려줘야겠군.”
보니파스가 거듭 감탄했다. 듣고 있던 쌈디는 손바닥에 주인이 했던 말을 볼펜으로 쓰고 외웠다. 에델 아가씨에게 들려주고 칭찬받고 싶었다.
‘아놔! 이 양반아, 자네 나라는 한국에 비하면 청정지역일세.’
무쌍은 한숨을 쉬었다. 대통령이란 인간이 떡값을 적게 준다고 멀쩡한 그룹을 공중분해 하는 나라가 한국이다.
“닭살 돋는 소리 그만하고 보따리나 내놔. 유전 개발 비용이 만만치 않을 거야. 나도 목구멍에서 손이 나올 지경이라고.”
무쌍이 어색한 표정으로 손을 내저었다. 보니파스는 충격의 여운이 남은 얼굴로 만년필을 꺼냈다. 자베르 회장이나 블랙맘바나 보통 인간이 아니다. 그렇다면 총국장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란 걸 보여주어야 한다.
승부욕이 불타오른 보니파스는 정산서의 숫자를 몽땅 수정했다. 국민의 혈세라는 강박도 한쪽에 밀어두었다. 그래 봐야 블랙맘바의 성과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자네가 나섬으로써 정의의 주먹은 정의의 클러스터 탄이 되었네. 자네가 나쇼널 트레조르인 이유는 낚시를 저인망 그물로 바꾸는 마법을 부리기 때문이다. 월척이 동시다발로 올라오고, 매번 부록이 본 책보다 더 크더라고. 내가 홀딱 반한 이유이기도 해. 계산서를 확인해보게.”
쉬트를 받아든 무쌍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우리 사이에 복잡하게 할 것 있나. 지난번처럼 그냥 퉁 치지?”
“이번엔 조금 복잡해서 말이야. 빠진 부분이 있으면 말하게.”
“그러지!”
무쌍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보니파스가 금액을 수정해서 기재하는 모습을 빤히 보았다. 쪼잔하다는 말을 듣고 흥분하지 않을 남자가 없다. 본의 아니게 보니파스의 투지에 불을 붙인 셈이다.
[정의의 주먹 작전 요약 정산서]1. 인질 구출 : 생존 인질 14명, 유해 3구 회수
(5,000,000Fr.)
2. 실종된 작전팀원 구출 : GIGN 요원 3명 구출
(18,000,000Fr.)
3. 기 투입된 작전팀원 유해 발굴 및 유류품 회수 : 유해 64구 및 유류품 1,530점 회수
(3,000,000Fr.)
4. 게릴라 섬멸 : 친 프랑스 정권에 위해 요소인 담발라 반군 사살 698명, 생포 3명
(350,000Fr.)
5. 잠재적 위협 요소 제거 : CIA와 MSS(중국 국가안전부)제거
(10,000,000Fr.)
6. 생체 공학 자료 획득 : 생체병기 혼터 획득
(100,000,000Fr.)
7. 산업기술 및 군사 기술 획득 : 반도체, 컴퓨터, 생체 메커니즘 컨트롤 칩 4세트 및 기술, 레이저 연동 ADS 사격 통제시스템 1세트, 유전자 조작 실험 장비 350점 및 관련 자료 30,000점.
(300,000,000Fr.)
8. 기타 공작 지원비
(63,650,000Fr.)
정산액 합계 : 500,000,000Fr.
“허, 사람 값어치 없군.”
무쌍이 탄식했다. 담발라 반군 701명을 처리한 보상액이 겨우 350,000 프랑이다. 일 인당 겨우 500 프랑, 한화로 125,000원이다. 구출한 GIGN 요원은 일 인당 6백만 프랑이다. 프랑스인과 콩고인의 몸값이 12,000배나 차이 난다. 이래서 나라꼴이 제대로 돌아가야 국민도 대우를 받는다.
금액을 읽어내려가던 무쌍의 눈이 6번 7번 항목에서 잔뜩 커졌다. 대박이다. 별생각 없이 보니파스에게 선물하는 셈치고 수거한 시체와 고철 쪼가리가 4억 프랑이다.
마지막 줄의 정산 합계액을 확인한 무쌍의 눈이 튀어나왔다. 1980년대 초 플라자 협약으로 유럽 주요통화는 달러 대비 평가 절하되었다. 1985년 원/달러는 870원으로 올라가고 원/프랑스는 250원으로 떨어졌다.
5억 프랑! 공식 환율로 1,250억 원이다. 1977년 건설된 한국 최초의 원자력 발전소인 고리 1호기 건설비가 1,200억 원이었다. 당시로써는 국가적 역사였다. 한 달 남짓한 출장에 원자력 발전소 한 기를 건설할 돈을 벌어들였다. 이래도 되는 걸까!
