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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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장 용병과 인간의 조건8
치누크의 비상 통신 위성 장비는 어떤 악천후에도 작동된다. 헬기는 운행 중에 변경된 보급지 좌표를 받게 된다. 파이프가 샐 틈이 없도록 잔머리를 굴렸다.
깨비텐이 출발을 서두르는 팀원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뭣들 하나, 푹 쉬고 점심 먹고 출발 하자고.”
또 한 번 전투가 예정되어 있다. 푹 쉬면서 체력을 충전할 타임이다.
깨비텐을 흘끗 쳐다 본 마이크가 고함을 질렀다.
“무엇들 하나. 서둘러. 장쒼, 정비 끝냈나?”
“옙, 중사님”
“미구엘, 시동 걸어.”
“에밀, 엉덩이를 걷어차이고 싶나.”
마이크가 정신없이 팀원들을 갈구었다.
차량 정비를 마치고 뒤늦게 배를 채우던 장쒼이 스푼을 집어 던지고 픽업을 향해 뛰었다. 에밀과 미구엘은 픽업에 뛰어 올라 기관총을 잡고, 옴부티는 시동을 걸었다. 미적거리던 모리스도 탄통을 들고 뛰었다.
마이크와 팀원들은 오해했다. 깨비텐이 동작이 느리다고 갈구는 것으로 착각했다. 그만큼 긴장도가 높다는 이야기다.
“으이그, 내가 미쳐!”
깨비텐은 콩 튀듯 튀는 팀원들을 보며 가슴을 쳤다.
“마이크, 뭣하는 짓이야. 전부 그만 두고 쉬라고 해.”
마이크 중사의 눈이 커졌다.
“정말이십니까?”
“피곤해, 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
깨비텐이 인상을 썼다.
그제야 팀원들은 경계를 나가고, 스푼을 들고, 그늘에 누웠다.
“블랙은 어디 있나?”
“늘 하던 대로 이상한 춤을 추고 있습니다.”
부리머의 대답에 깨비텐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단한 녀석이다. 피지컬도 엄청나지만 정신력이 더 대단했다. 깨비텐 본인도 계속되는 전투와 이동, 긴장감으로 신경이 닳아빠질 지경이다. 블랙맘바는 최악의 전장 상황에서도 수련을 빼먹지 않는 별종이다.
판단력도 뛰어난 녀석이다. 말이 없지만 자신의 속내를 훤히 들여다보는 놈이다.
“언제 끝나나?”
“한 시간은 더 있어야 끝날 겁니다.”
“시간이 없다. 얼른 불러 와.”
가능하면 방해하고 싶지 않았지만 확인할 사항이 있었다.
“무슨 일인가?”
블랙맘바가 반나체로 턱 버티고 섰다. 구릿빛 근육의 골을 타고 땀이 뚝뚝 흘러 내렸다.
“흐음!”
깨비텐의 눈이 블랙맘바의 상체에 머물렀다. 사기 질처럼 매끄러운 피부를 로프 같은 근육이 휘감았다. 단 한 점의 군살도 없는 완벽한 육체다. 깨비텐은 홀린 듯이 쳐다보았다. 르네상스 시대의 화첩을 뚫고 튀어 나온 조각상이 따로 없었다.
“깨비텐, 느끼한 눈길 치워라. 나는 호모 아니다.”
슬그머니 손을 내밀던 깨비텐이 움찔했다. 근육을 만져보고 싶었던 것이다.
“크큭! 블랙, 쉴 때는 쉬어야 한다.”
“적절한 휴식이 필요한 줄은 나도 안다. 무예는 하루를 쉬면 본인이 알고, 이틀을 쉬면 주변 사람이 알고, 삼일을 쉬면 적이 안다고 했다.”
깨비텐은 블랙맘바의 말을 잠시 음미했다. 과연 보통사람과 다른 인간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휘유, 자네가 강한 이유를 알겠군. 오큼꽁이라 했던가? 나도 그 무예를 수련할 수 있나?”
“트럭 타이어 두 개를 끌고 달릴 수 있으면 가능하다. 거꾸로 매달려서 다섯 시간을 견디면 가능하다. 눈을 깜짝이지 않고 72시간 동안 바늘 끝을 노려볼 수 있으면 가능하다.”
깨비텐은 어이가 없었다. ‘가능하다’의 연속에 현기증이 일었다.
“농담인가?”
“아니다. 진실이다.”
“하하하! 깨끗이 포기하겠어. 블랙, 자넨 그 특이한 능력으로 적의 기척을 감지 할 수 있는 거리가 얼마나 되나?”
블랙맘바는 떨뜨럼한 눈으로 깨비텐을 쳐다보았다.
‘이 사람이 진짜로 나를 레이더로 아나?’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급박한 전투를 치르느라 숨겨야 될 능력이 드러나 버렸다.
“아, 콜네임의 활동은 1급 군사 기밀이네. 팀원들에게도 주지시켜 두었네. 군사 기밀 누설죄로 재판정에 서고 싶지는 않네. 연금이 취소되면 노년을 어떻게 보내나.”
