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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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장 사라진 두더지 2
깨비텐은 머리에 쥐가 나도록 생각을 거듭했지만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깨비텐이 공용 헤드셋을 열었다.
– 적은 중대 규모 이상이다. 각자 자신의 생각을 말하라.
– 부리머입니다. 스토커를 달고 다니기는 싫습니다.
– 모리스입니다. 블랙의 의견에 따르겠습니다.
– 에밀입니다. 블랙의 의견에 따르겠습니다.
– 장쒼입니다. 블랙의 의견에 따르겠습니다.
– 허, 블랙맘바가 대세군. 블랙 어떻게 할 텐가?
– 블랙맘바다. 걱정 없다. 중화기로 놈들의 돌격만 저지해라. 10분 이내에 쓸어버릴 수 있다.
– 허, 말만 들어도 속이 시원하군. 모두들 싸우고 싶어 안달 난 십대군. 좋아, 나도 스토커는 싫어. 공격은 블랙맘바부터 시작한다. 블랙, 별도 지시 없다. 스스로 판단해서 쓸어버려라.
– 옛썰
– 모리스, 크레모아 격발후 기관총을 잡아라.
– 옛썰
– 장쒼, 옴부티 도움을 받아라. 포탄이 쇼트나면 무반동포를잡아라.
– 옛썰
– 옴부티, 장쒼을 도와주시오.
– 알겠소.
– 부리머 ASG를 잡아라.
– 옛썰
– 저격은 블랙맘바가 전담한다. 나와 에밀은 기관총 교차사격을 맡는다. 부리머 M60탄약 챙겼나?
-옛썰
깨비텐은 팀원들에게 일일이 임무를 지시해 주었다.
리더는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후방에서 박격포를 준비하는 장쒼에게 옴부티를 탄약수로 붙여주어야 할 정도로 인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는 과감하게 주특기를 포기했다.
스나이퍼의 본령은 특정 목표의 일발 필사다. 숫자를 앞세워 돌격하는 적을 저지하기엔 취약하다. 시야를 제한받는 야간에는 연타 능력이 크게 떨어진다.
대원들의 임무는 돌격저지다. 스나이핑은 전적으로 블랙맘바의 몫이다. 프롤리나트가 어둠을 자신의 편이라 생각하겠지만 천만의 이야기다. 어둠은 블랙맘바가 마음껏 날뛸 수 있는 장막이다.
블랙맘바는 개활지에서 분당 수 십 명을 알라에게 보낼 수 있는 무지막지한 스나이퍼다.
고속유탄 발사기 획득은 천운이었다. 크레모아와 지뢰로 적을 흔든 다음 지원화기와 포격으로 적을 찢어 놓는다. 블랙맘바는 주간 야간을 가리지 않는 전천후 스나이퍼다. 장쒼의 박격포와 ASG17의 화력으로 돌격을 저지하면 승산은 충분했다.
깨비텐은 자신만만했다.
블랙맘바는 끝없이 늘어나는 녹색 점을 무심하게 들여다보았다. 드라구노프에 달린 고정 4배율로는 적의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었다. 선두는 이미 1000m 이내로 들어왔다. 그는 적의 본대가 600m에 들어오는 시점을 저격 타이밍으로 잡았다.
덜큰한 땀 냄새와 쉰내가 몰려들었다. 재촉하는 낮은 말소리도 들렸다. 죽지 않으려면 죽여야 할 시간이 찾아왔다.
저격 일 순위는 조명탄을 날리는 놈이다.
박격포 투발 조명탄은 일만 캔들 이상이다. 동료들은 전원 광증폭 야시경을 착용한 상태다. 수 만 배로 증폭된 빛에 시신경이 타 버릴 위험이 높다.
이 순위는 중화기, 삼 순위는 지휘관이다.
개인 화기를 든 놈들은 300m 방어선 도달 전에 쓸어버리면 된다. 300m는 AK명중률을 무시해도 될 거리다.
무장 군인의 돌격 속도는 초당 5~7m, 600m지점에서 저격을 시작하면 돌격 거리인 300m지점까지 60~70명을 저격할 수 있다.
