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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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장 깜둥이 출세5
무쌍의 얼굴이 길마(소의 등에 짐을 싣기 위해 얹는 안장)지우던 황소에 받힌 형상이 되었다. 오셀롯이 비에(착한, 선량한)라는 단어를 알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헐, 네놈이 착하다는 개념을 알고는 있나? 네놈을 부하 삼았다간 내 명에 못 죽을 것 같은데.”
무쌍이 말꼬리를 길게 빼며 오셀롯의 눈동자를 직시했다. 푸른 눈동자 안쪽에서 선홍색이 스멀스멀 배어 나오고 있다. 살기가 동한 에피듐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마음에 이빨이 있으면 씹어먹을 기세군.’
무쌍이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잘한다. 최고로 잘한다. 진짜로 잘한다. 너와 나는 지구에 둘밖에 존재하지 않는 동족이다. 노예로 부려도 좋다. 살려만 줘!”
오셀롯은 필사적이었다. 어쩌면 놈과 말이 통할 듯했다. 일단 살아야 복수를 할 수 있다. 몸만 회복되면 놈이 두려울 이유가 없다.
‘이 자식이 파야 호텔 정원에서 생사투를 벌였던 놈이 맞나?’
무쌍이 휘청했다. 홀로코스트를 벌이는 살인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극단적인 믿음에 매몰된 순교자적 살인자, 이데올로기에 헌신하는 살인자, 다중인격에 따른 무의식적 살인자 등등.
오셀롯은 새로운 유형의 반사회적 인격의 살인자다. 자신을 위대한 존재로 인식하고 인간을 개미나 지렁이로 인식한다. 화자가 개미집에서 기어 나오는 개미를 막대기로 콕콕 찔러죽이며 놀았듯이 오셀롯은 인간을 취미로 죽이는 인간이다. 무쌍은 자신의 힘에 취해서 깨춤 추는 인간을 송충이보다 더 싫어한다.
“동족 같은 소리 하네. 불독 주둥이에 상아가 났다는 말은 믿어도 니놈 말은 믿지 못하지.”
무쌍의 눈이 스산해졌다. 스스스- 두 손에 투명한 막이 한 겹 솟았다. 놈의 뼈마디는 티타늄 강도와 맞먹는다. 억수갑 없이 육장으로 부수려면 기운이 쭉 빠진다.
“이 이봐, 블랙맘바, 내가 숨겨둔 돈도 많다. 돈도 주고 여자도 준다. 천만 불 준다. 아니 이천만 불 준다.”
다급해진 오셀롯이 횡설수설했다.
“맞아보면 생각이 달라질거야.”
윙- 손이 섬전처럼 뻗었다. 놀란 오셀롯이 팔뚝으로 손을 쳐냈다. 뿌각- 억수갑에 부딪힌 오셀롯의 하박이 툭 꺾어졌다.
비명이 나오기도 전에 억수갑이 어깨뼈와 빗장뼈를 한꺼번에 움켜잡았다. 우직- 뼈와 뼈에 연결된 신경얼기와 혈관, 근육이 진흙처럼 뭉크러졌다. 깔끔하게 뼈를 분절하면 3일이면 복구할 놈이다.
“꾸엑!”
처참한 비명이 울렸다.
-와킬, 별일 없습니까?
인터폰에서 레옹의 목소리가 울렸다.
“신경 쓸 것 없다.”
-위!
무쌍이 인터폰을 끄고 냉엄한 눈으로 오셀롯을 노려보았다. 관에서 뛰쳐나오려던 오셀롯이 움찔했다. 동물적 본능이 강할수록 한번 패한 상대에 정신적으로 눌리는 경향이 강하다.
“시끄럽고!”
두웅- 오셀롯의 입이 딱 붙었다. 최근에 깨달은 염동력이다. 무쌍은 입을 봉쇄해놓고 헌 집 벽 털듯 두들겼다. 퍽퍽퍽- 묵직한 소성이 연속 울렸다. 척추와 경추를 복합 분절하고, 팔다리뼈를 짓이겼다. 손목과 발목의 인대를 쥐어뜯고 간과 허파도 반쯤 뭉갰다. 단 일 분만에 오셀롯은 머리 아래가 흐물거리는 문어 인간이 되었다.