눈치 빠른 깨비텐이 얼른 너스레를 떨었다.
“주변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인공 소음이 없는 곳이라면 100m까지 파악할 수 있다. 인기척을 느끼는 수준이라면 300m, 차량이나 바이크가 이동하는 소음은 8km까지 가능하다.”
“으음, 인간이 아니군.”
깨비텐이 신음했다. 그야말로 고성능 바이오 레이더다. 블랙맘바의 존재로 인해 선택 가능한 작전의 폭이 열배는 넓어진다.
깨비텐이 팀원들을 돌아보았다.
“좋아, 블랙맘바의 능력을 믿고 매복 한다. 난 스토커가 싫거던. 시원하게 때려 부수고 편하게 가자고.”
“나도 찬성입니다.”
부리머가 동의했다.
“블랙, 자네가 애용하는 미니 뮤직크 재생기 있지. 그 뭐냐 워크맨이라는 것 말이야.”
“있다.”
“현재 사용 가능한가?”
“가능하다.”
“좋아, 그거 나한테 팔아. 오천 프랑 주지.”
“외상 싫다. 씨아까렐로 한 박스”
“쎄 비앙 싸.(그거 좋네.)”
그날 저녁 석양이 질 무렵, 원기를 회복한 용병들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러 작전의 내막을 아는 사람은 깨비텐과 부리머, 블랙맘바다.
팀원들은 보급품 투하 지점에 분주히 지뢰를 매설하고 크레모아를 깔았다. 장쒼과 옴부티는 후방에서 박격포를 설치하고 좌표를 잡았다.
마이크 중사는 지뢰 매설 작업 내내 의문에 휩싸였다.
‘보급품을 박살내도 좋단 말인가?’
현재의 전투 배치는 보급품 방어를 염두에 두지 않은 배치다. 교전이 벌어지면 보급품이 소실된다. 깨비텐이 미치지 않은 이상 이 따위로 전력 배치를 할 수는 없다.
“깨비텐?”
마이크의 의문을 아는 깨비텐이 씨익 웃었다.
“마이크, 크레모아와 지뢰 설치가 끝나면 팀원들을 모아라.”
팀원들이 모이자 깨비텐이 브리핑을 시작했다.
“이번 작전명은 개미지옥이다. 보급 치누크가 착륙할 지점은 이곳이 아니다. 보급 지점은 이곳에서 정남쪽 암주 방향으로 7km떨어진 트라이던트 록이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깨비텐은 마이크의 질문에 따로 답하지 않았다. 블랙맘바에게 호되게 당한 후 인간이 개조되었지만 성급한 성격은 달라지지 않았다.
“우리는 이곳에서 개미지옥을 파고 기다린다. 슬프고 화나는 일이지만 나는 본부 정보를 믿지 못하고 있다. 본부에 몰(두더지, 장기 잠입 스파이)이 침투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나는 보급품 투하 좌표를 변경할 계획이다.”
그제야 팀원들은 깨비텐의 의도를 확실하게 읽었다. 개미지옥이라는 작전명도 이해했다.
“나는 프롤리나트가 오지 않기를 바란다. 내 의심이 기우로 끝나기를 간절히 바란다. 주변에 놈들의 정보원들이 깔려 있을 것이다. 조를 나눈다.”
깨비텐은 말을 멈추고 부하들을 돌아보았다.
“마이크는 벨맨과 미구엘을 대동해서 에키야로 출발하라. 새로 받은 좌표에서 보급품을 수령하도록. 부리머 자넨 대원들과 레코딩 좀 하라구. 우리가 보급품을 공수 받는 상황이야. 무슨 말인지 알지?”
부리머는 깨비텐의 생각을 바로 읽었다.
“옙, 알겠습니다.”
“블랙맘바, 내가 왜 이곳을 개미지옥으로 선정했는지 알겠지?”
블랙맘바는 사방이 탁 터진 개활지를 둘러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엄폐물이 없다. 일분이면 최소한 30명을 쓸어버릴 수 있다. 600m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애인이 너무 달아오르면 곤란한데……”
블랙맘바가 자신의 드라구노프 총신을 쓰다듬었다.
깨비텐은 자신의 드라구노프를 블랙맘바에게 건네주었다.
“블랙, 자네처럼 연사하면 아무리 내구성 좋은 애인도 구멍이 견디지 못해. 두 정을 번갈아 사용하게. 영점이야 놈들의 머리통으로 잡으면 되고 말이야.”
“좋군!”
끔찍한 소리를 하는 깨비텐이나 무덤덤한 블랙맘바나 전장의 광기에 물들긴 마찬가지였다. 인간의 존엄 따위는 사헬에 묻힌 지 오래다.
부리머는 팀원들을 모아 녹음을 했다. 간간이 연장 부딪히는 소리를 효과음으로 넣는 잔머리도 썼다. 깨비텐이 비시시 웃으며 머리를 끄덕였다. 이래서 경험 많은 하사관이 중요하다. 일일이 설명하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깨비텐은 시계를 확인했다.
