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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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장 사라진 두더지 3
후위에서 RPG 탄두를 결합하던 게릴라의 머리가 터졌다. 핏물이 튀기도 전에 탄두를 나르던 게릴라도 풀썩 쓰러졌다. 딜레이가 없는 연타 저격이다.
뒤이어 가슴에 총탄을 맞은 박격포 사수와 부사수가 펄쩍 뛰듯이 나자빠졌다. 탄약수가 땅바닥에 납작 엎드렸지만 무정한 탄자가 등뼈를 박살냈다.
퍽 퍽-
총탄이 엄폐호 흙 부대에 연속 박혔다.
“와킬, 조십하십쇼.”
엄폐호 아래서 탄창을 채우던 옴부티가 고함질렀다.
“걱정 없다. 유탄이다.”
옴부티를 안심시키기 위해 유탄이라고 말했지만 효력사다. 적이 총구 화염을 간파했다는 뜻이다. 총구 화염은 폭발 가스 속의 일산화탄소 같은 가연 성분이 산소와 만나면서 발생한다.
탄속이 빠를수록 가스 팽창 속도가 빨라진다. 그만큼 총구 화염이 길어지고 밝아진다. 탄속이 빠른 드라구노프의 경우 야간에 총구 화염이 길게 뻗는다. 단점이라면 큰 단점이다.
블랙맘바는 효력사에 개의치 않았다.
AK는 표적이 150m를 넘으면 명중률이 급격히 떨어진다. 300미터 밖의 표적은 그야말로 알라의 도움이 있어야 명중시킬 수 있다. 화력에 휘말려 허둥대며 쏘는 총탄에 블랙맘바가 당하면 하이에나가 비웃을 일이다.
전장에서 유탄에 의한 피탄은 어쩔 수 없다. 눈먼 총알에 맞으면 억울하지만 그것도 본인의 재수다. 블랙맘바는 피탄 위험에 불구하고 한 치의 미동도 없이 표적을 연속 잡아냈다.
‘과연 아즈라일!’
옴부티는 감탄했다. 최강의 정력이고 강심장이다. 옴부티가 보기에 총탄이 블랙맘바를 피해가는 것으로 보였다.
삐잇- 박격포탄이 장약 연소를 끝내고 중력 활강하는 소음이다.
‘헛!’ 고개를 든 블랙맘바가 흠칫했다. 상현달 속에 검은 점이 찍혔다.
“옴부티, 엎드렷”
그는 옴부티의 뒤통수를 눌러 엄폐호에 처박았다.
꽝- 지근거리에 박격포탄이 날아와 박혔다. 폭압에 밀린 돌과 흙이 엄폐호로 좌악 쏟아졌다. 장쒼과 비교하면 형편없는 포술이지만 충분히 위협적이다.
“와킬, 저놈부터 잡으십쇼.”
흙을 뒤집어 쓴 옴부티가 고함을 질렀다.
“흐흐, 맞았으면 당연히 때려야지.”
블랙맘바는 즉시 발사 지점을 찾았다. 수평각, 수직각을 계산할 필요도 없었다. 활강 방향을 확인한 정도로 충분했다. 블랙맘바의 야간 시력은 올빼미와 비슷한 수준이다.
850m밖에서 장탄중인 사수와 장전수가 눈에 들어왔다.
퍽- 퍽- 블랙맘바에게 일단 포착된 이상 죽은 목숨이다.포탄을 포구에 집어넣던 장전수와 포각 조절 중이던 사수의 머리가 동시에 부서졌다.
박격포 두 문을 날려버린 블랙맘바는 RPG를 잡아내기 시작했다. RPG는 사거리가 짧다. 전방에 위치한 RPG사수들이 순식간에 정리되었다. 개활지에서 블랙맘바를 적대자로 만난 이상 신이라도 불행을 피하기 어렵다. 지원화기가 정리되자 타깃이 기관총 사수로 바뀌었다.
퍽- 데그차레프 사수의 머리가 터져 나갔다.
사하라 열풍이 불기 시작하자 구름이 걷혔다. 신월을 살짝 벗어난 상현달이 고개를 내밀었다. 블랙맘바의 세상이다.
적정을 관찰하던 깨비텐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갓급 스나이퍼의 위력은 무시무시했다. 박격포 두 문, RPG 다섯 기, 기관총 여섯 정이 3분 만에 침묵했다. 저격총으로 더블텝, 쓰리텝이라니 기가 막혔다. 자신도 스나이퍼다. 블랙맘바의 불가사의한 스나이핑은 설명이 되지 않았다.
아무드군의 공격력에 구멍이 뻥 뚫렸다.
번득 정신을 차린 라텔팀의 중화기와 기관총이 불을 뿜기 시작했다.
“야 일리히 학깐 하다!(망할, 세상에 말도 안되는!)”
아무드의 손에서 야시경이 툭 떨어졌다. 포격을 뚫고 돌격하던 용맹한 부하들이다. 탄막에 주춤거리던 부하들이 도미노처럼 우르르 쓰러졌다. 마치 사하라 폭풍에 휩쓸린 파니큼(Panicum, 사하라 지역의 기장속 식물) 같았다.
