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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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장 용병과 인간의 조건7
“황당하다. 무슬림의 믿음은 어린애들조차 죽음으로 밀어 넣는구나.”
블랙맘바가 한탄하자 샤트르가 불끈했다.
“천만에, 무슬림의 믿음과는 아무 상관없다. 더러운 반군 놈들이 어린애들을 잡아다 세뇌 시켰을 뿐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애들인데…….”
블랙맘바는 고통스러웠던 어린 시절이 트리우마다. 내내 어린 소년병들이 마음에 걸렸다.
“블랙맘바, 내가 몇 번 이야기 했다. 쓸데없는 생각 하지마라. 소년병들은 이미 사람을 죽이고 피맛을 들인 놈들이다. 자아가 형성되기 전에 주입된 세뇌는 인간 본성을 파괴한다. 저놈들은 어리지만 더 무서운 살인귀들이다. 지휘자의 명령을 암르(절대적인 명령)로 여기는 놈들이다. 어른보다 더 무서운 놈들이라고.”
“음, 알고는 있지만……”
한숨이 나왔다.
작전 중에 가장 힘들고 부담스러운 부분이 소년병이다. 전투를 벌일 때마다 어린애를 죽이자니 심적 부담이 엄청났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밝은 모습보다는 어두운 구석이 많았다.
이용하는 놈과 이용당하는 놈, 빼앗는 놈과 빼앗기는 놈, 부리는 놈과 부림을 당하는 놈…….자신도 한국에서 얼마나 휘둘려 살았던가!
사바세계는 어디나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편하게 생각하게. 자넨 용병임을 잊지 말게.”
샤트르가 어깨를 툭툭 두드려 주고 막사로 들어갔다. 비틀거렸지만 끝내 부축을 마다했다. 노병의 자존심이다. 그의 등에 블랙맘바의 시선이 오래도록 머물렀다.
어둠이 옅어지자 숙영지가 술렁거렸다.
깨비텐은 야간 이동을 주간 이동으로 바꾸었다. 작전 기간이 길어지자 팀원들의 컨디션이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깨비텐은 보안보다 체력 저하가 더 문제라고 판단했다. 인간은 주간 활동 생물이다. 수 만 년 동안 유전자에 새겨진 생체 리듬은 낮을 밤으로 인식해 주지 않았다.
에밀과 미구엘은 식사 준비를 했고 장쒼과 부리머는 픽업을 정비했다. 나머지 대원들은 장비를 점검하고 출발 준비를 했다. 블랙맘바는 언제나 그렇듯이 오금공으로 몸을 풀고 있었다.
깨비텐은 잔뜩 미간을 찡그리고 생각에 빠져 있었다.
결정을 해야 했다. 본부의 전언대로 움직일지, 독자적으로 판단해서 움직일지.
폴 중위는 상명하복 조직에서 20년을 근무했다.
머리는 본부를 믿어야 한다고 하지만 가슴은 믿음을 거부했다. 작전에 들어가자마자 세 번이나 대규모 교전을 치렀다. 보델레 지역이 프롤리나트 세력권이지만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상식 밖의 사건이 벌어지면 상식 밖의 이유가 있는 법이다.
세 차례 전투로 무려 254명을 사살했다. 이래서야 구출팀이 아니라 청소팀이다. 이번 전투도 위험했다. 블랙맘바의 이해할 수 없는 능력과 장쒼의 귀신같은 박격포 운용 덕분에 살아남았다.
프롤리나트 북부군은 완편 여단이다.
1개분대로 북부군을 상대한다?
작살 들고 백상아리 잡겠다고 설치는 다이버보다 무모한 시도다. 아무리 명령에 죽고 사는 군인이지만 이건 아니다. 자긍심 높은 장교로서 조직을 의심할 수 없지만 더러운 기분 이 끈질기게 달라붙었다.
작전 본부는 DGSE의 정보를 받아 작전팀에 전달한다.
‘DGSE인가?’
최강의 구출팀을 파견해 놓고 장난을 친다? 실익이 없다.
DGSE가 뒷구멍으로 장난을 치고 있을 개연성도 낮았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총질만 하다 보니 머리가 굳었어. 군복을 벗기 전엔 작전 명령을 무시할 수 없지. 그렇다고 뒤통수 맞기는 싫거던.’
깨비텐은 일단 의혹을 접었다. 임무에 집중하되 히든카드 하나쯤은 준비해 두기로 마음먹었다.
“샤트르 상태는 어떤가?”
“확연히 좋아지고 있습니다. 동맥공기색전증을 의심했는데 단순한 피하 출혈 소견을 보입니다.”
“후송이 필요하지 않나?”
“본인이 완강히 거부했습니다. 조금 긁힌 상처 때문에 동료를 두고 갈 수 없답니다.”
“노친네가 고집이 세군. 자네 판단은?”
“벨맨이 다른 변수가 없으면 곧 활동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부리머가 슬쩍 빠져나갔다. 동료의 부상에 대해 책임질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쩝, 지금 헬기가 오기도 쉽지 않겠지.”
