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491
x 491
제45장 사필귀정11(수정)
“답상, 노바는 가족 공동체다. 가족은 서로 요구하고 권리를 주장하지 않는다. 희생과 베풂이 앞서고 행복과 만족을 공유하려고 애쓴다. 아내가 남편에게 의무를 요구하고, 자식이 권리를 주장하고, 아비가 가족을 강압하는 가정은 이미 깨박 난 집구석이다. 노바는 의무를 강요하지 않으며 특별한 권리도 없다. 그대 답상은 마음 가는 대로 하되 저어함이 없게 하라. 오는 것도 가는 것도 거리낌 없이 하라. 아쎄 아 끼 스 꽁떵드!(Assez a qui se contente, 만족하는 자는 충분히 가진 자다! 일체유심조와 비슷한 프랑스 격언)”
말을 마치고 스승이 제자에게 사구계를 내리듯 마르주리 회장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일체유심조나 견문각지(見聞覺知)를 설명하고 싶었지만, 문화가 다른 마르주리가 이해하도록 설명할 자신이 없어서 그만두었다. 서방질도 자주 하면 길이 난다더니 사이비 교주 노릇에도 제법 이력이 난 무쌍이다.
“아쎄 아 끼 스 꽁떵드!”
마르주리가 부르르 떨었다. 솨아아- 무엇인가 뇌를 흔들었다. 박하 향이 머릿속에 스며든 듯, 쌍띰의 소나무 숲에 들어선 듯 정신이 한순간 경계 없는 공간을 노닐었다. 뚜바이부르파가 말한 ‘아쎄 아 끼 스 꽁떵드!’의 의미가 대충 그려졌다. 인간이 탐욕을 버릴 수는 없다. 그러나 탐욕이 왜 생기는지 판단할 수는 있다. 길이 아니라고 여겨지면 가지 않으면 된다. 판단력이야말로 인간이 인간다워진 신의 선물이다.
“감사합니다. 답상은 신의 존재를 믿지 않지만, 오늘 위대한 영혼을 보았습니다. 와킬이 인간이든 신이든 상관없습니다. 와킬은 뚜바이부르파로서 오롯하며 영혼의 인도자입니다. 답상은 오늘 생명을 세 번이나 받았습니다. 뇌가 살아나고 심장이 살아나고 존슨이 살아났습니다. 와킬이 주신 생명을 헛되이 낭비하지 않고, 세상을 위해 쓰겠습니다.”
마르주리의 음성이 떨렷다. 피닉스는 불 속에서 새 생명을 얻고 자신은 뚜바이부르파의 손에서 새 생명을 얻었다. 영혼의 그릇은 나이와 상관없었다. 생명을 얻은 기쁨도 기쁨이지만, 가족이란 말에 담긴 의미가 영혼을 흔들었다.
지치고 메마른 영혼이 기대어 쉴 큰 영혼을 만났다. 가슴은 격동으로 끓어오르고 머리는 환희가 폭죽처럼 터졌다. 세로토닌이 과다 분비된 마르주리의 두 눈이 접신한 무당처럼 번들거렸다.
‘저 양반 보게, 옴부티 투가 되면 큰일인데…….’
무쌍은 뜨악했다. 인간은 특별한 계기가 생기면 한순간에 변하기도 한다. 마르주리가 잔소리 마왕, 오버 마왕인 옴부티로 변신할까 두려웠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기에 베풀었을 뿐이다. 거창한 소리 집어치우고 닛산의 후원자 노릇이나 그만둬.”
민망해진 무쌍이 버럭 했다. 일국을 세워도 본래의 쪼잔함은 여전했다. 넋이 나간 마르주리는 무쌍이 물색없이 집어던진 말을 지상 명령으로 알아들었다.
“총국장의 말을 농담으로 들었더니 진짜였군요. 당장 계약을 파기하겠습니다.”
쪼잔한 인간의 한마디에 닛산은 강력한 후원자를 잃었다. 닛산은 마르주리 회장이 갑자기 후원 계약을 파기한 이유를 영원히 모를 것이다. 짝짝짝- 에델과 옴부티, 쌈디가 손뼉 쳤다.
“마르주리 회장님, 새로운 식구가 되었음을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와킬이 주신 생명입니다. 와킬께 바치겠습니다.”
