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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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장 사필귀정6
평범한 여자였으면 디노와 맞닥뜨리는 순간에 오줌을 지렸을 것이다. 에델은 무쌍으로 인해 비정상의 정상화에 익숙해져 있다. 에델만이 아니라 블랙컬처는 모두 그렇다.
그녀는 새삼 디노를 세세히 관찰했다. 체장 4m, 체고 1.6m, 꼬리 길이 1.5m, 체중 500kg, 시베리아 호랑이도 잽이 안 될 덩치와 4m에 이르는 날렵한 몸체가 한가락 하게 생겼다. 통나무처럼 굵은 앞발에 한 대 맞으면 코끼리도 나가떨어질 것 같았다.
그런데 얼굴은 순하게 생겼다. 동그란 호박색 눈동자와 가르릉대는 모양이 고양이 확대판이다. 순해 보이는데 덩칫값을 할 수 있을까?
‘아무려면 어때!’
에델은 편하게 생각했다. 노바토피아는 타격대와 자경단이 치안을 확실히 틀어쥐고 있다. 전투력 강한 경호원보다 말이 통하는 친구가 백배 낫다.
비단처럼 부드러운 털은 베개용으로 딱 좋아 보였다. 테라스에서 디노를 베고 호수 바람을 맞으면 잠이 저절로 올 것 같았다. 최강의 괴수 디노를 베개로 써먹겠다니……. 에델다운 4차원적 상상이다.
디노는 달달한 냄새나는 인간 여자가 마음에 쏙 들었다. 주인은 좋지만 무섭고, 심술궂은 우두머리(쌈디)는 극복해야 할 상대다. 인간 여자는 연약한데다 마음이 통했다. 자신이 지켜야 할 동류다.
그런데 뭔가 미심쩍은 듯 요모조모 살피는 눈초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나운 새(테러버드)에게 얻어터졌을 때 바라보던 주인의 눈빛을 닮았다. 디노는 욱했다. 가만히 있다간 무시당할 것 같았다.
꾸웅- 하늘을 노려보았다. 공중에 루펠 독수리 한 떼가 맴돌았다. 루펠 독수리는 사하라에 서식하는 독수리로 체중 10kg, 날개 길이가 2.5m에 달하는 거대한 새다. 1973년 코트디부아르에서 고공 비행 중인 항공기와 11km상공에서 충돌하는 바람에 화제가 되었던 독수리로 엔네디 고원에 다수 서식하는 맹금류다.
노바토피아는 식량 생산 시스템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식량은 은자메나의 와킬 상회가 전량 보급한다. 대부분 육상으로 운송하지만, 신선도 유지가 필요한 일부 과채류와 고기는 항공 운송한다
그로 인해 뜻하지 않은 골칫거리가 생겼다. 엔네디에 서식하는 루펠 독수리가 귀신같이 알아채고는 비행장을 공습했다. 강력한 갈고리발톱과 부리로 상자를 뜯고 고기와 과일을 훔쳐갔다. 심지어 덩치가 큰 놈은 식료품 상자를 통째로 집어가기도 했다.
독수리는 청소 동물로 발톱과 부리가 세균 서식지다. 일단 독수리가 건드린 식료품 상자는 세균 감염을 염려해서 버릴 수밖에 없었다. 총을 쏘고 폭죽을 터뜨려도 그때뿐이었다. 비행장 관리단은 뜻하지 않은 불청객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았다.
낮은 고도에서 빙빙 도는 루펠 독수리는 주기장에 쌓인 육류 상자를 노리는 중이었다. 한 마리가 고도를 낮추어 방수포에 덮인 식료품 상자 무더기에 내려앉았다. 소위 정찰병이다.
꾸우욱- 놈이 털 없는 목을 길게 뽑아서 소리 질렀다. 보아하니 인간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신호다. 실제로 루펠 독수리는 인간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쫓으면 오히려 덤벼드는 포악한 맹금류다.
쏴아아- 오십여 마리의 독수리가 빙빙 선회하며 고도를 낮추었다. 인간의 반응을 떠보는 얍삽한 행동이다. 디노는 미동도 않고 독수리 떼를 노려보았다.
