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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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장 설거지는 나도 싫다12
노바토피아는 뜨거운 태양에 지져지는 적갈색 대지다. 한낮이면 복사열과 반사열이 지표 온도를 50℃까지 끌어올린다. 그야말로 거대한 프라이팬이다. 식물이라야 타마리스크, 피로테크니등의 사막형 관목과 스티파그로티스푼겐스처럼 질기디질긴 풀이 고작이다.
노바토피아 개발의 첫 삽을 뜰 당시, 무쌍은 적갈색 사막 25,000㎢를 진녹색 푸른 숲으로 바꿀 수 있다고 장담했다.
대수층 탐사팀장 펠르펭 대위는 리비아의 트리폴리타니아와 키레나이카를 예로 들면서 녹화 계획은 미친 짓이라고 말렸다. 25,000㎢의 땅을 푹 적실 대수층을 찾아내도 천문학적인 수로 공사비를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무쌍의 주특기는 무대뽀로 밀어붙이기와 어떻게 되겠지. 하는 낙관주의다. 무쌍은 아우성치는 펠르펭과 옴부티 등에 이렇게 말했다.
[엔네디가 리비아 사막이 아니듯이 나는 카다피가 아니다. 해봤나?]무쌍이 말한 ‘해봤나?’ 는 ‘패를 플로리르 러 데제(faire fleurir le désert, 사막을 옥토로!)’라는 진부하지만, 의미가 분명한 프로젝트의 뇌관이 되었다. 안타깝게도 ‘패르 플로리르 러 데제’를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리피스 등이 작명한 ‘패르 플로리르 러 데제!’는 이튿날 ‘블루아트 블루아트 러 데제!(사막을 푸르게 푸르게!)’라는 다소 아동틱한 구호로 바뀌었다. 무쌍이 패르 플로리르 발음이 어렵다는 이유로 한국의 모 제지회사 구호를 프로젝트명으로 붙이는 만행을 저질렀다. 뚜바이가 하겠다는데 말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인간이 최근 200년 남짓한 짧은 기간에 폭발적 번영을 이룩한 이면엔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일단 저지르는 무모함이 있었다. 세상에 불가능한 일은 없다. 방법을 찾지 못했을 뿐이다.
[사막을 푸르게 푸르게!]는 무쌍의 장담대로 적갈색 대지를 진녹색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방사상으로 구획된 지푼다리에 제일 먼저 건축된 시설물은 학교였다. 무쌍은 무지와 무식이 노예를 양산하고 차별을 만든다는 확고한 의식이 있다.8세부터 12세까지 아이는 노동이 엄격히 금지되었다. 13세부터 18세까지 청소년은 하루 6시간의 학업과 4시간의 노역이 의무로 주어졌다. 19세 이상의 어른은 하루 두 시간 의무 학습과 8시간 노역 의무를 줬다.
노바토피아의 법과 규칙은 단순하고 엄격하다. 공사장마다 [일하지 않는 자는 빵을 먹지 마라.] [일하는 자는 합당한 보상을 받으리라.]는 현수막이 나부꼈다. 여자와 노인도 예외가 없었다. 장애인도 사지를 움직일 수 있으면 삼태기로 흙을 날라야 했다.
프로젝트는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었다. 자갈과 모래만 가득한 땅에 중장비와 인간이 개미떼처럼 달라붙었다. 자고 일어나면 수십 킬로미터의 도로가 만들어지고, 물길이 뚫리고, 방풍림이 땅을 덮고, 목초지가 만들어지고, 농장이 만들어졌다. 조성된 방풍림 사이로 물이 흘러가고 초지에는 스프링클러가 돌아갔다. 바야흐로 동부 사하라 사막에 거대한 신기루가 만들어지는 중이다.
자원과 인력이 집중적으로 투입되는 공사는 뭐니뭐니해도 대수로와 도로 공사다. 셔니언 교수는 노바토피아를 열두 조각으로 분할했다. 동서를 관통하는 에비뉴와 남북을 가로지르는 스트리트 여섯 개로 격자 도로망이 만들어졌다. 도로망은 확장을 염두에 두고 에비뉴는 왕복 6차선, 스트리트는 왕복 4차선으로 건설되었다.