마르주리가 깊숙이 허리를 숙였다.
“답상, 아직도 내 말을 이해하지 못했군. 당신의 생명은 당신 자신과 가족을 위해 바쳐야 한다. 내가 없는 가족이 없고, 가족이 없는 국가는 없다. 대의 어쩌고 하면서 가족을 돌보지 않는 인간은 위선자거나 미친놈이다. 답상은 곧바로 집으로 돌아가라. 걱정하고 있을 가족에게 건강한 몸을 보여주라. 일은 그다음이다.”
“울라! 위대한 말씀입니다. 뚜바이부르파님을 찬양하라!”
마르주리는 무쌍의 말이라면 개선문이 런던에 있다고 해도 믿을 준비가 되어있었다. 에델과 쌈디의 얼굴에 웃음이 번지고, 무쌍과 옴부티의 얼굴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그렇게 스벤 마르주리 토탈 회장은 동부 사하라 사막 신비한 호숫가에서 땡잡은 날을 맞았다.
아리바는 자신의 허벅지를 힘껏 꼬집었다. 극심한 통증이 정신을 일깨웠다. 외출 나갔던 정신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바로 저것이다!’
블랙맘바의 진짜 무기, 공감을 끌어내는 정신동력의 끝판을 목격했다. 블랙맘바가 시현한 신적인 능력에 홀린 마르주리는 행동, 정신, 언어가 일체를 이룬 공감의 블랙홀에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서 추종자가 되었다.
각국 정보부는 비밀리에 에스퍼를 양성하고 공작에 활용한다. DGSE에도 사이코메트리가 있다. 사이코메트리는 원래 접촉을 통해서 물건의 이력을 알아내는 능력자를 말하지만, 감정이입 능력을 갖춘 강력한 사이코메트리도 있다.
블랙맘바는 사이코메트리를 발동하지 않았다. 상대의 정신에 인위적인 충격을 가하지 않고, 진심과 공감 능력으로 정신을 뒤흔들었다. 무서운 능력이다.
자신도 세뇌 방어 훈련을 받지 않았으면, 블랙맘바의 실체를 몰랐으면, 두려움이 골수에 맺혀있지 않았다면 마르주리 회장처럼 무릎을 꿇었을 것이다. 아니 무릎을 꿇고 싶지만 두려움이 앞섰다.
아리바는 블랙맘바의 무서움을 가장 잘 아는 축이다. 말을 아끼지만, 뱉은 말은 반드시 지키는 존재가 블랙맘바다. 발부에 과장은 아쥐레머라 부르지 말라는 경고를 무시했다가 병신이 되었다.
당시에 발부에를 부추긴 그는 죽음의 공포를 겪었다. 무엇인가 얼굴을 둘러싸고 산소를 차단했다. 손으로 쥐어뜯어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실체 없이 가해지는 물리적 타격은 공포 그 자체였다. 그때부터 블랙맘바 포비아에 빠졌다. 무쌍을 바라보는 아리바의 눈에 두려움이 실렸다.
DGSE 리스트에 오른 세상의 모든 정치가와 종교 지도자, 사상가를 떠올렸다. 블랙맘바처럼 강력한 공감 능력을 발휘하는 자는 누구도 없다. 블랙맘바는 있는 자와 친하지 않다. 그가 생각을 바꾸어서 재력가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인다면? 세계 질서가 재편된다. 가슴에 찬바람이 지나갔다.
석유 제왕 마르주리 회장이 블랙맘바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세상이 놀라 자빠질 사건이다. 물론 자신은 보니파스 총국장을 제외한 누구에게도 입을 열지 않을 것이다. 아리바는 입을 다물라는 블랙맘바의 경고를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
‘에이썅 나도 이참에 DGSE를 사직하고 노바토피아에 합류할까? 돈도 없고 능력도 없는데 블랙맘바가 식구로 받아줄까?’
마르주리 회장이 너무 부러웠다. 겉보기엔 토탈을 얻은 블랙맘바가 봉 잡은 듯하지만, 실제로는 블랙맘바를 뒷배로 둔 마르주리 회장이 봉 잡았다. 그를 방해하는 세력은 소리 없이 제거된다. 메이저 정상에 우뚝 선 토탈이 그려졌다. DGSE가 음지와 안정된 직장이라면 노바토피아는 양지와 모험의 세계다. 아리바의 고민이 깊어졌다.
