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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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장 설거지는 나도 싫다6
고향인 시리아는 남북의 기후 차가 크다. 다마스쿠스는 기온 편차가 큰 사막성 기후지만, 북쪽의 카파루자 계곡은 지중해성 기후다. 하절기에 반짝 30℃를 넘어갈 뿐 대체로 온화한 편이다.
반시리가 이끄는 ANO가 엔네디에 칩거한 지 육개월이 지났지만, 사하라는 쉽게 곁을 내주지 않았다. 불타는 사하라, 말로만 들었던 사하라는 명불허전이었다. 태양이 높이 떠오르면 고원의 대기가 뜨겁게 달구어진다. 달구어진 메마른 대기가 폐로 흡입되면 절로 헉 소리가 났다.
강렬한 고원의 햇볕에 한 시간 이상 노출되면 정신이 흐려지고 헛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눈앞에 괴물이나 총을 든 적이 나타나면 자신도 모르게 발포한다. 빈도는 줄었지만, 대원들의 오발 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각하, 진짜 이브리스입니다. 전사들이 진입을 막고 있지만 역부족입니다. 현지인 대원이 다섯이나 희생당했습니다.”
이마드는 다급했다. 본인도 곡구(谷口)의 경비소대로부터 무전을 받았을 때는 욕설을 퍼부었다. 고릴라 서식지는 지극히 한정적이다. 동아프리카 열대 우림에 있어야 할 고릴라가 사하라 사막에 등장했다는 소리를 믿을 놈은 없다. 집중 사격을 받고도 멀쩡하다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끄덕일 미친놈은 더더욱 없다.
“으음, 신기루나 환영은 아니었던 모양이군.”
반시리는 부관의 표정에서 상황이 간단치 않음을 느꼈다.
“소총은 물론이고 데그차레프 교차 사격에도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7.62mm 총탄에 타격을 받지 않는다고? 그놈인가?”
반시리의 표정이 굳었다. 기관총 집중 사격을 받고도 멀쩡했던 놈이 있다. 바로 자신이 추적 중인 검은 악마, 자칭 뚜바이부르파라는 놈이다.
천 년에 걸친 아사신의 성지 알로아딘을 게헤넴(이슬람의 지옥)으로 만든 원수, 치사하게 지하에 숨겨둔 군자금까지 털어간 놈, 최후의 피신처인 신의 내장에 뛰어들어 친위대를 도륙한 바로 그놈의 선홍색 눈동자가 뇌리를 꽉 채웠다. 뇌에 각인된 검붉은 채찍은 공포 그 자체였다. 인간이든 총이든 칼이든 소용없었다.
“흐으으~”
반시리가 한숨 쉬듯 신음했다. 온몸에 식은땀이 좍 솟으며 눈앞이 아찔했다. 놈을 생각할 때마다 나타나는 조건 반사다. 그날의 공포가 바로 눈앞에 떠올랐다. 채찍의 궤적에 말려들어 간 친위대원들은 목이 날아가고, 팔이 날아가고, 다리가 날아가고, 허리가 잘렸다.
벌목도, 칼, 도끼, 총검도 회오리에 말려들어 가서 믹서기에 갈리듯 박살 났다. 반시리 본인의 손도 피에 절었지만, 놈에 비하면 티끌과 같았다. 공포에 질린 부하들의 처절한 비명이 귀에 쟁쟁 울렸다.
“각하!”
“으응? 침입자의 정체가 뭔가?”
퍼뜩 정신이 든 반시리가 물었다.
“고릴라 두 마리입니다.”
“고릴라? 그놈은 아니었군!”
“네?”
이마드는 어리둥절했다. 고릴라든 침팬지든 별로 관심 없다는 어조다. 그놈이 누구길래 다행이라는 투인지 궁금했다.
“아, 아니다. 현재 상황은?”
반시리는 침입자가 고릴라라는 보고에 적이 안심했다. 뚜바이부르파의 외형은 동양인이다. 그놈만 아니면 이브리스든 지니든 상관없다. 괴물 아니라 괴물 할애비라도 총 맞으면 죽는다.
“경비소대의 방어막이 무너지기 직전입니다. 포격할까요?”
“무리할 필요 없다. 슈파킨이면 충분할 것이다.”
“옙, 알겠습니다.”
