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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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장 사필귀정5
“아가씨, 식탁에 스푼 한 개만 추가하면 되는데 웬 걱정이에요?”
아이쉐가 빙글빙글 웃었다.
“말도 안 돼, 한 달이나 야지(野地)를 떠돈 분이야. 식사인들 제대로 하셨겠어.”
울상이 된 에델이 발을 굴렀다. 아띠 병원에 업혀왔을 때 뚜바이는 대꼬챙이처럼 말랐다. 용병이란 직업이 얼마나 험악한 직업인가.
“걱정하지 마세요. 요리장이 푸짐한 만찬을 준비 중입니다. 푸드 트럭이 곧 도착할 겁니다.”
“무슨 소리야? 이지하나님은 낚싯대 들고 나가셨다며?”
에델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셀을 돌아보았다.
“아가씨 죄송해요. 요리장님은 총독부 조리실에서 땀을 뻘뻘 흘리고 있어요. 호호호!”
바셀이 깔깔 웃으며 구석으로 피신했다.
“아유 못된 것! 전부 작당해서 나를 놀리기로 작정했어.”
에델이 도톰한 입술을 깨물고 찢어지라고 눈을 흘겼다. 그 모습에 옴부티와 이브라힘이 흐물흐물 녹았다. 웃는 모습도 예쁘지만, 약오른 모습은 깨물어 주고 싶을 정도로 예뻤다.
“허허허, 기쁜 소식을 예고 없이 들으면 더 기쁘지 않습니까.”
“뚜바이님이 지금 아가씨 얼굴을 봤어야 하지 말입니다. 아내가 가장 아름다워 보일 때는 요리에 열중할 때지 말입니다. 하하하!”
옴부티와 이브라힘이 밀가루가 덕지덕지 묻은 에델의 얼굴을 쳐다보며 껄껄 웃었다.
“그럼, 빨리 공항에 나가야 하잖아요.”
“번거로움을 병적으로 싫어하는 분입니다. 본래 시나리오는 곧바로 저택에 들이닥쳐서 아가씨와 만나는 신이었지요. 갑자기 토탈사의 회장이 온다는 연락만 없었어도 미리 말씀드리지 않았을 겁니다. 아가씨만 비행장에 마중 나가면 됩니다.”
“어머나, 그럼 뚜바이가 유전을 확인했나 보네요.”
옴부티의 설명에 에델이 반색했다.
“아가씨, 엄청난 노다지가 아깝지 않습니까? 사마리아 농장은 본래 아가씨 소유입니다.”
옴부티가 비시시 웃으며 에델을 바라보았다. 에델과 와킬의 공통점은 경계를 알 수 없는 영혼의 그릇이다. 한없이 욕심 많은 사람이자 탐욕 없는 인간들이다. 알면서도 묻는 이유는 장성한 자식을 기꺼워하는 부정에 다름아니다.
“아저씨, 그런 말씀 마세요. 보물은 주인이 있는 법이에요. 뚜바이는 삼촌이 강탈한 농장을 쫄따구님 한 분을 보내서 간단히 되찾았어요. 내가 사마리아 농장 주인이면 토탈사 회장이 찾아오기는커녕 히트맨이 침실에 찾아왔을 거예요. 저는 오래도록 편히 살고 싶어서 뚜바이에게 애물단지를 넘긴 이기적인 여자랍니다.”
에델이 정색해서 말하자 옴부티가 껄껄 웃었다.
“허허허, 저도 그냥 해 본 말입니다. 보물은 죄가 없지만, 보물을 가진 자가 힘없으면 죄가 된다는 말도 있습니다. 잘하신 결정이었습니다.”
“공짜는 아니죠. 나도 셈은 할 줄 알거든요.”
에델이 배시시 웃으며 무쌍에게 선물 받은 목걸이를 벗어서 반지 낀 손으로 짤랑짤랑 흔들었다.
“허, 엄청난 이문을 남긴 훌륭한 셈법입니다.”
옴부티의 얼굴이 허물어졌다. 어린 나이에 발 뻗을 자리를 알고, 버릴 줄 안다. 세상을 탈탈 털어도 찾을 수 없는 왕비 감이다. 귀엽고 대견해서 볼을 깨물어주고 싶었다.
“전설의 오리하르콘 쇠사슬도 뚜바이를 묶지 못해요. 뚜바이는 정으로 꽁꽁 묶어야 해요.”
