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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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장 사라진 두더지 1
“멍청한 무스타가 별동대를 날려 먹었지 않습니까. 구라디에서 병사 57명을 잃었습니다. 현재 본부 병력은 303명입니다. 정찰대 열 팀이 서북주로와 코로타로에 나가 있습니다. 본대 현 인원은 203명입니다.”
“끙!”
부관의 볼멘 보고에 아무드는 된 신음을 냈다.
보루꾸와 카넴은 너무 넓었다. 이리저리 인원을 쪼개다 보니 예비 인원이 태부족이다. 개구리 새끼들을 찢어 죽이고 싶지만 놈들의 본대 전력을 모르는 상황이다. 가용 병력 150명으로 붙어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놈들은 전원이 스나이퍼다.
겨우 열 명 남짓한 놈들과 싸워서 코피 터졌다. 살 떨리도록 정확한 저격탄에 부관까지 잃었다. 아무드는 자신도 모르게 왼쪽 뺨을 쓰다듬었다.
저격당한 부관의 머리에서 튄 피가 철썩 붙은 부분이다.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런 놈들이 몇 명인지 정보가 없다. 선뜻 출동 명령을 내리기 곤란했다.
“무함마, 정찰대를 모두 불러 들여라.”
“각하, 군벌의 동향을 감시하는 정찰대까지 불러들이면 보스가 좋아하지 않을 겁니다.”
무함마가 반대했다.
“이 자식아, 부르라면 불러. 내가 개구리 새끼들에게 개처럼 쫓겨 왔단 말이다.”
아무드의 성질이 폭발했다. 물고 있던 시거를 집어 던졌다. 이놈이나 저놈이나 마음에 드는 놈이 없다.
시가가 하필 찢어진 이마에 명중했지만 무함마는 부동자세를 풀지못했다. 아무드는 성질 더러운 상관이다. 말대답했다가 사살당한 부관도 있다.
“알겠습니다.”
무함마가 황급히 막사를 뛰쳐나갔다. 책상을 걷어차는 소리가 뒤통수를 따라왔다.
“망할, 프로그에게 깨지고 와서는 나한테 화풀이야. 내가 어쨌다고.”
무함마가 투덜거리며 출동 준비를 하러 갔다.
아무드는 화를 삭이지 못하고 줄담배만 피워댔다.
놈들의 숫자가 몇일까?
놈들은 마쿰보를 추적하지 않고 왜 보델레에서 얼쩡거릴까?
머리에 쥐가 나도록 생각했지만 두통만 심해졌다.
그가 생각하는 프로그 특공대 규모는 최소 30명 최대 100명이다. 정찰대를 모두 불러들이면 300명을 동원할 수 있다. 그래야 확실한 수적 우위가 확보된다.
파이즈가 이끄는 정찰대 100명은 경력 5년이 넘는 정예 병력이다. 그들의 임무는 다른 군벌의 감시다.
하비브는 정부군만큼이나 손을 잡은 다른 군벌의 감시에 신경썼다. 프롤리나트 11인 위원들은 필요에 따라 손을 잡았을 뿐이다. 그들은 휘하 부족도 다르고 속내도 달랐다. 하브레나 마쿰보처럼 언제 뒤통수를 칠지 몰랐다. 군벌 연합체인 프롤리나트의 한계다. 타 군벌 감시가 임무인 파이즈 부대까지 빼내면 부관의 말대로 하비브의 문책을 받게 된다.
“놈들을 잡을 수만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아먹겠어.”
아무드는 이빨을 악물었다.
상처 난 자존심은 보스의 문책도 두렵지 않게 만들었다.
놈들의 사지를 토막 내서 사막에 던져 놓기 전에는 잠을 이룰 수 없을 것 같았다. 눈을 감으면 포격에 찢기고 머리통에 총탄이 박힌 부하들이 어른거렸다.
재떨이에 담배꽁초가 열 개쯤 쌓였을 때 전령이 도착했다.
“뭐야? 오호!”
보스인 하비브 위원이 보낸 전령이다. 전신을 받아든 아무드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중요한 정보가 두 가지 들어 있었다.
놈들이 에키야 오아시스 방향으로 향했다는 정보와 장비를 공중 보급 받는다는 정보였다. 탕가 북서쪽 10km지점 24시다.
보스가 프랑스군의 극비 정보를 어떻게 입수하는지 알 수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는 말이 있다. 보스가 말해 주지 않는 한, 모른 척 하는 것이 만수무강에 유리했다.
자신이 할 일은 우수한 장비 확보다. 물론 씹어 먹어도 시원치 않을 놈들을 박살내는 일이 먼저다. 보스가 우갈리를 입에 넣어주는데 삼키지 못한다면 숙청당해도 할 말이 없다.
아무드의 머릿속에서 지도가 주르륵 펼쳐졌다.
탕가 북서쪽 10km지점이라면 오아시스 마을이 5개 연속 늘어선 토코 툼(Toko Doum)지역이다. 자신의 부대가 있는 코로 뭉가(Koro Mojanga)에서 겨우 25km거리다.