부관이 막사를 뛰쳐나갔다. 반시리가 눈을 감았다. 천지가 무너지는 굉음과 카파루자 계곡을 꽉 채운 화염, 슬로비디오로 무너져 내리는 장대한 절벽이 파노라마로 스쳐 갔다. 채찍 트라우마에 이은 폭발 트라우마가 자신도 모르게 포격을 막았다. 절벽이 무너질지도 모르기에…….
“자르카이, 미안하다. 그놈의 흔적을 이곳까지 추적해왔지만, 솔직히 만날까 두렵다. 복수를 겁내는 나를 용서해라. 으흐흐흐!”
반시리가 두 손으로 얼굴을 덮고 흐느꼈다. 알라의 전사 678명을 고스란히 잃고 자르카이의 희생 덕분에 살아남은 비루한 인생이다. 부관 자르카이는 자신의 탈출을 돕다가 뚜바이부르파의 채찍에 등판이 꿰뚫렸다. 낚시에 걸린 물고기처럼 퍼덕이며 지상으로 끌려올라가던 자르카이가 눈에 생생했다.
“어차피 지옥에 들어갈 인생! 기필코 네놈을 끌고 가리라.”
반시리가 이를 악물었다. 아사드의 도움을 받아 놈의 흔적을 추적하다 보니 이곳에 이르렀다. 험난한 여정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
조직을 추스르기 위해 프랑스에 잠입했지만, 상황은 생각이상으로 엄중했다. 치안 당국의 저인망식 대 테러작전에 말려든 ANO, RAF, 검은 구월단은 지리멸렬했다. 프랑스 국경을 넘어 탈출하기 바빴다. 모나코에서 비상 네트워크를 가동해서 전사를 모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ANO 요원 25명, 삼린이 이끄는 특공전사(검은 구월단 자폭 테러리스트) 75명이 전부였다. 조직의 핵심 전력이 90% 이상 날아가 버렸다. 수장인 아부니달과 삼린마저 행방불명되었다.
조국 시리아는 터키의 지원을 받는 이슬람의 형제들과 싸우느라 엉망진창이고,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서유럽에서 세력을 키우기도 불가능했다. 뚜바이부르파의 흔적을 쫓던 중에 이곳 바칠킬레 계곡을 발견했고, 아사드와 카다피의 지원을 받아서 정착했다.
엔네디 고원은 척박하고 형편없는 땅이지만 숨어서 병력을 기르기엔 그만인 땅이다. 사하라 사막에서도 오지인 이곳은 세상의 관심으로부터 완벽히 비켜서 있다. 병력 자원도 있다.
엔네디는 척박한 땅이지만 대략 4,000~5,000명의 원주민이 씨족별로 거주한다. 이들이 몽땅 사라져도 신경 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시리아인이 자식을 많이 낳는다고 알려졌지만, 아프리카인은 더 많이 낳았다. 열명은 보통이고 스무명을 낳은 여자도 있다. 높은 영유아 사망률로 인해서 자신이 원하는 12세~15세의 소년 소녀는 생각만큼 많지 않았지만, 현지인 소년병을 500명이나 보충했다. 이들은 폭탄을 들고 몸을 던지는 특공전사다. 19세까지 살아남으면 ANO 정예 요원이 될 기회가 주어진다.
반시리는 밀어두었던 지도를 다시 펴들었다. 그는 눈을 부릅뜨고 동그라미가 쳐진 지역을 들여다보았다. 엔네디 고원 서북부에서 200km 떨어진 응앵가 케비르, 노바토피아의 수도인 지푼다리에 동그라미가 처져 있다.
반시리는 고원 지역을 정찰하던 중에 놀라 자빠질 장면을 목격했다. 사막 한가운데 물길이 만들어지고, 조립식 건물과 천막이 끝없이 들어섰다. 인간과 장비가 바글거리고 곳곳에서 거대한 공사판이 벌어졌다.
지하에 매설되는 지름 800mm 콘크리트관이 통수관임을 알고는 놀라 자빠질뻔했다. 사막 곳곳에서 통수관을 묻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거주지 외곽에는 중장비 수백 대와 인간 수천 명이 새카맣게 달라붙어서 나무를 심고 있었다. 폭 300m로 조성대는 방풍림이다. 트럭 수백 대가 아그바야에서 야생 자트로파를 실어왔다. 아프웨르키와 오리피스가 의논했던 사막 녹화의 일 단계가 시멘디스라 불리는 자트로파 이식이다. 포크레인과 벌크펄쳐가 개떼처럼 달려들어 자트로파 성목을 식재하는 장면은 장관이었다.
