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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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장 웬 떡이야! 19
‘어쩐지 영토를 두 배나 주더라니…….’
무쌍은 속으로 혀를 찼다. 인간은 땅에 발을 붙이고 사는 존재다. 땅은 살아있는 모든 것이 계속 살아있으려면 반드시 점유해야 할 경제재다. 황량한 사막에 사는 도마뱀도 영역이 있고, 산속에 피어있는 가냘픈 시스토스도 자신의 영역을 지키려고 스스로를 태워버린다. 수사적인 말이 아니라 실제로 불탄다.
코르시카 시스토스는 주위에 식물이 빽빽이 들어차서 온도가 32℃ 이상 올라가면 부름켜 내부의 휘발성 기름을 뿜어내서 소사(燒死)한다. 물론 휘발성 오일을 덮어쓴 주변의 잡초들도 날벼락을 만난다.
시스토스는 알칼리 토양에 강한 식물이다. 경쟁자들이 불탄 잿더미 속에서 시스토스의 싹이 고개를 슬며시 내민다.
일개 식물마저 자신의 영역을 지키려고 분신(焚身)하는 마당에 인간은 오죽하겠는가! 인류 역사는 땅따먹기의 역사다. 어쩐지 프랑스가 막 퍼준다 했다. 어떤 나라도 영토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또 다른 의미에서 초인이군.’
무쌍은 보니파스를 다시 보았다. 동물이나 식물은 물리적으로 힘센 놈이 장땡이지만,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인간은 물리적인 강함만이 전부가 아니다. 보니파스는 국가의 국가에 의한 국가를 위하는 인간의 전형이다. 그는 자신의 성향과 능력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배팅했다. 그로서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어린 한국인에 건곤일척의 승부를 걸었던 셈이다.
은근슬쩍 당한 셈이지만 기분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보니파스의 말대로 서로의 이해가 맞아떨어졌던 일이다. 눈텡이를 맞았다고 징징댈 필요 없다. 눈텡이 때린 놈의 뒤통수를 때려주면 된다.
무쌍은 노바토피아 군사력 편제(안)를 다시 펼쳤다. DGSE 정보부는 5년간 세 단계의 전력 증강을 염두에 둔 상비군 체제와 국민 개병제를 제시했다. 상비군은 자치주민의 3% 이내, 예비군은 18세부터 40세까지 전 국민이 해당한다.
‘금년 말까지 장륜 장갑차 위주의 기계화 대대를 편성하고 자치주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순차적으로 병력을 늘린다. 2년 이내에 신속 기동군 일개 여단을 편성, 신속 기동군 3개 여단과 예비군 10개 여단을 편성하는 것으로 전력 증강 프로젝트가 마감된다고? 노바토피아의 최종 인구는 180만으로 예상했군. 경기도 두 배 넓이인데 180만이 한계라고? 너무 보수적으로 잡은 거 아닌가?’
보고서를 읽어내려가던 무쌍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현재 상태로 난민 유입이 늘어나다가는 180만이 아니라 1,800만이 될 판이다. 다음 장의 군대 편제 안을 읽어내려갔다.
[노바토피아 기동 여단 전력화 계획 표제부]1. 총인원 : 5,000명
2. 제대편성 : 총 7개 대대 (1개 항공 대대, 1개 기갑 대대, 1개 포병 대대, 3개 보병 대대, 1개 지원 대대)
-항공대대 : 5개 중대, 360명
-기갑대대 : 4개 중대, 640명
-포병대대 : 3개 중대, 240명
-보병대대 : 3개 대대. 3,000명
-지원대대 : 760명(통신 중대, 의료중대, 정비중대, 군수지원중대, 본부중대)
3. 항공대대 : 회전익 20대
– 5개 중대(회전익 4개 중대, 정비중대)
– 경무장 가젤 중대 : SA342 가젤 3대, SA341 가젤 1대
– 무장 : HOT 대전차 미사일 4발, 20mm 기관포 2문, 14.5mm 체인건 1문
4. 기갑대대 : 장륜 장갑차 46대, AMX30 4대
– 장륜 장갑차 중대 3개, 정비중대
– 장갑차 중대 : AMX-10RC (105mm 주포) 15대, AMX30 1대
– 무장 : 105mm 주포(COTAC 사격통제장치), 열 영상 장치, 타이어팽창 현가장치 적용
5. 보병 대대 : 3개 전투 대대 3,000명
– 수송장비 : 수송 장갑차 100대, 고기동 차량 200대
– 지원 화기 : 미스트랄 지대공 미사일, 경량 야포, 박격포, 자동유탄발사기, 중기관총…….