아프리카의 도로 인프라는 살인적이다. 사헬 벨트가 시작되는 북위 13° 이북은 지도에 그려넣을 선도 없고 지명도 없다. 도로가 없으면 도시도 없기 때문이다. 채찍만이 흑인을 문명화할 수 있다고 믿는 유럽 제국이 식민지 인프라 구축에 힘을 쏟을 리 없었다.
유럽 제국은 식민지 곳곳에 거점 도시를 만들고 활주로를 닦았다. 1,000km 도로를 개설하느니 2km 활주로를 닦으면 돈이 훨씬 적게 들기 때문이다. 자동차나 기차 대신에 항공기가 상아, 황금, 구리, 목재, 다이아몬드, 희귀 동식물, 천연고무 등을 날랐다.
예나 지금이나 항공기는 특별한 탈것이다. 원주민 농사꾼이나 목축업자가 항공기를 이용할 수는 없었다. 항공기는 수탈과 통치에 유용할 뿐 현지인에겐 하늘을 날아다니는 시끄러운 쇳덩어리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도로망이 열악하면 도시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다. 도시가 없으면 잉여 농산물과 생필품을 판매할 시장이 형성되지 않고, 물류 이동이 제한되면 물가가 올라간다. 사헬 주민들이 굶주림으로 죽어갈 때 도바의 잉여 농산물은 창고에서 썩어간다. 자본을 축적하지 못한 농민은 값비싼 비료와 농기계를 구입하지 못한다. 열악한 인프라는 빈곤의 악순환을 구조적으로 고착하는 가장 큰 원인이다.
도시 계획 전문가인 셔니언 교수는 도시 발전과 도로 인프라의 상관관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는 옴부티를 설득해서 가용 자원의 절반을 도로 건설에 투입했다. 짠돌이 옴부티도 현실적 한계를 인정하고 와킬의 지갑을 열었다. 개발이 급물살을 타면서 장비와 물자를 항공 수송으로 해결할 수 없었던 것이다.
쩐의 힘은 위대했다. 단 육 개월 만에 은자메나와 지푼다리를 연결하는 서부대로 1,000km가 뚫렸다. 번갯불에 콩 구워먹을 노릇이지만, 알고 보면 놀랄 일도 아니다. 사하라 사막은 땅도 복잡하고 인간도 복잡한 한국이 아니다.
일단 토지 보상, 환경 평가 등의 행정 절차가 필요 없다. 물론 보상을 더 받아내겠다고 알박기를 하거나 피켓을 들고 나서는 주민도 없다. 사하라의 주민은 도마뱀과 방울뱀이니 말이다.
교량 건설, 터널 건설 등의 난이도 높은 공사 구간도 없다. 중장비로 땅을 고르고 흙을 퍼올려서 롤러로 다지면 도로 완성이다. 아스콘 포장과 중앙선 긋기가 남았지만, 현재 상태로도 서부대로는 아프리카 최고 수준의 도로다.
서부대로가 뚫리자 노바토피아 개발은 탄력을 받았다. 프랑스 당국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쏟아부은 물자가 서부대로를 통해서 물밀 듯이 밀려들었다. 은자메나엔 실업자가 넘쳐난다. 부족한 인력도 도로를 따라 풍부히 공급되었다.
서부대로를 개통한 셔니언 교수는 곧바로 동부대로 건설에 착수했다. 동부대로는 에비뉴 끝단 정션(Junction)에서 파다를 거쳐 바흐(Bahay)까지 연결되는 300km 구간이다. 바흐는 수단에 인접한 국경 마을이다.
셔니언은 노바토피아를 장차 홍해와 대서양, 지중해를 잇는 대양 중계무역 기지로 키울 야심을 품었다. 동부대로는 북부 다르푸르를 거쳐서 홍해로 진출하는 첫 단추인 셈이다.
