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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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장 조율 좀 해주세요9
“별것 아니다. 정글에서 시체 몇 구와 유류품 몇 개 찾아주었더니 발전소를 지어주겠다더군.”
무쌍이 무덤덤하니 말했다. 이웃에 소를 빌려주었더니 콩깍지 실어 보내더라는 식이다. 쌈디가 입을 쩍 벌렸다. 전직 좀비인 자신을 능가하는 무신경함이다. 햇빛 한점 없는 검은 숲, 바닥 없는 늪과 계곡, 끝없이 덤비는 독충과 독사, 시뻘건 아가리를 벌리고 돌진하는 악어와 하마는 애교다.
고대 악어와 난투를 벌이고 괴물의 촉수에 감겨서 끈적한 늪으로 끌려들어 가고, 사투 끝에 괴물의 뱃속에 들어가는 끔찍한 경험까지 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지옥이 별것 아니면 별것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와우! 장사 잘했슴메. 멍청한 개구리 동무들이 물렁해서리 가지고 놀기 좋디. 내래 와킬과 함께했으면 한밑천 제대로 잡았을 거임메.”
열다섯 쌍의 시선이 일제히 선우현을 향했다. 눈빛에 담긴 의미가 별로 호의적이지 않았다.
“내래 못할 말 했슴둥? 무시기 나를 쳐다보기요?”
“쯧쯧, 단순한 인간!”
옴부티가 혀를 찼다. 청어 상자는 청어 냄새를 풍긴다.(라 까끄 셩 뚜즈흐 르 아헝!)는 프랑스 속담이 있다. 본성대로 살아간다더니 저놈은 쓴맛을 보고도 촐싹거리는 성정을 고치지 못했다. 한 나라의 왕이 나라를 먹여 살리려고 직접 현장에서 뛰는 현실에 억장이 무너지는 판이다. 영혼의 주군에게 장사 잘했다는 말이나 지껄이는 인간의 머리를 쪼개서 뇌를 들여다보고 싶었다.
디노가 슬그머니 일어나서 선우현에게 다가갔다.
‘이 자식이 어케 이럼둥?’
선우현이 거대한 대가리를 들이미는 디노를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디노가 입을 쩍 벌렸다. 횡격막이 폐를 압박하고 폐가 울림통으로 공기를 강력히 밀어 올렸다.
쿠엉- 벼락 치는 포효가 튀어나왔다. 졸지에 음파 폭탄 세례를 받은 선우현이 펄쩍 뛰어올랐다. 고막을 바늘로 찌르는듯한 고통이 지나가자 벌이 앵앵거리는 날갯짓 소리만 들렸다. 귀를 움켜쥐고 디노를 노려보던 선우현이 한숨을 푹 쉬었다. 말 못하는 짐승과 싸워봐야 나미르의 체면만 깎인다.
‘쌤통이다!’
선우현을 무력화시킨 디노가 앞발을 번쩍 들고 흔들었다. 블랙컬처가 일제히 디노를 향해 엄지를 들어 올렸다. 폭탄을 침몰시킨 디노는 회의에 참석할 자격이 충분했다.
“무기라~ 병력 자원은 문제없나?”
“남녀 구분 없이 징병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병력 자원은 넘치지만, 지원화기와 순찰 차량이 태부족입니다. 레기온이 편성되면 소총도 부족해집니다.”
“그래? 옴부티, 현재 치안 병력 구성은 어떻게 되어있나?”
무쌍이 옴부티를 돌아보았다. 시내를 가로질러 올 때 두 종류의 제복이 보였다. 얼마나 바쁘게 움직였는지 물어볼 틈도 없었다.
“국경 방어를 담당하는 타격대와 치안을 담당하는 자경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브라힘이 맡은 타격대는 연대급으로 쿠르드족 페슈메르(죽음에 맞선자들) 대대, 아랍인 혼성부대 인티파타(복수는 정의) 대대, 에리트레아 탈주민으로 구성된 레인보우 대대, 3개 대대입니다. 부대원 간의 결속과 경쟁을 조장하려고 민족별로 부대를 편성했습니다. 중화기 중대를 편성하지 못한 관계로 대대 인원은 600명입니다. 자경대는 2개 중대 300명으로 아이쉐가 책임자입니다.”
