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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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장 설거지는 나도 싫다3
둥지가 깨졌는데 알이 성할 리 없다. 돈 때문에 신작로 돌멩이처럼 이리저리 차였다. 돈 때문에 고향을 떠났고, 이역만리 타향에서 사람 잡는 백정이 되었다. 돈은 요물이다. 힘겹던 시절에는 저 멀리 있더니 이제는 부르지 않아도 개떼처럼 몰려들고 있다.
혼귀에 빙의된 듯 두툼한 소가죽 혁대를 휘두르던 백부와 대청마루에 뒷짐 지고 서서 때려! 때려! 추임새를 넣던 장씨가 생각났다. 공간을 격하고 지풍처럼 날아오던 독기 어린 눈빛이 선연히 떠올랐다. 단춧구멍처럼 길게 찢어진 눈, 유년기와 소년기를 온통 짓눌렀던 살모사 눈이다.
백부 내외는 재산 불리기에 아삼륙(마작 패 중에 끝수가 2, 3, 6인 쌍패, 쌍비연이라고 하여 끗수를 세 곱으로 친다. 죽이 잘 맞는 단짝을 이름)이었지만 그렇게 불린 재산이 사구 깽판(섰다 패에서 판을 엎어버리는 흑싸리 피와 국진 피의 조합)쳤다.
백부 내외가 향심섬유라는 먹음직한 고기를 두고 벌이는 살벌한 싸움은 점입가경에 접어들었다. 시한부 생명인 남편을 하루라도 빨리 죽이려고 독을 푸는 장필녀, 처가인 장씨 일문의 기둥뿌리를 뽑아낼 음모를 진행 중인 박인보, 두 사람의 막장 드라마의 결과는 파탄이 예견되어있다.
세상은 넓고 상상할 수 없는 돈이 굴러다닌다. 정의의 주먹 작전으로 벌어들인 수당만으로 향심섬유 수십 개를 사들일 수 있다. 향심섬유는 달팽이 뿔에 불과하고 그들의 다툼은 와각지쟁(蝸角之爭)에 불과하다.
길게 살아봐야 20년도 남지 않은 생인데 재산이 그렇게도 절실할까! 백인이면 백 개의 그릇이 있다더니 형제간의 삶이 어찌 그리 다를 수 있을까!
아버지 박진보와 어머니 김말순이 순애보의 극한을 보여주었다면 박인보와 장필녀는 막장 드라마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돈에 먹혀버린 굴각, 이올, 육혼에 다름 아니다. 인간이 인간의 삶을 살아야지 창귀의 삶을 살아서야 말이 아니다.
“나는 돈이 고이는 갑부가 아니다. 돈이 머물렀다 흘러가는 정거장이고 조차장이다. 돈은 잠시 머물 뿐 제 갈 곳을 찾아서 흘러간다. 나는 돈이 필요해서 용병이 되었다. 어쩌다보니 블랙맘바가 되었고, 피 냄새 나는 블랙맘바가 싫어서 동방불패가 되었다.외인부대 루키 팍이든, 특별군사고문 블랙맘바든, 노바토피아의 주인 동방불패든 달라질것은 아무것도 없다. 나는 여전히 값비싼 오뜨 뀌진이 부담스럽고, 프리미엄 와인의 가격표에 손이 떨리고, 기름값이 아까워서 닷소 팔콘을 드골 공항 계류장에 묶어둔 평범한 한국 청년이다. 돈은 필요한 사람이 가져야 하고, 쓰일 곳에 쓰여야 돈이다. 돈이 돌지 않으면 악취를 풍기는 폐기물에 다름없다. 내게 필요한 돈은 은행 계좌에 숫자로 찍힌 5억 프랑이 아니라 삼시세끼 먹을 수 있는 백 프랑이다.”
무쌍이 혼잣말하던 웅얼거렸다.
“동방불패, 나는 지난 4년간 자네와 함께 일해왔지만, 알만하다 싶으면 모르게 된다. 악착같이 돈을 모으더니 달관한 그 모습은 또 뭔가? 알다가도 모르겠다. 20대 중반의 청년이 아니라 세상을 100년쯤 산 늙은이로 보이네. 자네가 부따 수행승임은 알고 있지만, 참으로 기이하다.”
