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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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장 깜둥이 출세2 ->여기까지 23권
덩치 큰 아프리카판이 하체 태클 걸듯이 왜소한 아랍판의 하부로 섭입되었다. 유라시아판이 뒤쪽에 버티고 있으니 아랍판은 습곡될 수밖에 없었다.
쿠쿠쿠쿵- 아랍판이 번쩍 들렸다. 2.5초 후 지표면에 도달한 P파(초당 5~8km 속도)와 4초 후 도달한 S파의 지진 규모는 4.8에 불과했지만, 15,000m 심부의 아랍판에 가해진 지진 규모는 9.5를 훌쩍 넘겼다.
지저 세계의 태반은 유라시아판과 아프리카판 사이에 끼어있는 아랍판이다. 둥지가 뒤집히는 판에 알이 성할 리 없다. 아득한 고대에 발생했던 파괴의 역사가 재연되었다. 그 대상은 콘크레투스 문명시대에 살아남은 가냘픈 니치, 지저 세계였다.
호수바닥이 쪼개진 틈으로 마그마가 빠져나왔다. 푸앙- 고삐 풀린 마그마가 호숫물을 밀어내고 동굴 천장까지 치솟았다. 까마득히 솟아오른 거대한 불기둥이 호수에 쏟아져 내렸다.
까웅- 우웡- 대가리를 수면에 내놓고 유영하던 거대 파충류가 식겁해서 잠수했다. 장구한 세월 동안 박테리아 군체의 푸르스름한 빛에 의지해온 동물에게 강력한 빛은 재난이다.
콰우우- 1,200℃의 용암이 상온의 물과 접촉하자 격렬한 반응이 일어났다. 굉렬한 폭발음과 함께 무시무시한 수증기가 발생했다. 급팽창한 수증기 압력에 밀린 호숫물이 솟구치고 희박한 대기가 회오리쳤다.
쪼개진 지층을 뚫고 이곳저곳에서 마그마가 솟구쳤다. 호수바닥에서도 고온의 마그마가 호숫물을 맹렬히 증발시켰다. 넓이 800㎢의 바다 같은 호수가 폭발하듯이 끓어올랐다. 무쌍이 네이팜탄과 백린으로 증발시킨 데빌 스프링은 소꿉놀이에 불과했다.
마그마는 고온 고압의 가스를 함유한다. 액체가 기체로 화하는 순간 엄청난 부피 팽창이 생긴다. 호수에서 쏟아져 나온 마그마 압력이 폭발하고 싶어서 몸살을 앓는 화산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쿠웅- 기어코 화산이 터졌다. 강력한 폭발이 분화구 상층부를 훌렁 날렸다. 초당 일만 톤의 용암과 쇄설물이 쏟아져나왔다. 쿠두둥- 궁륭 천장을 받치고 있는 거대한 석주가 흔들렸다. 여진이 연이어 들이닥쳤다. 두께 15,000m에 달하는 천장이 움찔거렸다.
카오오- 보스사우루스가 단말마의 비명을 질렀다. 펄펄 끓는 호숫물을 견뎌내는 두꺼운 가죽도 300℃가 넘는 수증기의 열기는 견디지 못했다. 날벼락을 맞은 각종 파충류가 미친 듯이 날뛰었지만, 갈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지저 세계의 대기는 인간이 한순간도 견디지 못할 유독가스와 열기로 가득 찼다.
거대한 파충류의 구슬픈 울부짖음, 솟구치는 용암, 폭발적으로 팽창하는 희뿌연 수증기, 화산이 쏟아내는 굉음과 불꽃, 진정한 지옥이 펼쳐졌다.
자연은 도(道)가 없다. 무지막지한 분노가 좁은 영역에서 질긴 생명력을 이어온 생물을 짓이겼다. 학계에 알려졌으면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을 지저 생태계가 그렇게 사라져갔다.