“끄으으, 잔인한 놈! 인간이 이럴 수는 없다. 기필코 복수할 것이다.”
오셀롯의 눈에 고통과 공포가 아닌 광기가 줄줄 흘렀다. 신도 에피듐을 길들일 수 없다는 깜둥이의 말대로였다. 어린 무쌍이 장 씨의 모진 학대에 5년이나 끄떡없이 버틴 이면에도 에피듐의 반골 기질이 있었다.
“인간 같은 소리 하네. 열흘쯤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지.”
무쌍은 관뚜껑을 꽝 닫고 시건장치를 걸었다. 인간도 아닌 놈이 인간 운운하는 주둥이를 뭉개려다 참았다. 악마를 정의한다면 오셀롯이 즉물 개념이다.
인간이 인간인 이유는 동정과 공감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 아닌 어떤 생물도 동정과 공감이란 개념이 없다. 동정은 실천 지향적 상태를 말하며 상상력이란 단계를 거쳐서 대상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스테이지다. 즉, 우위에서 열위의 상대방을 받아들인다.
공감은 상태 지향적 실천을 말하며 동등한 위치에서 대상과 정신 작용을 함께하는 스테이지다. 불교에서 말하는 자비는 동정보다는 공감에 가까운 아젠다다. 예를 들어 거지에게 밥 한 덩이를 주면 동정이고, 거지와 함께 밥을 얻으러 다니면 공감이다.
동정은 타인의 아픔을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고 공감은 타인의 아픔을 마음으로 아파하는 것이라는 감성적 해석을 하는 사람도 있다.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지나치게 협소하고 정치적인 해석이다.
무쌍은 인간의 본질을 볼 수 있다. 광기의 에피듐이라는 깜둥이의 말이 아니더라도 오셀롯은 형상만 인간일 뿐 동정은 악의로, 공감은 광기로 채운 악마다. 인간적으로 대우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인간이라면 린치를 가하지 않고 깔끔하게 죽였을 것이다.
둥- 머리가 울렸다.
“엇, 또?”
느긋하니 커피를 즐기던 무쌍이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한 번은 우연일 수 있지만 두 번은 우연이 아니다. 가부좌를 틀고 신묘장구대다라니를 외웠다. 정신 집중에는 대다라니경만한 도구가 없었다.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사바라 사마야 사마야 하리나야 구로구로…….”
혼은 꼿꼿이 서고 백은 아래로 가라앉았다. 혼탁해진 영대가 가을 하늘처럼 맑아졌다.
[동방불패, 도와줘!]가느다란 울림이 들렸다. 두웅- 심상에 깜둥이가 떠올랐다. 영이 소통되자 전달되는 사념이 분명해졌다.
[친구, 나 좀 도와줘] [동방불패!] [임마, 친구는 힘들 때 필요한 거라며.]‘헐, 이기 머꼬! 깜둥이가 왜?’
얼마나 놀랐는지 하마터면 정심이 깨질뻔했다. 그렇지 않아도 찾아오겠다던 깜둥이가 꿩 구워먹은 소식이라 은근히 걱정하던 차였다. 깜둥이 같은 존재를 곤란하게 만들 사건이라면 천재지변뿐이다.
천하의 손오공도 500년이나 오행산에 깔렸었다. 자신도 자연의 행패에는 속절없이 당하지 않았던가. 사념파가 수신되는 걸로 볼 때 깜둥이는 지저 세계를 탈출했다. 완벽히 격리된 공간에서는 사념파도 빠져나오지 못한다.
장소를 묻고 싶었지만, 자신은 사념파를 방출할 능력이 없다. 가까운 거리에서 공진파에 음을 탑재해서 전달하는 수준이다.마음이 급해졌다. 하나밖에 없는 친구가 위기에 처했는데 찾을 길이 없다. 좁은 한국에 있는 어머니도 찾지 못하는 판에 깜둥이를 어디서 찾는단 말인가?
안타까움이 극에 이른 순간, 먹구름 덮인 하늘이 개이듯, 망원 카메라의 줌을 당기듯 영대가 열렸다. 시야가 아득히 높은 공간으로 솟았다. 지도상에서 늘 보던 아프리카 해안이 심상에 그려졌다.
