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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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장 설거지는 나도 싫다7
경비 소대장 알 사우디의 얼굴이 못 볼 것을 본 듯이 일그러졌다. 이브리스에 밟혀 죽고 차여죽고 바위에 떡이 된 부하가 아홉이다. 거대한 바위가 귓가를 스치고 지나갈 때의 파공음에 오줌까지 지렸다. 일방적으로 당했지만 이해한다. 이브리스는 원래 파괴와 멸절의 존재다.
그러나 백기를 든 이브리스는 아니다. 흰 손수건을 막대기에 묶어서 살랑살랑 흔드는 이브리스라니 말이 되는가. 물소만큼 큰 덩치, 휴전, 화해라는 단어와는 절대로 조합이 불가능한 흉악한 인상에 백기가 가당키나 할까!
복부가 터지고, 상·하체가 분리되고, 사지가 흩어진 목불인견의 참상이 벌어진 마당에 휴전? 바위에 깔린 두 녀석은 피레네 산맥에서 5년을 함께했던 부하다. 사우디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알라의 버림을 받은 괴물 따위와 무슨 대화를 한단 말인가?
“야 일리히 학깐 하다!(빌어먹을, 세상에 말도 안 되는!)”
알 사우디가 분노를 태울 때 누군가 중얼거렸다. 그렇다. 휴전은 말도 안 된다.
“빌어먹을, 알라의 전사가 언제는 무장 따져서 죽였나! 공~”
“닥쳐랏, 죽고 싶나!”
분노한 수컷 코끼리의 울부짖음을 열 배쯤 증폭한 하울링이 터졌다.
“으윽!”
송곳으로 귀를 찌르는듯한 통증에 사우디가 비틀했다. 카무게의 음성 증폭 주술이 계곡을 흔들었다. 절벽에서 돌조각이 우르르 떨어졌다. 공격 명령을 내리려던 사우디의 입이 얼어붙었다.
“네놈은 누구냐?”
사우디가 흰 창 많은 눈을 번득였다.
“네놈은 내 이름을 들을 자격이 없다.”
“뭣이?”
일고의 망설임도 없는 모욕적인 언사다. 자신이 진짜로 자격없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단호한 반응에 잠시 사고 체계가 흔들렸다.
“이익, 감히!”
사우디의 얼굴이 돼지 간처럼 붉어졌다.
“잠깐!”
카무게가 사우디의 생각을 탁 끊고 널브러져 있는 실버백을 손으로 가리켰다. 카무게는 주술사다. 상대의 심리를 손바닥 들여다보듯 한다. 막 사격 명령을 내리려던 사우디의 시선이 카무게의 손끝을 따라갔다. 히트탄에 연속 직격당한 고릴라가 부스스 일어나는 비현실적인 장면이 눈에 틀어박혔다.
“으으~쿠루드!(불사신!)”
사우디의 입이 쩍 벌어지며 무거운 신음이 새나왔다. 이건 꿈이 아니라 현실이다.
“우워웍!”
고리가 몸을 흔들었다. 신체에 박혔던 탄자와 포탄파편이 후두둑 발치에 떨어졌다. 실버백이 쓰윽 고개를 돌렸다. 선혈에 담근 듯 시뻘건 눈동자가 사우디를 노려보았다.
“헉!”
사우디는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쳤다. 부두교 주술사가 좀비와 괴물을 부린다는 말은 수없이 들었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대전차포를 맞고도 죽지 않는 생물은 괴물이 아니라 신이다.
“라흐 라흐, 왁싸 우 카 수!(오오, 신이 강림했도다!)”
믿을 수 없는 장면에 신입 대원들이 땅바닥에 오체투지했다. 사우디의 얼굴이 컴컴해졌다. 알라의 은혜를 받지 못한 천박한 것들은 어쩔 수 없다.
“새꺄, 대장 불러!”
카무게가 으르렁거렸다. 기가 팍 죽은 사우디가 무전기를 들었다.
부아앙- 소련제 지프 특유의 거친 배기음이 계곡을 울렸다. 계곡 안쪽에서 십여 대의 UAZ-69 지프가 붉은 먼지를 날리며 쏟아져 나왔다. UAZ-69는 소련이 1969년도부터 생산한 군용 지프로 6인승 병력 수송용과 2인승 전투형이 있다.