셔니언 교수가 도로 건설 현장에서 흙먼지를 마실 때 오리피스 교수는 국경에서 모래바람과 싸웠다. [사막을 푸르게 푸르게]는 사막 개조 계획이다. 사막을 푸르게 개조하는 첫걸음은 방풍림 조성이다.
오리피스 교수는 한 달에 걸쳐서 과거 20년간 노바토피아와 엔네디 고원 일대의 강우량, 하르마탄의 빈도, 모래 폭풍의 방향, 기온 분포를 분석했다. 데이터베이스는 DGSE 기술부와 기후국에 충분히 축적되어있었다.
토양 분석도 마쳤다. 엔네디 고원 일대는 화강암 기반 층에 사암층이 노출된 땅으로 콜로이드화된 점토질이 모래와 섞여 있다. 물을 공급해서 용탈만 안정화하면 식물이 무리 없이 활착할 수 있다.
노바토피아 국경선 총연장은 대략 750km다. 그는 방풍림의 식재 면적을 보수적으로 산출해서 폭 300m, 길이 490km로 잡았다. 폭 300m, 길이 490km의 인공림은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더욱이 사막에 방풍림을 조성한 사례도 거의 없다. 투입되는 자원에 비해 실익이 없는 사업에 돈을 쏟아부을 멍청한 정부는 없다.
그 미친 짓거리에 신명 난 인물이 오리피스 교수다. 최악의 사막도 물이 공급되면 식물이 자라지 못할 이유가 없다. 오리피스 교수도 풍부한 지하수 공급이 뒷받침되지 않았으면 엄두도 못 냈을 거대한 사업이다.
오리피스는 방풍림이 필요한 지역을 4개로 구분해서 제1마지노, 제2마지노, 제3마지노, 제4마지노라 이름 붙였다. 그가 방풍림에 마지노란 이름을 붙인 이유는 방풍림이 모래바람을 굳세게 막아주기를 염원했기 때문이다. 또한, 프랑스 마지노선의 총연장과 노바토피아 국경선 길이가 우연히 750km로 동일했기 때문이다. 훗날 동방불패 라인, 또는 사하라의 마지노 라인이라 불린 노바토피아 방풍림 조성 사업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방풍림의 주력 수종은 자트로파다. 오리피스는 중장비를 총동원해서 아그바야와 엔네디 고원에 자생하는 엄청난 수효의 자트로파를 마지노에 이식했다.
자트로파는 속성수다. 물만 공급되면 8개월에 3m 높이로 자란다. 12개월이면 열매를 맺고 15개월이면 6m로 자란다. 가지와 잎도 무성한 활엽수다. 방풍림 수종으로 이보다 좋은 나무가 없다.
오리피스는 이때만 해도 자트로파의 열매가 큰돈이 되리라곤 상상도 못 했다. 자트로파 열매는 특유의 냄새와 독성으로 인해 가축 사료로 쓸 수도 없다. 쓸모없는 열매가 품질 좋은 바이오 디젤 원료가 되리라곤 누구도 몰랐다. 재수나쁜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고, 재수좋은 놈은 엎어져도 돈을 줍는 법이다.
마지노선에 식재할 나무는 무려 2,000만 그루다. 자트로파로 엄청난 수량을 모두 채울 수는 없었다. 오리피스는 올리브 나무, 화이트 브롬, 타마리스크(Tamarisk), 아카시아, 피로테크니, 대추야자나무등 사막형 나무를 스티파그로티스 푼겐스(엔네디 지역에 자생하는 질긴 풀)와 함께 식재해서 토양을 보호했다.
초기에 지지부진하던 [사막을 푸르게 푸르게] 사업은 상철이 한국에서 장비를 대량으로 들여오고, 노바토피아 거주민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가속도가 붙었다.
일 년이 지난 시점에서 사하라 방향의 제1마지노와 제2마지노 방풍림 조성이 완료되었다. 490km 중 250km에 1,050만 그루의 나무가 심어졌다. 아그바야에 지천으로 널려있던 야생 자트로파는 이미 결딴났다.