무쌍은 희열에 젖었다. 드디어 제대로 된 신통을 얻었다. 이것이 바로 사부가 말씀한 천안통이 아니던가! 천만의 말씀이다. 에피듐의 피로 연결된 깜둥이의 강력한 사념파가 무쌍의 의식 한 갈래를 인도하는 상황이다. 굳이 명칭을 붙이자면 천안통이 아니라 좌도방 강령술이다.
시야는 아프리카 최남단으로 내려갔다. 코발트 바다, 거세게 해안을 때리는 파도, 육지에는 고성을 흉내 낸 등대가 서 있다. 사념파는 해안에서 수십킬로 떨어진 캄캄한 공간속에서 발산되고 있다.
“레옹, 아프리카 최남단이다. 바다 쪽에서 보면 하마 꼬리처럼 몽땅한 곶의 오른쪽에 시가지가 보인다. 고성을 흉내 낸 등대가 서 있다. 이곳이 어딘가?”
-아프리카 최남단이라면 케이프 포인트와 아굴라스 곶이 있습니다. 하마 꼬리처럼 몽땅하고 오른쪽 가까이 시가지가 보이면 아굴라스 곶일 확률이 높습니다. 케이프 포인트는 하마 꼬리가 아니라 악어 꼬리를 닮았습니다.
“대서양과 인도양의 경계 표지판이 보인다.”
-아굴라스 곶입니다.
레옹은 말의 의미와 행위를 융합 못 하고 기계적으로 답변했다.
“항로를 아굴라스로 변경하라”
-넵, 알겠습니다.
구우웅- 팰컨이 기수를 돌렸다. 니제르 사막에서 아프리카 최남단인 아굴라스 곶까지 직선거리로 6,500km, 비행 거리로 7,300km다. 팰컨의 예비 연료를 동원해도 노바토파아로 회항하기 어렵다. 레옹은 연료가 걱정되었지만 두말하지 않았다. 보스가 까라면 두말하지 않고 까는 레옹이다.
7시간 후, 아프리카 대륙 최남단에 팰컨이 모습을 드러냈다. 케이프 포인트를 후려치는 거센 대서양 파도가 눈에 잡힐 듯이 들어왔다. 흔히 케이프 포인트를 아프리카 최남단으로 알고 있지만, 케이프 포인트에서 154km 떨어진 아굴라스 곶이 아프리카 최남단이다.
-와킬, 10분 후 아굴라스에 도착합니다.
“고도 2,000, 좌로 15도, 미속 횡전!”
무쌍이 인터폰으로 방향과 속도를 지시했다. 레옹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해상에서 볼거리는 정어리 트롤어선과 고래밖에 없는데…….”
아굴라스 왼쪽은 대서양, 오른쪽은 인도양이다. 어느 쪽이든 수백 킬로 이내에 섬이 없는 망망대해다. 아굴라스 해안에는 숨은 암초가 많다. 지나다니는 선박도 없다. 보스가 4차원적 행동을 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 먼 곳까지 바다를 보려고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레옹, 수색모드에서 고도를 얼마나 낮출 수 있나?”
-항속 250km에서 400m까지 낮출 수 있습니다.
“좋아, 고도 1,000을 유지하고 항속을 200km까지 떨어뜨려라.”
-넵!
팰컨이 아굴라스 해안에서 120km 떨어진 해역을 빙빙 돌았다. 무쌍은 관안을 전개해서 수면을 내려다보았지만 선박은커녕 부유물 한 개 보이지 않았다.
[동방불패!]‘응!’
팰컨 바로 하방이다. 유유히 파도를 가르는 고래 두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어미와 새끼인 듯 3m 남짓한 작은놈이 15m 거체를 따라가고 있다.
“설마?”
이투리에서 서펀트 배속에 들어간 쌈디가 퍼뜩 생각났다. 말도 안 되는 가정이 떠올랐다. 무쌍은 곧바로 하네스를 짊어졌다. 말이 안 되기로는 깜둥이나 자신의 존재가 더하다.
“레옹, 고래가 보이나?”
-위!
“고래 진행 방향으로 나란히 비행하라.”
-위!
“위성 전화기와 주파수를 동조하고 고도를 높여서 대기하라.”