“불완전한 레기온(연대)과 두 개 꽁빠니(중대)라~ 현재 인구수에 비하면 과한 전력이지만, 급격한 인구 증가와 외부 상황을 고려하면 부족하다.”
“석 달 전에 켈 아이르의 투아레그족 3,000명을 받아들였습니다. 계속된 사헬 지역의 가뭄으로 인해 가축이 모두 폐사한 부족입니다. 정주지를 떠나 사막을 헤매는 동안 노약자는 거의 사망하고 남자와 비교적 건강한 여자들만 남았습니다. 이들은 천성적인 전투 부족입니다. 탐나는 전력이지만 주군의 재가를 받지 못해서 레기온을 편성을 미루었습니다.”
“군사력 편성은 총독 소관인데 내 재가를 왜 받아?”
“첫째는 소인이 켈 아이르 부족 출신이기 때문입니다. 혹시라도 친위대를 양성이니 권력 강화라느니 따위의 오해를 받기 싫습니다. 두 번째는 그들 중에 스며든 키갈리의 첩자를 가려낼 방법이 없습니다.”
“흠, 키갈리 중령!”
까맣게 잊었던 이름이다. 키갈리는 하비브의 부하이자 티베스티 아띠벨(투아레그족의 작은 집단인 타워시트가 모인 큰 집단)의 아메노칼이다. 함께 손잡고 사하라를 정복하자고 부추기던 말상의 거친 얼굴이 기억났다.
“영웅은 못 돼도 난세에 효웅은 될만한 인물이지. 지금쯤 프롤리나트에서 독립했겠군.”
“그렇습니다. 에미쿠시에서 두조랍 에르그까지 450km가 키갈리 활동 영역입니다. 지금은 빌마 지역의 타워시트를 통합하느라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모하메드가 대답했다.
“세력은 어느 정돈가?”
“병력은 삼천 명 내외입니다. 흩어진 프롤리나트 잔당과 적대적인 투부족까지 회유할 정도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키갈리의 낙타 정찰대가 동남쪽 국경선을 배회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골치 아픈 존재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말도 안 되고 두 번째 이유는 내가 해결하지. 노바토피아의 유일한 자원은 사람이다. 사람을 활용하지 않으면 노바토피아의 미래는 없다. 홍수는 둑으로 막고, 불길은 물로 잡아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잘하는 일을 해야 한다. 농부는 쟁기를 잡아야 하고 군인은 총을 잡아야 한다. 빼어난 전사를 놀릴 이유가 없다. 노바토피아는 이미 노출되었다. 노바토피아가 발전할수록 키갈리뿐만 아니라 양키, 북극곰, 리비아, 수단을 비롯한 주변국의 스파이가 스며들 것이다. 난민을 받아들일 때 철저히 검증하고 일단 받아들였으면 믿고 쓰도록 하라.”
“알겠습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묻겠다.”
무쌍이 말을 멈추고 좌중을 둘러보았다. 꽉 다문 입과 번쩍이는 눈이 묵직한 포스를 뿜었다. 좌중의 인물들은 자신도 모르게 자세를 바로 했다.
“여러분은 오늘 맹약의 혈을 마셨다. 아니 그전에 내가 가족으로 인정한 사람들이다. 나는 가족이 없다. 여러분이 가족이다. 가족 간에 권력 다툼, 세력 다툼이 가당키나 한가? 둥지가 깨지면 모두 헛것이다. 작은 균열이 방죽을 무너뜨린다. 노바토피아는 한발을 내디디면 약진하고 한발 후퇴하면 나락으로 떨어지는 분기점에 서 있다. 집에 불이 붙으면 우선 불을 꺼야 한다. 누가 쓰레기통에 담배꽁초를 버렸는지, 가스레인지에 냄비를 올려놓고 잊었는지는 불을 끈 다음에 따져야 한다. 가족을 믿지 않으면 둥지가 깨진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준엄한 질책에 모두 숨을 죽였다. 오리피스가 벌떡 일어나서 옴부티를 책망했다.
“아클란 크루, 그대는 주군의 대리인이오. 우리 중에 누가 아클란 크루를 의심한단 말이오. 혼자 수첩만 들여다보면서 애면글면하지 말고 소통 좀 하세요. 괜한 말을 해서 와킬의 꾸중만 들었지 않소.”