아무드는 기분이 좋아졌다. 아드레날린이 마구 솟구쳤다. 마쿰보를 쫓아야 할 특공대 놈들이 무슨 생각으로 보델레 깊숙이 들어왔는지 모른다. 보델레 저지대야 말로 자신의 앞마당이다. 실수는 한 번이면 족했다.
“각하!”
노크도 없이 부관이 불쑥 들어섰다.
“정보원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차량 세 대가 암주 방향으로 움직였습니다.”
놀란 아무드가 벌떡 일어났다.
“뭐라구? 암주 방향?”
“그렇습니다.”
“놈들이 몽땅 이동하지는 않았겠지?”
“그렇습니다. 일부가 남았습니다.”
“크하하하! 그렇단 말이지.”
아무드의 입이 찢어졌다.
정보는 틀림이 없었다. 놈들은 보급품을 수령할 소수의 인원만 남기고 이동했다. 암주 방향으로 출발한 픽업은 본대와 접선하려는 놈들이다.
“즉각 토코 툼으로 출동 준비해.”
“복귀 명령을 내린 정찰대는 어떻게 할까요?”
“대가리는 장식품으로 달고 다니나. 파이즈에게 전령을 보내. 본부로 복귀하지 말고 암주 방향으로 향한 놈들을 추적하라고 해. 놈들의 목적지가 특공대 본대란 말이야.”
아무드가 버럭 고함을 질렀다.
구라디에서 부관의 머리통이 날아가는 바람에 급히 뽑은 이놈은 머리가 꽝이다.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일 줄을 모른다.
파이즈 대위가 이끄는 정찰대는 최정예 병력이다. 파이즈의 병력으로 특공대 본대를 차단한다. 자신은 보급품을 탈취한 후 놈들의 배후를 친다. 하비브의 지시를 어기지 않아도 되니 일석이조다.
자정까지 겨우 한 시간 남았다.
사령부에 비치된 탈것이 모두 동원되었다. 차량과 바이크, 낙타까지 동원되었다. 프롤리나트 완편 중대 147명이 바리케이드를 젖히고 튀어 나갔다.
아무드군은 어둠속을 미친 듯이 달렸다.
“사령관님, 불빛이 보입니다.”
전방을 관찰하던 부관이 아무드에게 보고했다.
아무드도 어둠속에서 한 줄기 불빛을 발견했다. 야간에는 장애물이 없으면 10km밖에서도 불빛을 볼 수 있다.
“멍청한 흰 돼지들!”
그는 쾌재를 불렀다. 적막한 사막의 밤이 소음과 불빛을 얼마나 멀리 퍼 나르는지 모르는 놈들이다. 총 잘 쏘는 골빈 람보다. 최소한의 조심성도 없는 개구리들에게 작살난 자신이 새삼 한심스러웠다.
아무드는 초저녁에 겨우 십여 명에게 당한 사실을 생각지 못했다. 자존심 강한 사람은 흔히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보고,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는 법이다. 아무드 역시 그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계속 전진”
토코툼 지역에 위치한 미러 지점은 반경 4km이내에 엄폐물이 없는 평원이다. 용병들이 매복한 지점은 더미 보급품 우측방 300m다. 저격 능력을 최고로 발휘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에서 스나이퍼들이 숨을 죽이고 대기했다.
블랙맘바는 급조한 참호 속에서 지그시 눈을 감고 있었다.
자연과의 동화 시도다. 100미터, 200미터, 300미터, 고요한 호수에 돌을 던진 듯 공진파가 계속 확대되었다.
깨비텐에게 100m가 한계라고 말했지만 심상에 잡히는 한계는 300미터다. 100m안쪽은 눈으로 보듯이, 500m까지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다.
모든 생물은 오스독스한 파장을 뿜는다. 블랙맘바가 발한 공진파는 잠수함의 액티브 탐신음과 유사한 파동이다. 생물의 파장을 간섭해서 형상과 기세를 파악한다.
-깨비텐, 4km전방에 적 다수 출현.
-뭣? 4km전방?
깨비텐이 야시경을 들여다보았다. 전방은 검은 먹물 같은 어둠만 가득했다. 블랙맘바의 초감각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다. 블랙맘바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다.
“젠장, 역시 파이프가 줄줄 새고 있었어.”
미러 작전이 기가 막히게 통했다. 탄식이 절로 나왔다.
-방향과 숫자를 알 수 있나?
-방향은 2시, 엔진소리, 낙타소리가 들린다. 숫자는~ 파악 불가능이다.
“으음! 더러운 것들. 반드시 죽여주마.”
깨비텐은 이빨을 악물었다. 5열이다. 통신 내용이 고스란히 적의 손에 들어갔다. 진심으로 자신의 걱정이 기우이기를 바랐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통신 사관부터 명령 계통을 족치면 두더지의 정체를 잡아내는 것은 여반장이다. 깨비텐은 DGSE의 백도어 작전을 의심하지 못했다. 그가 공용 헤드셋을 열었다.