“으윽, 돼지 같은 놈들!”
전날의 재판이다. 놈들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기다리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기습을 당한 쪽은 프로그가 아니라 자신이었다. 음흉한 개구리 새끼들에게 기만당했다. 입술을 깨물어 피가 줄줄 흘렀지만 그는 알지 못했다.
전날처럼 스나이퍼에게 당했다. 지원화기가 쓸려나가는 바람에 돌격조가 주춤거렸다. 스나이퍼가 몇 놈인지 짐작도 되지 않았다.
“겁쟁이 놈은 모조리 죽여라!”
아무드가 악을 썼다. 적들과의 거리를 300m까지 좁혔다. 어차피 적은 소수다. 인계철선만 넘으면 수적 우세를 만끽할 수 있다.
프롤리나트 독전대는 잔인하기로 이름 높다. 예로부터 훈련이 부족하고 후진적인 군대일수록 잔인한 독전대를 운용해 왔다. 후방의 독전대가 뒤돌아서는 병사의 목을 시미터로 갈랐다. 주춤거리는 전사들의 등에 칼날이 박혔다.
“우와, 알라, 알라!”
아무드군이 이판사판으로 돌격했다.
펑- 펑- 펑-
모리스가 설치한 M74살포 지뢰다. 섬광이 터질 때마다 인계철선을 돌파한 게릴라들이 연신 땅에서 튀어 올랐다.
“밀어 붙여!”
“알라께 영광을, 달려!”
독전대가 시미터를 휘두르며 악을 썼다.
다구리에 장사 없다는 아무드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다만 자동유탄발사기와 갓급 스나이퍼라는 최악의 변수를 계산하지 못했다.
블랙맘바는 무아지경에 빠졌다. 표적을 잡고 방아쇠를 당기고 탄창을 교체하는 일련의 행동이 기계적으로 이루어졌다. 옴부티는 장탄된 드라구노프를 건네주기에 바빴다.
피를 뿜으며 나뒹구는 인간을 보는 블랙맘바의 눈은 무심했다. 표적이 인간이라는 사실도 잊고, 자신이 방아쇠를 당긴다는 사실도 잊었다.
반자동 연타성과 내구성이야말로 블랙맘바가 드라구노프를 선택한 이유다. 블랙맘바의 손에 잡힌 드라구노프는 본연의 분대 지원화기로서의 역할을 십분 발휘했다. PSG-1, 가릴, M40등 소위 명품 저격총 대부분이 볼트 액션식이다. 볼트액션식은 정밀도가 높은 반면 연사력과 내구성이 떨어진다. 저격총을 기관총처럼 다루는 블랙맘바와 상성이 맞지 않았다.
지원화기를 쓸어버린 후, 채 5분이 지나지 않아 드라구노프를 다섯 번 교체했다. 순식간에 돌격 전열의 이빨이 듬성듬성 빠졌다. 300미터는 저지선이자 돌격선이다. 스나이핑과 지뢰를 피해서 저지선을 돌파한 병력은 겨우 20명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순식간에 쓸려 나갔다.
함성과 총성이 차츰 잦아들었다.
돌격대를 쓸어버린 블랙맘바의 총구가 후방의 독전대를 향했다.
“윽” “커억”
후방의 친위 독전대가 줄지어 쓰러지기 시작했다.
퍽-
“으악!”
핏물은 부관 무함마의 이마에서 튀어 오르고, 비명은 아무드의 입에서 튀어 나왔다. 부관이 두 팔을 휘저으며 쓰러지는 장면이 시야에 느릿하게 잡혔다. 비현실적인 장면이다.
일발 일타, 은폐해도 소용이 없었다. 어둠속에서 단말마의 비명이 계속 이어졌다. 전장의 공포는 전염된다. 역전의 전사인 독전대도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에 머리를 처박았다.
인간이 평지에 엎드렸을 경우 피탄 면적은 350㎠로 추정된다. 넓은 면적 같지만 가로 세로 17㎝다. 은폐된 부분이 있으면 훨씬 줄어든다. 야간에 300m밖의 170mm 표적을 적중시키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아무드는 소름이 쫙 돋았다. 전장에 구른 지 30년, 목숨의 위협을 이토록 심각하게 느낀 적은 없었다. 당장 자신의 머리에 총탄이 박힐 것 같은 공포가 엄습했다. 지금까지 살아남은 비결이 신속한 상황 판단이다. 그는 지체 없이 등을 돌렸다.
“후퇴!”
바이크를 타고 도주하는 아무드의 뒤를 십여 명의 친위대가 뒤따랐다. 후퇴하는 도중에도 저격탄이 끊임없이 날아들었다.
“아악” “크악”
부하들의 비명이 줄을 이었다.
‘이럴 수가!’
아무드는 뒤늦게 기함했다. 믿을 수 없지만 탄도로 볼 때 스나이퍼는 단 한 명이었다.
평생을 전장에서 화약 냄새를 맡으며 살아온 아무드다.
저격탄이 날아드는 시간 텀으로 볼 때 저격총을 기관총처럼 쏴대는 끔찍한 놈이 있다.
