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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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장 웬 떡이야! 18
한껏 증폭된 공진파를 오른손 검지로 이끌었다. 압축 임계치에 달한 공진파가 봇물 터지듯 쑥 빠져나갔다. 지잉- 에너지가 공간을 건너뛰어서 공간지각력에 기명된 좌표를 직격했다.
뽁- 미세한 소음이 울렸다. 각검 손잡이 끝 중앙부에 청백색 불꽃이 확 피었다가 사라졌다. 거짓말처럼 매끈한 구멍이 뚫렸다. 구멍 주변에 검은 회오리 음각 문양이 새겨졌다. 고속으로 회전하는 에너지가 만들어낸 그을린 자국이다. 구멍과 회오리 문양은 그 무엇으로도 흉내 낼 수 없을 만큼 정교했다.
‘흐흐흐, 깜둥이 녀석의 초저주파 공격이 부럽지 않구먼.’
무쌍은 기고만장했다. 뜻이 일면 형이 만들어진다는 어기성형(御氣成形)의 경지는 요원했지만, 은밀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깜둥이의 초저주파 공격은 공기를 매질로 삼는다. 강력한 범위 공격과 종심 타격을 가할 수 있지만, 진공에 가까운 환경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지풍은 생체 에너지가 공간을 건너뛰어서 표적을 직격한다. 여하한 환경에서도 본연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구명절초로 손색없는 비기를 얻었다.
손톱으로 혈조를 파고, 칼날을 엄지와 검지로 잡고 쭉 밀었다. 쭈웅- 깊고 맑은 검명이 울렸다. 삼박사일 숫돌에 연마한 듯 칼날이 새파랗게 살아났다. 기상천외의 인간을 만난 사르코수쿠스 이빨이 기상천외의 단검으로 살아났다.
연장을 만들었으면 테스트해야 한다. 쉭- 칼날이 죄 없는 냉장고를 스치고 지나갔다. 금속제 냉장고 모서리가 소리도 없이 떨어졌다.
“쓸만하군. 총국장쯤 되면 유니크 아이템 한 개쯤은 있어야지. 취임 선물이다.”
무쌍이 각검 날을 잡고 손잡이를 내밀었다.
“어어어!”
단검을 건네받은 보니파스가 어어 소리만 연발했다. 블랙맘바가 상식 밖의 존재지만 눈앞에서 이적을 보기는 처음이다. 꿈이라고 하기엔 손에 들린 나이프의 예기가 섬뜩했다.
옅은 청색으로 빛나는 반투명한 나이프가 손에 착 감겼다. 길이 350mm 무게 3kg의 묵직한 원뿔형 이빨이 날렵한 나이프로 바뀌었다. 남자라면 거금을 들여서라도 갖고 싶은 유니크 아이템이다.
멍하니 단검을 들여다보던 보니파스가 돌발적으로 서류 케이스를 내리쳤다. 사악- 알루미늄 서류 케이스가 매끈하게 잘려나갔다. 칼날의 강도와 예기가 무시무시했다. 현대 야금술로 만들 수 없는 나이프다.
“휴우, 대단한 물건이군!”
“마음에 드나?”
“마음에 들다마다. 엑스칼리버가 부럽지 않은 칼이다.”
“이름을 지어야지.”
“이왕이면 자네가 지어주게.”
“팡게 데 레비마(Fang de l’abîme, 심연의 송곳니)”
무쌍이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깊은 늪에서 튀어나온 사르코수쿠스의 이빨로 만들었으니 당연히 심연의 송곳니다. 듣기에 그럴듯하지만 지지리도 독창성 없는 이름이다.
“좋군. 팡게는 내 생애 최고의 선물이다.”
보니파스는 감격했다. 보물은 물건의 성능보다 부여된 권위와 스토리에 따라 가치가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타센조터가 유명한 이유는 켈 아이르 아메노칼의 권위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엑스칼리버가 유명한 이유는 아더왕의 칼이기 때문이다. 보잘것없는 리넨 천도 예수가 입으면 성의가 된다.