무쌍의 얼굴이 웃는 듯 우는 듯 일그러졌다. 죽지 않으려고 살아온 처절한 몸부림이 파노라마처럼 흘러갔다. 누구도 알지 못할 세상을 살아온 자신만의 삶이다.
살아있는 모든 것 중에 인간만큼 개체 간의 편차가 큰 동물은 없다. 누구는 백 명이 평생 살아갈 돈을 연봉으로 받고, 누구는 평생 벌어도 아파트 한 채 사지 못할 연봉을 받는다.
“인간은 십 년을 하루로 압축해서 살 수 있는 유일한 생물이다. 젖니도 갈지 않은 나이에 홀로 세상에 팽개쳐져서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면 그렇게 된다. 죽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삶을 살면 그렇게 된다. 아비를 욕되게 하지 않으려고 스스로 윤리와 도덕의 족쇄를 채우면 그렇게 된다. 자신에게 엄격하고 타인에게 관대하라는 말을 수만 번 외면 그렇게 된다. 마음이 가는 대로 스스로 부끄럽게 살지 않으려고 노력하면 그렇게 된다.”
보니파스가 멍하니 무쌍을 바라보았다. 한 마디 한 마디에 희로애락의 온갖 감정이 주저리주저리 묻어나왔다. 블랙맘바는 MK 프로젝트나 아라고 프로젝트 따위가 만들어낸 괴물이 아니다. 수백 번의 격렬한 심적 고통과 자신을 스스로 정련하는 강인한 정신이 만들어낸 진정한 초인이다. 수많은 사람이 종교와 민족을 초월해서 따를만한 인물이다.
“동방불패, 자네의 터무니없는 강함도 십 년을 하루처럼 압축해서 살아온 결과인가?”
“신의 섭리가 없다고 말하지 못할 기연과 우연이 뒤섞인 결과다. 아마도 처절한 수련의 결과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겠지. 쌈디와 일반인이 맨손으로 싸우면 어떻게 될까? 일반인 일천 명이 덤벼도 쌈디를 당하지 못한다. 호랑이의 용맹과 힘은 타고난 그대로다. 인간처럼 생각하고 발톱을 갈고, 체력을 단련하지 않는다. 인간은 생각하고 노력하기에 개체 간의 편차가 생긴다. 이야기가 엉뚱한 곳으로 흘렀군. 돈은 불편하지 않을 정도만 있으면 된다. 많아 봐야 관리하느라 정신만 사나워진다.”
일시지간 감상에 빠졌던 무쌍이 겸연쩍게 마무리했다.
“하하하, 돈이 많으면 정신만 사나워진다고? 통쾌한 말이다. 동방불패가 아니면 누가 감히 그런 말을 할 수 있겠나. 뜻하지 않게 안계를 넓혔다. 지부티까지 허겁지겁 날아온 보상을 받은 기분이다.”
“호텔에 묵을 텐가?”
“아니다. DGSE 총국장 자리는 한가한 자리가 아니다. 마감 멘트를 날려야 할 타임이군. 정의의 주먹 작전은 완료되었다. 자네는 정글에서 덧없이 죽어간 수백의 젊은 피를 헛되지 않게 마무리했다. 그거야말로 나쇼널 트레조르의 진정한 위용이다. 덕분에 프랑스는 많은 것을 얻었다. 정부를 대표해서 고마움을 전하는 바다. 건배하세.”
“노바토피아의 번영을 위하여!”
“위하여!”
“동방불패 오일을 위하여!”
“위하여!”
“동방불패와 써펀트의 우정을 위하여!”
“위하여!”
보니파스가 세 번 건배를 외치고 무쌍과 쌈디 디노가 후창했다.
크르르- 디노가 앞발로 와인잔을 들고 건배에 끼어들었다. 쌈디가 뒤통수를 때렸지만, 꿋꿋이 버티며 와인을 원샷했다.
“내 원 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도 아니고…….”
보니파스는 실소했다. 지부티에 찾아오지 않았으면 괴수가 건배에 끼어들어 와인을 아가리에 털어 넣는 장면을 상상이나 했을까.
알고 보면 놀랄 일도 아니다. 건배하는 네 존재 중 인간은 보니파스뿐이니 말이다.