아무드는 분노 이전에 등줄기가 써늘했다.
그는 보고를 듣고도 웃어 넘겼던 놈이 번득 떠올랐다.
대정령 리우허라 불리는 놈, 칸마 무스타를 죽이고 BTR의 후방 연료 공급선을 박살낸 놈, 1km밖의 동전을 맞힌다고 보고 받은 바로 그놈이다. 가슴이 서늘해진 아무드는 정신없이 그립을 당겼다.
포성과 총성이 멎었다. 블랙맘바의 드라구노프 총성만이 깡깡 울렸다. 그마저도 곧 침묵했다. 블랙맘바의 총성으로 시작된 전투는 15분 만에 종료되었다. 아무드의 무리한 돌격전과 블랙맘바의 경인할 스나이핑이 빚은 결과다.
아무드는 4km를 후퇴해서 병력을 점검했다.
“끄아아, 이런 돼지 같은 일이!”
점검할 병력도 없었다. 147명을 끌고 나와서 고작 친위대 여섯이 남았다. 끔찍한 결과다. 아무드는 극심한 공포를 느꼈다. 놈이야 말로 대정령 리우허다.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이크 엑셀을 밟았다.
포성과 총성으로 뒤집혔던 모래땅에 정적이 돌아왔다.
블랙맘바는 청파보를 시전해서 황무지를 빗살처럼 가로질렀다. 대여섯 놈이 도주했다. 개미굴로 돌아간 개미는 군대를 끌고 나온다. 발본색원, 그는 개미굴을 뒤집어 버릴 작정이었다. 파란트로푸스가 잔인한 이빨을 드러냈다.
“이런 고마울 데가 있나!”
멀쩡한 바이크를 발견한 블랙맘바가 환성을 질렀다. 고맙기 이를 데 없었다. 주변에 버려진 차량과 바이크가 지천이었다. 프롤리나트 3군이 타고 온 차량들이다.
바이크를 타고 팀 보마로 돌아 온 블랙맘바는 200발 들이 7.62mm탄 박스와 수류탄 한 박스를 챙겼다. 수류탄 박스에는 세열 수류탄 20개, 소이 수류탄 2개, 연막 수류탄 2개가 들어 있다.
블랙맘바는 헤드셋을 열어 에밀의 주파수를 맞추었다.
-에밀, 나는 놈들을 추적한다. 깨비텐에게 보고해라.
미니미 총열을 식히던 에밀이 기겁을 했다.
-미친놈, 그만둬
에밀이 헤드셋이 깨져라 고함을 질렀다.
-꼬리를 달고 다닐 이유 없다. 본부를 박살내고 온다.
-망할 놈, 가려면 직접 보고해라. 깨비텐에게 파트너가 맞아 죽는 꼴을 보고 싶나.
-깨비텐은 부하를 죽이지 않는다.
통신이 툭 끊어졌다.
-이봐, 블랙, 블랙, 이 사악한 놈, 파트너를 죽이려는 놈. 천하에 나쁜 놈, 달팽이 같은 놈.
에밀이 아우성을 쳤지만 꺼져버린 수신기는 무정했다.
“이런 나쁜 놈”
화가 난 에밀은 애꿎은 미니미를 내동댕이쳤다. 깨비텐에게 맞아 죽게 생겼다. 마크의 죽음은 팀원 전원에게 큰 경각심을 던졌다. 깨비텐이 파트너가 당하면 같이 죽어라고 악담을 할 정도였다. 사실은 깨비텐에게 당할 걱정보다 파트너의 안위가 걱정되어서다.
블랙맘바는 스로틀을 거칠게 당겼다.
바이크가 앞바퀴를 번쩍 치켜들고 땅을 박차고 나갔다. 튀어나간 바이크가 쿵 땅바닥에 떨어지자 엉덩이가 얼얼했다.
출력은 좋았지만 서스펜션이 형편없었다. 내구성이 좋지만 이용자의 편의를 무시한 디자인이 소련제 군용품의 공통된 특징이다.
추적은 여반장이었다. 화약 냄새와 시큼한 땀이 남긴 냄새 분자만 따라가면 된다. 그는 여유 있게 반군이 남긴 냄새를 추적했다. 아무드는 자신의 꼬리에 죽음의 천사가 달라붙었음을 상상도 못할 것이다.
깨비텐은 기분이 째졌다.
중대 규모의 게릴라를 맞아 부상자 한 명 없이 완벽한 승리를 얻었다. 지형, 환경, 화력, 장비, 실력을 모두 확보한 덕분이다.
자신은 오늘 최고의 전투 지휘력을 발휘했다. 물론 블랙맘바라는 존재가 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블랙맘바의 스나이핑이 개활지 전투에서 무서운 위력을 발휘했다.
중화기와 기관총이 돌격을 둔화시키는 동안 블랙맘바가 빗자루로 쓸어내듯이 게릴라들을 청소했다. 지휘자로서 최고의 뿌듯함을 느끼는 순간이다. 이런 완벽한 전투는 섹스보다 더 큰 오르가즘을 느끼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