-개인 화기 : 파무스, 미니미
……
“끔찍하군!”
무쌍이 채 머리를 흔들고 보고서를 덮었다. 전통적인 보병 여단과 신속 기동 여단은 차원이 달랐다. 소요되는 군수 물자 리스트에 억 소리가 절로 났다.
여단은 사단과 마찬가지로 항공, 기갑, 정보, 포병, 통신 등의 지원 기능을 포함한 독립 작전 제대다. 기동 여단의 개념은 별거 아니다. 보병 여단에 펀치 센 작대기(야포) 추가하고, 바퀴(수송 장갑차)를 달아주고, 잠자리 날개(헬기)를 붙여주면 된다고 교리에 나와 있다. 문제는 바퀴와 잠자리 날개의 몸값이 장난이 아니라는 점이다.
가젤 한 대는 한화로 70억 원이다. 가젤 20대와 무장, 예비 수리 부품들을 구매하자면 2,000억 원이 소요된다. 기갑대대 장갑차와 전차 50대만 구매해도 1,700억 원이다. 중간에 브로커가 끼어들고, 무기 획득 책임자가 건강음료 박스를 받거나 지하주차장에서 업자를 만나면 소요 예산은 바로 두 배로 뻥튀기된다.
무기 획득 사업은 돈 잡아먹는 하마가 따로 없다. 치장물자를 30%에 넘겨받아도 1,000억 원은 오뉴월 땡볕에 아이스크림 녹듯이 녹아버린다. 이투리 정글에서 벌어들인 5억 프랑 1,250억 원은 찍어 바를 틈도 없이 사라진다.
무쌍은 전투 지휘관이 아니라 독고다이 이레이저다. 표제만 봐도 눈이 핑핑 돌았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봄날은 간다의 가사 한 소절이 생각났다. 물에 떠서 흘러가는 것은 새파란 풀잎이 아니라 새파란 지폐다. 100달러짜리 지폐 수 억매가 지푼다리 대수층 지하수 물길을 따라 흘러간다.
“총국장, 한 개 기동여단을 생짜로 편성하면 얼마를 쏟아부어야 할까?”
“최소 20억 프랑은 들어간다고 봐야지. 치장 물자를 활용하면 5~6억 프랑이면 된다. 석유도 쏟아지는 마당에 그깟 몇억 프랑이 뭔 대수야. 그냥 콱 질러!”
보니파스가 슬슬 긁었다.
“끙!”
된 신음이 절로 나왔다. 역설적으로 프랑스가 콜네임 블랙맘바를 엄청나게 싼 값으로 부려 먹는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프랑스가 카파루자 계곡에 숨어있는 루만과 방공 미사일 사령부, 생화학 무기 저장고를 자신처럼 날려버리려면 수백억 프랑의 전비를 지출해도 모자란다. 물론 아사드가 본 피해는 수천억 프랑에 상당한다. 보니파스가 석 장을 3천 프랑이 아닌 3억 프랑으로 착각할만 했다.
“총국장, 항공대대까지 결합한 기동 여단 전력이면 아프리카의 허접한 국가를 털어먹기 여반장이다. 하브레를 사막으로 밀어낼 수도 있다. 속셈이 따로 있지?”
보니파스를 보는 무쌍의 시선이 삐딱했다. 난민 처리 밴드 역할만이 아니다. 꼭히 나쁜 의도를 가진 인간은 아닌데 숨은 의도가 보였다.
“내 속셈이 이미 털렸다. 노바토피아는 주변국과 달리 자유민주국가다. 말만 자유민주국가가 아니라 차별과 구분 없이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고 노력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이 주어지는 나라다. 땡볕에서 지하수를 파는 인부의 일당이 사무실에서 서류 정리하는 사무원보다 일당이 많더군. 누구나 바라는 멋있는 세상이다.
