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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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장 깜둥이 출세7(수정)
콰아아- 저공 비행하는 제트기의 폭음이 귀를 찢었다. 항공기는 아르키메데스의 원리가 적용되는 부력과 달리 양력으로 떠오른다. 중량물인 사이렌스(소음 중화기)를 부착할 수 없다.
끼이이- 혹등고래가 머리를 숙이고 허리를 들어 올렸다. 곧장 잠수할 기세다. 꼬리만 퉁기면 물속으로 들어간다. 다급해진 무쌍이 진각을 밟았다.
쿠웅- 포장석을 박살 낼 위력에 40톤 거구가 출렁 흔들렸다. 혹등고래의 가죽 두께는 500mm를 웃돈다. 웬만큼 타격해서는 느끼지도 못한다.
“이년아, 나는 우짜라고!”
쩌엉- 염력이 가미된 호통에 혹순이의 뇌가 흔들렸다. 입수하려던 혹순이가 거짓말처럼 대가리를 쳐들고 허리를 폈다.
“얼래? 이년이 진짜로 말을 알아듣네. 기특하데이!”
무쌍이 반색했다. 해외 토픽에 실린 난파선 선원의 스토리가 기억났다. 고래가 등에 태워서 다른 배에 인계(?)해 주었다는 둥, 상어를 쫓았다는 둥, 구조선을 데리고 왔다는 둥……. 혹순이를 보면 맨땅에 박치기하는 소리만은 아니다.
공진파는 간섭장이다. 공진파에 반응하는 혹순이는 분명히 지성체다. 혹순이를 조종할 수 있으면 손바닥만 한 구명 부이를 타고 뺑이칠 이유가 없다.
슝- 아미 로프가 쭉 뻗었다. 둥둥 떠 있는 티타늄 관을 휘리릭감고 로프 끝이 뱀처럼 굼실거리며 구명 부이까지 휘감았다. 무예와 염력을 조합하자 고난도의 작업도 어렵지 않았다.
“레옹, 케이프타운 공항에 대기하라.”
-와킬, 아굴라스까지 145km입니다. 패스트 로프를 사용하시지요.
그 보스에 그 부하다. 제트기는 헬기가 아니다. 양력을 유지하려면 최소 200km 속도를 유지해야 한다. 200km 속도로 비행하는 물체가 2,000m에 달하는 로프를 내리고 인간이 로프에 매달려서 145km를 이동한다? 말도 안 되는 발상이다.
“나는 뚜바이부르파다.”
-위!
레옹은 힘차게 대답하고 기수를 돌렸다. 보스는 전능하다. 두 번 토를 달면 불경이다. 팰컨이 날개를 몇 번 흔들고 서쪽으로 날아갔다.
“친구, 시작해야지?”
[볼썽사나운 몸체를 에피듐의 안면부에 올려라. 삼촌 떡도 맛있어야 사 먹는다며! 물건이 좋은지 나쁜지 확인부터 해야지.]깜둥이는 죽어가는 마당에도 여유를 부렸다. 무쌍의 기억뿐만 아니라 성향까지 베껴갔다.
“그도 그렇군!”
무쌍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진정한 강자는 죽음 따위에 흔들리지 않는다. 띡띡띡- 패널의 비밀번호를 눌러서 시건장치를 풀고 관뚜껑을 열어젖혔다. 시퍼런 안광이 폭출했다.
“크아악! 개 같은 놈, 네놈의 살을 찢어먹겠다. 뼈를 산산조각내서 돼지 먹이로 줄 테다.”
욕설과 저주가 쏟아졌다. 영화배우 뺨치게 잘생긴 얼굴이 두억시니로 변했다. 으드득 갈아붙이는 이빨이 자못 살벌했다.
“그러든지 말든지. 옜다 선물!”
눈 하나 깜짝할 무쌍이 아니다. 다짜고짜 해파리를 오셀롯의 얼굴에 철썩 붙였다.
“아악, 빌어먹을 놈, 뭣 하는 짓거리야!”
입만 살아있는 오셀롯이 악을 썼다.
“오셀롯, 마지막으로 좋은 일 해라. 네놈은 본인의 입으로 이천 개가 넘는 인간 박제를 자랑했다. 저승에 가거든 네놈이 취미로 죽인 사람들에게 꼭 사과해라.”
무쌍의 말이 떨어지자 추르르- 해파리 촉수가 오셀롯의 콧구멍으로 파고들었다.
“뭐야? 무슨 짓을 꾸미는 거야? 블랙맘바, 우린 동족이야. 난 피해자라고. 내게 왜 이래.”
부쩍 불안해진 오셀롯이 횡설수설했다.