팡게는 초인이 중생대 괴물의 이빨을 초능력으로 깎아서 만든 단검이다. 단검 본연의 기능도 놀랍지만, 전설적인 이력이 압권이다. 그 어떤 보물이 ‘팡게 데 레비마’에 필적하겠는가. 보니파스의 입이 찢어졌다.
“와킬, 나도!”
샘이 난 쌈디가 레고 진열장을 바라보는 어린아이 눈빛으로 무쌍을 바라보았다.
“시간 나는 대로 만들어 주지.”
“오우, 메흐씨!”
쌈디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훗날 쌈디를 시작으로 팡게 데 레비마, 간단히 팡게라 불리는 사르코수쿠스 이빨 단검 20개가 세상에 선을 보이게 된다. 팡게는 뚜바이부르파의 상징물이 되었고, 팡게를 지닌 사람은 세상의 존경과 사랑을 받게 되었다.
“블랙맘바, 자넨 도대체 누군가?”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보니파스가 하나 마나 한 질문을 던졌다.
“총국장, 묻기에 지겹지도 않나? 나는 뚜바이부르파다.”
보니파스에게 열 번은 들은 말이다. 묻는 의도를 모르지 않지만 ‘나는 호모 에피듐이오’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지. 자네는 뚜바이부르파다. 묻는 내가 바보로군. 선물을 받았으면 답례를 해야겠지. 지난번 각의에서 치장물자 순환 결정이 내려졌다. 헬기, 탱크, 장갑차, 군용 트럭, 야포, 지원화기, 개인화기, 일반 군수품을 망라한다.”
보니파스가 말을 끊고 빤히 쳐다보았다. 영리한 사람과 대화하면 좋은 점이 있다. 구질구질하게 설명할 필요 없다.
“공짜로 넘기지는 않겠지?”
무쌍이 거두절미하고 물었다. 툭하면 옆집 담장에서 호박 떨어지는 소리요. 스륵하면 앞집 과수댁 치마끈 푸는 소리다.
“보는 눈이 많아. 평가액의 30%에 넘겨주지.”
보니파스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 교체주기가 되어서 교체할 뿐 치장물자는 멀쩡히 현역에서 뛸 수 있는 장비들이다. 30%면 거저다.
“흠, 노바토피아에 필요한 군사력을 이미 분석했군. 자료 내놔!”
무쌍이 손을 내밀었다.
“눈치챘군. 나는 자네 전투력보다 팽팽 돌아가는 머리가 더 무서워.”
김이 빠진 보니파스가 두툼한 서류철을 무쌍에 넘겼다.
[노바토피아 주변국 동향 분석 보고서] [노바토피아 지정학적 위치에 상당하는 군사력 분석] [노바토피아 군사 편제(안] [노바토피아 행정 시스템(안)] [노바토피아 녹화 계획 보고서]……
무쌍은 한 뼘 두께의 서류철을 대충대충 훑어보았다. 생각도 못 했던 세세한 부분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역시 인간의 집단 지성은 위대했다.
“컨설팅 비용을 청구할 건가?”
“흐흐, 내 예금 계좌에 직접 넣어주면 받지.”
보니파스가 비시시 웃었다.
“받는 법을 먼저 배워야겠군.”
무쌍도 실없이 웃었다. 한국의 부패지수는 늘 상위권에서 맴돈다. 외신에 실린 기사를 보면 조사 대상국 149개국 중 100위 언저리에서 맴돈다. 캄보디아, 필리핀과 비슷한 수준이다. 뇌물을 전하는 수법도 갈수록 진화했다. 산에서 만나 등산 배낭 바꿔치기, 사과 상자 선물하기, 대포통장 이용하기, 친인척 취직……. 보니파스는 배워도 한참 배워야 한다.