300m이내에 들어 온 적은 초당 1~2명을 저격할 수 있다. 2분이면 100명을 쓸어버릴 수 있다. 동료들이 3분만 돌격 저지를 해 주면 된다.
전투 시뮬레이션을 하던 블랙맘바가 멈칫했다.
어릴 때 봇도랑에서 송사리를 몰아 잡을 때처럼 아무런 가책이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이래도 되는 걸까?’
목탁을 놓고 총을 잡은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렇게 되었나!
몇 명을 어떻게 죽일지 냉정하게 계산하는 자신이 생경했다. 언제부터 살인에 무감각해 졌을까?
4년전, 도끼를 휘두를때 이미 피에 젖었던가?
갑자기 자신이 낯설어졌다. 몇 분 후면 또다시 수많은 인간이 그의 손에 죽는다.
얼마나 무거운 업보를 짊어졌기에 사람 백정이 되었을까!
개미조차 밟지 않으려고 조심하는 스승님의 모습이 뇌리를 스쳐갔다.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구름이 잔뜩 끼었다. 흐릿한 별들이 모래바람에 껌벅거렸다. 엄마는 혼이 깨끗한 사람이 죽으면 하늘에 올라가 별이 된다고 했다. 내가 죽인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사체는 동물의 배를 채워주고, 버려진 백(魄)은 거친 황야를 떠돌다 덧없이 흩어질 것이다.
스승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업이란 저어함일 따름이다. 네놈이 나 몰래 멧돼지를 잡아 먹는 줄 몰라서 말을 않는 줄 알았더냐? 네놈에게 저어함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개미의 죽음에도 저어함이 있으니 피하려 애쓸 따름이다. 모든 것이 마음에 달렸느니라. 땡초도 못되는 주제에 중 흉내 내지 말거라.’
“스승님, 지가 마구니입니다. 저는 제 길을 갑니다.”
그는 소리 낮춰 중얼거렸다.
그렇다. 나는 전투 용병이다. 적의 머리를 박살내고 가슴에 구멍을 내는 군인이다. 내 마음에 저어함이 없으면 된다. 블랙맘바는 잡념과 상념의 찌꺼기를 훌훌 털어냈다.
모래바람도 숨을 죽인 토코툼 평원, 상현달이 동쪽 하늘에 둥실 걸렸다. 블랙맘바는 야시경을 탈거해서 백팩에 밀어 넣었다. 녹색 세계가 흑백으로 바뀌었다.
파트너인 에밀은 기관총을 잡고 옴부티는 장쒼을 돕기 위해 후방으로 빠졌다. 그는 드라구노프 20발 탄창 10개를 준비했다. 탄입대에 탄창 5개를 남겨두고 엄폐호 전면에 5개를 나란히 늘어놓았다. 제발 쿠크리에 피를 묻히지 않기만을 바랐다.
‘선발대? 제법 신중한 척 하는 놈이네.’
혼이 난 아무드는 신중했다. 본대를 대기시키고 선발대 열 명을 먼저 내보냈다.
블랙맘바가 공용 헤드셋을 열었다.
-선발대다. 통과시켜라. 본대가 움직이면 시작한다.
-알았다. 블랙이 처리하라.
선발대가 인계 철선인 300미터 지점에 접근하자 본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검은 형체가 허리를 바짝 숙이고 빠른 속도로 접근했다. 희끄무레한 달빛아래 지그재그로 돌진하는 모습이 훤히 보였다.
-시작한다.
블랙맘바가 소음기를 끼운 파무스를 들었다. 근거리 저격은 소음이 적고 총신이 짧은 파무스가 효과적이다. 선발대가 200m지점에 진입했다.
휘스스-
한차례 모래바람이 지나가자 파무스가 불을 뿜었다.
퍼퍼퍽- 모래자루를 몽둥이로 후려치는 소리가 시간차없이 울렸다. 블랙맘바 특유의 3연타 저격이다. 총구 흔들림을 제어할 수 있다손 치더라도 동체 시력이 따라가지 못하면 불가능한 스나이핑이다.
총성 세 발에 세 명의 머리가 터져 나갔다.
