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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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장 조율 좀 해주세요8
“크크크, 본인의 입으로 광신도가 되겠다는 분은 처음이네.”
무쌍이 낄낄 웃었다.
“나도 와킬에게 반했어요. 기꺼이 광신도가 되겠어요. 책임지세요.”
무울소리 교수도 한마디 보탰다.
‘아 놔, 내가 뭘 어쨌다고!’
책임지라는 말까지 들은 무쌍이 황소 뿔에 받힌 표정으로 무울소리 교수를 쳐다보았다. 책임지라는 말은 그들을 이곳에 보낸 보니파스가 들어야 할 말이다.
‘흐흐흐, 정신이 똑바로 박힌 인간이라면 저게 정상이지.’
옴부티는 입이 찢어져서 히물거렸다. 그랑제콜의 교수들마저 하인(?)을 자처하자 신바람 났다. 옴부티는 주종 일체설의 신봉자다. 주인이 잘나고 못남은 전적으로 하인의 책임이라는 묘한 신념을 지니고 있다. 똘똘한 하인이 많아질수록 주인은 빛난다.
“잠깐!”
옴부티가 벌떡 일어났다.
“모두 주목하시오. 이 자리에 앉은 형제들은 인종도 다르고 민족도 다르지만, 와킬의 은혜를 입었다는 공통점이 있소. 나 역시도 와킬의 은혜로 수차례 생명을 구함 받았고, 아내와 딸의 복수를 마쳤소. 션과 자말은 감히 와킬께 대항했던 천둥벌거숭이였지만, 와킬의 자비로움에 힘입어 목숨을 건지고 형제가 되었소. 바크리, 모하메드, 아흐마드, 아이쉐, 이브라힘, 네제마, 아프웨르키도 일족이 말살 당할 위험에 처했을 때 와킬의 구함을 받았소. 심지어 디노 저놈도 와킬이 목숨을 구해준 녀석이오. 여러분은 와킬을 위해서 무엇을 했소?”
“……”
좌중은 잠시 침묵에 빠졌다. 바크리가 헐렁한 토브 자락을 모아쥐고 일어섰다.
“나는 새벽 물안개가 낀 호수에서 토브를 입고 캐피에를 두른 와킬을 만났소. 나는 경계했지만 여섯 살 난 딸은 와킬을 가족처럼 친숙히 대했소. 순수한 영혼이 큰 영혼을 알아보았던 거요. 와킬은 한눈에 와엘의 후천성 기형을 알아보고 그 자리에서 고쳐 주었소. 와킬은 생면부지의 계집애를 위해 소중한 시간과 노력을 쏟았던 거요.”
바크리가 말을 멈추고 좌중을 둘러보았다. 원탁은 졸지에 숙연한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선우현 등은 지난날의 인연을 되새기고, 오리피스등은 성경속의 한 장면처럼 나타난 바이부르파를 떠올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바크리가 겪었을 심적 충격을 이해할만했다.
“와킬은 아무런 대가 없이 어린 딸의 지병을 고쳐주고 아들의 원수를 갚아주었소. 그리고 수백 명에 달하는 일족을 이끌고 단 한 명의 희생자도 없이 시리아 국경을 탈출하는 이적을 보여주었소. 와킬은 베풀기만 했을 뿐 보답을 바란적이 없었소. ‘인연일 뿐이다. 딸과 행복하게 살길 바란다.’ 라고 담담히 말씀하시고 떠나던 와킬의 모습을 난 지금까지 단 하루도 잊어본 적이 없소. 와킬은 크나큰 부담에 불구하고 불쌍한 인간들이 살아갈 노바토피아를 개발했소. 인류 역사이래 어떤 신도 인간도 와킬처럼 행동하는 자비를 보여주지 못했소. ‘고통에도 신의 선의(善意)가 있다’고 신도들에게 가르쳤소. 위안이고 위선일 뿐이었소. 내 아들딸이 이유도 없이 끌려가서 죽임을 당하고, 피땀 흘려 모은 재산을 강탈당하고, 부인이 능욕당하는 상황이 신의 선의라면 나는 그런 신을 부정하겠소.”
바크리가 숨을 돌리고 옷차림을 바로잡았다.
