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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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장 사필귀정15
칼슘채널이 열리자 전기 자극을 받은 심근의 활동 전위가 높아졌다. 두쿵- 두쿵- 미약하던 수축력이 점차 강해졌다. 심장이 혈액을 밀어내자 죽어가던 체세포가 되살아났다. 체온이 상승하고 늘어진 횡격막이 팽팽해졌다.
손바닥을 통해서 약동하는 생명이 전해졌다. 늦지 않아 다행이다. 무쌍은 기꺼운 마음으로 손을 뗐다. 한 생명을 살렸다는 충족감이 가슴에 그득히 들어찼다.
스승은 땅 팔 때 괭이 날에 굼벵이와 지렁이가 찍혀 죽을까 염려하셨다. 악당 백 명을 없애느니 산짐승 한 마리를 건사함이 큰 공덕이라는 사부의 말씀이 맞았다.
와잘란은 심장 벌모세수를 받았다. 평생 심혈관 때문에 속썩일 일이 없게 되었다. 전생에 동네를 구했는지, 마르주리만큼이나 운이 좋은 녀석이다.
횡경막이 수축해서 폐를 밀어 올렸다.
“컥, 컥!”
와잘란이 된 기침을 뱉어내고 눈을 번쩍 떴다.
“우와와! 조장님이 살아났다.”
자경대와 타격대 근무조원들이 고함쳤다. 죽은 자가 살아났다. 이적을 직접 목격한 중인이 일제히 엎드렸다.
“우리의 왕이 오셨다.”
옴부티가 소리높여 외쳤다.
“뚜바이부르파여 영원하라!”
수십 명이 외치는 고함에 요아 호수의 물결이 출렁거렸다.
후원 입구에서 법석이 벌어지고 있을 때 발터는 행동을 개시했다. 그는 휑당그레한 만찬장을 둘러보며 비죽이 웃었다. 요리사들까지 후원 입구로 몰려나가는 바람에 만찬장이 텅 비었다.
“하늘도 탕남 탕녀를 용서하지 않는군!”
어제와 오늘 연이어 일이 저절로 풀렸다. 품속에서 담배 케이스를 꺼냈다. 코히바지골로를 커팅하는 손이 살짝 떨렸다. 랑삼 치어스에 중독되면 반드시 죽는다.
수많은 사람의 가슴을 쪼개고 장기를 들어내고 팔다리를 잘라냈음은 살리기 위해서였다. 죽이자고 손을 쓴 적은 없었다. 심신을 안정시키기엔 담배보다 나은 기호품이 없다.
구수하고 향기로운 연기가 폐를 가득 채웠다. 불타오르던 가슴이 차분히 가라앉았다. 문제는 주빈석에 앉은 노바토피아의 현자들과 신의 전사들이다. 부임한 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들의 소문은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 블랙맘바와 에델이 죽으면 장내에 남았던 자신이 의심받기에 십상이다.
‘너무 긴장했군.’
주빈석을 빙글빙글 돌던 발터는 자신의 지나친 결벽증을 탓했다. 설사 블랙맘바의 부하들이 자신을 주목해도 시치미를 떼면 그만이다. 정황 증거만으론 범죄 구성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
발터는 와인잔에 아크라를 10cc 채우고 원통형 앰플에서 랑삼 치어스 캅셀을 조심스럽게 꺼내서 투입했다. 랑삼 치어스의 용매는 알코올이다. 아크라는 순수 증류주로 순도 42%의 독주다.
랑삼 치어스에 포함된 큐라레의 색소가 무색의 아크라를 연푸른빛으로 물들였다. 아크라는 수사적인 독주가 아니라 코끼리 열 마리를 독살할 수 있는 진짜 독주가 되었다.
발터는 일련의 작업을 끝내고 이마에 밴 진땀을 손바닥으로 훔쳤다. 이젠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블랙맘바와 에델이 죽일 연놈이지만, 자신은 명색이 의사다. 사람을 죽이는 작업이 즐겁지만은 않았다. 목이 타는 듯 마르고 허기도 졌다.