켐핀스키 호텔 회동은 서로가 필요한 부분을 주고받았다. 국적과 인종이 다르지만 두 사람은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의 인물이다. 협상은 상대방의 역량을 인정하고, 사심을 끼워 넣지 않을 때 만족한 결과가 도출된다. 보니파스도 만족하고 무쌍도 만족했다.
“동방불패, 나는 곧바로 수영장으로 돌아가겠다. 노골화된 소크라테스 프로젝트의 대응책이 급하게 되었다.”
“양키만이 아니다. 일본을 주시해주기 바란다.”
“일본?”
“기분이 좋지 않아. 양키가 이투리 정글에 감추어둔 그렌델은 전부 수중용이었다. 써펀드, 옥토퍼스, 터틀은 해양 생물이 바탕이다. 양키는 일본의 맹방이다. 나는 양키를 믿지 않는다.”
“한국인의 양키 사랑은 유별난데 자넨 조금 특이하군.”
보니파스가 슬쩍 긁었다.
“잘 알면서 변죽 울리지 마라. 양키의 친구는 일본이다. 일본의 경제력이 미국의 멱살을 쥐어흔들고 있다. 시가 총액 세계 10대 기업 중에 일본 기업이 무려 여덟 개다. 양키 회사는 IBM과 엑손이 들어있을 뿐이다. 50대 기업 순위에 일본 기업이 33개나 포진해 있다. 미국 기업이 15개, 영국 기업이 2개다. 안타깝게도 프랑스 기업은 한 개도 없다. 일본 돈과 물건이 미국을 뒤덮었다. 미국 정치권은 돈을 앞세운 일본의 전방위 로비에 녹아나고 있다. 한국은 소련과 중국이라는 공산국가가 눈을 부릅뜨고 있기에 유의미한 존재다. 한국은 미국을 맹신하지만, 미 국무부와 정보기관은 한국을 일본의 일차 방어전진기지쯤으로 여긴다.”
“경제 동물 일본이라~ 힘만 생기면 이웃을 괴롭히는 골치 아픈 양아치, 남의 것을 베끼고 모방하는 도둑놈, 과거를 반성할 줄 모르는 태평양의 똥 덩어리지. 대서양에도 툭하면 프랑스를 건드리고 싶어하는 음흉한 똥 덩어리가 있지만, 협조하고 경쟁하는 관계다. 한국은 골치 아픈 이웃을 두었다. 그렌델은 CIA가 극비리에 개발중인 생체무기다. 아무리 양키와 일본의 관계가 가까워도 넘겨줄 무기가 아니다. 또한, 일본이 후안무치한 국가지만 마피아는 아니다. 그렌델을 투입해서 한국 연안을 뒤집어엎는 무리수를 둘까?”
“일본이 동남아를 침공한 이유는 석유 때문이다. 일본인은 침략 유전자가 있다.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마피아가 될 수 있는 놈들이다. 땅덩어리가 불의 고리에 올려져 있는 만큼 엉뚱한 시도를 할 개연성은 충분하다. 기우이길 바라지만 정보계에서 조심해야 할 첫 번째 원칙이 미러이미징(적이 우리와 생각이 동일하다는 믿음에서 오는 판단 오류, 한국이 대북 정책에서 흔히 범하는 오류다.) 아닌가.”
“알겠네. 내각조사실을 뒤져보면 뭔가 나오겠지. 한국은 관심도 없고 인력을 투입할 가치도 없는데…….”
무쌍의 눈치를 흘끔 본 보니파스가 얼른 말을 바꾸었다.
“한국인은 부지런하고 영리하다. 나는 한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이 언젠가는 일본을 앞설 수 있다고 확신한다. 검은 황금의 주인이 되었음을 다시 한 번 축하한다. 아 비앙또, 본 뉘!(다음에 보자, 잘자라!)”
보니파스가 실언을 급수습하고 호텔을 떠났다. 보니파스가 돌아간 방안에 적막이 내려앉았다. 무쌍이 생각에 잠기자 쌈디와 디노는 각자의 방으로 조용히 들어갔다.
“정의의 주먹이 종료되었다고? 카무게와 루스루훼를 잡기 전엔 아니야.”
비상 파우치를 열어서 물병을 꺼냈다. 한 뼘 남짓한 주홍색 생물체가 허연 눈알을 돌려서 빤히 노려보았다. 흑백 구분없는 눈동자가 섬뜩했다.