꾸엉- 독수리떼가 지상 15m까지 내려왔을 때 디노가 땅을 박찼다.
단단히 다져진 활주로가 삽으로 퍼낸 듯 푹 패였다. 빗살같이 독수리 떼를 덮친 디노가 양발을 섬전처럼 휘둘렀다. 메인 디쉬만큼 넓은 앞발에서 빠져나온 150mm 길이의 예리한 발톱이 건방진 날짐승을 휩쓸었다.
푸파파파- 끼에엑- 꾸에엑- 처절한 비명이 울렸다. 허공에 검은 깃털이 광풍에 휩쓸린 낙엽처럼 난무했다. 디노는 가공할 체공력을 발휘했다. 글라이더처럼 네 활개를 활짝 펴서 허공을 유영하며 양발을 휘둘렀다.
후두두둑- 목이 꺾이고 날개가 부러진 루펠 독수리 사체가 검붉은 피와 함께 비 오듯이 추락했다. 꾸아악- 졸지에 횡액을 당한 루펠 독수리 떼가 미친 듯이 상승했다. 디노의 발톱을 피한 놈들이 허겁지겁 시야에서 사라졌다. 기발한 수법으로 날짐승을 도륙한 디노가 깃털처럼 가볍게 착지했다.
“우오오!”
지상의 인간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땅바닥엔 루펠 독수리 사체가 십여 구나 뒹굴었다. 가공할 스피드에 놀라운 살상력이었다.
“어! 점마 저거 머꼬?”
쌈디도 깜짝 놀랐다. 주인이 틈날 때마다 디노의 몸을 어루만져주고 두들겨 패더니 몰라보게 세졌다. 뒤통수를 맘대로 때리기가 버거워졌다. 디노가 벌떡 일어나서 앞발을 번쩍 치켜들고 한 바퀴 빙 돌았다. 퍼포먼스에 재미를 들인 디노다.
“꺄아! 디노 최고!”
에델이 양팔을 들고 팔짝팔짝 뛰었다. 떼로 몰려오는 루펠 독수리는 지푼다리의 골칫거리였다. 덩치가 워낙 큰 놈이라 가축 새끼를 채가고, 심지어는 갓난아이를 채가기도 했다. 디노는 악당 독수리를 물리친 영웅이다. 에델의 눈에 콩깍지가 씌었다. 무쌍도 고개를 끄덕였다. 저 정도면 에델을 지키기에 모자라지 않았다.
“디노, 에델을 지켜라!”
두웅- 공진파가 디노의 뇌를 파고들었다. 꾸우웅- 디노가 에델의 옆에 붙어서서 선홍색 눈을 부라렸다. 노바토피아의 신수, 퀸즈 가드라 불린 디노가 첫선을 보인 날이다.
한차례 법석이 지나서야 틈을 얻은 선우현이 디노의 눈치를 보며 에델과 인사를 나누었다. 무쌍과 에델이 1호 지프에 오르자 아흐마드가 운전대를 잡았다. 2호 지프에 바크리와 아이쉐가 올랐다. 선우현이 뒷좌석에 오르려 하자 디노가 커다란 엉덩이로 툭 밀어내고 냉큼 올랐다.
“어드레 짐승이 밀치고 지랄이네.”
한 대 치려던 선우현이 슬며시 주먹을 내리고 3호 차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드잡이질해봐야 이긴다는 보장도 없고 짐승과 싸워서 발리면 나미르 체면이 시궁창에 박힌다. 일개 짐승에게조차 우선순위를 뺏긴 선우현의 상심은 깊어만 갔다.
요아 하우스 건물 자체는 형편없지만, 넓은 부지는 진녹색으로 덮여있다. 종려나무로 둘러싸인 넓은 앞마당은 테마 정원으로 꾸며져 있고 형형색색의 꽃이 피었다. 스프링클러가 빙빙 돌아가며 잔디밭에 물을 뿌리고, 벌과 나비가 떼 지어 날아다닌다. 이곳이 한때 모래와 바위뿐인 사하라 사막이었다는 흔적은 정원석으로 놓인 붉은 사암 바위와 포석으로 깔린 검붉은 돌이 전부다.
