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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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장 사필귀정7
생존의 기로에 선 성질 나쁜 말벌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기력을 모아서 꽁무니에 달린 단검을 가해자의 혓바닥에 콕 박았다. 꿀벌의 10배에 달하는 독낭이 풀무처럼 맥동했다. 길이 7mm 침을 통해서 독액이 밀려들어 갔다. 쿠루루- 디노의 대형 울림통에서 기분좋은 소리가 새나왔다.
인간이 담배와 술을 즐기는 이유는 자극 때문이다. 목구멍을 탁 때리는 니코틴의 타격감과 혓바닥을 요동치게 하는 짜릿한 자극을 잊지 못해서 마시고 빨아댄다.
디노도 마찬가지다. 말벌 독과 전갈 독은 보잘것없지만, 혓바닥을 톡 쏘는 맛에 은근히 중독되었다. 쌈디와 디노가 요아 하우스에 도착한 몇 시간 만에 정원수에 둥지를 튼 말벌 떼와 집안에 숨어있던 전갈이 홀로코스트 당했다.
로데오 황소의 덩치에 필적하는 적갈색 괴수가 땅에서 솟은 듯 갑자기 나타났다. 놀라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다.
“헉, 몽스터! 쏴, 쏘라구!”
마르주리 회장이 손을 휘저으며 아우성쳤다. 디노의 비주얼이 귀엽다는 주장은 에델의 주관적인 시각일 뿐이다. 듣도보도 못한 괴수의 등장에 식겁한 마르주리의 얼굴이 하얗게 탈색되었다.
“쀠텡!”
화들짝 놀란 아리바 과장의 손이 반사적으로 품속으로 들어갔다. 무쌍이 손을 들었다.
“놀랄 것 없다. 디노, 나가 있어라.”
꾸웅- 디노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마르주리 회장을 노려보고는 몸을 돌렸다. 살랑거리는 긴 꼬리와 거대한 엉덩이가 출입문을 꽉 채웠다.
‘십년감수 했네!’
아리바 과장이 홀스터에서 손을 떼고 이마에 밴 진땀을 닦았다. 산채로 불태워진 미구엘 과장이 눈앞을 스쳐 갔다. 십년감수란 갑작스러운 괴수의 등장 때문이 아니다. 회장이 비명을 지르는 바람에 하마터면 블랙맘바의 애완동물을 쏠뻔했다. 얼마나 놀랐는지 심장이 퉁퉁거렸다.
마르주리 회장의 입이 쩍 벌어졌다.
“흐으, 저 저게 뭔가?”
“내 가족이다.”
“몽스터가 가족이라! 대단한 가족을 두었군.”
어이없는 대답에 마르주리가 놀란 심장을 다둑이며 이죽거렸다. 그도 선우현과 비슷한 과로 폼생폼사하는 스타일이다.
“디노는 몽스터가 아니다.”
고저 없는 대답에 마르주리의 빈정이 상했다. 이래서 가죽이 까만 야수와 가죽이 노란 짐승은 치코테로 다스려야 한다. 유럽의 앞선 문화를 받아들인 덕분에 인간 흉내를 내고 있지만, 야수적인 본성은 달라지지 않았다. 마르주리는 놀란 심장을 정신 승리로 보상했다.
“이거야 원! 물론 굴베이그씨에겐 가족이겠지. 주인의 가족 때문에 손님이 제명에 죽지 못하겠군. 미리 언질을 주지 그랬나.”
마르주리 회장이 비우호적인 표정으로 아리바 과장을 탓했다. 실제로는 손님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호스트를 탓하는 말이다.
“굴베이그씨의 애완동물이군요. DGSE는 개인의 애완동물 리스트까지 조사할 만큼 유능하지 못합니다.”
빈정상한 아리바 과장이 볼멘소리를 뱉었다. 분위기가 썰렁해졌다.
“이렇게 기막힐 데가! 이래서야 주인과 편안한 대화를 할 수 있겠나. 굴베이그씨 내 경호원을 불러야겠소.”