구수한 냄새가 후각을 자극했다. 냄새의 진원지는 블랙맘바 자리에 메인 요리로 준비된 부야베스다. 고체 연료에 졸아든 걸쭉한 육수와 큼직한 새우가 식욕을 자극했다. 요리사들의 대화가 기억났다.
‘에델이 만든 부야베스군!’
안타깝게도 부야베스의 주인은 자신이 아니라 미개한 노랑이 용병 블랙맘바다. 에델은 자신의 여자가 아니다. 다른 남자를 위해 요리하는 타락 천사다. 갑자기 가슴이 턱 막히며 눈물이 찔끔 나왔다. 자신도 모르게 스푼으로 국물을 떠먹었다. 진하고 묵직한 국물맛이 일품이다.
‘고향의 마늘 빵을 찍어 먹으면 더 좋을 텐데!’
발터는 에델과 함께 식사하는 환상에 빠졌다. 그는 홀린 듯 국물을 퍼먹었다. 한줄기 눈물이 메마른 뺨을 적셨다. 자신의 여자가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이룰 수 없는 소원이다. 죽은 여자는 부야베스를 만들지 못한다.
“엇, 이런!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어느새 부야베스 육수를 남김없이 퍼먹었다. 보울엔 물고기와 감자, 야채만 덩그러니 남았다. 블랙맘바가 알아차리면 만사휴의다. 난감해진 발터가 식탁을 훑어보았다. 부야베스와 비슷한 요리가 눈에 띄었다. 이지하나가 머리를 싸매고 고민고민해서 만들어 낸 매운탕이다.
부야베스는 육수를 별도로 먼저 우려내고, 매운탕은 육수를 별도로 우려내지 않는 차이점이 있지만, 잡고기와 야채를 우려낸 육수는 다를 것 없다.
“부야베스가 또 있었군!”
발터가 매운탕을 알 리 없다. 조금 달라 보이긴 해도 걸쭉한 육수와 불그스름한 때깔이 영판 부야베스다. 그는 망설임 없이 매운탕 육수를 에델표 부야베스에 채워넣었다.
“감쪽같군!”
발터가 비시시 웃었다. 그렇게 무쌍과 에델이 먹었을 사프란 부야베스 육수가 발터의 뱃속으로 몽땅 들어갔다.
쓸모없는 감상에 젖는 바람에 시간을 소모했다. 발터는 랑삼 치어스 용액 80%를 부야베스에 부어 넣고, 남은 액체는 와인잔 안쪽에 고루 발랐다. 유리가 연푸른빛으로 번들거렸다. 그는 국물 요리를 데우는 고체연료로 와인 잔을 건조했다. 액체가 마르자 색깔이 사라졌다.
“아디오스, 더러운 연놈은 지옥으로!”
와인잔을 에델의 자리에 놓는 것으로 작업이 끝났다.
후원 입구에서 함성이 들려왔다. 하잖은 용병 놈을 숭상하는 깜둥이들이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하긴 도마뱀도 신으로 모시는 열등한 종족이 무슨 짓을 못하겠는가. 그는 자신이 아리아 혈통을 타고났음을 하느님께 감사했다.
“만세는 개뿔이. 월세다! 멍청이들아.”
발터가 비죽이 웃으며 담배 연기를 깊숙이 빨아들였다. 만년을 살기는커녕 블랙맘바의 생명은 한 달이면 끝난다. 만찬장을 휙 둘러보았다. 자신의 행동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빌어먹을 히포크라테스의 선서 따위는 개새끼에게나 주라고.”
잠시 약해진 마음을 추스르고 발길을 돌렸다. 블랙맘바와 에델이 랑삼 치어스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감상할 일만 남았다. 짜릿함이 정수리부터 발끝을 관통했다.
“와잘란, 이런 멍청한 놈!”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아이쉐가 손바닥을 휘둘렀다.
철썩- “에쿠! 대장님 너무 아파요.”
졸지에 뺨을 맞은 와잘란이 비명을 질렀다.
“와하하!”
일제히 웃음이 터졌다.
“문제없나?”
“없습니다. 이상하게 몸이 가뿐합니다.”
와잘란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와잘란, 뚜바이부르파님이 널 살려주셨다.”
“오오! 뚜바이부르파님!”