노바토피아는 이제 막 기지개를 켜는 중이다. 시급히 처리해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복잡한 문제를 단순화하면 먹거리와 내 집 지키기다. 먹거리는 지하수 개발, 사막 녹화, 식용작물 재배, 환금작물 재배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옴부티와 아프웨르키가 전문가 그룹을 구성해서 잘 해 나가고 있다.
문제는 내 집 지키기다. 지푼다리 자경대 무장 수준은 돌격소총과 기관총이 전부다. 노바토피아는 종교와 종족에 따른 구분이 없다. 주변국과 달리 완벽한 자유를 누리며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받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주변국에 강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주변의 독재자들은 권력 누수를 막기 위해 노바토피아를 침공할 개연성이 대단히 높다. 경찰 수준인 자경단은 시급히 군대로 탈바꿈해야 한다.
“신속 기동 여단이라~”
무쌍은 노바토피아 군사력 편제(안)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적이 내 사정거리 안에 있으면 나도 적의 사정거리 안에 있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적이 내 사정거리에 있고 내가 적의 이목에서 벗어나 있으면 필승이라는 소리다. DGSE 기술부가 작성한 신속 기동군 편제는 노바토피아 현실에 적합하고 완성도도 높았다.
프랑스는 미국의 위세에 눌려있지만, 전통적인 군사 강국이다. 사단(division), 연대(regiment), 군단(corps) 같은 부대 단위와 위관(lieutenant), 영관(colonel), 장군(general), 원수(Marshal) 등의 명칭도 프랑스 육군에서 유래되었다. 그만큼 군사교리가 앞섰다는 의미다.
무기 개발과 군사교리 선진국인 프랑스 군대가 폭망한 원인은 부패와 방산 기업의 국유화에 있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제국과 강국의 패망원인은 예외 없이 부패다. 부패는 국가의 존립기반을 갉아먹는 동시에 무능을 잉태한다.
부패 고리가 확장되면 유능한 자가 설 땅을 잃고 구축(驅逐)된다. 군대는 폐쇄성으로 인해 어떤 조직보다도 급격히 양아치 집단으로 변모한다.
뼈아픈 추락을 경험한 프랑스가 노바토피아에 제시한 해법이 개방형 군대 문화와 남녀 구분없는 국민 개병제다. 무쌍은 개방형 군대 문화는 별 관심이 없었다. 국민 개병제에 관한 부분에 눈길을 돌렸다.
[차드는 자치주인 노바토피아를 포용할 능력이 없다. -중략- 노바토피아의 이질성은 주변국은 물론 차드까지 두려움에 떨게 한다. -중략- 모든 국민은 예외 없이 병역의 의무를 진다. 신체 등급 미달 및 심신 박약 등의 사유로 병역의 의무를 행사할 수 없는 국민은 자치행정부가 지정한 노역으로 군 복무에 갈음한다. -중략-]무쌍은 서문만 읽고도 필이 팍 꽂혔다.
‘이거 잘 다듬으면 병역 기피라는 말 자체가 없어지겠구먼.’
쾌재를 불렀다. 한국의 징병제는 말도 많고 탈도 많다. 돈 있고 백 있으면 군 면제를 받다 보니 신의 자식, 장군의 아들, 어둠의 자식 같은 은어가 일상화되다시피 했다. 실제로 돈 있고 권력 있는 집 자식들이 신검을 받을 때면 신체적 정신적 결함율이 대단히 높게 나온다. 물론 군 면제를 받은 다음엔 즉시 정상인으로 돌아온다. 신의 자식이 틀린 말도 아니다.
한국인은 못 먹고 힘들게 자라면 심신이 튼튼해지고, 여유 있는 집안에서 태어나면 심신이 허약해지는 특이한 유전자가 있다. 특이한 유전자란 엘리트 카르텔 부패 고리를 말한다. 소위 ‘우리가 남이가!’ 문화가 부패와 비리를 양산한다.