하나같이 귓바퀴 상방의 뇌간이 뚫렸다. 뇌간은 뇌와 척수를 이어주는 줄기 역할을 하는 부위다. 위치는 귓바퀴 뒤쪽 오목한 부분이다.
뇌간은 호흡, 맥박, 혈압등 생명 유지 장치 제어와 운동 감각신호 통로다. 뇌간이 파괴되면 시쳇말로 즉사다. 고통을 느낄 틈도 없이 바로 지옥으로 가든 천국으로 가든 결정된다.
블랙맘바는 고교 시절에 인체구조를 3년이나 공부했다. 뇌간은 피탄 면적이 좁지만 확실하게 보낼 수 있다. 고통없이 보내주는 것이야말로 자신이 베풀어 줄 수 있는 유일한 자비다.
게릴라들이 황급히 땅바닥에 몸을 던졌다. 이미 늦었다. 200미터 거리면 바로 눈앞에 총구를 대고 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블랙맘바다.
뇌간이 파괴된 프롤리나트 병사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나뒹굴었다. 단 5초 만에 반군 선발대 열 명이 소리 없이 제거되었다. 아무드는 선발대의 불행을 알아차리지도 못했다.
본대가 10명 단위로 산개해서 축차 돌격했다.
중대병력의 일제 돌격은 대단히 위협적이다. 특히 야간에 산개 돌격하는 적습은 포격으로도 저지하기 어렵다. 한국전의 중공군, 베트남전의 베트콩이 그랬다. 야간 돌격전의 공포를 절감한 미군이 새로운 야전 교범을 내놓을 정도였다.
깨비텐은 눈알을 야시경 렌즈에 박아 넣을 듯이 집중했다. 푸른 달빛아래 땅바닥에 퍽퍽 엎어지는 열 명의 병사가 초현실주의 화폭처럼 펼쳐졌다. 뒤이어 수많은 점이 밀물처럼 밀려들었다. 깨비텐은 숨이 턱 막혔다.
아무드군이 600m지점의 인계철선을 넘는 순간, 블랙맘바의 드라구노프가 불을 뿜기 시작했다.
퍽 퍽 퍽- 특유의 3발 세트 묶음 연타다. 선두의 게릴라가 우르르 쓰러지기 시작했다.
“우오오!”
저격이 시작되자 기도비닉을 포기한 반군 병사들이 특유의 함성을 지르며 맹렬히 돌격했다. 모리스는 적이 인계철선에 진입하자 가차 없이 격발기를 눌렀다.
“죽어랏, 지겨운 놈들.”
도폭선을 타고 달린 강력한 전압이 C4를 폭발시켰다.
쿠쿠쿵-
설치 방향이 다른 일곱 세트를 제외한 3세트의 크레모아가 동시에 터졌다. 폭음이 사막을 우르르 흔들었다. 수천 개의 스틸 베어링이 연약한 인간의 육신을 찢어 발겼다. 수 십 명이 일시에 나뒹굴었다.
“오 예!”
모리스는 격발기를 집어 던지고 드라구노프를 잡았다. 설치 방향이 다른 크레모아 7세트는 무용지물이다. 야간 저격이 쉽지 않지만 블랙맘바의 저격을 가려줄 조공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
“우오오, 알라, 알라!”
잠시 주춤한 반군이 함성과 함께 일제 돌격을 시작했다.
전장 관측을 하던 깨비텐이 바빠졌다.
-장쒼 효력사 때려 320 424방향
퐁-
-부리머 11시 방향 520m다.
퉁- 퉁- 퉁-
박격포 고폭탄과 부리머의 ASG17유탄이 돌격하는 반군의 머리위에 스틸 레인을 흩뿌렸다.
장쒼이 쉼 없이 고폭탄을 날렸지만 산개 돌격하는 적에게 박격포는 그리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부리머 좋다. 12시 방향 530미터
퉁- 퉁- 퉁-
ASG17은 사거리 1700미터에 분당 50발의 펀치를 날리는 최신형 소련제 고속유탄발사기다. 30mm유탄의 위력은 수류탄의 절반이다. 반군의 머리위에 스틸 레인이 쏟아져 내렸다. 줄지어 날아간 유탄이 터질 때마다 1~2명의 적이 쓰러졌다. 비산된 모래와 흙이 시체와 뒤섞여 지옥을 연출했다.