와잘란이 오체투지했다. 와잘란은 무쌍을 처음 대면했다. 인간이되 인간이 아닌 분, 오른쪽엔 거대한 신수, 왼쪽엔 붉은 지니를 거느린 왕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혼이 나갔다.
“와잘란, 새 생명을 얻었음을 축하해요. 뚜바이부르파가 주신 새 생명을 소중히 하세요. 오늘은 그만 쉬도록 해요.”
에델이 와잘란의 어깨를 잡아 일으켰다.
“아아! 아가씨 미천한 소인의 몸에 존귀한 손을 대면 안 됩니다.”
에델이 상체를 부축하자 와잘란이 기겁해서 부르짖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 뚜바이부르파가 말씀하셨습니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다. 나는 환자의 피고름을 만지는 의사랍니다.”
에델이 와잘란의 상체를 받치고 얼굴과 가슴에 흥건한 콧물과 침, 거품을 닦아냈다. 미켈란젤로의 작품 피에타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포즈다.
“와, 자비로운 우리의 천사님!”
“뚜바이부르파여 영원하소서!”
병사들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눈물을 줄줄 흘리는 병사도 많았다. 요리사들도 눈물을 흘렸다. 신의 손을 가진 선지자와 자비의 손을 가진 아가씨, 자신의 재산을 털어서 난민을 구제하는 성자와 더러운 피 거품에 서슴없이 손대는 천사가 자신들의 왕이고 왕비다. 뉘라서 감동하지 않겠는가.
“에델, 이러다 사이비 교주가 되겠다.”
무쌍이 난감한 얼굴로 에델을 쳐다보았다.
“당신은 이미 사이비 교주예요. 루드리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 말고는 무엇이든 할 수 있잖아요.”
에델이 배시시 눈웃음쳤다.
“그것참!”
무쌍이 멋쩍은 얼굴로 하늘을 쳐다보았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했던가. 희미해져 버린 혜영의 페로몬이 안타까웠다. 나도 그저 그런 수컷인가! 사랑은 한 번뿐이라 했던 자신이 무색했다. 한편으론 낯 간지러운 감정이 어색하기만 했다.
에델의 얼굴이 몽롱해졌다. 바로 저 모습에 반했다. 알 수 없는 이적을 행하지만 언제나 인간의 자리에 남아있는 뚜바이는 사랑하지 않고는 못 배길 인간이다.
오늘 밤이 지나면 뚜바이의 소문이 노바토피아를 덮게 된다. 그가 중인의 시선에 불구하고 서슴없이 능력을 드러냈음은 양지에 자리를 잡겠다는 표시다. 사랑하는 사람이 피를 뒤집어쓰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 에델은 더없이 행복했다.
한차례 소란이 발생했지만, 와잘란이 멀쩡히 살아난 덕분에 만찬 분위기는 오히려 살아났다. MSF 의사들은 뚜바이부르파의 소생 능력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덕담과 찬양이 지나간 주빈석의 분위기는 조금 무거웠다.
“아이쉐, 와잘란이 지병이 있었나?”
무쌍이 물었다. 와잘란의 심혈관계는 별문제가 없었다. 심장은 깨끗하고 혈관을 막을 이물질도 없었다. 갑작스러운 심장마비가 이해되지 않았다.
“와잘란은 건강했어요. 자경대원은 매일 두 시간 훈련과 20km 구보를 소화해요. 심장이 약하거나 혈관에 문제가 있으면 견디기 힘든 훈련량이죠. 저도 원인을 모르겠어요.”
“모하메드,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날이 밝는 대로 사건을 조사해서 보고하라.”
“알겠습니다.”
“자경대의 위생과 의료는 누가 챙기고 있나?”
“에델 아가씨가 직접 맡고 있습니다. 에델 아가씨는 헌신적으로 병사들을 보살피고~”
“이야기가 복잡해질 것 같군. 골치 아픈 이야기가 이어지면 술맛 떨어진다. 나중에 회의실에서 듣도록 하지.”
무쌍이 옴부티의 말을 끊고 술잔을 들었다. 행여나 불똥이 에델에게 튈세라 실드치는 노인네가 안쓰러웠다.