있는 자들은 한 다리 두 다리 건너서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서 공정한 경쟁을 피하고, 의무를 빗겨간다. 무쌍은 노바토피아에 한국형 특이 유전자를 허용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두툼한 보고서를 덮었다. 반문농부(班門弄斧)라는 말이 있다. 노반 앞에서 도끼를 들고 까불어봐야 웃음거리밖에 안 된다. 자신은 방향만 잡아주면 된다. 고민은 옴부티와 전문가들의 몫이다.
“철저히 조사하고 열심히 연구했군. 주인인 나보다 객이 백배는 잘 알고 있으니 기분이 묘하다.”
“프랑스는 노바토피아를 블랙맘바의 개인 영지로 간주하고 있다. 간섭할 이유도 없고 간섭할 의지도 없다. 도움을 주고 싶었을 뿐이다.”
“그래? 이 자료는 DGSE 요원 몇몇이 책상머리에서 만들어 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인력을 동원해서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이유가 뭔가?”
무쌍이 정색하고 물었다. 아무리 자신이 프랑스에 필요한 인물이지만, 호의가 지나쳤다. 프랑스는 흙 파서 장사하는 물렁한 나라가 아니다.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내가 블랙맘바라는 인간에게 반했기 때문이다. 자네의 이상, 용기, 정의감, 자비심, 단호함에 중독되었다고나 할까. 자네는 금세기의 영웅이 아니면 이상에 찌든 돈키호테다. 역사적으로 영웅 칭호를 받은 자들은 하나같이 타인의 눈물과 골수를 뽑아서 또 다른 타인의 눈물과 피를 흘리게 하였다. 영웅은 착취할 뿐 베풀지 않았다. 영웅의 궁극적인 목적은 자신의 영달이었다. 자네는 피 흘려 번 돈을 노바토피아에 전부 밀어넣었다. 영웅과는 거리가 먼 바보짓이다. 자네가 신이 되고싶은 초인인지, 자비로운 성자인지, 공전절후의 사기꾼인지 끝까지 지켜보고 싶은 사적인 욕심의 발로다.”
“솔직해서 좋군. 두 번째는 짐작되는데 세 번째는 뭔가?
“흐흐흐, 두 번째는 당연히 프랑스에 자네가 필요하기 때문이지. 프랑스는 양키를 제외하면 유일하게 해외 영토를 운영하고 해외 주둔군을 보유한 나라다. 자네도 잘 알다시피 좌파 정부가 방산 산업을 국유화하면서 무기 개발은 물론이고 정보 분야에서도 이류 국가로 굴러떨어졌다. 판을 엎고 새판을 짤 때까지 자네가 큰 구멍을 메워줘야 해. 세 번째는 노바토피아가 프랑스와 유럽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중해 난민 때문인가?”
무쌍은 바로 알아들었다. 엔진도 없는 목선을 타고 지중해를 건너려는 아프리카 난민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부유한 지중해 연안의 서유럽 국가들은 아프리카 난민을 적극적으로 차단하지도 못하고 받아들이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그렇다. 신생 아프리카 국가들의 정정 불안과 종족 간 갈등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하루에도 수천 명이 제노사이드와 홀로코스트를 피해서 서유럽으로 넘어온다. 그들을 쫓아내자니 국제적인 원성이 빗발치고, 받아들이자니 사회불안 요소가 된다.
“그들인들 살아온 고향을 버리고 죽음의 탈출을 하겠나. 국경선을 맘대로 그어서 종족을 뒤섞고, 수탈한 유럽 제국의 원죄가 난민탈출의 원인이 된 거지.”
“어쨌든 아프리카 난민을 관대하게 받아들여 온 프랑스도 한계에 봉착했다.”
“그러니까 당신들이 난민 문제로 전전긍긍할 때 노바토피아가 등장했다는 소리군.”
“솔직히 말하면 프랑스와 블랙맘바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셈이지. 프랑스 정부로서는 나쁠 것 없었네.”
“허, 만세를 불렀겠군.”
무쌍이 보니파스를 멀거니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