“부비 트랩은 샤트르가 최곱니다. 퇴출 시에는 샤트르가 필요합니다.”
“그렇지. RPG도 샤트르가 최고지. 조금 더 두고 보세.”
깨비텐은 샤트르의 후송을 인단 보류시켰다. 되지엠 랩의 구호가 불퇴전이다. 샤트르 본인도 후송을 달가워 할 리 없다.
“그나저나 팀원들의 컨디션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미구엘은 무기력증 소견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알았어, 내가 살펴보지.”
미구엘은 바위 그늘에 축 늘어져 있었다. 얼굴에 기어 다니는 파리떼를 쫒지도 않았다. 무기력증의 초기 증상이다. 좋지 않았다.
“미구엘, 어때?”
“농 쁘라블렘!”
미구엘이 비시시 웃으며 깨비텐을 올려다보았다.
“힘내 미구엘, 빨리 끝내고 메르디앙 빠에서 코가 삐뚤어지도록 마셔야지.”
“당연하죠.”
“인간 같지 않은 놈이 있지 않나. 블랙이 있는 한 작전은 성공할 수밖에 없어.”
미구엘의 눈에 힘이 돌아왔다. 그렇다 블랙맘바가 있는 한 희망이 있다. 왜 힘들다고만 생각했을까?
미구엘이 벌떡 일어나서 벨맨을 불렀다.
“돌팔이, 아트로핀 한방 놔줘.”
깨비텐은 안도의 숨을 쉬었다. 전투 세 번을 치르고 블랙맘바는 팀의 수호신이 되었다. 절대적으로 의지할 존재의 등장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황무지와 사막을 전전하며 전투를 벌인지 9일째다.
메마른 사헬 벨트의 한 낮 열기에 숨이 턱턱 막혔다. 밤이 되면 뼈가 시리도록 추웠다. 엄청난 일교차가 체력을 갉아 먹었다. 지옥 훈련을 거친 특공대도 견디기 힘든 환경과 강행군이다.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노출된 팀원은 없지만 피로도가 높아졌다. 하나같이 입술이 허옇게 갈라지고 눈이 퀭했다. 자신도 피부가 퍼석해지고 다크 서클이 눈 아래 일 인치는 내려왔다. 모두 정신적인 압박감과 육체적 피로에 시달리고 있다.
“따꺼, 코르시카의 포낭트가 그립다.”
입술이 허옇게 갈라터진 장쒼이 칭얼거렸다. 에메랄드빛 지중해 수면을 타고 거침없이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포낭트다. 사헬의 뜨거운 모래바람에 시달린 용병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깨비텐의 가슴에 분노가 피어올랐다.
예정대로라면 너구리를 끌고 귀환했을 시간이다. 메르디앙 샤리에서 풍만한 젖가슴을 주무르고 있을 시간이다.
현실은 너구리 꼬리도 못보고 모래바람을 맞으며 뺑뺑이를 돌고 있다. 파리떼처럼 달려드는 게릴라들과의 교전은 의미가 없다.
부하들은 지치고, 사방이 적이다.
보루꾸 원주민들 대다수가 프롤리나트의 끄나풀이다. 언제 정보원이나 정찰대에게 포착될지 모른다. 어느 순간 게릴라들의 총탄이 날아들지 모른다. 그야말로 벌거벗겨진 몸으로 하이에나 무리 속에 던져진 상태다. 챠드 북부의 황량한 사헬이 11명의 용병을 삼키는 중이다.
“망할 놈의 새끼들!”
깨비텐은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떨었다. 말도 안 되는 작전을 세운 참모와 정보국 놈들을 모두 쏴 죽이고 싶었다. 아니 블랙맘바의 쿠크리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깨비텐은 분노를 꾹꾹 누르며 위성전화 안테나를 펼쳤다.
커다란 우산 같은 안테나를 펼치며 눌러두었던 울화통이 다시 터졌다.
골프 우산 크기의 론엘사 위성 안테나는 야전에서 관리하기가 여간 불편하지 않았다. 반면에 미국과 영국의 WDCOM 위성 안테나는 호주머니에 들어갈 정도로 콤팩트하다.
프랑스의 방산 산업은 국유화로 인해 본래의 창조성을 잃고 부작용만 극명하게 나타났다. 공룡이 된 방산업체는 굼뜨고 멍청해졌다. 게다가 자존심만 강해서 베낄 줄도 몰랐다.
-여기는 브라보, 알파 나와라.
-브라보, 기다렸다.
-알파, 구라디 지역에서 대규모 교전이 있었다. 57명을 사살했다.
-……
본부 사령은 놀란 듯 잠시 말을 잊었다.
-브라보, 피해는?
-알파, 57명을 사살했다. 샤트르 병장이 부상을 입었다. 악화되면 후송을 요청하겠다.
-씨공 섿!
본부 사령이 말을 더듬었다.