마르주리 회장이 손수건을 꺼내서 식은땀을 훔치는 시늉을 했다. 무쌍은 빙긋이 웃기만 했다. 기선을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늙은이의 속내가 빤히 들여다보였다. 고전적 협상 기술은 상대방의 정신에 흠집을 내서 공격성을 무디게 만드는 스킬이 첫 번째 스테이지다.
“회장님, 이곳은 대통령궁보다 더 안전합니다. 굴베이그씨 휘하엔 회장님의 경호원 전부를 감당할 수 있는 부하가 한둘이 아닙니다. 제가 안전을 보장하지요.”
기막힌 사람은 아리바다. 토탈사의 회장 자리가 대단한 위치임은 사실이지만 블랙맘바의 위용에 비하면 손색 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블랙맘바 소굴에서 경호원을 불러서 어쩌겠다는 건지!
‘망할 새끼, 굴베이그의 돈을 먹었구먼!’
아리바 과장의 장담에 마르주리 회장은 이빨을 갈았다. 사람은 자기 경험에 비추어 상황을 파악하기 마련이다. 그는 아리바 과장이 굴베이그와 짝짜꿍이 되었다고 믿었다.
아리바가 나서는 바람에 계속 경호원 타령을 하기도 열쩍었다. 물론 자신의 경호원을 불러봐야 별 무소용이다. 한 인간의 능력과 위치는 그가 기르는 개를 보면 알 수 있다. 굴베이그는 만만한 인간이 아니었다. 기선을 잡으려다 체면만 구겼다.
“회장님과 굴베이그씨는 피차 바쁜 몸입니다. 빨리 매듭짓도록 하시죠.”
아리바 과장이 서류철을 펴들고 재촉했다. 아리바는 마르주리 회장이 까칠하게 구는 이유를 짐작했다. 도바 삼각주 토지 매입에 DGSE가 협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르주리 회장이 펄펄 뛰었지만, 총국장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무쌍의 숨은 후원자인 보니파스가 마르주리의 청을 들어줄 리 없다. 지주와 개별적인 협상을 하라는 원론적인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다. 마르주리 회장은 정면으로 치고 나가기로 작정했다.
“굴베이그씨,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소. 사마리아 농장을 내게 파시오.”
“목화 농장이 아니라 유전임은 알고 있겠지? 도바 삼각주 지하에 가득한 석유가 몇 배럴이나 될까?”
무쌍이 빙긋이 웃었다. 탐욕이 목까지 차오른 늙은이다. 이런 늙은이에게 예의를 차릴 생각은 별로 없었다.
‘여우 같은 새끼!’
마르주리는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
“도바 삼각주는 10년 전부터 토탈에서 탐사를 계속 해온 지역이오. 토탈이 잠시 집을 비운 틈에 당신이 꿀꺽 삼킨 거요.”
“사마리아 농장이 토탈의 땅이었던가? 에델 경과 계약한 지질 탐사 협정서라도 있나?”
“그건 아니지만…….”
마르주리 회장은 말문이 콱 막혔다. 억지를 써서라도 틈을 만들고 싶은데 상대방은 바위처럼 끄떡도 하지 않았다. 억만금을 줘도 땅을 팔 인간이 아니다. 은근슬쩍 숟가락을 얹어보려던 그로선 낭패였다.
“사마리아 농장은 도바 삼각주 절반을 차지하고 있소. 나는 삼각주의 나머지 절반을 매입할 작정이오. 이미 회사의 토지 전담반이 차드 정부와 협상하려고 출발했소. 유전을 반쪽씩 차지하면 결국 굴베이그씨의 손해요. 개인이 대자본을 동원하는 메이저를 상대할 수는 없소.”
마르주리가 야비한 웃음을 지었다. 사실이다. 농토 50㎢는 넓은 땅이지만 유전 50㎢는 좁은 땅이다. 동일한 배사 지층에 빨대를 꽂아서 빨아내면 빨대를 많이 꽂은 놈이 이기게 마련이다.
“죽은 자식 불알을 만졌군.”
무쌍이 마르주리를 흉내 내서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뭐라?”