“와킬, 크나큰 은혜를 입고도 아무런 보답을 못 했습니다.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와킬은 소인과 자디르 일족의 영혼의 주인이십니다.”
바크리가 경건히 절하고 자리에 앉았다.
‘어허 이거 참, 닭살 돋네.’
무쌍은 과도한 찬사에 소름이 돋았다. 바크리 일족과 쿠르드족을 구해준 일은 단순히 변덕이었다.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소모했지만, 바크리 등도 목숨 걸고 작전을 도와주었다.
“바크리 형제의 말대로 우리는 와킬의 은혜에 보답코자 했지만, 오히려 와킬의 짐이 되고, 근심이 되었소. 이는 우리가 조직적이고 일치된 힘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오. 오늘 박사님 세 분께서 기꺼이 와킬을 모시기로 했소. 우리가 와킬의 하인을 자처하지만, 사적인 관계는 국가 건설에 한계가 있소. 나 아클란 크루는 이참에 바크리 형제처럼 와킬을 영혼의 주군으로 모시고자 한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옴부티가 형형한 눈으로 좌중을 둘러보았다. 늙었지만 꼿꼿한 자세와 카랑카랑한 음성이 투아레그 귀족다운 면모를 보였다.
“……”
좌중에 정적이 감돌았다.
“영혼의 주군이 무엇이오?”
오리피스가 옆자리에 앉은 이브라힘에게 물었다.
“사하라 사막과 서남아시아의 사막 부족에 전해지는 맹약이오. 자신과 일족의 생명을 포함해서 모든 것을 주군에게 바치는 맹약이오. 맹약의 효력은 사후에도 이어져서 육체가 소멸하면 영혼이 주군을 모시게 되오.”
“헐!”
오리피스는 해연이 놀랐다. 죽어서도 주군을 모신다는 말에 식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마디로 권리는 없고 의무만 잔뜩 짊어진 노예계약이다.
“자신이 믿는 신은 어떻게 됩니까?”
“영혼의 주군은 현세한 신이오. 나처럼 몸과 마음이 홀딱 빠진 사람의 눈에 다른 신이 눈에 들어오겠소?”
이브라힘이 목소리를 잔뜩 낮추었다.
“그럴 수가!”
오리피스는 은근히 켕겼다. 말을 듣고보니 장난이 아니다. 잘못하면 자신의 자손까지 노예계약에 묶이게 생겼다. 한편으론 나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의 오스텐시브 컨셉션은 결국 인간의 의지처다. 실체 없는 신도 믿는데 실체 있는 신을 믿지 못할 이유가 없다.
“나는 기꺼이 영혼의 주군 맹약을 하겠소. 주인님이 아니었으면 벌써 백골이 되었을 몸이니 말이요.”
자말이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자 너도나도 뒤따랐다. 이브라힘을 비롯한 쿠르드족은 진작에 했어야 할 의식이 늦었다고 투덜거렸다.
“세 분 박사님은 어떻게 할 거요?”
“까짓거 하지 뭐. 세상 살 만큼 살았는데 노예 계약이면 어때. 이 얼마나 버라이어티한 삶이야. 친구, 안 그래?”
오리피스가 셔니언과 무울소리 교수의 동의를 구했다.
“죽어서도 계속 충성을 바쳐야 한다는데…….”
셔니언이 말끝을 흐렸다. 그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다. 죽어서 천국에 가야 하는데 뚜바이부르파를 챙겨야 한다면 곤란해진다.
“신부님들 강론을 들어보면 천국도 별거 없어. 자동차도 없고, 슬롯머신도 없고, 쭉쭉빵빵한 여자도 없고, 테킬라도 없잖아. 지루한 천국보다 재미있는 지옥이 좋지 않을까?”
“그렇긴 한데…….”
“잘 생각해 봐. 새하얀 궁전에서 날마다 하프 켜는 천사와 뒹굴면 얼마나 지겹겠어. 결정적으로 노바토피아가 없잖아. 지금도 이렇게 재미있는데 뚜바이부르파와 함께하는 사후 세계는 훨씬 버라이어티하지 않을까?”
“흐흐흐, 그건 그래!”