“칭찬이 과하군.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사설이 길어지나?”
“자네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주변국의 국민이 자네를 원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나는 10년 이내에 이스라엘을 능가하는 강력한 국가가 사하라 사막에 등장한다는 것에 내 목을 걸겠다. 그때쯤이면 차드는 노바토피아의 배속에 들어갔겠지.”
“위협을 느낀 주변국이 총구를 돌린다는 말을 하고 싶나?”
“그렇다. 자기 목이 떨어지게 생긴 카다피와 하브레가 보고만 있을까. 노바토피아는 이미 호랑이 등에 올라탔다. 살아남으려면 이빨을 키우고 발톱을 가는 수밖에 없다.”
보니파스는 노바토피아가 처한 현실이 자신과 아무런 상관없다는 듯 잘도 지껄였다. 실제로 보니파스는 느긋했다. 공은 블랙맘바에게 넘어갔다.
‘골치 아프네.’
무쌍은 골치가 아파졌다. 노바토피아는 온갖 골머리를 앓아야 할 라훌라(애물단지)다. 부처님도 애물단지를 싫어했는데 왜 애물단지를 원했을까?
죽지 못해 살아가던 사헬 주민들, 시리아 북부 산악지대의 정교도와 쿠르드족, 에리트레아의 팔려가는 아이들이 생각났다. 그가 노바토피아를 개발한 이유는 핍박받는 인간, 더 이상 갈 곳 없는 인간들의 피난처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사기에 차호(嗟乎), 대장부당여차야(大丈夫當如此也, 대장부는 마땅히 저래야 한다.)라는 말이 나온다. 한 고조 유방이 어릴 적 함양에서 진신황의 행차를 보고 한탄했던 말이다. 유방은 천하를 꿈꾸었지만 자신은 갈 곳 없는 사람의 유토피아를 꿈꾸었다. 사나이로 태어나서 마땅히 할 만한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슬슬 잡탕이 끼어들 기미가 보였다.
“허, 호랑이 등에 올려놓은 양반이 누군데! 남 말 하듯 하면 안 되지. ”
“프랑스는 늘 자네 편일세. 밀어줄때 화끈하게 질러.”
보니파스는 진심으로 권했다. 동방불패가 우뚝 서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총국장, 변죽 울릴 필요 없다. 노바토피아가 발전하면 시비 걸 놈은 딱 두 놈이다. 프랑스 하수인인 히센 하브레가 준동할 리는 없고 리비아와 수단이다. 카다피는 틈만 나면 차드를 삼키고 싶어하는 하이에나다. 수단은 자국의 종족 갈등을 외부로 돌릴 목적으로 침공할 가능성이 높다. 노바토피아는 희망을 잃었지만 버리지 않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안식처로 족하다. 바람을 넣어봐야 소용없다. 나는 영역을 확장할 욕심도 없고, 영웅이 될 야심도 없다. 군사력은 방어군 개념으로 운용될 것이다.”
“음! 프랑스는 노바토피아 건국과 발전에 힘을 아끼지 않는다. 나폴레옹 이후로 영웅이 사라졌다. 남자로 태어나서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해보고 싶지 않나?”
“나는 나 자신을 잘 안다. 내 그릇은 아롱디스망 뮈니시팔(한국의 통/반) 구역장이 딱 맞다. 나와 총국장은 좋은 파트너이고 당신은 애국자다. 당신은 늘 프랑스와 나 사이에서 최선의 타협점을 찾으려고 노력해왔다. 어차피 노바토피아는 프랑스의 대 아프리카 경영의 한 축이다. 내 말에 동의하나?”
“당연히 동의한다.”
“나는 인간의 탐욕을 질리도록 겪었다. 싸움의 원인은 작은 다툼이든 큰 다툼이든 탐욕이다. 강력한 전쟁 억지력은 분명히 필요하다. 나는 동방불패다. 영웅도 아니고 꼭두각시도 아니다. 인적 자원은 내가 해결한다. 노바토피아 여단 편성 비용과 유지비는 서유럽 다섯 개 나라가 떠맡는다. 프랑스, 그리스, 터키, 이탈리아, 스페인은 난민 문제로 계속 골치를 앓던지, 골칫거리를 노바토피아에 떠넘기고 약간의 부담을 지던지 선택해야 한다. 서유럽 5개국이 군사비를 지원하지 않으면 노바토피아는 난민을 받아들일 수 없다. 장난 그만 쳐라.”