“허허, 여러 형제에게 미안하게 되었소. 주군께서 말씀하기를 사람이 안 하던 짓거리를 하면 죽을 때가 되었다고 하셨소. 내가 죽을 때가 된 모양이오. 내 사과하리다.”
“총독의 고충을 헤아리지 못한 우리 잘못도 큽니다. 삼겹살 데이라도 만들어서 정기적으로 만나야겠소.”
옴부티가 사과하고 오리피스가 화답하자 잠시 굳었던 분위기가 훈훈해졌다.
“내가 정색을 해서 분위기를 딱딱하게 만들었군. 어쨌든 쥐를 잘 잡는 고양이가 좋은 고양이다. 좋은 고양이를 집에 머물게 하려면 맛있는 생선을 줘라. 삼촌 떡도 맛있어야 사 먹는다. 아메노칼의 권위인 타센조터는 이럴 때 쓰라고 있지 않나.”
“알겠습니다. 투아레그족 연대를 즉각 편성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사람이 자원이다. 죄수들도 가둬두지 말고 철저히 노역에 동원해라. 인권 운운하는 놈이 있으면 주먹으로 입을 뭉개. 먹는 걸로 차별하면 죽자사자 일하게 되어 있어.”
끔찍한 소리에 무울소리 교수 등은 입을 쩍 벌렸지만, 옴부티 등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형수도 공사판에 투입해서 과로사시키라는 와킬인데 말해 무엇하겠는가.
“부족한 무기는 어떻게 할까요? 벨맨을 통해서 무기 암시장을 두드려 볼까요?”
모하메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무기는 돈 있다고 덜렁 사들일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그럴 필요 없다. DGSE와 치장물자 양도를 합의했다. 다음 주부터 프랑스 군부의 치장 물자를 넘겨받는다. 헬기, 경전차, 장갑차, 지프, 소바막, 야포, 대전차포, 기관총, 돌격소총, 기타 병참 물자까지 쏟아져 들어온다. 1차분은 1개 여단이 무장할 수 있는 양이다. 2차분은 군대 편성에 맞추어 반입된다.”
“헐!”
열다섯 개의 입이 쩍 벌어졌다. 축소 편제된 3개 대대 운영에도 헉헉대는 판이다. 말이 쉬워서 여단이지 정규 편제 여단에 소요되는 물자는 어마어마하다.
“옴마나, 당장 물류 창고를 지어야겠어.”
무울소리가 외쳤다.
“컬컬컬, 공군을 창설해야겠군.”
이브라힘의 입이 찢어졌다. 오스마니에 산악에서 터키군의 공격 헬기에 쫓겨 다녔던 악몽이 떠올랐다. 무쌍이 두툼한 서류를 네제마에게 넘겼다.
“네제마, 그 서류는 DGSE가 작성한 노바토피아 보고서다. 주변국 동향 분석 보고서, 지정학적 위치에 상당하는 군사력 분석, 군사 편제, 행정 시스템, 녹화계획 보고서 등등이 포함되어 있다. 참고하도록 하라.”
“감사합니다.”
네제마가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 신생 노바토피아에 꼭 필요한 자료다. 주인의 끝없는 능력에 새삼 경외감이 들었다.
“허, 잠은 언제 자고 화장실은 언제 갑니까? 내 딴에는 열심히 일했는데 말도 못 꺼내겠소.”
오리피스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화수분에 빨대라도 박아놓았는지 말만 하면 즉시 해결된다. 도토리가 백 바퀴 굴러봐야 호박이 한바퀴 구른것만 못하다. 뚜바이부르파는 자신이 왜 뚜바이부르파인지 확실히 보여주었다.
“그 말 잘했다. 모두 거울 좀 보고 살아라. 얼굴엔 각질이 허옇게 일어나고, 눈은 퀭하니 들어가고, 툭 튀어나온 광대뼈만 햇볕에 타서 번질번질하지 않는가. 사람이 아니라 좀비로 보인다. 나는 과로사한 내 가신들의 무덤에 추모의 잔을 올리고 싶지 않다. 과거를 회상하며 함께 축배를 들고 싶다.
“뚜바이부르파를 찬양하라!”