“쌈디, 노바의 재료가 뭔가? 너무 가벼워. 엇!”
노바가 마르주리의 손에서 미끄러졌다. 마호가니 마룻바닥에 손잡이만 남기고 푹 꽂혔다.
“헐!”
놀란 마르주리가 펄쩍 뛰었다. 범상치 않은 칼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예리함이 상상을 초월했다.
“고대 악어 사르코수쿠스의 이빨이다. 내가 이투리 정글에서 때려잡은 놈이다.”
터무니없는 말에 불구하고 마르주리는 한 점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뚜바이부르파와 관계된 일은 무조건 믿을 준비가 되어있었다. 쌈디의 아래위를 훑어보았다. 인간이 아니라 아이언 맨이다.
“허! 아이언 맨 쌈디와 고대 악어 사르코수쿠스의 혈투라~ 비디오로 남겨서 넷지오에 팔면 떼돈을 벌겠어.”
자신의 손목보다 굵은 350mm짜리 이빨을 가진 고대 괴물을 때려잡은 아이언 맨, 과연 와킬의 경호원다웠다.
“답상, 토탈이 얼마나 돈 많은 회사인지 모르지만, 주인님은 뚜바이부르파다. 값비싼 선물로 아가씨의 호감을 사려는 불측한 생각을 품지 마라. 주인님과 아가씨께 버르장머리없이 굴면…….”
쌈디가 말을 멈추고 뒷주머니에서 금장 베레타를 꺼냈다.
“엇, 내 피스톨!”
마르주리가 자신의 품을 더듬었다. 안주머니에 넣어둔 베레타가 사라졌다. 역시 놀라운 인간이다. 빠지직- 총열과 손잡이가 공처럼 뭉쳐지고, 스프링과 탄창이 튀어나왔다. 10만 프랑짜리 주문형 베레타가 쌈디의 손아귀에서 순식간에 고철덩이로 최후를 마쳤다.
“이렇게 된다.”
쌈디가 뻘건 눈동자를 희번덕거렸다. 쌈디는 마르주리가 마뜩잖았다. 돈 많은 부호라더니 아가씨에게 칼 한 자루 선물하고는 얼렁뚱땅 주인의 은총을 받고 가족이 되었다. 사람이 너무 쉽게 자리를 얻으면 교만해진다. 그는 무력으로 경고했다.
“자네가 겁주지 않아도 잘 알고 있다. 보물의 가치는 부여된 의미와 권위에 있다. 한낱 쇠 쪼가리에 불과한 디케가 어찌 답상에 비하겠나. 나는 답상이 토탈보다 더 소중하다네. 허허허!”
마르주리가 사람 좋은 웃음을 흘리며 답상을 뽑아서 애인 가슴 만지듯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산전수전 다 겪은 그는 쌈디의 가공할 무력이 오히려 기꺼웠다. 구성원이 강할수록 와킬의 왕국은 튼튼해진다.
‘얼래! 이 인간도 만만치 않네.’
쌈디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닭 잡을 힘도 없어 보이는 영감이 옴부티를 연상케 할 만큼 꼬장꼬장했다. 확실히 인간은 동물과 달랐다. 젊고 힘센 녀석보다 늙은이가 다루기 힘들었다.
“뚜바이부르파님, 일단 MOU는 작성해야지요.”
정신을 수습한 아리바가 장내를 정리했다. 의식은 의식이고 일은 일이다. 아리바가 MOU를 작성하고 마르주리와 무쌍이 서명했다.
[차드 도바지역 팬데 강 삼각주 광구(이하 도바 광구라 칭한다.)의 소유자 스바르드 굴베이그와 토탈사 회장 피에르 마르주리는 다음과 같이 합의한다.1. 토탈사는 도바 광구의 탐사 및 개발권을 보유하며 소요 비용은 토탈사의 계산으로 집행한다.
2. 탐사 기간은 서명일로부터 1년간으로 하며 상호 협의하에 탐사 일정을 조절할 수 있다.
3. 토탈사는 도바 광구의 지분 30%를 인수할 권리를 보유하며 신주 인수권의 대가로 20억 달러를 서명일로부터 7일 이내에 스바르드 굴베이그에 지급한다.