-전원 전투대기
-옛썰
-모리스, 지뢰 설치 완료했나?
-옛썰, 크레모아 10세트 설치 완료. 살포 지뢰는 삼면에 삼 미터 간격으로 60세트 모두 깔았습니다.
크레모아 재고품을 박박 긁어서 설치했지만 부족했다.
크레모아는 지향형 지뢰다. 지향점이 다르므로 설치된 크레모아의 30%를 격발시킬 수 있으면 양호한 수준이다.
-적이 4km밖에서 접근중이다. 박격포와 유탄발사기 대기하도록.
얼디 하마르에서는 폭발형 무기를 자제했지만 이미 꼬리를 잡힌 상황이다. 화력을 아낄 이유가 없다.
여섯 명의 용병이 숨을 죽이고 적을 기다렸다.
아무드군은 쾌속으로 진군했다.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아 20km를 주파했다. 지형에 익숙하기에 가능한 속도다.
토코 툼 외곽에서 무함마가 선두를 정지시켰다.
“사령관님, 소음이 들립니다.”
“프로그다.”
아무드가 트럭에서 뛰어내려 땅바닥에 귀를 붙였다.
“틀림없군. 4km 전방이다.”
20년을 사막에서 구른 아무드다. 야시경이 없어도 한 점의 불빛과 약한 지표 울림만으로 거리를 추정했다.
“전원 하차. 속보 전진.”
아무드는 신중히 상황을 재점검했다.
놈들에게 당한 기억이 번득 떠올랐다. 프랑스 특공대는 소수지만 막강한 전투력을 보유한 놈들이다. 자신의 부대는 개인 화기와 기관총, 수류탄이 고작이다. RPG와 박격포가 있지만 수량이 충분치 못했다. 주간 전투시에 날려먹은 소련제 유탄발사기가 뼈아팠다.
다행히 놈들의 주력이 에키야 오아시스로 빠져나갔다.
소수의 보급품 수령 병력은 숫자로 밀어붙이면 된다. 더욱이 야간이다. 스나이퍼도 어둠속에선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어둠을 이용해서 최대한 접근후 일제 돌격으로 놈들을 압사시킬 수 있다.
다섯 개 트룹으로 편성된 프롤리나트 3군사령부 병력이 방울뱀처럼 은밀히 접근했다.
‘헉, 이놈들이 미쳤나!’
깨비텐은 헛바람이 새어 나왔다.
광증폭식 야시경에 푸르스름한 형상이 끝도 없이 떠올랐다.
설마가 사람을 잡았다.
몰려오는 게릴라 숫자가 중대 단위를 넘었다. 기껏 소대 단위를 예상한 깨비텐은 기함을 했다.
정확한 정보와 오판이 맞물려 깨비텐과 아무드는 서로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
아무드는 프랑스 특공대 주력이 에키야에 있다고 판단했다. 남은 소수 인원으로는 야간 전투에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리라고 판단했다.
깨비텐은 반군이 주력을 에키야로 보내고, 일부 병력이 보급품을 탈취하러 온다고 판단했다. 서로 엇갈린 판단이 토코툼에 피비를 부르게 생겼다.
당면한 문제는 야시경 렌즈를 꽉 채운 무지막지한 녹색 인영의 물결이었다. 대 병력을 맞이한 깨비텐은 암담했다.
사망한 마크와 부상당한 샤트르, 적을 혼란시키려고 에키야로 보낸 벨멘, 미구엘, 마이크가 빠졌다. 11명중 전력 이탈이 절반인 다섯이다.
전투 가능한 대원은 스나이퍼인 부리머와 블랙맘바, 폭파 전문 모리스, 중화기 담당 장쒼, 기관총 담당 에밀까지 다섯에 불과했다. 미구엘의 기관총 부재가 뼈아팠다. 교차 사격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본인까지 단 여섯 명으로 새까맣게 밀려오는 적을 상대해야 하는 지랄 맞은 현실이다. 믿을 것은 블랙맘바와 촘촘히 깔아 둔 지뢰다.
후퇴 시기도 늦었다. 놈들이 추격하면 장소의 이점을 잃고 각개 격파 당할 위험이 높다.
‘놈들은 5열이 드러나도 상관없단 말인가?’
그는 자신의 머리를 깨 버리고 싶었다. 잔머리를 너무 굴린 나머지 팀의 위기를 자초했다.
사실 깨비텐의 잔머리는 나쁘지 않았다. 하비브의 자존심과 아무드의 복수심을 간과한 게 문제였다. 사막의 남자들은 뒷일보다는 복수심이 먼저다.
‘추격을 감수하고 조용히 물러날까.’
‘지뢰지대에 몰아넣고 화력을 쏟아 부으면 승산이 있지 않을까. 우리 쪽에 블랙맘바가 있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