“그럼 호숫가 방풍림도 사랑의~”
“쉿! 고생한 분들께 죄송해요. 창피한 일이니까 비밀로 하세요.”
에델이 얼굴을 붉히며 손가락을 입술에 붙였다.
“알겠습니다. 여섯 시에 블랙컬처 만찬이 있습니다. 참석자는 토탈사 회장과 MSF 의사 다섯입니다.”
“킴은 왜 연락하지 않았죠?”
“킴은 부족한 건설장비를 추가 도입하려고 꼬레앙에 출장 갔습니다.”
“저런, 뚜바이가 반가워할 텐데 아쉽네요.”
에델이 안타까워하자 옴부티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가 와킬과 동향분이라는 사실이 알려져서 좋을 건 없습니다. 본래 신분을 아는 사람은 늘어나면 와킬께서 불편해집니다. 그럼 준비하십시오.”
옴부티 등이 돌아가자 에델의 얼굴에 수심이 깃들었다.
“바셀, 헬기도 아니고, 제트기를 타고 오는 그이가 볼 수 있을까?”
“걱정하지 마세요. 옴부티님 말씀에 의하면 뚜바이님은 십 킬로 밖의 까마귀가 수놈인지 암놈인지 알아볼 수 있다고 하셨어요.”
“쓸데없는 짓 했다고 야단치면 어쩌지?”
“뚜바이부르파님은 생각이 깊은 분이에요. 아가씨 마음이 충분히 전달되었을 거예요.”
바셀의 장담에도 에델의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죽어가면서 어린 아들에게 아내를 부탁한 남편, 남편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기억을 잃어버린 아내, 아버지를 가슴에 품고 어머니를 꿈속에도 그리워하는 뚜바이, 불행하다고 하기엔 너무나 부럽고 감동적인 가족이었다.
예로부터 기사를 잡으려면 말을 쏘라고 했다. 뚜바이의 어머니, 김말순 여사의 사랑을 빗대서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뚜바이가 보지 않아도 좋았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마음을 남기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저지르고 보니 그분들의 아름다운 사랑을 이용한듯해서 켕겼다.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이다.
“아이고, 이제 끝났네.”
이지하나가 푸드 트럭 뒷문짝을 쾅 닫고 비명을 질렀다. 비스고와(총독), 아니 아클란 크루 옴부티님의 지시로 손에 익지 않은 꼬레앙 음식을 만드느라 진땀을 뺐다. 동양식 요리에 관심이 많았던 스승님 덕분에 과업을 완수했지만, 걱정이 남았다. 문제는 재료와 향신료였다. 최대한 비슷하게 흉내를 냈지만 퀄리티는 자신 없었다.
“이 땅의 주인이 참석하는 만찬이다. 손님들이 조금도 불편함이 없도록 서비스에 주의해라. 출발!”
“블루아트!”
휘하의 숙수와 보조 숙수들이 경례를 붙이고 떠났다. 열정이 넘치던 이지하나의 얼굴에서 기력이 쭉 빠져나갔다. 바쁜 일이 끝나자 잊고 싶은 기억이 또다시 줄줄이 떠올랐다. 이래서 한가한 시간이 싫다.
“빌어먹을!”
상스런 소리를 내뱉고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우다 에티오피아군의 총탄에 유명을 달리한 아버지, 어린 자식을 버리고 개가해 버린 어머니, 손자를 떠맡아 고생을 덮어쓴 할머니, 요리를 가르쳐준 스승의 얼굴이 차례로 스쳐 갔다.
결혼해서 예가체프에 정착했다. 아들과 딸을 낳고 행복했던 세월은 8년 만에 끝장났다. 에티오피아의 기독교도 말살 정책 때문이었다. 도주 중에 아내와 아들을 잃었다. 천신만고 끝에 에리트레아로 돌아왔지만, 고향도 억압과 살육의 땅이긴 마찬가지였다. 고향은 채 열 살도 되지 않은 딸을 노리는 짐승이 득실대는 세상으로 변했다.
에리트레아 해방전선(ELF)소속의 친구에게서 들은 신의 땅 노바토피아는 지옥에 비친 한 줄기 빛이었다.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고, 아이들이 안전하게 자랄 수 있고, 노력한 만큼 보상받는 땅이라는 소리에 눈이 뒤집혔다. 다른 이야기는 들리지도 않았다. 지중해로 탈출하려고 준비해둔 멍텅구리 목선도 버리고 육로로 탈출했다.