“축배를 드는 자리에 왕자님과 공주님이 자리하면 금상첨화지요.”
블랙컬처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주군은 말도 예쁘게 잘한다.
“쓸데없는 소리, 기즈 박사는 좀비들 건강을 좀 챙겨라.”
“알겠습니다! 뱀탕이라도 만들지요.”
기즈가 빙긋이 웃었다. 아수라가 되었든 왕이 되었든 어린 친구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정 많고 마음이 여린 친구다.
“골치 아픈 이야기는 그만하고 선물을 주겠다. 오늘 내가 친구들에게 주는 선물은 30개 한정품이다. 선물이라기보다는 징표라고 해야겠지. 그런데 이 징표를 받은 사람은 생기는 것 없이 뼈골 빠지도록 일하고 노바토피아에 뼈를 묻어야 해. 선물 받기 싫은 사람은 미리 말하라고.”
무쌍이 비시시 웃었다.
“뚜바이부르파의 뜻대로!”
선물을 받지 않겠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쌈디가 사르코수쿠스 이빨이 들어있는 상자를 들고왔다. 선우현 등은 300mm 넘는 예리한 송곳 모양의 이빨에 불같은 호기심을 드러냈다.
상아라는 둥, 하마 이빨이라는 둥, 코뿔소 뿔이라는 둥 각종 추측이 쏟아졌다. 이투리 정글에 서식하는 난쟁이 코끼리 상아라는 설과 변종 페카리 어금니라는 설이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무쌍과 옴부티는 빙긋이 웃기만 했다. 쌈디가 거대한 이빨을 들고 말했다.
“모두 틀렸다. 이것은 중생대 악어인 사르코수쿠스 이빨이다. 내가 이투리 정글에서 두들겨 잡았다.”
“허어!”
“농담이지?”
전부 못 믿겠다는 얼굴이다. 이빨은 화석이 아니라 실금도 보이지 않는 완벽한 송곳니다. 중생대 악어가 타임머신을 타고 왔단 말인가.
“놀랍군요. 원뿔 송곳니 수십 개를 가진 생물은 악어가 유일하죠. 몸길이가 몇 미터나 되던가요? 덩치 큰 나일악어의 송곳니도 겨우 50mm에 불과한데…….”
무울소리 교수의 놀라움은 남달랐다. 지질학을 전공한 그녀는 쌈디의 말이 빈말이 아님을 알았다. 중생대 악어인지 돌연변이 괴물인지 모르지만, 350mm 송곳니를 가진 괴물이라면 현생 악어의 열 배다. 저 이빨이 외부에 공개되면 세상이 뒤집어진다.
“15m쯤 되려나? 무지막지한 놈이었지. 물어뜯긴 고목이 터져나가고 꼬리치기 한방에 바위가 박살 나더군. 쫄따구, 주인님과 이투리 정글에 가고 싶다고 했지. 이런 놈이 우글거리는 곳에 가서 어쩌겠다는 거야?”
“저, 정말이냐?”
선우현의 얼굴이 퍼렇게 질렸다. 피지컬 능력이 부쩍 향상되었지만 저런 괴물을 상대할 수는 없다. 무식한 쌈디 놈이나 가능한 일이다. 사람은 한 치 앞을 보지 못한다. 선우현은 자신이 멀지 않아 이투리에 투입될줄은 꿈에도 몰랐다.
“쯧쯧!”
쌈디는 대답 없이 혀를 찼다. 주인의 고향 사람이 아니면 한 대 때리고 싶었다.
바바바- 무쌍의 손에 들린 사르코수쿠스 이빨에서 흰 가루가 맹렬히 피어올랐다. 마지막으로 빛이 번쩍하며 손잡이에 구멍이 뚫렸다. 블랙컬처는 홀린 듯이 눈을 떼지 못했다. 단 5분 만에 이빨이 유백색 나이프로 재탄생했다. 무쌍은 손잡이에 옴부티의 이름을 새겼다.
무쌍은 열다섯 명의 가신들과 차례로 시선을 맞추었다. 얼떨결에 영혼의 군주가 되고 맹약의 혈을 마셨다. 상황은 예상보다 더 빨리 굴러갔다. 이제 조율하고 떠날 시간이다. 햇빛을 받아 유백색으로 빛나는 각검을 번쩍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