“뚜바이, 오늘처럼 역사적인 날은 독한 술로 해야죠.”
에델이 잔에 아크라를 가득 채웠다.
“루드리는 와인으로 할까?”
무쌍이 씨아까렐로 병을 집었다.
“좋아요. 오늘은 소원을 이룬 날이거든요. 한껏 취하고 싶어요.”
에델이 와인잔을 내밀었다.
‘응?’
무쌍은 와인잔에서 미세한 파탄을 발견했다. 후원을 밝히는 나트륨등 불빛에 비친 와인잔의 굴절률이 일정치 못했다. 무쌍의 시력은 인간의 8배다. 게다가 스나이퍼의 눈은 관찰하는 눈이다.
둥- 관안이 발휘되었다. 와인잔 안쪽에 코팅된 막이 드러났다. 요리사들이 씻을 때 비누를 제대로 씻어내지 못했든 이물질이 묻었든 바람직한 상태는 아니다.
‘코히바지골로!’
예민한 후각이 공기 중에 남은 코히바지골로의 냄새를 잡았다. 주빈석에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많지만, 에델이 있는 자리에서 담배를 피울 만큼 간뎅이가 부은 사람은 없다.
무쌍은 좋은 분위기를 흐리고 싶지 않았다. 불확실성은 제거하면 된다. 쉭- 에델이 손에 쥔 와인잔이 빠져나가고 다른 와인잔이 손에 들려졌다. 공수납백의 한 수다. 누구도 무쌍의 손속을 보지 못했다. 에델 본인도 자신의 손에 든 잔이 바뀌었음을 몰랐다.
“뚜바이, 부야베스 어때요?”
“와우, 대단하다. 부야베스와 매운탕의 두 가지 맛이 동시에 느껴진다. 요리장의 솜씨가 대단하네.”
무쌍은 감탄했다. 요리는 부야베스인데 육수는 얼큰한 매운탕이다. 퓨전 요리의 진수다.
“호호호, 그 말 진짜죠?”
“그럼. 프랑스의 맛과 고향의 맛이 동시에 느껴지는군.”
“부야베스는 내가 만들었어요.”
에델의 얼굴에 자부심이 가득 실렸다.
“으잉! 정말?”
무쌍이 과장되이 반응했다.
“맞습니다. 에델 아가씨가 오후 내내 정성을 다했습니다.”
옴부티가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었다. 그토록 애써도 어영부영하던 와킬이 에델 아가씨를 인정했다.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 정도만 해도 어딘가! 에델 만세다.
잔을 번쩍 들고 외쳤다.
“뚜바이부르파님과 우리 아가씨를 위하여!”
“위하여!”
블랙컬처가 일제히 원샷했다.
‘흐흐흐, 많이 먹고 많이 마셔라. 먹고 마실 기회도 많지 않을 것이다.’
발터는 쾌재를 불렀다. 드디어 두 연놈이 랑삼 치어스를 먹었다. 빠르면 3주, 늦으면 5주 사이에 사지가 비틀리는 고통 속에 죽어간다. 발터의 얼굴이 가학적인 미소로 덮였다.
“이봐, 발터 자네 얼굴이 왜 그래?”
산부인과 담당의 해리스가 걱정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내 얼굴이 어때서?”
발터가 손으로 얼굴을 더듬었다. 흥건한 물기가 손에 묻었다.
“어, 웬 땀이야?”
사막은 해가 지는 순간부터 기온이 뚝 떨어진다. 엔네디 사하라 지역도 해가 지면 서늘해진다. 새벽녘이면 15℃ 이하로 내려간다. 땀이라니! 말도 안된다.
“해리스, 나 감기 들었나 봐. 아스피린 가진 것 있나?”
“이봐, 발터, 발터!”
해리스가 웅얼거리는 발터를 잡고 흔들었다. 뭐라고 웅얼거리는데 말을 알아들을 수 없다.
“그르륵!”
발터의 목에서 가래 끓는 소리가 새나왔다. 심장 어림에서 시작된 극통이 몸을 휩쓸었다. 사지가 마비되고 신경이 근육에서 분리되었다.
[끄으윽, 내가 왜?]말이 목구멍에서만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