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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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장 조율 좀 해주세요5
방역 작업을 마친 디노가 현관 앞에 버티고 서서 앞발을 흔들었다. 누구든 집안에 들어갈 기미가 보이면 혼을 내주겠다는 메시지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질을 당한 일동은 끽소리 못하고 한숨만 푹푹 쉬었다. 켈베로스 만큼이나 살벌한 놈이 버티고 있는데 어쩔 것인가.
“흐흐흐!”
쌈디가 음흉한 웃음을 날렸다. 자신이 쫓아냈으면 불평불만을 쏟아냈을 인간들이다. 일일이 설명하자면 머리에 쥐난다. 설명하기도 난처했다. ‘주인이 작업 중이니 자리를 피해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 한 대씩 쥐어박으면 조용해지겠지만, 가족을 때릴 수는 없다.
디노는 짐승이라기엔 거시기한 놈이지만, 어쨌든 짐승이다. 살벌한 눈깔을 불량스럽게 굴리는 말 못하는 짐승에게 뭐라 할 것인가. 대우선사의 불력으로 이지를 되찾은 쌈디는 시간이 지날수록 잔머리가 늘어갔다.
쿵- 하우스가 우르르 흔들렸다.
“이키!”
놀란 쌈디가 고용인들을 호수로 몰고 갔다. 영문을 아는 사람은 환해진 얼굴로, 영문을 모르는 사람은 벌레 씹은 얼굴로 돼지 몰리듯 호숫가로 쫓겨났다.
단단히 각오했지만 심했다. 너무 심했다. 에델의 얼굴이 일그러지자 흠칫한 존슨이 후퇴했다. 혼미한 중에도 에델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놓치면 하늘이 무너질 것 같았다. 아니 평생 후회할 것 같은 위기감이 들었다.
‘설마, 하느님도 자식을 키우는데 죽기야 하겠어!’
에델은 다부지게 마음먹고 다리로 허리를 감아서 바짝 당기며 엉덩이를 치켜들었다. 번개가 신체 중앙을 관통했다.
“큭!”
부지불식간에 비명이 터졌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지만, 신체가 관통되는 고통은 말로 표현이 불가능했다. 거대한 말뚝을 해머로 그곳에 때려 박는 느낌이랄까. 질끈 감은 눈앞에 수천수만 줄기의 번개가 작열했다.
무쌍은 혜영의 조련을 받을 만큼 받았지만, 에델은 남자와 키스 경험도 없는 숫처녀다. 아는 것과 당하는 것의 차이는 전혀 다르다. 첫 경험의 고통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존슨보다 스킬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러나 제아무리 정교한 스킬도 압도적인 피지컬을 넘볼 수는 없다. 절구는 부젓가락이 아니라 절굿공이로 찧어야 한다. 에델은 위대한 존슨의 입장에 삼혼칠백이 달아났다.
‘아빠, 나 이제 죽나 봐요! 조율하기엔 너무 커요.’
그녀는 필생의 힘을 다해서 등을 껴안고 부들부들 떨었다. 쏴아아- 존슨을 통로 삼아서 공진파가 에델의 신체로 쏟아져 들어갔다.
공진파는 그곳의 손상된 조직을 치유하고 사지 백해로 퍼져나갔다. 세포가 분자 단위로 진동하고 쌓여있던 노폐물이 순식간에 분해되었다. 활력을 찾은 세포가 영양을 원했다. 혈액이 산소와 포도당을 싣고 맹렬히 치달렸다.
“아아아~”
섹스의 쾌감과는 별개의 열락이 에델의 몸을 휩쓸었다. 신체가 최상의 상태로 업그레이드되는 열락은 인간이 줄 수 있는 기쁨이 아니다. 에델은 자신도 모르게 긴 신음을 뱉었다.
하느님은 위대했다. 아니 진화의 힘은 위대했다. 벌모세수받은 신체가 에쿠스에 적응했다. 극통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에델은 영혼이 충족되는 쾌감에 몸부림쳤다.
기다림의 시간은 힘들었지만, 보상은 넘치고 넘쳤다. 에델은 한순간에 18세 방년의 신체로 돌아갔다. 섹스 한 번으로 십년이 젊어진다는 소문이 퍼지면? 무쌍에게 여난이 아니라 수천만의 여겁(女刦)이 닥칠 노릇이다.