전투형 지프가 부채꼴 대형으로 늘어섰다. 적재함 마운트에 거치 된 중기관총, 대전차포, 자동유탄발사기가 카무게와 고릴라 두 마리를 빈틈없이 겨냥했다. 수상한 움직임이 보이면 혼내주겠다는 단단한 의지가 물씬 풍겼다.
선두의 지휘관 지프에서 반시리가 지프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반시리가 삼백 안을 희번덕거렸다. 상대는 멀쩡한 반면 자신의 부하들만 어육이 되었다.
“사우디, 이게 무슨 꼴이냐?”
심기가 뒤틀린 반시리가 버럭 했다.
“각하, 부정한 이브리스입니다. 알라의 전사들이 용감하게 싸웠지만~”
반시리가 손을 흔들어 사우디의 변명을 제지했다.
“내가 지도자다. 정체와 공격한 이유를 밝혀라.”
번들거리는 눈이 유리알처럼 감정 없는 눈을 쏘아보았다.
“뼛속을 살인 유전자로 채운 인간이군!”카무게는 아랍인의 눈에 들어있는 살육 유전자를 읽었다. 카무게는 반군을 이끄는 지도자이기 전에 호웅간이자 유전학자다. 그가 인간을 평가하는 기준은 우수한 유전자 유무다. 눈앞의 아랍인은 세대를 거듭해서 우수한 유전자를 물려받은 강한 인간이다.
유전자는 개체가 노력한다고 해서 좋아지지 않는다. 오로지 물려받을 뿐이다. 우수한 유전자를 가진 개체는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 살아남은 개체가 우월한 유전자를 다시 후손에 넘겨준다. 살인 유전자를 가진 자가 40년 이상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강한 인간임을 웅변해준다. 카무게는 남자를 인정했다.
“나는 대제사장 카무게다. 너는 누구냐?”
반시리가 흠칫했다. 주술사의 음성이 거대한 종처럼 뇌를 흔들었다. 맘루크 시르께시의 비기인 ‘영혼 바로 세우기’를 익히지 않았으면 중심을 잃고 넘어질 뻔했다. 짐작한대로 사악한 부두교 호웅간이다.
“으음, 부두교 호웅간!”
반시리가 신음했다. 그도 부두교의 악명은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 사람을 제물로 바치고, 그 제물을 나눠 먹는 사악한 종교가 부두교다. 그는 부두교 호웅간의 놀라운 능력을 인정했다. 사악한 주술이란 없다. 강하냐 약하냐의 기준이 있을 뿐이다.
삭- 반시리가 사라졌다. 스스슥- 촌각이 지나 제자리에 나타난 반시리의 손에 들린 카무게의 소맷자락이 나풀거렸다. 천년을 이어내려온 아사신의 그림자 베기다. 카무게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가 풀렸다. 서로 한 판씩 체크메이드를 부른 셈이다.
“나는 아부 반시리다. 알라의 참뜻을 알지 못하는 자들을 교화하는 자다.”
“큭큭! 이슬람 테러리스트라는 말을 어렵게도 하는군.”
“부정한 괴물을 부리는 인간도 만만치 않지. 흐흐흐!”
카무게가 큭큭 웃었지만, 반시리는 감히 발작하지 못하고 슬쩍 넘겼다. 호웅간은 사람을 돼지로 만드는 주술을 부린다. 이슬람교도에게 돼지는 절대로 가까이해서는 안되는 불경한 동물이다.
돼지가 된다는 생각만 해도 오금이 저렸다. 일격에 제압하긴 어렵고 설 건드리면 치명적인 반격을 당할 존재가 주술사다.
“아부 반시리, 나는 내 친구들과 조상의 옛 터전을 찾아왔을 뿐이다. 공격은 네 부하가 먼저 했다.”
“옛 터전?”
“그렇다, 이 계곡은 100년 전부터 부두의 위대한 주술사들이 수련하던 신성한 장소다. 너희는 부두교의 성지를 더럽히는 불청객이다.”