4. 지분 배분과 인수 가액은 광구 탐사가 완료된 시점에 국제관례에 따라서 결정한다.
5. 상업 생산 시 수익은 지분율에 따라 배분한다.
6. 차드 정부에 지급할 리베이트는 토탈사의 계산으로 처리한다.
7. 생산된 원유 판매처는 한국을 우선 협상 대상국으로 한다.
……
달라진 부분은 신주 인수권이 20%에서 30%로 늘어나고 신주인수권 대가가 10억 달러에서 20억 달러로 늘어난 부분이다. 무쌍과 마르주리가 서로 배려했다. 생산원유를 한국에 우선 공급키로 한 점은 무쌍의 노파심이 작용한 결과다. 한국은 미워도 어쩔 수 없는 조국이다.
서명을 마친 마르주리 회장의 표정이 성탄절에 바라던 선물을 받은 아이처럼 밝아졌다. 그로서는 생애 최고의 선물, 세 개의 생명을 받은 날이다. 또한, 뚜바이부르파의 식구로 인정받았으니 기쁨이 넘칠 수밖에 없었다.
“크허허허! 자금이 달랑거리던 차에 20억 달러가 굴러들어왔군요. 역시 아가씨는 복덩어리고 와킬은 마이다스의 손입니다. 허허허!”
합의서를 넘겨받은 옴부티가 파안대소했다. 와킬은 인간의 본질을 알아보는 능력이 있지만, 석유 메이저의 회장은 아무나 앉는 자리가 아니다. 주인이 노회한 늙은이에게 밀리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기대 이상의 결과를 뽑아냈다.
“어차피 누군가와는 손을 잡아야지. 보니파스의 체면을 봐서 그 정도로 끝냈다.”
“잘하셨습니다. 소인의 판단으로는 최상의 협상입니다.”
“물건이 좋은 덕분이지. 마르주리 회장을 노바 회원으로 받아들였다.”
“잘하셨습니다. 그는 노바토피아 개발에 큰 힘이 될 인물입니다.”
옴부티는 의외의 사건에 불구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주인의 결정에 의문을 표하거나 토를 다는 인물이 아니다. 주인의 결정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고, 부족한 점은 보완하면 된다. 그것이 하인의 임무다.
“마르주리 회장에게 답상이란 이름을 내렸다.”
“답상이면 두 번째군요. 보니파스 총국장은 자신이 노바 회원인지 알지도 못하잖습니까?”
“보니파스는 명색이 DGSE 총국장이다. 써펀드로 불리는 그가 노바를 받고도 모를 것 같나? 내 심중을 알고도 시침 뚝 따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 DGSE 수장인 그를 곤란하게 할 생각은 없다.”
“합당한 생각입니다. 와킬은 노바토피아에 알껍데기를 두를 생각이군요.”
“그렇다. 국가의 힘은 첫째 정보, 둘째 경제력, 셋째 무력이다. 노바토피아는 이제 세상에 드러났다. 노바토피아가 먹음직스럽게 익어갈수록 하이에나들이 침을 흘린다. 내가 노바토피아에 퍼질러 있을 수는 없다. 노바가 외곽에서 협조하고, 내부적으로는 자체 방어 역량을 길러야 한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노바토피아 주민은 사지를 빠져나온 사람들입니다. 어린애들도 죽음으로 삶의 터전을 지킨다는 결의에 차 있습니다.”
“그래야지. 에델에게 커피 드립을 가르친 바리스타가 누구지?”
“아프웨르키가 아니면 누구겠습니까? 아프웨르키가 꼬박 일 년간 하우스를 드나들며 커피 재배와 상품화를 가르쳤습니다.
“아, 그 양반을 내가 깜빡했군. 내 생전에 오늘처럼 환상적인 커피를 마셔본 적이 없었다. 한마디로 최고였다.”
무쌍이 엄지를 들어 올렸다.
“그럴 겁니다. 솔직히 에델 아가씨의 요리 솜씨는 조금 떨어지지 않습니까. 그런데 커피에 대해서는 소인이 깜짝 놀랄 정도로 뛰어난 감각이 있습니다.”
“그래?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더니, 에델이~”
“흥, 그다음 이야기는 내가 하죠.”
갑자기 뒤에서 들려온 말에 무쌍과 옴부티가 펄쩍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