침대는 끈적한 신음과 열기, 음란한 향취로 가득 찼다. 옴부티가 어렵게 수입한 한국산 에어컨이 열심히 찬바람을 토했지만 열기를 식히지 못했다.
“아악, 또?”
에델이 비명을 질렀다. 그로부터 여명이 틀 때까지 침대가 몸살을 앓았다. 침대만이 아니다. 요아 하우스가 시시때때로 지진이 난 듯 흔들렸다.
6년간 마법사로 살아온, 고기 맛 아는 행자승이 질 좋은 고기를 남길 리 없다. 순진한 귀족 영애는 처녀 딱지, 아니 학을 떼었다. 무쌍은 밝아오는 여명이 아쉬웠지만, 그녀는 진심으로 반겼다. 죽어도 좋다고들 하지만, 실제로 죽고 싶은 사람은 없는 법이다.
간밤에 역사가 만들어졌든 조율이 파토났든 태양은 변함없이 떠올랐다. 요아 하우스는 쥐죽은 듯 조용했다. 평소 일출 시각 전에 조반을 끝내고 일과를 시작하지만, 태양이 지평선 위로 한 발이나 솟았지만 가람거미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요아 하우스 응접실 테라스, 두 개의 흔들의자 중에 한 개만 주인을 맞았다. 나란히 놓인 흔들의자의 주인은 포식한 암사자처럼 깊이 잠들어 있다. 무쌍은 방만한 자세로 흔들의자에 앉아서 건들거렸다.
“니미 조또, 노가다만 했네.”
무쌍이 찌뿌둥한 얼굴로 투덜거렸다. 강철 몽둥이로 유리그릇을 다루는 일이 쉬울 리 없다. 인간의 신체로는 에피듐의 힘과 정력을 버텨내지 못한다. 조심하느라 쌓인 욕구도 제대로 못 풀었다. 지금보다 훨씬 약했을 때도 혜영이 진저리쳤다. 적응에 몇 달이 걸렸다.
게다가 이투리 정글에서 타란툴라 괴물이 주입한 막대한 양의 독액이 문제였다. 독액 성분인 아트락스는 비아그라를 십배능가하는 천연 발기제다. 존슨으로 수레바퀴를 돌렸다는 노애는 아무것도 아니다. 존슨으로 바위에 구멍을 파게 생겼다.
에델은 며칠 운신이 힘들겠지만, 체내 노폐물이 모두 타버렸다. 체력과 면역력이 부쩍 좋아진 에델은 감기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자신은 얻은 것 없이 에델만 땡 잡았다. 한편으론 연약한 몸으로 버텨낸 에델이 사랑스러웠다.
“조율이라~ 루드리는 조율 받았지만, 나는 우짜라고! 노바토피아는 운명인가?”
무쌍이 한숨을 푹 쉬었다. 자신은 호모 사피엔스 에피듐이다. 자손을 남길 수 있을지는 차치하고 한 여자로는 턱도 없다. 아차 하면 사랑하는 사람을 잡을 판이다. 이번에 확실히 알았다. 자신은 한 여자와 알콩달콩 살기엔 틀렸다.
아내를 여럿 얻는다? 한국에서는 법적인 문제를 떠나서 시선이 따가워서라도 곤란하지만, 노바토피아에서 거칠 것 없다. 자신이 법이다.
“옴부티와 바크리가 좋아 날뛰겠군. 흐흐흐!”
웃음이 피식 나왔다.
막 떠오른 태양이 쏟아부은 빛의 창날이 호수 면을 물비늘로 가득 채웠다. 눈아래 펼쳐진 에메랄드빛 호수, 호수를 둘러싼 종려나무와 키 큰 갈대숲, 호수 너머 펼쳐진 에르그와 레그, 우뚝우뚝 서있는 기묘한 무쉬룸과 사암 기둥들, 모래를 휘말아 올리는 바람과 눈보라 치듯 흩날리는 미세한 암석가루, 산 좋고 물 좋은 한국과는 또다른 이국적 풍경이다.
옴부티가 이곳에 임시 집무실을 건축한 이유를 알만했다. 영화업계와 광고업계에 세트장으로 대여해도 짭짤한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자원이다. 그가 유난히 환경 보전에 신경 쓰는 이유다.