사람들은 곳곳에서 가로세로 2m 격자 사장을 설치하고 사류버들, 자주버들, 백양나무, 황철같은 사막성 식물을 심었다. 응앵가 캐비르 일대의 수십 제곱킬로미터는 이미 사막이 아니었다.
“도대체 어떤 놈이 이런 미친 짓을 하는 거지?”
반시리는 궁금해 미칠 것 같았다. 이브리스는 이미 머릿속에서 까맣게 잊혔다. 바칠킬레 계곡에서 수용 가능한 인원은 기껏해야 1,000이다. 응앵가 지역을 노려보는 반시리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빨리 군세를 키워서 접수해야겠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했다.
퍽퍽퍽퍽- 소총탄이 고리의 몸통을 연신 두드렸다. 절벽과 참호에 은신한 ANO는 집요하게 고리의 머리를 노렸다. 고리는 본능적으로 팔을 들어서 눈을 보호했다. 경비소대는 고릴라를 구축하지 못했고, 고릴라는 전지하지 못했다.
우웍- 고리의 회색 등 갈기가 꼿꼿이 곤두섰다. 자신을 괴롭히는 인간과 쇠막대기를 노려보는 고리의 눈에 분노가 어렸다. 자신은 두들겨 맞을 행동을 하지 않았다. 친구와 놀러 왔을 뿐이고 목말라서 물을 마셨을 뿐이다.
쿠르르- 곡 내에서 지프가 마운트에 거치된 2연신 중기관총을 끌고 왔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맹위를 떨친 슈파킨 DSHK-38 대공 기관총이다. 슈파킨은 본래 소형 함정용으로 개발되었다. 사거리가 길고 연사력이 좋다보니 지상전과 대공용으로 전용되었다. 2연신 슈파킨은 자체 중량만 92kg로 분당 2,000발을 쏟아붓는 먼치킨이다.
“와! 괴물이 왔다.”
대원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슈파킨은 막강한 타격력과 연사력을 인정받아서 대공 기관총으로 활약했을 뿐 아니라 소형 정찰함에도 장착되었다. 20mm 갑판을 뻥뻥 구멍 내는 12.7mm 탄이 고릴라를 박살 내지 못하면 사기다.
투투투투- 슈파킨이 불을 뿜었다. 손가락보다 큰 탄자가 줄줄이 날아갔다. 심상치 않은 위험을 느낀 고리가 승용차만큼 큰 바위를 번쩍 들어서 앞을 막았다. 꽝-꽝-꽝- 사암 바위가 한 주먹씩 뚝뚝 떨어져 나갔다. 우웍- 저주파 괴성에 바칠킬레 계곡이 드르릉 울렸다. 고리가 바위를 방패 삼아 돌진했다. 총탄이 비 오듯이 쏟아졌지만 실버백의 돌진을 저지하지 못했다.
“아악!”
“살려줘!”
거대한 괴물이 폭풍같이 들이닥치자 겁먹은 소년병들이 처참한 비명을 질렀다. 체중 300kg의 고릴라가 거대한 바위를 들고 폭풍처럼 들이닥치는데 놀라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다.
뿌악- 퍽- 고리의 발에 밟힌 소년병은 빈대떡이 되어 땅바닥에 눌어붙었다. 발길에 걷어차인 소년병은 상체와 하체가 분리되었다.
“으아악, 이브리스다!”
“알라시여!”
두려움을 참고 맞서던 소년병들이 무기를 버리고 도주했다. 자살 공격을 훈련받은 소년병들도 공황에 빠졌다.
“쏴! 쏘란 말이야.”
사수가 도망치는 신입을 향해 단도를 던졌다. 퍽- 등판에 단도가 꽂힌 소년병이 엎어졌다. 소년병이 찢어지는 비명을 지르며 네발로 기어서 도망갔다.
쉭- 섬광이 번쩍했다. 경비 소대장이 휘두른 샴시르가 소년의 목을 지나갔다.
“빌어먹을 깜둥이 새끼들, 도망치는 놈은 알라를 버린 놈이다. 모두 잘라버리겠어.”