현재 마지노 라인에는 트럭 300대, 포크레인 60대, 벌크펄쳐(나무를 뽑고 심는 장비) 20대, 인력 10,000명이 투입되어 있다. 오리피스는 트럭을 총동원해서 엔네디 고원과 파야 방면의 사헬에서 자트로파를 이송했다. 노바토피아 외곽은 무서운 속도로 대지의 색깔이 진녹색으로 바뀌는 중이다.
아프웨르키도 편하지 않았다. 통수 시설을 맡은 그는 땅강아지가 되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수도관을 매설하느라 얼굴이 허옇게 뜨고, 입술이 헐고, 눈에 백태가 끼었다. 그래도 그는 행복했다.
에리트레아에서 탈출한 동족 3,000명 중의 800명이 그와 함께 땅을 파고 관을 매설하는 작업에 투입되었다. 생명의 위협은 사라졌다. 배불리 먹고, 배우고, 일하는 것은 아프웨르키가 꿈에도 바랐던 천국의 모습이다.
동족 3,000명 중에 13세 미만의 소년이 무려 2,000명이었다. 그는 조국의 미래 2,000명을 구했고 지금도 계속 구하는 중이다. 중증 옴부티 바이러스 환자가 된 아프웨르키는 자신의 종교도 버렸다.
바크리 자디르의 아버지 알리 자디르도 한몫했다. 그는 노인과 여자, 아이들을 이끌고 목초지 조성을 맡았다. 청소년들은 방과 후에 토양 유실을 막을 격자 사장을 만들고, 노인과 여자들은 풀씨를 뿌렸다.
아쿠티플로라, 코르눌라카 모나칸타, 스티파그로티스 푼겐스같은 억센 자생 풀은 표토 유실 방지용이다. 지력을 높이기 위해 톨페스큐, 알팔파등의 콩과 목초를 주력으로 씨 뿌리고 비교적 토양이 안정된 곳에는 벼과 초본인 로스그라스, 바히아그라스, 딜리스그라스 씨를 뿌렸다.
물과 비료가 충분히 공급되자 강렬한 태양은 식물 생장에 플러스 요소가 되었다. 나무와 풀은 하루가 다르게 자랐다. 지푼다리 일대는 이미 지평선까지 푸르게 물들었다.
고생을 덮어쓴 사람이 또 있었다. 무쌍의 옛 친구인 기즈 박사다. 그는 국경없는의사회 소속의 의사 열 명과 간호사 삼십 명을 끌고 노바토피아에 합류했다. 에델을 짝사랑하는 독일인 의사 로만 발터도 기즈 박사를 따라서 입경했다. 물론 발터는 지푼다리의 주인이 당시의 피투성이 남자임을 꿈에도 알지 못했다.
요아 호수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조립식 2층 건물이 한 채 서 있다. 건물 반경 300m 안쪽에는 경비용 막사를 제외하면 주거지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300m는 돌격소총 유효 사거리의 한계이자 RPG7로 광학 조준경 없이 타격할 수 있는 한계 거리다.
한눈에 보기에도 거주자의 보안을 위한 조치임을 알 수 있는 배치다. 삼엄한 보안과 달리 건물은 샌드위치 패널로 지은 임시 건축물이다. 싸구려 냄새가 풀풀 나는 건물이지만, 호수 쪽으로 길게 뽑아낸 2층 테라스는 집주인의 취향이 반영된 듯 익소라 치넨시스 화분과 어울려서 고아한 분위기를 풍겼다.
북서쪽에서 불어온 사하라 풍이 요아 호수를 흔들고, 테라스에 놓인 주인 없는 흔들의자 두 개는 호수에서 불어온 바람에 하릴없이 흔들렸다. 한가로운 풍경이다.
덜커덩- 테라스에 면한 출입문이 열렸다. 눈이 크고 얼굴이 갸름한 처녀가 걸레와 총채를 들고 테라스로 나왔다.맨살이 훤히 드러나는 핫팬츠와 반소매 티셔츠를 걸친 바셀이다.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 했던가! 시리아에서 눈만 드러낸 시커먼 니깝을 걸치고 겁먹은 눈을 굴리던 바셀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