노바토피아는 과연 신의 땅이었다. 자유와 권리가 넘쳐났다. 종교의 자유, 직업 선택의 자유, 거주의 자유, 굶지 않을 권리, 일할 권리, 심지어는 인간답게 죽을 권리까지 있었다.
고용청은 능력과 나이에 적합한 일자리를 다선 번까지 찾아주었다. 일자리를 찾을 때까지 임시 주택과 식량, 거주비가 지급되었다. 에티오피아의 학정에 시달리고 자국에서도 이슬람의 박해를 받았던 그로선 천국이 따로 없었다.
ELF 지도자였던 아프웨르키와의 만남도 행운이었다. 그의 도움으로 어렵지 않게 정착했고, 요리 실력을 인정받아 에델 아가씨의 요리 선생 겸 총독부 수석 요리장을 꿰찼다.
자리를 잡고 생활이 안정되자 사랑하는 아내와 똘똘한 아들이 날마다 눈에 밟혔다. 죽었을까 살았을까? 살아있다면 어느 하늘 아래 있을까? 제자의 탈출을 돕다가 희생당한 스승도 눈앞에 어른거렸다.
“할머니와 스승님의 희생을 헛되게 하지 말아야 해. 티그레는 아크라가 잘 돌보고 있겠지. 끙!”
이지하나는 머리를 흔들고 무거운 엉덩이를 들었다. 몇 시간 동안 쉴 새 없이 요리하느라 시달린 어깨와 손목이 저렸다. 노바토피아에 자신보다 덜 피곤한 사람은 없다.
뚜바이부르파, 오늘 노바토피아의 주인이 오신다. 신으로 추앙받는 자, 노바의 천사 에델 아가씨가 몽매간에도 그리워하는 자, 고집 센 지도자 아프웨르키가 마음을 바친 자, 모든 노바토피아 인이 열광하는 뚜바이부르파가 어떤 존재인지 똑똑히 볼 기회다. 과연 그가 선지자인지 사기꾼일지 두눈 부릅뜨고 확인할 참이다. 이지하나는 바이크에 올라타고 스로틀을 당겼다.
콰우우- 팰컨이 활주로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폭주마라는 별명과 달리 레옹은 팰컨을 애인처럼 섬세하게 다루었다. 에리프런에 들어선 팰컨의 방풍도어가 열렸다.
트랩을 내리기도 전에 쌈디와 디노가 훌쩍 뛰어내려 양쪽으로 갈라섰다. 뒤이어 선우현과 아흐마드가 뛰어내려서 사주 경계에 들어갔다. 평범한 흰색 간두라를 걸치고 부니햇을 쓴 무쌍이 트랩을 밟고 내려왔다. 그 뒤를 바크리등이 따라 내렸다.
“아가씨, 기다리던 분이 오셨네요. 어마, 저건 뭐지?”
디노를 발견한 아이쉐의 눈이 커졌다. 에델은 순간적으로 습막이 차올라 눈이 침침해졌다. 아이쉐의 말이 깊은 물 속에서 듣는 듯 웅웅거렸다.
낮 동안 복사열에 달아오른 대기가 아지랑이처럼 흔들렸다. 쌈디와 거대한 짐승을 양쪽에 거느린 뚜바이가 신기루처럼 흔들렸다. 대기가 흔들리는지, 뚜바이가 흔들리는지, 자신의 눈이 흔들리는지 알 수 없었다.
“아, 뚜바이!”
에델이 휘청했다.
“아가씨, 정신 차려요.”
아이쉐가 강철같은 팔로 에델을 받쳤다. 무쌍이 휘적휘적 다가섰다. 에델이 몽롱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아이쉐, 수고했다.”
묵직한 바리톤 음성에 아이쉐는 전율했다. 일족을 구해주고 살아갈 터전을 제공한 은인이기 전에 사나이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진정한 남자다.
“블루아트, 뚜바이부르파님 만세!”
아이쉐는 자신도 모르게 외쳤다.
“아이쉐, 낯간지러운 인사는 그만둬. 뚜바이 것은 뚜바이에게 줘야지.”
블랙맘바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에델을 바라보는 눈이 부드럽기 짝이 없었다.
“아,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드려야죠.”
