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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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장 설거지는 나도 싫다9
“끄끄끄!”
바크리 등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킬킬거렸다. 선우현은 덩치에 밀리고 말빨에서도 밀렸다. 선우현의 신장은 165cm, 쌈디는 240cm다. 둘이 마주 서서 악악대는 모습이 코카시안 오브차카가 치와와를 훈계하는 모양새다. 쫄따구가 블랙컬처 중에 말주변 없기로 유명하지만, 쌈디에게 밀릴 줄이야! 바크리 등은 괄목상대한 표현력에 놀랐다.
‘빌어먹을!’
선우현은 동료들이 웃는 소리에 복장이 뒤집혔다. 쌈디는 20대(겉으로만)지만 자신은 삼십 대 후반이다. 블랙컬처 짬밥만 따져도 까마득한 쫄따구다. 핏덩어리에 훈계를 듣고 동료들의 비웃음까지 들었다. 게다가 녀석은 인간이 아니라 좀비다. 그는 차별과 구별이 없다는 노바토피아 철칙을 깜박했다.
“좀비 새끼가 어딜 까불어. 나는 하인 넘버 투다. 와킬과 나 사이엔 격의가 없어. 개뿔도 모르는 풋내기가 톡톡 나서고 지랄임메.”
“……”
사위가 조용해졌다. 중인은 조심스럽게 무쌍의 눈치를 살폈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소위 가신 급이다. 쌈디가 전직 좀비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뚜바이부르파가 강조하는 가치관의 핵심은 차별금지와 능력에 따른 보상이다.
노바토피아는 연줄이 통하지 않는다. 노력에 대한 보상과 가치 창출에 따른 보상이 사회 시스템으로 정착되고 있다. ‘내가 누군데!’ ‘내가 누구와 잘 아는데!’는 통하지 않는다. 하루에 열 시간 일한 사람은 열 시간의 보상을 받고, 한 시간 일한 사람은 한 시간의 보상을 받는다. 십단위의 가치를 창출한 사람은 십단위를 보상받고, 백단위의 가치를 창출한 사람은 백단위를 보상받는다.
노바토피아는 신 자유국가다. 넘치는 자유를 누리지만 동시에 타인의 자유를 침범할 수 없다. 누구도 전직, 종교, 민족, 빈부, 귀천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다. 노바토피아는 불쌍한 사람들의 피신처다. 모든 노바토피아 인의 전직은 레 미제라블이다. 과거를 따질 이유가 없을뿐더러 과거의 행적을 이유로 차별하면 추방당한다.
무쌍은 못 들은 척하고 중인의 시선을 무시했다. 선우현을 야단치기 곤란한 상황에서 모른 척이 상수다. 겉으론 외면했지만 속을 썩어 문드러졌다. 선우현의 큰 약점은 차별과 의심, 특권의식을 버리지 못하는 편집증이다. 인간이 죽을 때가 되어야 변한다더니 조금 달라지는가 했더니 여전했다.
무쌍이 보기에 선우현의 편집증은 폐쇄된 북한 사회 탓이다. 상류층 삶을 영위할 때는 인민을 노예로 여기며 자존망대하고, 당 간부인 아버지와 가족이 하루아침에 숙청당했을 때는 인간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렸을 것이다.
같은 환경에 처하면 누구나 그럴까? 그건 아니다. 열일곱 살인 네제마는 더 충격적인 트라우마를 겪었다. 눈앞에서 좀비가 부모를 살해하고 뜯어먹었다. 이웃은 누구도 도움을 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타인을 먼저 생각한다. 쌈디가 전직 좀비인 줄 알면서도 조금도 내색 않고 다정하게 지낸다. 확실히 영혼의 크기는 나이순이 아니다. 한숨이 나왔다. 저래서야 중요한 일을 맡길 수 없다.
“좋은 주먹 두고 왜 렁후(혀+쿵후)를 하지? 노바토피아 사나이는 일단 주먹 아냐?”
네제마의 한 마디가 뇌홍이 되었다.
“십삼매의 위력을 보여주지.”