도르르- 바퀴가 포석을 구르는 소음이 울렸다. 6인승 르노 지프가 줄지어 도착했다. 선도 차량에서 황갈색 전투 복장의 모하메드와 쿠르드족 전사 두 명이 뛰어내렸다. 2호 지프에서 아리바 과장과 살집 좋은 60대 남자, 인상이 날카로운 남자 둘이 내렸다. 3호 차와 4호차에서도 인원이 줄줄이 내렸다. 모하메드가 일행을 안내했다.
‘이거야 원, 도대체 모를 사람이구먼.’
면적만 넓은 가설 건축물을 마주한 마르주리 회장은 당황스러웠다. 메마른 동부 사하라 사막에 홀연히 등장한 신생 독립 자치주도 놀랍지만, 비루한 주인의 거처가 더 놀라웠다. DGSE 총국장에 듣기로는 억만장자라더니 거처는 파리 뒷골목의 난민 수용 아파트만도 못했다. 고개를 갸우뚱하던 마르주리의 눈이 화등잔처럼 커졌다.
“허!”
마르주리가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뱉었다. 핫팬츠와 나시를 걸친 천사가 등장했다. 막 지평선으로 넘어가는 햇살에 비친 금발이 불타올랐다. 패널로 짜 맞춘 싸구려 건축물마저 빛나는 궁전으로 보이게 하는 놀라운 미녀다.
“회장님, 먼 길을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몽블랑의 빙하 녹은 물이 흘러가는 소리가 이처럼 청명할까? 프로방스의 계류가 이처럼 시원할까? 마르주리는 안구 정화에 이어 고막 정화를 경험했다. 에델의 뒤쪽에서 아흐마드와 선우현이 예리한 눈을 번득였다.
마르주리는 쏘는듯한 눈길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깡마른 아랍인은 피 냄새가 나고 인상 더러운 동양인은 한 자루 칼처럼 섬뜩했다.
“아! 마드모아젤, 아름답습니다.”
마르주리는 황급히 답례하고 미녀의 손등에 키스할 기회를 노렸지만, 미녀의 아름다운 손 대신 번득이는 수컷의 눈초리만 날아왔다. 그는 뭔가 기선을 제압당한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수고했어요. 돌아가도 좋아요.”
에델이 쿠르드 전사에게 미소를 지었다.
“뚜바이부르파께 영광, 블루아트!”
쿠르드 전사가 딱 소리 나게 구두 굽을 붙여 절도있게 경례를 붙이고 돌아갔다.
‘꼴에 군기는 잡혀있네.’
마르주리는 자신이 직접 나서면 대어를 꿀꺽 삼키리라 했지만, 뭔가 엇박자가 나는듯한 기분을 느꼈다.
“노바의 주인께서 이 층에서 기다리십니다.”
모하메드가 마르주리의 주의를 상기했다.
“음, 안내를 부탁합니다.”
에델과 마르주리가 계단을 올랐다. 날렵한 신체의 검은 양복 다섯과 날카로운 인상의 남자가 뒤따랐다. 사삭- 아흐마드와 선우현이 마르주리를 따르는 여섯 명의 남자를 가로막았다.
“당신들은 이곳에서 대기한다.”
서투른 프랑스어 지시에 경호원들의 눈꼬리가 치켜 올라갔다.
“우리는 회장님 경호원이고 저자는 회계사다.”
“뚜바이부르파 님이 계시는 곳에 경호원은 필요 없고 회계사는 더더욱 필요 없다.”
“무슨 소리야? 우리는 회장님 곁을 떠나본 적이 없다.”
로봇처럼 딱딱한 태도에 팀장으로 보이는 남자가 목소리를 높였다. 사삭- 그림자가 한차례 출렁했다. 묵광 처리된 짧은 칼이 대기를 종횡으로 갈랐다. 아흐마드의 맘루크 시르께시 초승달 가르기 한 수가 스쳐 갔지만, 경호원들은 알아채지도 못했다.
“이곳에선 경호가 필요 없다.”
아흐마드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선우현이 경호원들의 앞가슴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경호원 다섯 명의 심장 부위의 양복이 삼 인치 길이로 잘려서 나풀거렸다.