인간은 살기 위해 경제 활동을 한다. 역설적으로 수지맞는 장사는 주로 인간을 망가뜨리는 장사다. 술장사, 아랫도리 장사(매춘), 마약 장사, 사람장사(인신매매), 목숨장사(청부 살인)가 대표적으로 인간을 망가뜨리는 장사다.
수익 보상률은 주류 판매<매춘<마약 판매<인신매매<청부 살인 순으로 높아진다. 따지고 보면 자신은 사람 목숨 장사꾼이다. 최고로 수지맞는 장사를 하는 셈이다.
“너무 과하게 책정하지 않았나?”
무쌍이 슬쩍 눙쳤다. 역시 보니파스는 재신이다. 안법을 익힌 무쌍은 보니파스가 만년필로 새카맣게 뭉갠 숫자를 너끈히 읽을 수 있다. 최초의 정산서 합계는 1억 5천만 프랑이었다.
1억 프랑을 포기했더니 3억 5천만 프랑으로 돌아왔다. 더 웃기는 건 8번 항목의 기타 공작 지원비 63,650,000Fr.이다. 누가 봐도 억지로 5억 프랑을 맞추려고 집어넣은 숫자다. 무쌍은 표정 관리하느라 식은땀을 흘렸다.
“천만에, 나는 국민의 혈세를 신의성실에 따라 집행해야 할 의무가 있는 고급 관료다. 예산을 막 퍼줘도 안 되고, 써야 할 예산을 쓰지 않아도 얼간이란 비난을 받는다. DGSE 기술부와 정보부는 이번 작전의 성과를 1,500억 프랑으로 평가했다. 나는 자네가 거둔 성과의 0.3%도 보상하지 않은 악덕 기업주인 셈이지.”
보니파스는 언제나 그렇듯 솔직했다. 물론 블랙맘바에게만 해당하는 솔직함이다. 보니파스는 써펀드라 불릴 정도로 냉정하고 빈틈없는 인간이다. 블랙맘바를 인간적으로 좋아하고 감격했다고 막 퍼줄 인간이 아니다.
DGSE 수장인 보니파스는 광범위한 CIA 시긴트 활동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중고도와 고고도에 첩보위성을 올리는 헬리오스 계획에 소요되는 예산은 500억 프랑에 달한다.
헬리오스 프로젝트가 가동될 때까지 블랙맘바의 존재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아니 헬리오스 계획이 완성되면 방사능 없는 핵폭탄, 블랙맘바의 필요성이 더욱 커진다. 프로는 능력에 따라 몸값이 책정된다. 5억 프랑은 블랙맘바의 활용도에 비하면 껌값이다.
“쓸 곳이 많았는데 선물 고맙다.”
“솔직히 마음 같아서는 10억 프랑을 주고 싶다.”
“흐흐, 10억 프랑이면 천하의 DGSE도 예산 처리에 부담을 느끼겠지.”
“나도 뇌물을 받았으니 그 정도는 풀어야 하는데 이해해주니 고맙다. 그런데 이걸 상아라고 하면 사람들이 믿어줄까?”
보니파스가 묵직한 사르코수쿠스 이빨을 흔들었다. 언 듯 보기에 상아처럼 생기기는 했지만 예리하기가 송곳이다. 지구상에 이런 이빨을 가진 동물은 없다.
“그 상태로는 너무 눈길을 끌겠어. 잠깐 줘 봐!”
무쌍은 이빨을 건네받았다. 한차례 공진을 휘돌리고 억수갑의 포스 증폭 기능을 한계까지 끌어올렸다. 우우웅- 벌떼가 날갯짓하는 소리가 울렸다.
두웅- 공간지각력이 발동되었다. 고대 악어 이빨을 재료로 만들어질 최종 디자인이 뇌리에 새겨졌다. 뇌가 억수갑을 컨트롤해서 디자인을 구현하는 과정은 CNC 공작 기계의 프로세스와 조금도 다를 바 없다.
사사사삭- 억수갑이 사르코수쿠스 이빨을 쓰다듬었다. 손이 점점 빠르게 움직였다. 하얀 뼛가루가 자욱이 날렸다. 이빨을 밀링기 척에 물리고 바이트로 깎아내는 듯 했다.
“역시 주인!”
영문을 모르는 보니파스는 어리둥절했지만, 쌈디의 예리한 눈은 이빨이 단검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꿰뚫어 보았다. 주인의 손이 강철보다 훨씬 단단한 이빨을 대패처럼 깎아내고 있다.
기상천외의 대패질은 순식간에 끝났다. 휘잉- 한줄기 회오리가 방안에 가득히 날리던 뼛가루를 몰아서 창밖으로 사라졌다.
둥- 무쌍의 손에 유백색으로 빛나는 각검(角劍)한 자루가 들렸다. 손잡이 길이 150mm, 날 길이 200mm로 단순하고 실용적인 스위스의 PE90 대검을 닮았다.
칼날을 잡고 정신을 집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