셔니언은 노바토피아와 버라이어티한 삶이란 말에 마음이 확 기울었다. 그랑제콜의 변함없는 일상이 진절머리나서 뛰쳐나오지 않았던가. 또다시 루틴 한 일상으로 돌아간다면 돌아버릴 것 같았다.
“친구들이 뚜바이부르파와 놀면 나만 심심하잖아. 도바에서 얼마나 심심했다고. 난 왕따당하기 싫어.”
무울소리가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바셀, 큰 잔을 가져오라!”
옴부티의 외침에 바셀이 야채 샐러드 무침용 보울을 들고왔다. 요강 단지 크기의 유리 보울이 옴부티 앞에 텅 놓였다. 옴부티가 품속에서 타센조터를 꺼냈다.
‘노친네가 무슨 엽기적인 퍼포먼스를 벌이려고 저러지?’
무쌍은 은근히 불안해졌다. 세계를 누비고 다닌 덕분에 웬만한 문화적 충격에는 끄떡없지만, 옴부티의 설레발과 에델의 요리는 무서웠다. 특히 옴부티가 한 번씩 벌이는 이벤트는 불감당이다.
“타센조터 아리암마 융게 뚜바이부르파!”
옴부티가 주문을 외고 타센조터로 팔뚝을 사정없이 그었다. 쩍 벌어진 조직에서 선혈이 분수처럼 솟았다. 옴부티는 눈도 깜짝 않고 보울에 피를 한 줌 받은 다음 지혈하고 칼을 바크리에게 넘겼다.
‘아이고, 저 인간이 또 설레발 치네.’
무쌍은 비명을 질렀다. 피는 전장에서 실컷 맛봤다. 기껏 신선한 예가체프로 입을 씻어냈더니 피비린내로 물들이게 생겼다. 그는 그만두라는 말도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거렸다.
바크리도 망설임 없이 칼로 팔뚝을 그었다. 모하메드, 이브라힘, 아이쉐 등이 차례로 팔뚝을 그어서 피를 보울에 담았다. 마지막으로 선우현이 똥 씹은 얼굴로 팔뚝에 칼을 꽂았다. 야채 대신에 거품이는 피가 그득한 유리 보울은 보기에도 섬뜩했다.
오리피스와 셔니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설마하니 저런 무지막지한 의식을 치를 줄 몰랐다. 무울소리 교수는 비명을 지를듯한 표정으로 외면했다.
오리피스는 자신의 차례가 오자 눈을 질끈 감았다. 차마 칼을 받아서 자신의 팔뚝을 그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끝났습니다.”
아흐마드가 속삭였다.
“으잉! 끝났다고?”
오리피스가 눈을 떴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타센조터를 들고 있는 아흐마드와 보울에 피를 쏟아내는 자신의 왼 팔뚝이 눈에 들어왔다. 빙그레 웃는 아흐마드가 엽기 살인마로 보였다.
연구실에서 평안한 삶을 보낸 그는 바늘에 찔려 본 적도 없다. 오리피스의 눈이 허옇게 뒤집히고 핏기가 사라지며 축 늘어졌다. 과도한 자극에 노출된 과민성 쇼크 증상이다.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더니!’
무쌍은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아흐마드는 맘루크 시르께시 비술로 오리피스의 통각을 차단하고 근육을 찢었다. 은밀하고 신속한 동작이 일품이었다. 선우현이 밀리게 생겼다.
“어허, 머리 좋은 분은 간덩이가 작은 가봐.”
아흐마드가 축 늘어진 오리피스를 들어다 소파에 눕혔다. 셔니언 교수는 강단 있게 자신의 손으로 피를 뽑고, 무울소리 교수는 아흐마드가 손가락 끝을 찔러서 소량의 피를 뽑았다. 뒤늦게 참석한 기즈 박사까지 15명이 피를 뽑았다. 옴부티가 피로 출렁이는 보울을 들고 무쌍의 앞에 버티고 섰다.
“위대한 뚜바이부르파, 우리의 주군이시여, 여기 당신의 충성스런 하인들이 기꺼이 던진 영혼이 있습니다. 맹약의 혈을 바친 자는 살아서나 죽어서나 오로지 한 분 주군을 모실 것이며 주군외엔 그 어떤 존재도 경배하지 않을 것입니다. 뚜바이부르파여 영원하라!”