“으헉!”
“누 더 쉬아!(이런, 개자식!)”
“쥣트!(빌어먹을!)”
“보흐델!(제기랄!)”
각양각색의 욕설이 튀어나왔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심장이 잘린 상황에서 침착을 유지할 경호원은 없다.
“고조 아가리 질이 심함메.”
선우현이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빠바박- 3인치 길이의 못 다섯 개가 경호원의 검은 양복의 귓가를 스쳐서 샌드위치 패널에 일렬로 박혔다. 선우현이 자신만의 암기로 개발한 미르 세르(용의 발톱)다. 어지간히 용에 집착하는 선우현이다.
“흐으~”
경호원들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암기는 못대가리만 남기고 철판에 깊숙이 박혔다. 그들은 투척 동작을 보지도 못했다. 차원을 달리하는 무력행사에 경호원 다섯은 대거리할 의지를 상실했다. 아흐마드가 거실 한쪽에 놓인 소파를 가리켰다.
“고급은 아니지만, 엉덩이가 배기지 않을 만큼 푹신하다. 조용히 앉아서 기다리든지 사막에 묻히든지 선택해라.”
피 냄새가 물씬 풍기는 언사에 경호원들이 움찔했다. 살벌한 눈빛을 견디지 못한 경호원들이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어기적어기적 걸어서 소파에 엉덩이를 내려놓았다. 회계사와 나머지 수행원들도 소파에 옹기종기 끼어 앉았다.
마르주리의 경호원이 엄선된 실력자들이지만, 근접 격투기를 익히고, 권총이나 쏘아본 일반인이다. 뚜바이의 망치를 감당하기엔 턱도 없었다.
“그렇지. 시세를 알면 오래 살 수 있다.”
선우현이 생긴 대로 모지락스럽게 내뱉었다. 검은 양복 다섯이 눈을 질끈 감았다. 무력으로 먹고사는 인간이 무력에 형편없이 눌렸다. 번견이 번견 노릇을 못하면 솥에 들어간다. 그들은 직장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참담하다 못해 울고 싶어지는 순간이다.
마르주리 회장은 뒤쪽에서 벌어진 소란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 자신의 경호원들은 고르고 고른 최고의 전문가들이다. 오지의 얼치기 군인과는 격이 다르다.
2층 응접실, 에델이 마르주리 회장과 아리바 과장을 안내해서 들어섰다. 디노와 대화(?)를 나누던 무쌍이 벌떡 일어났다.
“먼길 오느라 수고했다. 스바르드 굴베이그다.”
프랑스 시민증에 등록된 공식 이름이 스바르드 굴베이그다. 무쌍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자신을 그렇게 소개할 수밖에 없었다. 이름을 고칠까 하다가 내버려둔 이유는 순전히 귀차니즘 때문이다.
딱딱한 소개에 불구하고 마르주리 회장은 얼굴 가득 웃음을 짓고 손을 내밀었다. 원래 애송이가 기선을 제압하려고 나대는 법이다.
“라 데팡스의 미셀 마르주리다. 노바토피아 주인을 만나서 영광이다.”
무쌍이 마르주리의 손을 가볍게 잡고 웃었다.
“노바토피아는 이제 걸음마를 떼는 작은 자치구다. 라 데팡스의 황제에게 찬사를 들을 정도는 아니다.”
“별말씀을, 노바토피아의 주인 위세가 대단하다. 경호원, 통역사, 비서까지 떼놓고 고객을 만나기는 처음이다.”
마르주리 회장이 불만을 슬쩍 노출했다. 자신의 경호원들이 아래층에서 차단당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그는 은근히 뿔이 났다. 경호원들을 올려보내 달라고 말을 하려는 순간 애앵- 말벌 한 마리가 열린 창으로 날아들었다.
파앗- 소파 뒤에 엎드려있던 디노가 벌떡 일어나서 앞발을 휘둘렀다. 바람을 끊고 날아든 앞발이 말벌을 격추했다. 꾸웅- 긴 혀가 추락하는 말벌을 날름 삼켰다. 다투면서 닮는다고 했다. 디노도 쌈디처럼 독물을 간식으로 즐기는 버릇이 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