안타까워할 것도 없고, 슬퍼할 것도 없다. 세상은 원자와 원자의 쌍인 분자로 이루어져 있다. 원자와 분자는 무심히 순환한다. 수십억 년 전에 우주에서 날아온 파편과 먼지, 가스가 뭉쳐서 지구가 만들어졌다. 혜성이 실어온 물이 지구를 단장했다.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거대 파충류의 선혈은 과거 지상에 번성한 양치식물과 박테리아를 구성했던 질소, 탄소, 구리 분자다. 하릴없이 죽어가는 파충류의 신체는 돌고 돌아서 먼 훗날 서울 어느 하늘 아래서 태어나는 호모사피엔스의 몸을 구성해줄 원자와 분자의 집합체일 뿐이다.
진정한 신은 시간이다. 시간은 엄청난 사건, 초유의 재난도 양광에 녹는 아이스크림처럼 녹여버리고 원자로 그 기록을 남긴다.
아드라스는 불멸의 신체지만, 세 가지 약점이 있다. 저온, 바이러스, 지자기다. 깜둥이가 곧바로 무쌍과 함께 지저 세계를 탈출하지 못한 이유가 바로 세 가지 장애 요소 때문이었다.
중생대의 중위도 기온은 60℃~80℃였다. 동물 대부분이 고온을 피해서 고위도 대역에 번성했다. 남위 50°~북위 50°의 중위도는 고온에 적응한 동물이 서서히 니치를 확장하던 시기다. 깜둥이도 고온에는 강하지만 저온에는 취약한 신체 구조다.
바이러스는 더욱 치명적이다. 유전공학 생물체인 깜둥이가 무정형 비 개념 생물체로 존재하는 바탕엔 전자쌍 공유결합 조정 능력이 있다.
원자는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진 핵과 핵을 싸고도는 전자로 이루어져 있다. 원자는 더 이상 쪼개기 힘든 알갱이지만, 중심부의 핵과 궤도를 도는 전자의 거리는 엄청나게 멀다.
원자핵을 포도알 크기로 확대하면 포도알을 도는 전자는 250m 바깥의 궤도를 돈다. 원자를 지름 500m로 확대해도 원자핵의 크기는 포도알 크기라는 소리다.
250m 공간에는 아무것도 없다. 원자가 단단한 작은 알갱이가 아니라 우주처럼 속이 텅 빈 심연이다. 세상 만물을 무(無)로 규정한 석가모니는 대단히 과학적인 시각을 가졌던 셈이다.
원자는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화학적으로 결합하고 전자를 나눠 가진다. 개별 원자의 전자껍질이 맞닿으면 전자는 두 원자의 핵을 8자 형으로 활주한다. 이것이 분자다.
신체를 구성하는 피부, 혈액, 머리카락, 근육 등등 수만 가지의 원자적 결합이 이러한 전자쌍 공유결합을 통해 형성되며 그로써 형상을 유지한다.
역으로 말하면 전자쌍 공유결합을 파괴하면 그 물체는 원자로 돌아간다. 판타지 소설에서 흔히 언급하는 소멸은 전자쌍 공유결합의 파괴로 설명할 수 있겠다.
아드라스는 원자와 원자 사이를 활주하는 공유 전자의 궤도를 줄이거나 늘림으로써 신체의 크기와 형태를 마음대로 변형한다. 등신대(等身大)의 아드라스는 전자 궤도를 축소해서 벼룩이 될 수도 있고, 코끼리가 될 수도 있다.
아드라스는 콘크레투스의 껍질이다. 신체 변형이 극심해진 콘크레투스가 아드라스로 옮겨가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변형이 중요한 조건이었다. 깜둥이가 개념을 인정하는 순간 흑표범으로 바뀐 이유다.
사기적인 능력이 아이러니하게도 바이러스 공격에 취약성을 드러냈다. 느슨해진 분자결합에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신체를 구성하는 핵력이 약해진다. 인간의 기준으로 감염이고, 감염이 심해지면 핵력이 중력보다 약해지고, 신체가 와르르 무너진다. 동물 기준으로 사망이다.
지저 세계로 흘러든 아드라스가 전멸한 이유도 실험체 공장의 바이러스가 스며들었기 때문이었다. 콘크레투스가 아드라스에 비 개념화를 심은 이유도 바이러스 때문이었다.
깜둥이는 무쌍의 피를 마신 덕분에 그가 몰고 온 지상의 바이러스 공격에서 무사했다. 깜둥이가 지상으로 올라가면 다양한 바이러스의 공격에 노출된다. 지저 세계를 벗어나려면 필사적으로 내성을 기를 수밖에 없었다.