선우현이 공이에 똥침 찔린 듯 펄쩍 날아올랐다. 쌩- 채찍처럼 휘어진 다리가 쌈디의 경동맥을 강타했다. 인간의 반응 속도를 아득히 능가하는 스피드다. 사헬에서 사로잡힐 당시에 비하면 족히 대여섯 배는 강해졌다.
뿌악- 목에서 찰진 타격음이 울렸다. 쌈디가 주춤 한 걸음 물러났다. 불의의 일격은 천하의 쌈디조차 꼼짝없이 당할 만큼 은밀하고 빨랐다.
선우현은 청대 무협소설인 아녀영웅전을 읽고 여주인공 하옥봉의 호방한 모습에 홀딱 반했다. 하옥봉의 별명이 심삽매다. 아녀영웅전이 널리 읽힌 후부터 십삼매는 여중 호걸 또는 비범한 여자 재주꾼을 일컫는 말이 되었다.
오금공의 각 동작은 기혈의 흐름을 천지의 운행과 시간의 흐름에 맞추어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끌어내는 기본 동작이다. 수련이 경지에 이르면 오금공의 무리에 따라 자신만의 최적화된 초식을 창안할 수 있다.
선우현은 자신이 만든 초식에 십삼매란 이름을 붙이고 각 초식의 동작을 열세 개로 맞추려고 인위적인 허수까지 집어넣었다. 옴부티의 끔찍한 잔소리도 선우현의 허세를 꺾지 못했다.
스카우터가 있어 능력치를 측정할 수 있다면 쌈디와 선우현의 피지컬 차이는 비교하기 난감할 정도로 크다. 근력은 38배, 순간 근 수축력은 75배, 이동 스피드는 1.3배, 순간 감각기관의 민감도 역시 비교 불허다. 유일하게 엇비슷한 부분은 순간 스피드와 반응 속도다. 피지컬 차이가 큰데다 겉멋까지 들었으니 대타는 해보나 마나다.
“흐흐흐, 어때? 정신이 번쩍 들지?”
기가 살아난 선우현이 이죽거렸다. 사실은 깜짝 놀랐다. 발이 대형 타이어를 걷어찬 듯 텅하고 튕겨 나왔다. 발경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목뼈를 꺾고 남을 파워가 실린 발차기가 별 효과를 얻지 못했다. 선우현은 바짝 긴장했다.
뚜둑 뚜둑- 쌈디가 좌우로 고개를 꺾었다. 제법 강력한 타격이지만, 인간에게나 해당하는 강도다.
“한심하다 못해 하품이 나온다. 그따위 실력으로 와킬을 지키겠다고? 꿈 깨라. 이투리 정글에는 디노같은 괴물이 득시글거린다. 당신은 하루도 못 넘긴다. 그따위 솜방망이 손발은 파리 잡는 데나 써라.”
“으윽! 조 종간나새끼~”
선우현의 관자놀이에 핏줄이 돋았다. 울화가 치밀어올라 말이 나오지 않았다. 저놈은 말 한마디를 할 때마다 사람 속을 뒤집는 특이한 재주가 있다.
“제대로 엉겨 보자고? 엉아가 한 수 보여주지.”
쑤앙- 전봇대 같은 다리가 공간을 휩쓸었다. 덩치가 크다 보니 다리도 길었다.
“억, 무시기!”
무시무시한 스피드에 놀란 선우현이 땅바닥에 몸을 던졌다. 고수는 창피해서라도 시전하지 않는다는 뇌려타곤이다. 쑤앙- 깍지동 다리가 살벌한 파공음을 내며 스쳐 갔다. 풍압에 머리카락이 딸려 올라갔다.
선우현이 이어타정으로 몸을 튕겨 솟구쳤다. 체공력을 이용해서 허공에서 팽이처럼 몸을 감으며 단숨에 십삼각을 차냈다. 파파파파- 뿌연 발 도장이 첩첩이 쌓였다. 청파보의 체공력에 원앙각을 접목해서 만든 자칭 심삽매원앙각이다.
쉭쉭쉭- 육중한 몸이 발 그림자가 만든 뿌연 막을 표홀히 넘나들었다. 일순간에 십삼각을 차냈지만, 선우현은 한 번도 발끝에 걸리는 감각을 느끼지 못했다. 재차 체공력을 얻으려고 쌈디의 어깨를 발끝으로 찍는 순간 부채 같은 손바닥이 옆구리를 쳤다.