21시, 헬기가 이륙을 준비할 시간이다.
깨비텐이 마이크를 불렀다.
“마이크, 정남 방향으로 7km거리에 암주라는 버려진 작은 오아시스가 있다. 그곳에 트라이던트 록이라 불리는 커다란 바위 세 개가 있다. 24시에 치누크가 나타난다. 점멸 유도해서 보급품을 수령하라. 보급품 수령후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도록.”
“깨비텐, 왜 내가 가야 합니까?”
마이크는 불만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피를 즐기는 그로서는 환장할 노릇이다. 곧 전투가 벌어질 텐데 보급품이나 챙기라니 속이 뒤집혔다.
“어차피 두더지가 없으면 전투 없이 조용히 지나간다. 부리머는 유탄발사기를 다루어야 한다. 자네 대신에 블랙맘바를 보급품 수령차 보내야 하나?”
“아, 아닙니다. 당연히 내가 가야죠.”
마이크는 빈정이 상했지만 곧바로 꼬리를 내렸다. 블랙맘바 네임만 들어도 가슴이 덜컥했다. 고통이 뇌에 직접 새겨지는 매질이다. 생각만 해도 근육이 경련을 일으켰다.
“마이크, 보급품 수령은 전투보다 더 중요하다. 팀 전체의 생존이 달린 일이다. 또 한 가지 목적은 적들의 주의를 돌리는 것이다. 네 역할은 중요하다. 벨맨과 미구엘을 데리고 놈들을 유인해라.”
“알겠습니다.”
마이크가 픽업 3대를 끌고 암주로 떠났다.
23시, 보급 헬기가 카넴주에 진입할 시간이다. 라텔팀은 손님맞이 준비를 끝냈다.
개비텐이 위성전화 안테나를 펼쳤다.
-알파 나와라. 브라보다.
-알파다. 브라보 말하라.
-헬기는 출발했는가?
도착예정 48분 전이다.
-보급품 투하 좌표를 변경한다. 최초 지점에 접근하지 마라. 스트렐라가 기다린다. 최초 좌표에서 정남쪽 7km 암주 오아시스의 트라이던트 록 지점이다. 좌표는 021 423이다. 불꽃 신호 3회다.
-알았다. 잠시 기다려라.
-헬기에 연락되었다. 건투를 빈다.
-롸저
통신을 끝낸 깨비텐이 비시시 웃으며 안테나를 정리하고 은신했다. 대공 미사일이 대기하는 적색 지역에 접근할 미친 조종사는 없다.
용병들은 제각각 포인트를 잡고 대기했다.
사막의 밤은 적막하다. 볼륨을 잔뜩 올려 둔 워크맨이 왕왕대는 소리가 사막을 울렸다. 부리머는 랜턴을 몇 개 포인트에 켜두는 잔머리를 발휘했다.
과연 놈들이 나타날 것인가?
기다림만 남았다.
프롤리나트 3군 사령부는 탕가 북서쪽 15km 지점이다.
꽝- 퍽- 사령관 막사에서 요란한 소음이 울렸다. 막사 주위에 아무도 얼씬 거리지 않았다.
아무드가 분을 참지 못하고 날뛰는 중이다.
회심의 매복 작전이 실패했다. 부하를 모두 잃고 몽둥이 맞은 개꼴이 되어 도주했다. 자존심 강한 그로서는 환장할 노릇이었다. 당장 하비브에게 보고할 일이 걱정이었다.
“무함마!”
“옙, 각하”
한쪽 구석에 피신해 있던 부관이 총알같이 달려와서 부동자세를 취했다. 기합이 바짝 들었다. 무함마의 이마에서 피가 줄줄 흘렀다. 아무드가 던진 재떨이에 맞은 흔적이다.
“병력 현황을 보고하라.”
“총 인원 1,300명, 현재 인원~”
책상에 놓여있던 커다란 수정 장식물이 날아갔다. 아무드가 아끼던 당나귀 상이다.
무함마가 잽싸게 피했다.
와장창- 술이 진열된 장식장이 박살났다. 아무드의 눈이 치켜 올라갔다.
“이 새끼야, 출동 가능한 인원만 말하란 말이야.”
“본부 경비 인원을 빼면 150명이 채 되지 않습니다.”
아무드의 짙은 눈썹이 휙 올라갔다. 눈에서 냉기가 뿜어졌다.
“뭐라구? 병력이 왜 그것밖에 안 돼?”
마치 부관이 병력을 빼돌리기라도 했다는 태도다.
프롤리나트 제3군 하비브군의 병력은 2,400명이다. 친위대 500명과 무스타 독립대대 600명을 제외한 1,300명이 아무드의 지휘를 받는다.
병력중 정규 훈련을 받은 전사는 700명, 강제 입대시킨 소년병이 600명이다. 현재 병력중 절반인 700명이 마쿰보군을 요격하기 위해 카넴주로 이동했다. 100명은 마쿰보를 추적중이다. 계산이 맞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