세 번째 장애요소인 지자기는 깜둥이의 집단지성에 영향을 미친다. 인간이 1,000조 개의 시냅스 연결을 통해 사고(思考)한다면 깜둥이는 무량수의 메모리 진핵 결합을 통해 사고 능력을 발휘한다. 벌과 개미가 깜둥이에 가까운 집단 지성체다.
태양의 흑점이 강력한 폭발을 일으키면 철새가 방향을 잃고, 벌이 집을 찾아가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는 태양풍에 지자기가 흔들렸기 때문이다. 깜둥이도 마찬가지다.
지자기는 깜둥이의 GPS 내비게이션이다. 지자기를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면 더듬이를 뗀 개미가 된다. 1억 5천만 년 전의 지자기와 현대의 지자기 갭을 메꿀 시간이 필요했다.
약점 없는 존재는 없다. 천하무적의 깜둥이도 저온, 바이러스, 지자기라는 약점은 극복하지 못했다. 깜둥이는 재수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적응 훈련을 대충 마치고 지상으로 탈출하려는 순간에 동티가 났으니 말이다.
푸르스름하니 빛나던 호수는 물이 사라지고 희뿌연 수증기만 가득했다. 호수만이 아니다. 지저 세계 전체가 뜨거운 수증기와 유독성 연기로 뒤덮였다. 희박한 대기가 지글지글 끓어올랐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초열 지옥 속에서 굉음과 괴성만 끝없이 울렸다.
공동을 메운 수증기가 응결 임계치를 돌파했다. 쏴아아- 유황을 머금은 산성 폭우가 쏟아졌다. 왕대 줄기를 방불케 하는 굵은 빗줄기가 달아오른 대지를 두드렸다. 펄펄 끓인 가마솥을 거꾸로 뒤집은 형국이다.
쿠에엑- 힘 빠진 보스사우루스의 단말마가 울렸다. 마지막까지 질긴 생명력으로 버티던 놈이다. 괴성이 사라졌다. 화산이 불끈 힘을 썼다. 우르릉- 둑 터진 저수지처럼 뱃속에 든 내용물이 쏟아져나왔다.
퍽- 뻐억- 음속으로 날아온 쇄설물이 깜둥이의 몸통을 사정없이 두들겼다. 끈적한 용암 한 조각이 날아와서 궁둥이에 철썩 붙었다.
“엇 뜨거, 니미 조또!”
깜둥이는 친구에게 배운 욕설을 내뱉었다. 집게처럼 변한 꼬리가 엉덩이 털을 태우는 용암을 집어서 팽개쳤다. 용암을 덮어쓴 엉덩이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왔다. 무쌍이 극찬했던 털이 이곳저곳 기계충 먹은 듯 쥐어뜯기고 탔다. 벌써 여러 차례 얻어맞았다.
동일 질량의 물체는 부피가 줄어들면 밀도가 높아지고, 밀도는 강도와 비례한다. 깜둥이가 비 개념, 무정형의 존재로 남아있었다면 신체를 축소해서 외부의 타격을 버틸 수 있었을 것이다.
표범의 개념을 얻은 깜둥이는 비 개념의 능력을 상실하고 무정형의 능력만 남았다. 즉, 분자공간을 수축하고 늘리는 능력을 상실했다. 남은 능력은 세포 밀도를 늘이고 줄이는 능력이다. 이는 외형을 변형하거나 축소 확대할 뿐 신체의 본질을 바꿀 수 없다는 의미다.
“후~ 모험을 해야 하나!”
깜둥이는 인간처럼 한숨을 푹 쉬었다. 타오르는 가스와 수증기로 가득한 대기가 300℃에 달했지만, 깜둥이는 별 타격을 받지 않았다. 오히려 사고 작용이 활발해졌다. 깜둥이는 분자 생물이다. 고온엔 당연히 강했다.
적응 훈련으로 보낸 시간이 아까웠다. 친구가 빠져나간 수직 동굴은 적응 훈련을 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친구가 지상에서 묻혀온 바이러스는 무려 30종에 달했다. 어마어마한 숫자의 바이러스는 좋은 교구재가 되었다. 출세 준비를 끝내고 느긋이 친구를 찾아가려는 찰나에 지진이 수직 통로가 무너졌다.