“충성을 맹세합니다! 우리의 주군, 뚜바이부르파여 영원하라!”
함성이 요아 하우스를 드르릉 울렸다.
‘이걸 다 마시라고?’
무쌍은 피비린내가 물씬 풍기는 유리 보울을 들고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헌혈차에 오른 것도 아닌데 피를 많이도 뽑아놓았다. 15명분이 뽑은 피의 양이 한 됫박이다. 마시지 못할 거야 없지만, 썩 내키지 않았다. 옴부티가 눈짓으로 압박했다. 마시지 않았다간 두고두고 씹히게 생겼다.
‘에이, 마시자 마셔!’
무쌍은 보울을 들고 콜라를 마시는 기분으로 거품이 이는 핏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절반쯤 마셨을 때 머리가 둥 울렸다.
“뭐지?”
마시던 보울을 내려놓았다. 무쌍은 숨을 죽였다. 누군가 의사를 전해오는데 파악이 되지 않았다. 이투리 정글에서 카무게가 보내는 텔레파시를 받은 적이 있다.
텔레파시도 고유의 파장이 있다. 카무게는 아니다. 거리가 멀어서인지 충격 뒤에 전해지는 파장이 너무 미약했다. 도와달라는 의미 같은데 파악이 되지 않았다. 미약한 파장마저 곧 사라졌다.
‘필요하면 또 전하겠지.’
무쌍은 언제나 그렇듯 쿨하게 무시했다. 허리를 숙이고 있는 인간들을 처리하기에도 바빴다.
“일단 허리부터 펴라. 노친네들이 튼튼하지도 않은 허리를 혹사하면 디스크 걸린다. 우리는 의식을 치르지 않아도 한 식구였다. 그대들이 나를 친구로 여기든 주군으로 여기든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 중요한 것은 정과 신뢰다. 정과 신뢰는 일방적이 아니라 쌍방작용이다. 당신들도 맹약의 혈을 마셔라. 여기에 내 피를 섞고 싶지만, 내 피는 독이 있어 곤란하다.”
“주군, 참으로 지당한 말씀입니다. 그러면 침을 뱉으십시오.”
‘침을 뱉으라고?’
옴부티의 말에 무쌍은 뜨악하니 좌중을 둘러보았다. 모두 당연하다는 표정이다. 아니 침을 뱉지 않으면 항명할 기세다. 난감했지만 대안이 없었다. 옴부티는 침을 못 뱉겠다고 하면 오줌이라도 싸라고 할 인간이다.
블랙컬처는 무쌍이 침이 들어간 맹약의 혈을 한 모금씩 나누어 마셨다. 사막 부족은 물이 부족할 때 낙타의 오줌도 받아먹는다. 침이나 오줌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기즈 박사도 쓴웃음을 짓고 침이 들어간 핏물을 한 모금 마셨다.
결과적으로 가신들은 큰 보상을 받았다. 무쌍의 침에 들어있는 에피듐의 호르몬은 강력한 면역체계 강화제다. 가신들은 웬만한 질병과는 담을 쌓게 되었다.
“여러분은 새됐다. 나는 별로 좋은 주군이 아니다. 아니 악덕 주군이다. 부귀영화는커녕 죽을 때까지 부려 먹어 줄테다. 한 가지는 약속하겠다. 나는 항상 여러분의 앞에 서 있을 것이다.”
“우리는 주군의 디딤돌이 되겠습니다.”
“좋다. 명색이 주군인데 이런 날 선물이 있어야겠지. 일단 회의부터 마무리하도록 하지. 전력 문제는 걱정할 필요 없다. 프랑스 정부로부터 800MWp 중유 화력발전소를 선물 받았다. 공사 기간은 14개월이다. 다음 달 초에 기공식을 한다. 그리고 당장 필요한 전력은 풍력 발전기와 태양광 발전 시설을 대대적으로 설치해서 충당하기로 했다. 두세 달만 불편을 감수하도록 하라.”
“오오, 자비로운 프랑스! 물론 주군께서 자비로울 만한 대가를 지급했겠지요?”
“하하하!”
모하메드의 말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프랑스가 짱구가 아닌 바에야 돈질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