“흐흐흐, 그런 식으로 말하면 세계의 절반은 영국인의 것이고, 아프리카 절반은 프랑스인 것이다. 양키는 아메리카 대륙을 인디언에게 돌려주어야 하고, 오스트레일리아의 백인은 한 줌밖에 안 되는 애버리진(호주 원주민)에게 사과하고 유럽으로 돌아가야 한다. 바칠킬레는 수억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이 자리에 존재했다. 기껏 백년전에 당신 조상이 일시 점유했다고 소유권을 주장한다면 도마뱀이 웃을 일이지.”
반시리가 어림없는 소리 말라는 듯 딱 잘랐다. 외부 시선을 피해서 군사력을 키우기에 이만한 장소도 없다. 말 한마디에 네 하고 자리를 비켜줄 만큼 여유로운 형편이 아니다.
카무게는 답변할 말이 궁해졌다. 실효지배, 역사적 사실 다 좋지만, 결국 힘센 놈이 땅을 먹는다. 그는 후방에 포진한 일단의 무장 병력을 둘러보았다. 복장은 제각각이지만, 소총, 기관총, 대전차포, 경량 야포, 박격포등 무장을 충실히 갖춘 무장 집단이다. 검증되지 않은 고리와 릴라의 전투력으로 다투기엔 부담이 컸다.
“틀린 말은 아니군. 잠시 빌려주는 것으로 하지. 왜 이곳에 있나?”
카무게가 한발 뒤로 물러났다. 반시리의 표정이 풀렸다. 호웅간과 싸움이 붙으면 이겨봐야 남는 게 없다.
“으음, 내 사업을 망친 원수가 있다. 나는 이곳에서 원수를 갚을 힘을 기르는 중이다.”
“능력 있는 원수인 모양이군. 나 역시 원수를 갚을 힘을 기르려고 이곳에 왔다.
“호웅간이 원수를 갚아? 이브리스를 부릴 것도 없이 저주를 심으면 되지 않나?”
“수십 번 저주를 심었지. 아무리 강력한 정령을 불러도 튕겨나더군. 적이지만 존경스런 존재다.”
카무게가 한숨 쉬듯 말했다. 호웅간의 주특기가 저주다. 도주하는 동안 수십 번 저주를 뿌렸지만, 전혀 먹히지 않았다. 이래서야 제물을 바치고 담발라 웨도를 불러도 성공할 가능성은 희박했다. 지금으로선 루스루훼를 어떻게든 각성시키는 수밖에 없다.
“능력 있는 원수인 모양이군.”
속 좁은 반시리가 카무게의 말을 그대로 돌려주었다.
“나와 합작할 생각은 없나?”
카무게가 불쑥 말했다. 루스루훼와 자신의 주술력에 군대와 화기를 보완하면 큰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뭘 믿고?”
뜬금없는 제의에 반시리가 코웃음 쳤다.
“위대한 호웅간은 거짓말을 못 한다. 주술은 믿음이다. 말에 신뢰가 사라지면 주술도 사라진다. 내가 거짓말을 하면 나는 모든 주술력을 잃고 평범한 인간이 되어 버린다.”
“으음!”
반시리는 고민에 빠졌다. 이브리스 고릴라 두 마리가 뚜바이부르파란 놈을 상대할 수 있을까? 5톤짜리 바위를 던지고 RPG에 직격당하고도 멀쩡한 존재다. 뚜바이부르파가 끔찍한 놈이지만, 이브리스 두 마리면 상대하고 남을 것 같았다.
“좋다. 나 아부 반시리는 대제사장 카무게를 친구를 받아들이겠다.”
“좋다. 나 호웅간 카무게는 ANO 수장 아부 반시리를 친구로 삼겠다.
카무게와 반시리는 오른손 손바닥을 세 번 마주치고 볼을 비볐다. 악인은 악인을 알아본다. 두 사람은 서로가 악인임을 알아보았고, 각자의 목적에 상대방의 힘을 이용할 동상이몽을 꿈꿨다. 운명의 수레바퀴는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구르기 시작했다.
“반시리, 나와 내 친구는 당분간 방해받지 않는 수련이 필요하다. 계곡 안쪽의 케리르 호수에 머물겠다.”
“악마의 호수에 머물겠다고? 물에 닿기만 해도 살이 썩을 텐데.”