후우웅- 북동 사하라에서 불어온 바람이 메마른 흙냄새를 집어던지고 지나갔다. 서사하라의 하르마탄은 6월 말이면 동쪽으로 옮겨온다. 서사하라만큼 강력하지는 않지만, 끊임없이 모래를 퍼 나른다. 오리피스가 방풍림에 목을 매는 이유다.
사하라 사막은 900만㎢ 내외로 미국 면적과 비슷하다. 경계가 불분명하고 해마다 확장되는 탓에 1,300만㎢로 보는 학자도 있다. 한국의 100배 넓이다. 노바토피아는 광대한 암석과 모래 세상에 떨어진 녹색 점이다. 25,000㎢는 그야말로 마당에 떨어진 콩알이다.
군중이 밤새 분탕질 친 호수 동안을 살폈다. 600~2,000m는 관안을 발휘할 필요도 없다. 땅바닥에 떨어진 코코아 껍데기 섬유까지 알아볼 수 있다.
“효과가 있었네. 암, 그래야지.”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술병 한 개, 휴지 한 장 떨어져 있지 않았다. 아프리카 원주민의 의식 수준으로 볼 때 기적이다. 태형을 받겠다고 설레발 친 작전이 주효했다. 식겁한 주민들이 밤새 난장판 친 자리를 깨끗이 청소하고 물러갔다.
호수 너머로 모래 먼지를 날리며 질주하는 수십 대의 트럭이 보였다. 중장비가 기동하는 소리, 뚜 띠 따로 들리는 현지화된 아랍어, 뱅 숑 앙으로 들리는 프랑스어가 난무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말은 상대에게 전하는 의미가 내포되었겠지만, 뒤섞인 말은 꿀벌의 날갯짓처럼 의미 없는 소음으로 변했다.
말이 모이면 의미가 없어지지만, 의지가 모이면 거대한 의미가 생성된다. 거대한 의미는 흐름을 만들고 역사를 만든다. 자신은 그 의지를 모으는 구심점, 큰 영혼이다.
“꽃이 진자리에 열매가 맺히리라.”
지난 수천 년간 사하라에 나무를 심은 어떤 제국도 제왕도 없었다. 이집트, 페르시아, 로마 등 고대 제국은 물론 대영제국과 프랑스도 사하라는 그냥 사하라일 뿐이었다. 사하라 녹화사업은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다.
짚은다리 촌놈 무쌍이 그 누구도 시도하지 못했던 전무후무한 녹화 사업을 시작했다. 적갈색 사막은 이미 진녹색 푸른 숲으로 바뀌고 있다. 사나이라면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는가! 무쌍은 가슴이 뿌듯했다.
“각하, 커피가 식습니다.”
트레이를 받쳐 든 이지하나가 모깃소리로 주의를 일깨웠다.
“아, 깜박했군.”
상념에 잠겨서 커피를 깜박했다. 투박한 도기 잔을 잡고 향을 깊숙이 들이마셨다. 커피 향이 사막의 냄새와 호수 냄새를 몰고 왔다. 강렬하고 부드럽고 어머니의 눈길처럼 그윽했다. 에델이 끓여준 커피가 맛있다면 이지하나가 끓여준 커피는 맛에 느낌이 추가되었다.
커피의 중독성은 담배에 버금간다. 커피는 녹차나 쌍화차와 달리 나름의 스토리가 있다. 한 잔의 커피가 응어리진 말을 끌어내고, 사랑의 고백을 끌어내고, 희로애락의 동반자가 되어준다. 녹차가 품위 있지만, 소통과 대중성이란 측면에서 커피에 필적하기 어렵다. 무리해서 엔네디에 커피 재배 단지를 만드는 이유다.
“요리장!”
“네? 넵! 각하!”
나지막한 부름에 이지하나가 화들짝 놀라서 부동자세를 취했다.
“편하게 하라. 커피 마시다 사레들겠다.”
“앗, 죄송합니다.”
