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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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장 조율 좀 해주세요3
“우오오!”
“뚜바이부르파의 말씀이시다!”
함성이 터졌다. 자비롭지 않다는 뚜바이부르파의 말씀이 더 이상 자비로울 수 없었다. 65세까지 일자리를 보장해주고, 66세가 되면 국가가 노후를 책임지겠다는 약속이다.
호숫가에 모인 군중은 핍박받고 약탈당하는 삶을 견디다 못해 탈출한 난민들이다. 일자리와 주거지를 얻은 것만도 크나큰 은혜다. 은퇴후 죽을 때까지 용돈 벌이도 하고 건강히 살수 있도록 보살펴 주겠다는 뚜바이부르파의 약속은 신의 복음이다.
무쌍은 머리가 복잡했다. 노바토피아 인은 시리아에서 탈출한 쿠르드족과 정교도, 에리트레아 난민, 기타 사헬 가뭄을 피해 탈출한 난민, 수단과 콩고의 내전으로 인해 발생한 난민이다.
이들의 생활 수준은 참혹했다. 문맹자가 90% 이상이다. 그가 이적을 선보인 이유가 무식한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함이 아니던가. 유치원생에게 육조단경의 생이지지(生而知之)를 설한들 쇠귀에 경 읽기다. 노바토피아의 국시와 전반적인 정책 방향을 설명하자니 머리에서 쥐가 났다. 옴부티와 아프웨르키도 통역하느라 머리에 쥐가 나는 모양새다.
“뚜바이부르파의 가호를 받는 노바토피아에서 살아가려면 다섯 가지 의무를 지켜야 한다. 첫 번째는 나라를 지킬 의무다. 모든 국민은 만 19세가 되는 날로부터 병역의무를 진다. 남녀를 불문하고 36개월간 군복 입고 뺑이쳐야 한다. 두드러기, 하체부실, 습관성 탈골, 발치, 재해 손상, 원정 출산, 동성애자, 양심적 사유, 성격 장애, 등등 어떤 이유로도 병역 의무를 면하지 못한다. 하체가 불편한 자는 휠체어에 앉아서 사격하라. 팔이 없는 자는 발가락에 펜을 끼고 행정 업무를 보라. 군역을 마치지 않은 자는 누구도 노바토피아 공직자가 될 수 없다. 단, 중증 장애, 출산, 학업 등 피치 못할 사유가 있을시는 국방세 납부로 병역 의무를 갈음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일할 의무다. 일자리를 찾지 못한 자는 정부에서 일자리를 찾아 줄 것이다. 일하지 않는 자는 빵을 먹지 말라. 세 번째는 세금을 낼 의무다. 노바토피아에 부양가족이란 없다. 중증 장애인과 노인은 국가에서 책임질 것이며, 보육료와 교육비는 국가에서 부담한다. 적게 벌면 적은 세금을 내고 많이 벌면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 성직자도 당연히 세금을 내야 한다. 네 번째는 교육을 받아야 할 의무다. 모든 국민은 여섯 번째 생일을 넘긴 때부터 기초교육 5년, 응용교육 3년, 심화교육 3년, 총 11년간 교육을 받아야 한다. 현재 20세를 넘긴 국민은 별도의 국민교육을 받아야 한다. 다섯 번째 의무는 환경 보전 의무다. 여러분은 들어 본 적도 없는 말일 것이다. 한 마디로 자연 상태를 훼손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서 요아 호수에 분뇨를 버리거나 방풍림 나무를 베거나 바위에 이름을 새기는 따위의 행위를 하면 처벌받는다.”
공진파에 실린 굉량한 음성이 우르릉 울렸다.
“뚜바이부르파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군중이 일제히 외쳤다. 뚜바이부르파의 말씀은 말이 의무지 권리다. 비참한 삶을 살아온 그들로서는 천국의 문을 열어젖히는 복음이다.