마르주리 회장의 표정이 뜨악해졌다. 뭔가 좋지 않은 냄새가 났다. 아리바 과장이 딱하다는 듯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총국장이 국익을 위해서 성의껏 해법을 제시했다. 마르주리 회장은 DGSE의 충고를 무시하고 시파카 원숭이처럼 모로 뛰기만 했다.
마르주리 회장은 탐욕스런 무대뽀로 이름 높다. 총국장이 경고하지 않았으면 용병대를 동원해서 유전을 강탈했을 인간이다. 그전에 짹소리도 못 내고 박살 나겠지만……. 자신도 국익 차원이 아니라면 돕고 싶지 않은 인간이다.
“회장님, 굴베이그씨는 1985년 6월 30일 자로 팬데 강 하천부지 도바 삼각주 21㎢의 소유권을 합법적으로 취득했습니다.”
“뭐 뭣이! 그 이야기를 왜 이제야 하나?”
마르주리 회장의 얼굴이 누렇게 떴다.
“DGSE의 임무는 해외 자산의 동향 감시입니다. 개인의 사적 거래를 회장님께 보고할 이유는 없습니다. 총국장님이 회장님께 드린 말씀도 토지가 아니라 석유 탐사와 개발에 대한 MOU 건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사하라 촌놈에게 당했군. 그래서 보니파스 총국장이 게임이 끝났다고 말했던가!’
놈은 이미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사막에 돈을 퍼넣는 놈이라기에 우습게 봤다가 제대로 뒤통수를 맞았다. 마르주리는 얼굴이 화끈했다. 제대로 체면을 구겼다.
아리바 과장이 무쌍에게 서류 봉투를 건넸다. 그는 탐욕만 가득한 회장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일부러 마르주리 회장의 속을 뒤집으려는 의도다.
“소유권 양수도 계약서입니다. 굴베이그씨는 도바 삼각주의 땅 21㎢를 1억 프랑에 합법적으로 매수했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도바 삼각주 50㎢가 굴베이그씨의 소유이자 노바토피아의 조차지임을 보증합니다.”
“고맙다. 신세 졌다.”
무쌍은 아리바 과장이 프랑스와 차드를 미친 듯이 날아다니며 만든 결과물을 한마디로 치하했다.
“별말씀을요. 공무원으로서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아리바의 얼굴이 환해졌다. 보니파스 다음으로 블랙맘바를 잘 아는 사람이 아리바 과장이다. 대통령의 말보다 블랙맘바의 말이 열 배는 무겁다. 천하의 블랙맘바로부터 고맙다는 말과 신세 졌다는 말을 들었으니 보험이 두 개나 생겼다.
마르주리 회장은 일그러지는 얼굴을 필사적으로 폈다. DGSE는 모종의 이유로 사하라 촌놈에게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 숨은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지 금전적 거래가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보니파스의 말대로 게임은 끝났다.
마음이 급해졌다. 토탈은 메이저의 말석에 겨우 엉덩이를 들이밀었다. 도바 유전을 차지해도 순위를 바꿀 수야 없겠지만, 메이저 위치를 굳힐 수는 있다.
“토탈에서 도바 육상 사마리아 광구의 탐사와 개발, 판매를 전적으로 책임지겠소. 광구 지분율은 50:50으로 합시다.”
마르주리 회장이 거두절미하고 자신의 안을 내놓았다. 투자 부담을 전적으로 지는 입장에서 50% 지분은 파격적인 셈이다. 일반적인 유전이라면 말이다. 지나친 욕심을 부리면 본전도 못 건진다는 보니파스의 경고는 머릿속에서 깨끗이 휘발되었다. 그는 장사꾼이다. 장사꾼은 한 푼의 이익을 얻으려고 자신의 살을 떼는 족속이다. 물론 그 살이 상대방의 살이면 더더욱 좋다.
“아리바 과장, 보니파스 총국장의 중개 실력은 애국심에 미치지 못하는구먼. 은퇴 후에 거간꾼 노릇은 힘들겠어. 이러면 대화가 힘들어진다.”