흔적이 사라진 수직 통로를 노려보던 깜둥이가 몸을 돌렸다. 스스스- 깜둥이의 신체가 공간에 녹아들었다. 스스스- 거대한 금속 구조물 앞에 깜둥이의 신체가 나타났다. 가로세로 100m에 이르는 정방형 기단 위에 50m 높이로 솟아있는 거대한 써클이다. 구조물 주위엔 역장이 펼쳐진 듯 총알같이 날아온 화산 쇄설물이 퍽퍽 소리를 내며 튕겨나갔다.
“카토마이저!”
깜둥이가 기계를 노려보았다. 콘크레투스 과학의 총화인 물질이동 시스템이다. 실험동에 있던 시스템이 지각이 뒤집어질 때 통째로 공동에 떨어졌다.
카토마이저는 황혼의 세기에 지구와 유사한 환경을 갖춘 행성으로 이주할 목적으로 개발된 시스템이다. 워프가 물질 자체를 지정된 좌표로 이동하는 반면 카토마이저는 물질을 에너지로 변환해서 이동한다.
워프에 비해 진보된 개념이지만, 개발 후 안정적인 수준의 테스트가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다. 친구가 지상으로 올라갈 때 카토마이저를 언급하지 않은 이유도 시스템의 불완전성 때문이었다.
입력된 위기 대응 매뉴얼은 카토마이저외엔 방법이 없음을 적시했다. 허나, 물질에서 에너지로 변환되었다가 다시 물질로 변환되는 과정에서 사소한 오류라도 발생하면 공간에서 원자로 흩어진다.
“문제는 변형된 지자기란 말이야. 나는 깜둥이 너는 동방불패, 친구도 못 보고 소멸하면 억울한데……”
난타전을 벌이고 친구가 된 에피듐이 심상에 그려졌다. 본래의 에피듐보다 신체 능력은 형편없이 퇴화했지만, 난폭하긴 마찬가지였다.
돌대가리 에피듐이 그렇게 영리할 줄은 몰랐다. 묘한 충격파 기술도 에피듐에는 없던 스킬이다. 세포단위로 타격을 가하는 충격파는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소멸하기 직전까지 얻어터졌지만, 별다른 유감은 없었다. 에피듐은 본래 전투형이고 자신은 의료용이다. 그리고 1억 5천만 년은 너무나 길었다. 불량 에피듐이라도 반가웠다. 에피듐의 항바이러스 혈액을 요구하자 서슴없이 피를 내주던 친구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얻어터지는 기분이 더럽긴 했지만, 친구를 얻는데 그만한 대가는 치러야지. 그나저나 잘 돼야 할 텐데!”
깜둥이가 투덜대며 높이 10m높이의 기단에 성큼 뛰어올랐다. 기단은 단순한 받침이 아니다. 카토마이저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핵융합로다.
꾸물대다간 수억 톤의 암석에 빈대떡이 된다. 깜둥이의 두 눈이 백열했다. 비이잉- 서클 내부의 정보가 중앙 연산부에 3차원 영상으로 떠올랐다. 겉보기엔 단순한 서클로 보이지만 수백만 개의 서클이 다중 중첩된 4차원 시스템이다.
쭈웅- 깜둥이의 앞발이 쭉 늘어났다. 발톱이 서클의 한 부분을 긁었다. 빠가각- 표면이 떨어져 나가자 바늘구멍이 나타났다. 발톱이 송곳처럼 가늘게 뽑혀 나왔다. 발톱이 구멍속으로 사라졌다.
웅- 진동과 함께 사다리꼴의 매끈한 물체가 돌출되었다. 길이 80mm 사다리꼴 형상으로 상부에 불꽃 형상의 지름 5mm 구멍이 뚫려있었다. 무쌍이 습득한 발사라와 형태가 동일했다.
구멍에 꼬리를 밀어 넣었다. 굵은 꼬리가 구멍에 딱 맞을 만큼 가늘어졌다. 구멍에서 섬세한 침이 튀어나와서 깜둥이의 체액을 채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