“요리장, 인간은 인연이다. 모르던 사람도 만나면 알만한 사람이고, 알다 보면 친구가 된다. 친구로 지내다 가족이 되는 게 인간이다. 각하라는 말을 쓰지 마라. 나는 각하라는 말을 들으면 두드러기가 나는 사람이다. 한솥밥을 먹는 사람을 식구라 한다. 식구들은 나를 와킬이라 부른다. 주인이란 뜻도 있지만, 보호자란 의미가 강한 호칭이다. 그대도 와킬이라 부르도록 하라.”
“감사합니다!”
이지하나가 오체투지를 했다. 감히 뚜바이부르파라 칭하기 두려워 각하라 불렀다. 위대한 분이 하잖은 요리사를 식구로 인정해 주었다. 감격한 이지하나는 몸 둘 바를 몰랐다.
“커피 맛에서 어머니의 자애로운 눈길이 느껴진다. 그대는 어떤 마음으로 커피를 만들었나?”
이지하나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확실히 커피를 드립할 때 자신을 키우느라 고생한 할머니를 그리워했다. 커피로 자신의 마음을 읽어준 사람은 뚜바이부르파가 처음이다.
“감사합니다. 커피 맛을 내려고 수년 동안 온갖 애를 썼습니다. 신맛, 쓴맛, 구수한 맛, 부드러운 맛, 거친 맛, 커피 맛은 끝이 없었습니다. 소인은 눈만 뜨면 손님께 맛있는 커피를 제공할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소인은 커피 맛을 뽑아내지 않고 커피 맛을 따라가게 되었습니다. 현란한 스킬보다는 커피 본연의 맛에 순응하게 되었습니다. 15년쯤 지났을 때 커피에 소인의 마음이 담겼습니다. 커피 원료가 아무리 좋아도 소인의 마음이 거칠면 맛이 거칠어지고, 소인이 기쁠 때는 커피도 기뻐했습니다. 지금은 손님에게 맛있는 커피를 제공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냥 제 마음을 대접합니다.”
이지하나가 말을 마치고 물러나서 시립했다. 보잘것없는 자신의 이야기가 위대한 분의 귀를 어지럽히지나 않았는지 심히 염려되었다.
“아! 마음을 실었구나!”
무쌍이 가느다란 감탄사를 뱉었다. 번갯불이 정수리에 내리꽂혔다. 무쌍은 부지불식간에 삼매지경에 빠져들었다.
“나 자신이 있음을 (我相), 타인의 인식(人相)에 의지해서 이것저것을 구분하고(衆生相), 좋고 나쁨을 경계지었구나(壽者相)!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 비상 즉견여래(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 諸相 非相 卽見如來, 무릇 있는 바의 상은 모두 다 허망하다. 만약 모든 상을 보되 상이 아니었음을 본다면, 곧 여래를 보게되리라.)”
무쌍의 입에서 금강경 게송이 흘러나왔다. 양자론적 존재론을 설파한 금강경의 한 구절이 불립문자로 그냥 이해되었다.
盲龜遇木(맹구우목)이라 했다. 금강경 이해하기가 눈먼 거북이가 물 위를 떠다니다가 우연히 나무를 만나기만큼이나 어렵다는 의미다. 무쌍은 진실로 기뻤다.
‘사부님이 아시면 기뻐할 텐데…….’
불경은 어렵다. 특히 금강경은 해석하기 나름이고, 해석한다고 해도 무슨 뜻인지 가닥이 잡히지 않았다. 응무소주 이생기심을 붙들고 고민한 지 벌써 여러 해가 지났다.
‘중노릇이나 하련다.’는 말을 쉽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중노릇은 만만치 않다. 인신난득 불법난봉(人身難得 佛法難逢)이란 말이 있다. 사람으로 태어나기 어렵고 중이 되기는 더 어렵다는 말이다.
중이 되려면 먼저 행자승을 거쳐야 한다. 행자는 출가를 결심하고 절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예비승을 가리킨다. 말이 예비승이지 불목하니, 채공, 원감, 공양주 등을 맡아서 온갖 울력(절 살림을 꾸려나가는 노가다)을 감당해야 하는 사찰 일꾼이다.
행자승 기간은 빠르면 서너 달, 늦으면 일 년이다. 행자 신분을 벗으면 사미계를 받고 법명을 받는다. 사미승이 소정의 승려 교육을 이수하면 비구계를 받고 정식 승려가 된다. 무쌍은 머리 깎지 않은 사미승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