소대장이 피가 줄줄 흐르는 샴시르를 들고 고래고래 소리쳤다. 지옥이 따로 없다. 인간의 피로 젖은 불사의 괴물이 달려들고, 살겠다고 도망치는 어린아이의 목을 자르고, 총성과 아우성이 범벅된 이곳이 게헤넴이다.
우웍- 굉량한 울부짖음이 소대장의 고함을 삼켰다. 슈웅- 고릴라의 손을 떠난 바위가 50m 전방의 기관총 진지를 향해 날아갔다.
“으아아!”
사수와 조수, 탄약수, 소대장까지 피할 생각도 못 하고 날아오는 바위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공포에 질린 눈동자에 붉은 바위가 가득 들어찼다.
꽝- 바위가 슈파킨 진지를 직격했다. 암석과 진흙을 섞어서 단단히 쌓은 토치카도 5톤이 넘는 바위의 운동량을 감당하지 못했다. 바위는 진지를 박살 내고 인간을 덮쳤다.
불을 뿜던 2연신 슈파킨 대공 기관총이 마운트와 함께 박살났다. 사수, 조수, 탄약수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어육이 되었다. 횡액을 면한 경비 소대장 알 사우디의 입가에 침이 주르륵 흘렀다.
우워워- 뚜다다다- 성가시게 괴롭히던 적을 한방에 박살 낸 고리가 승리의 포효를 질렀다. 원숭이 영역을 침범하면 힘도 없는 것들이 과일과 돌, 나뭇가지를 던진다. 조금 귀찮을 뿐 별 위협이 못 된다.
인간이 던지는 돌멩이는 원숭이가 던지는 돌멩이보다 훨씬 세고 기분 나쁜 소리를 낸다. 유난히 큰 소리를 내는 돌멩이는 살을 찢고 털을 뽑았다. 죽을 정도는 아니지만, 무척 아팠다. 센 놈이지만 자신이 이겼다. 뚜다다다- 힘을 자각한 고리는 기고만장해서 가슴을 두드렸다.
꽝- 슈웅- 곡 내에서 붉은 화염이 쭉 뻗었다. 크크크- 고리가 비웃었다. 인간들이 던지는 돌멩이는 충분히 경험했다. 아프긴 하지만 별것 아니다.
꽝- RPG 고폭탄이 막 도약하려는 고리의 가슴을 직격했다. 카우우- 처참한 비명이 터졌다. 대전차용 히트탄과 12.7mm 탄자는 위력에서 비교가 안 된다. 폭발풍에 휘말린 고리가 폭죽처럼 튀어 올랐다. 반경 10m가 화염에 뒤덮히고 고리는 파편을 고스란히 뒤집어썼다.
“오 예! 한 발 더 먹여주지.”
RPG를 잡은 ANO 고참 대원은 실전 경험이 풍부했다. 적을 제압할 때는 확실히 제압해야 한다. 불꽃에 휩싸여 뒹구는 괴물을 향해 한 발 더 발사했다.
꽝- 폭압에 날린 고리가 땅바닥을 데굴데굴 굴러서 바위틈에 퍽 처박혔다. 혼이 빠진 인간들의 눈동자 스무 쌍이 일제히 폭발 현장으로 몰렸다. 휭- 한 줄기 바람이 화염과 연기가 걷어갔다.
“저럴 수가!”
고릴라를 확인한 테러리스트들이 자신이 테러를 당한 듯 일제히 비명을 질렀다. 미동도 않고 널브러진 고릴라는 털이 그을렸을 뿐 사지가 멀쩡했다. RPG7 두 발을 연속 얻어맞으면 경량 전차도 터져나간다. 아무리 괴물이지만 일개 생물이 직격당하고 제 모습을 유지할 수는 없다.
“망할! 이브리스였어.”
사수가 RPG를 견착했다.
“잠깐, 아부딜 기다려라.”
동료가 손을 들어서 곡구를 가리켰다. 고릴라가 또 나타났다.
“으악, 이럴 수는 없어!”
황급히 표적을 수정하던 아부딜이 헛바람을 내쉬었다.
“헐!”
거침없이 접근하는 고릴라의 손에 백기가 들려있고, 그 뒤를 오 척 단구의 깡마른 흑인이 따라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