“나는 내가 딛고 선 바위를 잘랐다. 이는 환경 보전 의무를 위반한 행위로 벌을 받아 마땅하다. 이 자리에서 벌금 1천 프랑을 납부하고 태형을 받겠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무쌍이 말을 끊고 군중을 둘러보았다. 장내가 소란스러워졌다. 쓸모없는 바위 따위를 부수든 자르든 죄가 안 된다는 주장, 뚜바이부르파가 죄라고 말씀하셨으니 죄라는 주장, 신의 행위는 무오류라는 주장, 신을 감히 벌할 수 있느냐는 주장 등등. 곳곳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무쌍은 군중이 나름의 결론을 도출하도록 기다렸다. 이들은 수동적인 삶을 버리고 능동적인 삶을 살아야 할 노바토피아 국민이다. 대충 결론이 났나 보다. 앞줄에 앉은 중년 남자가 소리높여 외쳤다.
“뚜바이부르파시여, 뚜바이부르파는 홀로 오롯한 존재입니다. 무식하고 어리석은 국민은 감히 판단하지 못합니다. 소인들은 지켜야 할 의무와 법의 엄정함을 잘 알았습니다. 두렵고 무서운 말씀을 거두어 주소서.”
“거두어 주소서!”
군중이 일제히 엎드려서 한목소리로 외쳤다.
‘이러면 곤란한데!’
무쌍은 난감했다. 이들은 환경 보전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다. 뚜바이부르파도 환경을 망가뜨리면 벌 받는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으나 강행하면 일대 혼란이 벌어질 상황이다.
“국민의 뜻에 따라 벌금만 납부하고 태형은 미루겠다. 이 바위 기둥의 이름을 라훌라(골칫덩이)로 정하고 환경 보전의 경계로 삼겠노라. 여러분은 나무 한 그루, 돌 한 개도 소중히 여기기 바란다.”
“뚜바이부르파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앞서 말한 국민의 다섯 가지 의무를 지키지 못하면 처벌을 받게 된다. 여러분은 위대한 노바토피아 국민이다. 스스로 자긍심을 지키기 바란다. 국민의 의무가 있으면 당연히 권리가 있다. 국민의 의무는 동시에 권리다. 노바토피아는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국시로 하는 나라다. 노바토피아 인은 존엄한 인간으로 대우받을 권리, 자신의 행복을 추구할 권리, 자유롭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 자신이 믿고 싶은 종교를 믿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마음 맞는 사람끼리 사랑하고 결혼하라.”
“뚜바이부르파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존엄과 자유는 법률로 정하고, 목청 높인다고 얻어지지 않는다. 타인을 나와 동등하게 여기는 데서 출발한다. 다르다는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 피부 색깔이 다르고, 민족이 다르고, 종교가 달라도 노바토피아 인이 되는 순간부터 여러분은 하나다. 존중받고 싶으면 존중하라. 사랑받고 싶으면 사랑하라. 내가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 강요하지 마라. 다 함께 잘 살자. 자신의 입맛에 딱 맞는 사람은 꿈이나 소설에만 존재한다. 별다른 사람 없다. 서로가 부족한 부분을 메꾸어주면 함께 행복해진다. 젊은 청춘들도 내 입맛에 딱 맞는 사람만 찾지 말고 대충 자신과 맞는 사람을 골라서 사랑하고 자식을 만들기 바란다.”