루스루훼는 발사라로 다지고 공진파로 두들겨서 피자 도우처럼 떡을 만들어서 봉인했었다. 불사의 생명체라더니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서 본 모습을 회복했다. 외형이 인간과 비슷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온갖 생물의 특징이 다 들어있다. 악어처럼 뾰족한 입, 물갈퀴 달린 손, 귀 뒤쪽의 아가미, 촉수가 흐느적대는 양팔……
카무게의 말에 의하면 루스루훼는 질량을 가진 생물인 동시에 영체다. 한마디로 사기적인 존재다. 물리력을 행사하는 존재가 물리적 타격을 받지 않으면 대책이 없다. 병 속에 갇혀있는 상태에서 손바닥 크기지만, 튀어나오면 얼마나 커질지 모른다.
‘이놈이 깜둥이와 같은 종류의 아드라스일까? 아라비안나이트에 등장하는 램프 괴물이 이놈과 비슷하려나.’
터무니없는 상상이지만 놈의 물성을 볼 때 턱도 없는 억측은 아니다.
“쌈디, 수정병 가져와.”
루스루훼는 미지의 존재다. 놈이 본모습을 찾으면 어떤 야료를 부릴지 모른다. 평범한 유리병이 미덥지 못했던 무쌍은 단단한 수정병을 티타늄 관과 함께 주문했었다.
“헉, 와키르 그게 뭐냐?”
수정병을 들고온 쌈디가 흠칫했다. 악마가 존재한다면 바로 저런 형상일 것 같았다. 루스루훼는 카무게의 거처에서 포획되었다. 쌈디는 루스루훼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나도 모른다. 카무게란 놈이 루스루훼라 하더라.”
“기분 나쁘다. 죽여버리자.”
끼루루- 루스루훼가 기성을 질렀다. 드드드 쩌엉- 유리병에 한 줄기 금이 쭉 갔다. 쌈디를 노려보는 허연 눈알이 요악한 기운을 뿜었다.
“헐!”
쌈디가 자신도 모르게 한걸음 물러났다. 투다다닥- 루스루훼가 몸부림쳤다. 쩡-쩡- 금 간 병이 깨질 듯 흔들렸다.
“이놈이 대단하긴 대단한 물건이네.”
무쌍이 감탄했다. 음파로 병을 깨고 탈출하려는 시도다. 무쌍이 억수갑에 공진파를 두르고 병마개를 열었다. 쑤악- 루스루훼가 용수철처럼 튀어나왔다. 대비하고 있던 무쌍이 지풍을 날렸다. 퍽- 분홍색 몸통에 구멍이 펑 뚫렸다.
끼아악- 날카로운 비명이 울렸다. 쌈디가 두 손으로 귀를 막고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쉭- 억수갑이 도주하는 몸체를 움켜잡았다. 투다다닥- 압축된 공기가 그물처럼 죄어들자 루스루훼가 몸부림쳤다.
“헐!”
쌈디가 헛바람을 불었다. 루스루훼가 악어, 도마뱀, 새, 공룡, 등등 온갖 형상으로 바뀌었다. 깜둥이가 보였던 비정형 생명체의 특징이다. 두웅- 퍽퍽퍽- 무쌍이 공기를 압축해서 루스루훼의 몸부림을 옥죄고 사정없이 공진파를 먹였다.
퍽퍽퍽- 강력한 공진파가 분홍색 생물체를 북 치듯 두들겼다. 인간이든 괴물이든 매에는 장사 없다. 루스루훼가 착즙기에 들어간 사과처럼 갈렸다.
인간만큼 커졌던 몸체가 급격히 줄어들고, 분홍색이 검은색으로 변했다. 계속 공진파를 밀어 넣자 형체가 무너지더니 끝내 피자 도우처럼 늘어졌다. 크기도 손바닥보다 작아졌다.
무쌍은 수정병에 루스루훼 반죽을 밀어 넣고 뚜껑을 단단히 봉했다. 물리력이 통하지 않는 놈을 놓쳤다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놈이 운항중인 여객기 콕핏에 구멍을 뚫고 들어가서 도심 마천루에 자살 테러를 가하면 대참사가 벌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