반시리가 얼굴을 찌푸렸다. 원주민들이 케리르(부패)라 부르는 호수는 넓이 300㎡에 불과한 작은 호수다. 섬뜩한 고동색 호숫물은 보기에도 기분 나쁘지만, 접촉하면 곧바로 살이 썩어들어간다.
초기에 멋모르고 호숫물에 손을 담근 대원은 썩어가는 팔을 절단했다. 그 후로 누구도 케리르호 주변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호숫물을 마시고 죽은 짐승의 사체가 부패하면서 독기는 더욱 강해졌다.
“나는 호웅간 카무게다.”
호웅간의 자부심이 물씬 풍기는 한 마디다. 물론 그는 케리르호의 비밀을 잘 알고 있다.
“맘대로 해라. 우리는 어차피 그곳에 접근도 않는다.”
“좋다!”
카무게는 뭐가 좋다는 건지 모를 말을 남기고 고리와 릴라를 데리고 계곡 안쪽으로 들어갔다. 카무게는 빈말로라도 사망한 반시리의 부하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반시리도 그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테러집단의 보스와 사교의 대제사장에게 인간은 필요할 때 구해 쓰고 필요 없으면 버리는 소모품일 뿐이다.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알 수 없구먼.”
반시리가 중얼거렸다. 부두교 대제사장은 간단한 존재가 아니다. 강력한 조력자인 한편 언제 뒤통수를 맞을지 모른다. 주술사는 거짓말을 거짓말 아니게 말하는 거짓말에 능한 거짓말쟁이다. 비록 친구가 되기로 했지만, 꺼림칙할 수밖에 없었다.
“뚜바이부르파, 딸끼스 알 콰디러 쿤타 짜바난 쏘티아 어놈 젤레티캄!(뚜바이부르파, 더러운 이교도, 비열한 놈 반드시 복수하겠다.)”
반시리가 주먹을 꽉 쥐고 울부짖었다. 복수만 할 수 있다면 부두교 제사장 아니라 악마와도 손을 잡을 수 있다. 불 폭풍에 한 줌 재가 되어버린 부하들, 지진으로 사라져버린 성지 알로아딘이 눈앞에 명멸했다. 남은 것은 복수, 복수다.
반시리와 카무게의 교집합은 파타 모르가나(천공의 신기루)다. 물론 그다지 아름답지도 희망적이지도 않은 신기루다.
자신만의 도그마에 빠진 반시리는 폭력을 통한 순수한 이슬람의 유토피아를 꿈꾸는 인간이다. 카무게는 정령이 세상의 인간을 노예로 부리는 정령 세상을 꿈꾸는 부두교 호웅간이다.
두 사람은 데칼코마니처럼 닮았다. 허황한 꿈을 좇는 사이코패스, 막강한 천적에게 박살 난 꿈, 깨진 꿈을 부둥켜안고 폭주하는 자들이다.
인간은 베푸는 자가 아니기에 신을 찾는다. 베풀어 주는 선신을 원하고, 응징하는 악신을 찾는다. 복수의 길은 험난하고 그 열매도 기대만큼 달콤하지 않다는 사실을 아는 인간은 많지 않다. 그래서 인간은 불쌍한 존재다. 레 미제라블!
콰우우- 지부티 취벌리 비행장에서 8인승 비즈니스 제트기 닷소 팰컨이 활주로를 박차고 새벽하늘로 치솟았다. 마음이 급해진 무쌍이 드골 공항에 계류중인 자신의 애기를 호출했다.
“어느 새끼가 내 욕을 하노?”
명상에 잠겨있던 무쌍이 새끼 손가락으로 거칠게 귀를 후볐다. 그 서슬에 꾸벅꾸벅 졸던 쌈디가 화들짝 깨어났다.
“나 아니다.!”
쌈디가 비시시 웃으며 면봉을 내밀었다.
팰컨은 아프리카 중앙부 1,800km를 가로질러서 두 시간 후 도바의 사마리아 농장에 착륙했다. 1.5km를 활주한 팰컨이 에이프런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무쌍과 쌈디가 트랩을 내려서자 기다리던 무쌍빠, 블랙컬처들이 일제히 허리를 숙였다.
“인간 위에 인간 없고, 인간 밑에 인간 없도다. 뚜바이부르파여 영원하라.”
우렁찬 외침이 새벽 공기를 흔들었다. 무쌍이 휘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