쩍- “억!”
파리 잡듯이 가볍게 휘두른 손바닥에 실린 역도가 엄청났다. 선우현이 짚단처럼 날아갔다. 5톤이나 나가는 사르코수쿠스와 드잡이질한 쌈디의 파워가 오죽하겠는가. 일부러 손바닥으로 쳐서 타격을 줄였지만, 덩치 작은 선우현은 덤프 터럭에 받친 경운기 꼴이 되었다.
뿌악- 에이프런 외곽의 아카시아 나무가 졸지에 횡액을 당했다. 날아온 물체와 충돌한 허벅지 굵기의 나무가 연속 부러졌다. 선우현이 땅바닥을 서너 바퀴 굴러서 여력을 털어내고 벌떡 일어났다.
“너 이 새끼, 죽었다고 복창하라우!”
선우현의 눈이 새파랗게 불타올랐다.
“멍청한 인간아, 웬 불필요한 동작이 그렇게 많아. 그딴 실력으로 주인님의 방패가 될 수 있겠어?”
쌈디가 이죽거렸다.
“스승님, 너무 불타오르는데요.”
네제마가 걱정했다. 쌈디와 쫄따구는 둘 다 초인이다. 전력으로 부딪히면 참상이 벌어진다.
“냅둬. 이참에 서열을 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강자들의 격투는 쉽게 보기 힘들다. 배울 것은 배워라.”
무쌍은 쿨했다. 선우현과 쌈디는 기본적인 피지컬 차이가 크다. 고양이가 환골탈태해도 호랑이가 될 수는 없다. 치명적인 부상은 서로의 능력이 비슷할 때 발생한다. 보기와 달리 쌈디의 공격엔 역도가 부쩍 빠져있는 만큼 걱정할 것도 없다.
“넵, 명심하겠습니다.”
네제마가 공손히 고개를 숙이고 전권으로 눈길을 돌렸다. 스승의 말씀은 항상 옳다. 수컷은 서열이 정해져야 서로가 편해진다. 그리고 주먹으로 격하게 정을 나눈 친구가 오래가는 법이다.
뚜다다다닥- 선우현이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았다. 이지관수를 시작으로 손목치기, 팔굽치기, 휘돌아 내려찍기, 오금치기가 연속 들어갔다. 블랙맘바의 전륜십팔박에 감명받아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전륜십삼매다.
쌈디는 발을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에서 일일이 공격을 걷어냈다. 뚜다다닥- 퍽퍼퍽- 손과 손이 마주치고 발과 발이 마주쳤다.
‘무시기 개간나새끼래 몸뚱이가 쇠몽둥이여!’
선우현은 죽을 맛이었다. 쌈디의 손발과 부딪힐 때마다 뼈가 울리고 신경이 뽑히는 고통이 누적되었다.
“으이그, 빙신! 겉멋만 잔뜩 들었구마. 봐주는 줄도 모르고.”
무쌍이 한탄했다. 선우현의 동작이 매번 미세하게 흐트러지는 파탄이 고스란히 보였다. 오금공은 매 동작이 필살기다. 스피드와 타격력으로 승부를 보는 우둔한 무예가 오금공이다.
당랑권, 영춘권, 태극권 등의 중국 무술처럼 허초와 불필요한 동작이 없다. 어쭙잖은 기교는 파괴력만 떨어뜨린다. 선우현은 비단을 받아서 팔아먹고 무명으로 옷을 짓는 멍청이다.
아니나 다를까 연속기 중간에 오금으로 목 걸어 당기기 동작이 들어갔다. 봉황포란세다. 화려하지만 불필요하게 큰 동작을 강자에게 사용하다가는 역공당하기 딱 좋다. 더욱이 후방에 장애물인 지프가 서 있다. 반격당하면 회피 동작이 파탄 나고 곧바로 수세에 몰리게 된다. 고수는 지형지물을 미리 파악하고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이놈은 주인님께 뭘 배운 거야?’