“뚜바이부르파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국민의 의무와 권리를 정한 법률이 곧 공표될 것이다. 노바토피아는 차별 없고 특권 없는 나라다. 혹세무민하는 사이비 종교가 아니라면 모든 종교는 자유다. 성직자 여러분은 새됐다. 여러분은 ‘맑은 가난’을 지켜야 한다. 맑은 가난이란 욕심을 내려놓는다는 뜻이다. 성직자도 인간이며 인간은 욕심을 내려놓을 수 없는 존재다. 나는 강제로 성직자와 종교 재산을 분리할 것이다. 성직자는 기부금을 구경도 못 하고 일정 급여를 받아야 한다. 부자가 되고 싶은 자는 일찌감치 성직을 포기하기 바란다. 정치인과 관료도 새됐다. 공직자의 급여는 노바토피아 근로자의 평균 급여에 연동해서 책정된다. 성과급은 노바토피아인의 삶의 질에 따라 책정된다. 시민이 잘살고 행복할수록 공직자의 주머니도 두둑해진다. 국민의 생활 수준이 낮아지면 공직자도 손가락 빨아야 한다. 이에 대한 평가는 왕실과 국민이 할 것이다. 공직자는 힘들어 죽을 만큼 빡세게 일해야 한다. 게으른 자는 일찌감치 포기하기 바란다. 또한 공직자는 청렴 의무를 진다. 청렴하라고 해도 가질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청렴하기란 힘든 일이다. 뇌물, 독직과 관련된 정치인과 관료는 가중 처벌받고 처먹은 뇌물의 다섯배를 추징당한다. 정치 기부금은 별도의 독립기관에서 개인별로 관리할 것이다. 탐욕을 절제할 자신이 없는 자는 깨끗이 포기하기 바란다.”
“뚜바이부르파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무쌍은 그로부터 한 시간 동안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대해 설명하고 연설 말미를 이렇게 맺었다.
“여러분은 노바토피아를 건설하느라 꿈도 꾸지 못하고 곯아떨어질 것이다. 대신 깨어있을 때 꿈을 꾸어라. 꽃이 진자리에 열매가 맺힌다. 이 땅은 여러분의 후손이 살아갈 땅이다. 후손이 여러분이 피어 올린 꽃의 열매를 수확할 것이다.
“뚜바이부르파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인간이 인간다운 이유는 사랑할 줄 알기 때문이다.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가장 위대한 정신작용은 사랑이다. 인간은 쉽게 증오하면서 사랑은 어렵게 한다. 백 년도 못사는 짧은 인생이다. 사랑하기도 바쁜데 미워할 시간이 있는가? 여러분은 자신을 사랑하고, 가족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고, 나라를 사랑하라. 그리고 남는 사랑이 있으면 나 뚜바이부르파에게 조금 나눠주기 바란다. 나 뚜바이부르파는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자다. 내 눈은 여러분이 만들어가는 꿈을 지켜볼 것이며, 내 귀는 여러분의 한숨을 들을 것이며 내 코는 여러분의 땀 냄새를 맡을 것이다.”
“뚜바이부르파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위대한 영혼을 찬양하라!”
군중의 힘찬 후렴이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무쌍은 죽음의 천사에서 위대한 영혼으로 탈바꿈했다.
그렇게 요가 호수의 연설은 끝을 맺었다. 무쌍과 가신들은 모두 떠났지만 ‘뚜바이부르파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는 군중의 연호는 그칠 줄 몰랐다. 그로부터 노바토피아의 법률과 관습은 ‘뚜바이부르파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로 시작되고 끝맺은 특이한 형태로 제정되었다.
군중은 자리를 떠날 줄 몰랐다. 밤이 깊어가자 요아 호수 동안에 펼쳐진 2.5km 에르그는 광란의 축제장으로 바뀌었다. 술이 무한정으로 공급되고 폭죽이 터졌다.
짧은 티셔츠와 핫팬츠마저 벗어 던진 여자가 속출하고 건장한 몸을 드러낸 청년이 미친 듯이 스텝을 밟았다. 푸른 만월이 호수와 사막, 광란하는 인간들을 무심히 내려보았다.
여명이 밝을 때까지 주민은 계속 모여들었다. ‘위대한 영혼’ 뚜바이부르파를 만난 감동과 여운은 레 미제라블의 축제장이 되었다. ‘뚜바이부르파 사가’는 이날을 노바토피아 최대 축제이자 명절인 ‘플레 린 꼬깐(만월 축제)’의 첫날로 기록했다.
광란의 축제가 정점으로 치달을 무렵, 숙면에 든 무쌍의 눈이 살짝 떠졌다. 방안의 공기 유동이 감지되었다. 디노와 쌈디가 지키는 와킬의 방은 모기 한 마리 스며들지 못한다. 무단 침입할 존재는 뻔했다.