무쌍이 역정을 내비쳤다. 그는 밀고 당기는 성격이 아니다. 내 패를 보여주고 합리적인 선에서 서로의 이익을 챙기는 스타일이다. 끝까지 탐욕을 부리는 늙은이와 협상을 하자니 짜증이 치밀었다. 보니파스와의 우정이 아니라면 이미 내쳤을 인간이다.
“회장님!”
아리바 과장이 원망스런 눈으로 마르주리 회장을 쳐다보았다. 마르주리 회장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그가 제시한 지분은 자신의 기준에서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
“아리바 과장, 50% 지분은 크게 양보한 수준이다. 토탈은 도바 육상 사마리아 광구에 향후 10년간 시추공 500개를 뚫을 계획이다. 10년간 개발 투자비는 대략 20억 달러로 추산된다. 토탈 기술부는 사마리아 광구를 P2로 분석하고 적극적인 가채 매장량을 3억 배럴로 추정했다. 현 유가로 계산하면 93억 달러다. 10년간 20억 달러를 투자해서 얻을 수 있는 수익 최대치가 46억 달러다. 굴베이그씨는 유전 개발에 한 푼도 투입하지 않는다. 목화농사를 지어봐야 연간 900만 프랑, 30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땅이다. 인건비와 자재비를 차감하면 순수익은 200만 달러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분 50%를 넘기면 연간 5억 달러를 손에 쥐게 된다. 유전 개발사에 이처럼 큰 행운을 누린 사람은 없었다.”
마르주리 회장은 무쌍이 들으라는 듯이 말하고는 팔짱을 꼈다. 계약하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하라는 압박이다. 석유 카르텔의 방어막은 공고하다. 서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지만 신규 참입자에 대해서는 가혹하다. 토탈이 훼방 놓으면 굴베이그는 시추기 한 대, 세척액 한 통 사들이지 못한다. 끝까지 상황이 여의치 못하면 손이 닿는 블루 워터 용병대를 움직여서 쓸어버릴 작정이다.
“마르주리 회장, 나는 스바르드 굴베이그다. 어둠의 세계에서 황금을 좇는 자란 뜻이지. 당신은 함께 황금을 쫓을 파트너가 되기엔 지나치게 탁하다. 세상이 당신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도그마부터 버리고 오기 바란다. 오늘 회담은 이걸로 종결한다.”
무쌍이 칼로 내리치듯이 말을 맺었다. 석유는 대체재가 없는 자본재다. 조금 번거로워질 뿐 유니크 아이템을 들고 판로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늙은이의 속셈은 보통 사람에게나 해당하는 일반론이다. 그는 피곤하게 밀당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자 잠깐! 굴베이그씨, 내 말은~”
똑똑- 노크 소리가 마르주리의 말을 막았다. 쌈디가 커피트레이를 밀고 들어섰다.
“헐!”
마르주리 회장의 눈이 잔뜩 커졌다. 커피 트레이가 장난감처럼 보이는 엄청난 체구다. 인간이 이렇게 클 수도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역시 유색인종은 야수의 유전자를 가진 자들이다.
“고맙네!”
툭- 커피잔을 받으려던 마르주리 회장의 손이 도자기 잔을 쳤다. 상대방의 예기치 못한 단호한 반응에 정신이 산만해진 탓이다. 커피잔이 튕겨 나갔다.
“엇!”
마르주리가 놀랄 때 쌈디가 섬전처럼 움직였다. 떨어지는 커피잔을 발등이 받쳐 올렸다. 깃털인들 이보다 가벼울까. 발등에 올려진 커피잔이 허공을 누볐다.
쏟아진 커피가 고스란히 컵으로 빨려 들어갔다. 아크로바트 선수도 꿈꾸지 못할 몸놀림이다. 쌈디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테이블에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요아 하우스의 안주인께서 정성 들여 드립한 예가체프입니다.”
“마술이다!”
마르주리 회장의 입이 쩍 벌어졌다. 마운틴 체구가 중력을 무시하고 깃털처럼 움직였다. 단 한 수만으로 흑인의 실력이 짐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