하수에게나 쓸 화려한 동작에 가슴이 훤히 비었다. 선우현의 실력은 충분히 파악했다. 대타가 슬슬 지겨워지던 참이다. 갈고리처럼 목을 걸어오는 오금을 하박으로 툭 쳐올리고 훤히 드러난 앞가슴을 걷어찼다. 녹각직격세, 스피드 위주의 가장 단순한 앞차기다. 쌩- 통나무배 같은 발바닥이 섬전처럼 뻗었다.
“헉!”
후굴보로 물러나던 선우현이 헛바람을 불었다. 엉덩이에 지프 적재함이 닿았다. 자세가 흐트러진 선우현은 어쩔 수 없이 적재함으로 다이빙했다. 폼이고 나발이고 일단 살고 볼 일이다.
꽝- 선우현의 등을 스쳐 간 앞차기가 애꿎은 지프를 강타했다. 후부 휀다를 걷어차인 지프가 가랑잎처럼 두세 바퀴 굴러가서 훌렁 뒤집어졌다.
“와우!”
관전자들이 엄지를 번쩍 들었다. 크렁- 디노도 앞발을 들었다. 쌈디가 두 손을 번쩍 들고 관중의 환호에 답했다. 누구도 차 아래 깔린 선우현을 신경 쓰지 않았다. 무쌍이 끼친 부작용이다. 가신들은 팔다리가 떨어지고 가슴이 빠개지지 않으면 신경도 쓰지 않았다.
낭패한 선우현이 지프 아래서 기어 나왔다. 부상은 피했지만 나미르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선우현의 눈이 망가진 지프를 향했다. 쓰다 버린 원고지처럼 구겨져 있다.
“무 무시기, 인간이!”
식겁한 선우현의 입이 쩍 벌어졌다. 가격당했으면 갈비뼈가 왕창 내려앉고 척추가 끊어졌을 타격이다. 블랙맘바가 환혼구타술로 피지컬 능력을 올려주지 않았으면 평생 휠체어를 타는 신세가 될뻔했다. 등줄기에 식은땀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바룽고가 일으킨 부두교 반란은 선우현이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호웅간 바룽고만 해도 감쪽같이 실력을 감추고 자신을 우롱했다. 블랙맘바의 구원을 받지 못했으면 좀비가 되었거나 죽었다.
좌절은 계속 이어졌다. 아흐마드는 평수고, 쌈디는 부딪혀보지 않았지만, 자신이 밀리는 분위기였다. 블랙맘바 외에는 적수가 없다고 여겼던 오만이 여지없이 깨졌다.
선우현은 이를 악물고 수련했다. 오금공 수련이 주업이 되고 농장일이 부업이 되었다. 충분히 강해졌고 쌈디와 붙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이게 뭔가? 파괴력의 차원이 달랐다. 자신감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비세를 인정하자 몸에서 힘이 쭉 빠졌다.
뿌악- 쌈디가 지프 적재함의 리어 휀다를 뜯어냈다. 뿌드드드- 두 손으로 휀다를 잡고 종이 찢듯이 찢었다.
“저런, 미친놈!”
선우현의 눈이 커졌다. 자동차 철판을 서너 장 겹쳐도 구멍 낼 수 있지만 찢을 수는 없다. 타격으로 뚫는 것과 완력으로 찢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쫄따구, 주인님과 동향이라고 들었다. 노바토피아에 차별은 없다. 주인님께 목숨을 구함 받았으면 목숨으로 갚아라. 너는 주인님을 탓하기 전에 부족한 너 자신을 탓해라. 주인님은 불쌍한 사람들의 마지막 피난처로 노바토피아를 만들었다. 주인님이 피로 번 돈이 모두 노바토피아에 투자되었다. 너는 타인을 위해서 일한 적 있나? 너는 하루에 한 번, 아니 한 달에 한 번이라도 다른 사람을 미소 짓게 만들었는지 스스로를 돌아보아라. 자신만 잘먹고 잘 살겠다고 발버둥치는 삶을 살지, 다같이 잘먹고 잘사는 삶을 살지 진지하게 고민해보라. 주인님께 다시 한 번 불경한 태도를 보이면 철판 꼴이 된다.”
서열을 확실히 각인시킨 쌈디가 철판을 팽개치고 무쌍의 뒤에 시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