방안에 들어선 존재는 미동도 않았다. 은은한 말리향(茉莉香) 냄새가 풍겼다. 재스민 향은 어머니와 혜영에게서 풍기던 향기다. 루드리 에델은 자신이 들려준 어머니 이야기를 듣고 향수를 바꾸었다. 갑자기 가슴이 바늘로 찌른 듯 아렸다.
[잘 지내고 있나요? 진심을 말해주세요.여의치 못한 건 아닌지, 말해주면 안 되나요?
줄곧 걱정하고 있어요.
종종 소식을 전해 듣고 있지만, 왠지 마음이 안 놓여요.
늘 많은 걸 가졌다고 말하죠.
그러면서 속으로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고 말하죠.
꿈속에 남은 건 말리꽃 향기뿐,
예전으로 돌아가요. 진정한 즐거움을 껴안고 싶어요.]
그녀가 즐겨 부르던 ‘재스민 플라워’다. 히라니와 정원이 있는 2층 적산가옥, 앙증맞은 연못가에 앉아 노래를 부르던 섬연한 그녀가 그린 듯 의식 표면에 떠올랐다. 사춘기를 온통 채워버린 말리향 페로몬이 코끝을 스쳤다. 뻐꾸기 소리와 함께 다가와서 악마적인 열락과 번뇌를 심어놓고 떠나버린 그녀, 황폐한 영혼을 채워준 인연의 사슬은 고래 힘줄처럼 질겼다.
바닥 없는 늪이 되었던 그녀가 홀로그램으로 떠올랐다. 젖은 듯 길고 짙은 속눈썹, 맑다 못해 푸른빛이 나는 다갈색의 눈동자, 물결치듯 날리던 긴 생머리, 이지적인 이마, 동양인치고는 높은 코, 야무진 입꼬리를 가진 도톰한 입술, 노천명의 시를 떠올리게 하는 하얗고 긴 목, 그 모든 것을 지탱하는 좁은 어깨, 가는 다리가 선형적으로 떠올랐다.
싱그러운 여체 본연의 냄새가 훅 끼쳤다. 질기게 남아있는 기대와 미련이 툭 끊어졌다. 뻐꾸기 둥지에서 말리꽃 노래가 아스라이 스러졌다.
“뚜바이, 내가 침대에 올라가야 하나요?”
에델의 목소리가 떨렸다. 영혼을 사랑한다고 믿었는데 육체가 이토록 강렬히 그를 원할 줄은 몰랐다. 수치를 무릅쓰고 침실을 찾았건만 그녀의 님은 야속했다.
“루드리, 나는 사랑하는 여자가 있다.”
무쌍이 한숨 쉬듯 말했다. 침실로 찾아온 처녀에게 할 말이 아니다. 아니 잔인한 말이지만, 해야만 했다. 유치하지만 혜영에 대한 마지막 의리다. 또한, 어머니를 남겨두고 허망하게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트라우마다. 행여나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자신이 먼저 떠나면 어쩌나 하는 지극히 원초적인 두려움이 남아있다.
“뚜바이,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과 얼른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라고 연설했어요. 힘없는 여자는 감히 뚜바이부르파의 가르침을 외면할 수 없답니다. 나는 당신을 원해요. 사랑하는 사람과 하루를 보내고 평생을 후회해도 좋아요. 아니 후회하지 않아요. 날이 밝으면 당신은 떠나겠지요. 남은 생을 살아가는 동안 당신 그림자만 안고 살아도 좋아요. 나는 후회하지 않아요.”
에델이 노래 부르듯이 말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철같은 팔이 한 줌밖에 안 되는 허리를 낚아챘다.
“에델, 나는 보통 인간이 아니다. 힘들지도 모른다.”
“여자를 너무 우습게 보는군요. 잠자리에서는 일 톤의 무게도 견디는 게 여자에요. 의사인 나도 이유는 몰라요. 킥킥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