두웅-
단호한 선언에 보니파스는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다. 만만치 않은 인간인 줄 알고는 있지만, 이 정도로 강단 있을 줄은 몰랐다. 아니 욕심없는 인간이기에 얼마든지 강해질 수 있다.
“잔기술 넣다가 되치기 한 판 당했군. 나는 죽음의 천사에게 협잡을 부릴 만큼 간덩이가 크지 않아. 어디까지나 서로 윈윈하는 방법을 찾았을 뿐이다.”
보니파스가 어물어물 변명했다. 무쌍은 틈을 주지 않고 몰아붙였다.
“노바토피아에 3개 여단을 편성한다는 계획은 지렁이 몸통에 코브라 이빨을 박고, 도마뱀 몸통에 악어 대가리를 달겠다는 소리다. 이빨만 좋으면 뭘 하나 몸통이 받쳐주지 못하는데. 일단 기갑 대대, 항공지원 중대, 보병대대 두개로 여단을 꾸린다. 준비된 물자를 넘겨주기 바란다.”
“준비된 물자?”
“이거 왜 이러시나. 치장 물자를 넘겨줄 생각이 없었으면 목록을 준비하지도 않았겠지.”
무쌍이 눈을 희번덕였다. 잔뜩 굳어있던 보니파스의 얼굴이 거짓말처럼 스르르 풀렸다. 제대로 생색 내 보려던 계획이 틀어졌다. 오늘도 블랙맘바에게 완패했다.
“이젠 여우가 되었구먼. 치장 물자 목록은 1급 보안 문서로 관리해주기 바란다. 노바토피아 측에서 인수할 준비가 되면 즉각 치장 물자를 넘겨주겠다. 여하튼 자네를 상대하기만 하면 늘 손해나는 장사를 한단 말이야.”
“쓸데없는 소리, 장사치가 손해 보고 판다는 말을 믿으란 말이야.”
“많이 남겨 먹으려다 탈탈 털리는군. 유지비 부담이라! 방귀깨나 뀌는 놈들이 머리털 빠지라고 고민하겠군. 이런 상황을 참깨 줍다가 기름병 쏟는다고 했던가! 흐흐흐”
보니파스가 낄낄거렸다. 설익은 올리브 열매를 씹은 각국 외무장관의 썩은 얼굴이 떠올랐다. 원래 계획은 잔뜩 생색낸 다음에 치장물자를 무상으로 공여하려고 했다. 블랙맘바에게 빚을 지워두려다 유지비까지 덤터기 썼다.
“골치 아픈 이야기는 그 정도로 하세. 방위력 증강 프로젝트는 일조일석에 될 일도 아니고 말이야. 레종 에뜨랑제를 은퇴한 용병들이 노바토피아의 교관으로 많이 가더군. 자네는 가만 내버려둬도 스스로 크는 인간이란 말이야. 알라의 축복을 받은 양반, 유전 문제를 의논해 보세. 내가 한때는 토탈사에 파견된 감독관이었거든. 유전이라면 모르는 것 빼놓고 대충 수박 겉핥기로 알아.”
“소금층의 유징만 발견했을 뿐 오일층이 확인되진 않았다.”
“그 정도면 볼 것도 없이 유전이 있다. 도바 분지는 토탈사가 눈독 들였던 탐사 후보군이었다. 삼각 탄성파 측정으로 배사 지층까지 확인했지만, 차드 내전이 벌어지는 바람에 철수했다.”
“네다바이 당했으니 복장이 뒤집어지겠구먼.”
“뒤통수를 맞은 마르주리 회장이 이빨을 갈겠지. 지팡구 자동차로 자네를 받아버릴지도 몰라.”
“일본 차?”
“마르주리 회장이 닛산의 포뮬라 원 후원자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