아이쉐가 허리를 받친 팔을 풀자 에델이 진공청소기에 빨려 들어가듯 무쌍의 품으로 빨려 들어갔다. 에델은 탄탄한 넓은 가슴이 주는 안정감과 물씬 풍기는 남자의 향취에 정신이 아찔했다.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솟았다.
“뚜바이, 이제야 오셨군요.”
눈물이 그렁그렁한 푸른 눈이 빗방울 뿌리는 요아 호수와 다르지 않았다. 무쌍은 불현듯 그 눈에 입술을 대고 싶은 욕망이 일었다.
사삭- 쌈디와 아이쉐와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양쪽에서 시선을 차단했다. 멀뚱히 보고 있던 디노가 벌떡 일어나서 뒤돌아섰다. 디노의 체장은 3.5m다. 뒷다리로 일어서면 4m가 넘는다. 거대한 체구가 확실한 장막을 쳤다.
에델의 정신은 천국을 노닐었다. 섬세한 입술이 접근하자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입술에 키스해 주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섬세한 입술은 눈과 볼을 스치고 멀어졌다. 아쉬움에 눈을 번쩍 떴다. 여자처럼 섬세한 이목구비에 불구하고 천 년 바위처럼 강인한 얼굴이 눈앞에 둥둥 떠 있다. 날마다 꿈속에서 보았던 바로 그 얼굴이다.
“건강해 보이는군.”
“틈틈이 나무를 심었거든요.”
“잘했어. 약간 그을린 모습이 더 예쁘다.”
“당신은 열 배 더 멋있어졌네요.”
“에델의 연인이 되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지.”
닭살스런 대화에 아이쉐가 휘청했다. 화신 뚜바이부르파와 노바의 천사 에델도 청춘남녀임을 새삼 깨달았다. 한차례 해후의 광풍이 지나가자 에델이 쌈디를 돌아보았다.
“쌈디, 훌륭한 사람이 되었군요.”
“주인님과 아가씨 덕분입니다. 번거롭게 하는 놈은 없었습니까?”
두억시니처럼 우악스러운 모습과 달리 말투는 봄바람처럼 부드러웠다. 에델은 부드러운 말투에 담긴 피 냄새에 움찔했다.
“쌈디가 지키는 나를 누가 감히 귀찮게 하겠어요.”
에델이 손사래를 쳤다. 귀찮게 하는 인간이 있다고 하면 젓 담그고 남을 쌈디다.
“흐흐흐, 그럼요. 저놈도 아가씨를 지킬 겁니다.”
쌈디가 디노를 가리켰다.
꾸웅- 디노가 고양이처럼 가르릉거리며 에델의 가슴에 거대한 머리를 비볐다. 고양이보다 더 고양이 같은 모습에 무쌍이 빙긋이 웃었다. 눈치가 사람보다 더 빠른 녀석이 디노다.
“어머나, 귀여워라.”
에델이 귀여워죽겠다는 듯이 자신보다 열 배는 더 무거운 디노의 목을 안고 낑낑거렸다. 번쩍 들어서 가슴에 안을 기세다. 자연계 최강의 맹수를 대뜸 귀엽다고 설치는 에델의 정신세계도 정상은 아니다.
“뚜바이, 평범한 아이가 아니네요. 스밀로돈인가요?”
에델이 디노의 아가리를 들여다보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형태는 스밀로돈류인데 검치가 보이지 않았다.
“디노팰리스인데 좀 이상하게 변했다. 말을 알아듣는 녀석이다.”
“어머나 불쌍해라. 멸종된 지 오래라 친구도 없겠네. 이름은 혹시 디노?”
“어떻게 알았어?”
무쌍의 눈이 커졌다.
“당신의 형편없는 작명 센스가 어디 가나요. 디노팰리스니까 디노라고 지었겠죠. 페이탈리스종이었으면 페이라고 지었겠죠.”
“끙!”
무쌍이 쓴웃음을 짓고 아이쉐가 돌아서서 킥킥 웃었다.
“디노는 선물인가요?”
“영통한 녀석을 선물이라 할 수야 있나. 친구라고 해야지. 디노가 에델을 지키면 내가 안심할 수 있다.”
“아! 그 정도예요?”
에델이 놀랐다. 뚜바이부르파는 장담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가 장담할 때는 그만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디노가 단순한 맹수가 아니라는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