-알파, 보급을 요청한다.
-브라보, 말하라.
-픽업 두 대, 미니미 두 정과 탄환 오천발, MO60박격포 한문과 고폭탄 열 박스, 고속 유탄포 두 문 포탄 열 박스, 크레모아 이십세트, 파무스 다섯 정, 야시경, 스코프, 헤드셋 밧데리 ……
-브라보, 알았다. 챠드를 뒤집어엎을 셈인가?
-알파, 그러고 싶은 심정이다. 장소는 탕가 오아시스 북쪽 10마일 지점, 좌표는 020 424다. 보급 요청 시간은 현재시각 18시간 후다. 우리는 계획대로 에키야 오아시스로 들어간다.
-브라보, 알았다.
-아차, 반드시 보내야 할 물건이 있다. 블랙맘바의 개인 용품이다. 한국산 라면이라는 물품을 반드시 보내야 한다. 붉은 포장지에 든 건조 스파게티다.
-브라보, 알았다.
위성 전화를 정리한 깨비텐이 싸늘히 웃었다.
그는 일부러 숙영지인 암주를 언급하지 않고 탕가를 기준으로 좌표를 불러 주었다. 깨비텐이 지정한 지역은 라텔팀이 은신한 암주에서 10km떨어진 지점이다.
“부리머, 큼직한 미끼를 던졌으니 두고 볼까.”
“미러 미팅입니까?”
“뭐 어차피 보급도 받아야 되지 않나.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해결할 작정이네.”
깨비텐이 취한 방식은 정보 계통에서 미러 미팅이라 불리는 얄팍한 수법이다. 미러 미팅이란 자신의 위치를 거짓으로 노출시키는 고전적인 작전이다. 목적은 5열 색출과 숨겨진 배후 확인이다. 미러 미팅과 차이가 있다면 지정된 장소에 실제로 물량이 투하된다는 점이다.
“군침 흐르는 먹이죠. 뒷구멍에서 장난치는 놈이 절대 그냥 있지 못 할 겁니다. 놈들이 걸려든다에 내 케피느와를 걸죠.”
브리머가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외인부대 사병은 케피블랑을 쓴다. 케피느와는 하사관과 장교가 쓰는 모자다. 그는 5열의 존재를 확신했다.
“땀내 나는 모자를 걸 필요도 없어. 자네는 거울을 볼 수 있는 최적의 위치를 잡도록 하게.”
“의도적으로 에키야 오아시스로 간다고 행선지를 흘렸군요.”
“음, 보급품도 군침 돌겠지만 놈들의 표적은 우리 목일세. 정보가 샜다면 반군 주력이 에키야로 움직이겠지.”
“미러에 놈들이 나타나면 어떻게 할 겁니까?”
“꼬리를 달고 다닐 이유가 있나?”
깨비텐의 반문에 부리머가 어깨를 으쓱했다. 깨비텐의 스트레스가 그대로 느껴졌다.
“박살내야죠.”
“그렇지. 블랙맘바는 야간 전투의 신일세. 본인이 숨기고 있지만 나를 속일 수는 없지. 흐흐흐!”
“그렇습니까?”
“얼디 하마르에서 보지 못했나? 블랙이 근접전으로 게릴라들을 박살낼 때 야시경을 끼지 않았네. 신비한 무예든, 초능력이든 블랙맘바는 올빼미 눈을 가진 인간이야.”
“그, 그렇군요.”
부리머가 고개를 끄덕였다. 워낙 특이한 인간이라 무심히 지나갔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블랙은 분명히 야시경을 끼지 않고 날뛰었다.
“블랙이 있는 한 야간 전투는 끝난 게임이야. 놈들을 뭉개버리고 우리는 변경된 장소에서 보급품을 인수하면 돼.”
“지저분하지만 지금으로서는 훌륭한 결정입니다.”
“팀원들에겐 말하지 말게. 본부를 믿지 못해서 벌이는 부끄러운 작전일세.”
“블랙에게 미리 이야기 해야 하지 않을까요?”
“관둬. 모두들 블랙의 무력에 정신이 팔려있지만 머리도 보통이 아닌 친구야. 짐작하고 있을 거야.”
“꼬리도 자르고, 5열도 확인하고, 보급도 받으니 일석삼조군요.”
“글쎄. 반갑지 않은 일석삼조인 셈이지. 블랙맘바가 또 피를 뒤집어쓰겠군.”
깨비텐과 부리머 중사가 서로 쳐다보며 씁쓸하게 웃었다.
반군이 개떼처럼 보급품을 덮친다면?
텅 빈 개활지에서 블랙맘바의 저격탄이 놈들을 환영해 줄 것이다. 덤으로 크레모아와 지뢰가 따끈하게 맞이할 것이다.
은자메나 기지에서 투하 좌표까지는 직선거리로 578km다. 가젤이 전투 비행 속도로 운항하면 2시간 32분이 걸린다. 헬기가 늦어도 21시 30분에는 이륙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