삐잉- 삐잉- 말이 끝나기도 전에 조종석에 경고음이 울렸다. 계기판에 도어 열림 비상등이 들어왔다.
-와킬!
레옹이 고함치듯 부를 때 캐빈에는 무쌍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미친다. 미쳐!”
식겁한 레옹이 조종간을 주먹으로 후려치고 횡전했다. 보스의 능력은 익히 알고 있지만, 알고 있다고 해서 걱정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무쌍은 헤일로 하강 자세를 잡았다. 네 활개를 활짝 펴고 몸을 최대한 뒤로 젖혀서 추락 속도를 늦췄다. 움직이는 고래 등을 올라타려면 하강 속도를 절묘하게 조정해야 한다. 무쌍은 초당 60m 속도로 강하했다. 공기는 맑고 하늘은 쾌청했다. 풍속도 2m로 스폿 낙하에 일조했다.
“개방!”
되지엠 랩 교육은 확실했다. 자신도 모르게 복창하고 수면 상공 300m에서 엉덩이의 부라이들(bridle, 캐노피 개방 손잡이)을 당겼다. 캐노피가 후루룩 펼쳐졌다. 역중력이 걸린 몸이 휙 솟구쳤다.
MC-1 기동 낙하산은 공기구멍과 조종 줄을 이용해서 방향 전환과 수평 이동이 가능하다. 무쌍은 테크 라인을 조절해서 혹등고래 전진 방향에 정렬했다.
30m 아래쪽에서 혹등고래가 물을 뿜어 올리며 유유히 지나가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무쌍은 급속해체 뭉치를 눌러서 낙하산을 떼버리고 자유 낙하했다. 고래 등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혹등고래는 웬 파리가 앉았냐는 듯 제 갈길을 갔다. 30톤 혹등고래에게 무쌍은 파리와 다를 것도 없다.
“저 저럴 수가!”
수면을 내려다보던 레옹이 비명을 질렀다. 와킬이 패러슈트를 날려버리고 고래 등에 내려앉았다. 레종 에뜨랑제 역사에 기록될, 전설적인 스폿 강하다.
인간이 아닌 존재의 행태를 고민해봐야 답이 없다. 보스가 무엇을 하던 자기 일을 하면 된다. 레옹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고도를 올렸다. 비행기 폭음에 놀란 고래가 잠수하면 큰일 난다. 그는 새끼와 동행하는 혹등고래가 웬만해서는 잠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몰랐다.
무쌍은 손바닥을 고래 등에 붙이고 공진파에 음성을 실었다.
[어이, 깜둥이!]공진파는 두터운 외피를 투과해서 혹등고래 내부를 윙 울렸다. 거대한 고래 위장 속의 크릴새우 무더기가 꿈틀했다.
[친구여, 왔는가?]‘헐, 이기 무신 시츄에이션이여!’
예상은 했지만, 천하의 깜둥이가 고래에게 먹히다니 참으로 질 나쁜 농담이다. 반가운 마음에 앞서 걱정이 덜컥 앞섰다.
[친구, 문제없나?] [지극히 비합리적인 질문이다.]시니컬한 응답이 돌아왔다. 무쌍은 실소했다. 깜둥이 급의 존재가 고래에 먹힐 정도면 문제가 있어도 크게 있다.
두웅- 공간지각력으로 고래 내부를 살폈다. 샅샅이 뒤져도 깜둥이가 보이지 않았다. 위장에는 반쯤 소화된 크릴새우와 물고기만 가득했다.
“변신했나?”
무쌍은 깜둥이의 변신 능력을 알고 있다. 인내심을 가지고 공진파까지 동원해서 거대한 위장을 차근차근 뒤졌다.
‘해파리?’
공진파에 밀도가 전혀 다른 물체가 걸렸다. 공간지각력을 집중하자 꾸물거리는 해파리가 심상에 떠올랐다. 강산성 소화액이 쏟아지는 위장 속에서 살아 움직일 존재는 없다. 그리고 해파리는 물 밖에서 자력으로 움직일 수 있는 생물이 아니다.
[상태가 별로 좋아 보이지 않네.] [어쩌다 보니……. 신체 일부를 잃었다. 생존 에너지까지 소모하는 바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