-깨비텐 이거 죽입니다.
부리머가 신이 났다.
-부리머, 말할 시간에 놈들을 저지해. 잡을 생각 말고 저지를 하란 말이야.
-옛썰
깨비텐에게 잔소리를 들은 부리머가 반군의 전면에 탄막을 쳤다. 돌격이 둔해지는 만큼 블랙맘바의 총탄에 쓰러지는 아무드군이 급격히 늘어났다.
“빌어먹을!”
전장을 살피던 아무드가 신음을 흘렸다.
놈들이 신나게 날리는 유탄이 탈취당한 자신의 무기다. 기르던 개에게 물린 기분이었다. 속이 뒤집어 질 것 같았다.
“망할 놈의 스나이퍼팀!”
유탄으로 인한 피해도 크지만 저격에 당하는 부하가 훨씬 많았다. 끔찍할 정도로 정확한 스나이핑이다. 그는 단 일인에 의한 저격이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줄지어 쓰러지는 부하들을 보고 있자니 머리가 어질어질해졌다. 교활한 프로그가 병력을 빼는척하면서 스나이퍼팀을 배치했을 줄은 몰랐다.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다.
“우오오, 알라 알라!”
유탄과 기관총 탄막에 불구하고 3군 병사들이 무섭게 돌진했다.
“박격포, RPG!”
아무드가 고함을 질렀다.
정신을 차린 아무드군이 RPG와 박격포를 날리기 시작했다.
“돌격대는 은폐후 돌격하라.”
아무드의 고함이 쩌렁 울렸다.
부하들이 이성을 잃었다. 저격병이 배치되면 3초 이내의 돌격후 은폐하라는 행동 요령을 깡그리 잊었다. 무조건 돌격하는 한심한 작태에 열불이 뻗쳤다.
꽝- 꽈앙-
화염을 포착해서 어림잡아 쏘는 포격이다. RPG는 조준 경을 달 경우 유효사거리가 300m안쪽이다. 닥치고 쏘면 600m이상 날아간다.
유효타를 내지 못했지만 박격포 3문과 다수의 RPG사격은 상당히 위협적이었다. 기관총을 잡은 에밀과 깨비텐이 고개를 들지 못했다.
탄 박스를 쳐다보는 장쒼의 눈에 아쉬움이 스쳤다. 남아 있던 고폭탄 두 박스 반, 10발이 1분 만에 쇼트 났다. 장쒼은 꿩대신 닭으로 무반동포를 집어 들었다.
장쒼의 부사수 역할을 맡은 옴부티도 나름 바쁘게 움직였다. 고폭탄이 쇼트나자 그는 잽싸게 블랙맘바의 엄폐호로 기어들었다. 블랙맘바는 30초면 20발 탄창을 비운다. 탄창 10개는 순식간에 바닥난다.
옴부티는 정신없이 탄창에 탄환을 채웠다. 블랙맘바가 탄창을 비우면 잽싸게 총기를 넘겨받고 삽탄된 드라구노프를 넘겨주었다.
옴부티는 블랙맘바의 조수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다. 옴부티의 조력을 받은 블랙맘바의 저격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프롤리나트는 300미터 인계철선을 넘지 못했다.
“으아악! 빌어먹을”
분노를 참지 못한 아무드가 괴성을 질렀다.
땅바닥에 뒹구는 놈은 전부 자신의 부하다. 어둠을 틈타서 보급품을 탈취하고 프로그 잔당을 때려잡겠다는 야무진 기도를 알라가 외면했다.
아무드는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용병들은 은폐 엄폐된 반면 아무드의 병력은 개활지에서 닥돌을 했다. 용병들은 전원 야시경을 착용한 반면 아무드의 병력은 맨눈이다. 장비의 차이는 경험으로 메울 수 없을 만큼 컸다. 야행성 맹수 블랙맘바의 존재야말로 아무드의 불운이었다.
블랙맘바가 타깃을 박격포와 RPG 사수로 바꾸었다.
껑 껑 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