“네놈이 불쌍해 보이다니 별일이군. 쯧쯧!”
무쌍이 혀를 찼다. 숙주를 교묘히 조종하는 기생충 중에 고양이 기생충 톡소(Toxoplasma gondii, 톡소플라소마 곤디)가 있다. 이놈은 고양이 소화기관에서만 번식할 수 있다.
톡소가 인간이나 쥐 같은 엉뚱한 동물의 몸에 들어가면 기발한 방법으로 고양이를 찾아간다. 톡소는 숙주의 신경계를 통해서 뇌를 장악한다. 톡소에 감염된 인간과 쥐는 고양이에 대한 호감이 폭증한다.
감염된 쥐는 고양이 면전에서 겁대가리 없이 재롱을 부리고 스킨십을 시도한다. 고양이는 쥐와 짝짜꿍할 군번이 아니다. 재롱의 대가는 카니발이다. 고양이는 배를 두드리고, 톡소는 고양이 위장에 안착해서 알을 깐다. 인간도 쥐와 다를 바 없다. 고양이와 입맞춤하는 인간은 톡소플라소마 곤디에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오셀롯은 톡소에 감염된 쥐 이상으로 불쌍한 처지다. 쥐는 죽음으로 끝나지만, 오셀롯은 자신의 몸뚱이를 깜둥이에게 헌상해야 한다. 오셀롯의 영혼이 피눈물을 쏟을 일이다.
“이거 치우지 못해. 크악!”
오셀롯이 펄쩍 뛰었다. 전신의 뼈가 뭉개지고 힘줄이 끊긴 몸으로 점프하는 기적이 연출되었다. 깜둥이가 뇌를 헤집는 충격은 그만큼 강렬했다.
한 대 갈기려던 무쌍이 손을 내렸다. 오셀롯의 눈이 돌아가서 흰 창만 남았다. 물결처럼 잔 경련을 일으키던 몸이 잠잠해졌다.
[에피듐 적합도 2.25%, 엑시타 바이러스 감응도 35%, 듀테룸 0.05, 바이러스 레코딩 5,200……. 품질이 썩 좋지는 않다. 그런데 조직이 많이 망가졌군.]“너무 사나워서 망가뜨렸다. 문제 있나?”
[농 쁘라블렘, 에피듐은 원래 사납다. 오죽하면 광기의 에피듐이라 불렸겠나. 기관이 망가져도 세포 조직만 멀쩡하면 된다. 기관은 복구하면 된다.]‘이놈이나 저놈이나!’
무쌍은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알고 보면 깜둥이만큼 무시무시한 괴물은 없다. 박살 난 신체에 불구하고 멀쩡히 살아있는 오셀롯도 대단하지만, 박살 난 신체를 복구하겠다는 깜둥이는 더 대단했다.
“어떻게 할 건가? 내가 도와줄 일이 있나?”
[에너지가 부족하다. 충격파로 이놈의 뇌를 흔들어라. 다른 부분은 건드리지 말고 대뇌 껍질 부분의 시냅스 연결만 곤죽으로 만들어라. 해마 부분은 절대 건드리지 마라. 죽으면 안 돼. 산채로 육체를 장악해야 재료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까다로운 주문이군!”
무쌍은 깜둥이의 요구를 충분히 이해했다. 깜둥이는 오셀롯의 자아가 마비되면 영혼을 소멸하려는 의도다. 그렇게 되면 오셀롯은 완벽히 사라진다.
대뇌 피질의 시냅스를 흔들어버리면 자아를 잃는다. 영혼과 육체는 화학적인 결속력으로 묶여있다. 아무리 강력한 주술사도 자아가 살아있는 상태로 영혼을 신발 벗기듯이 육체와 분리할 수 없다.
두웅- 오셀롯의 두개골을 잡고 공진파를 발동했다. 생명 중추 부분인 뇌간과 소뇌를 피해서 대뇌 피질의 회색질(신경세포의 세포체가 모인 조직)을 두들겼다. 수백억 개의 정교한 시냅스 체계가 제멋대로 뒤섞였다.
“끄으으~”
그 와중에도 오셀롯이 가느다란 신음을 뱉었다.
[오오, 이거슨 듀테로니온! 바이러스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군. 친구, 최고의 선물이다.]깜둥이의 사념파에 환희가 실렸다.
“듀테로니온? 그게 뭐냐?”
[에피듐의 뇌에서만 생성되는 중수소 화합물이다. 세포에 침입한 세균, 바이러스, 독소를 일거에 쓸어내는 위대한 청소부다.]“아하!”
땡중 도 터지는 감탄사가 나왔다. 자신의 뇌에서 쏟아져 나오는 하얀 알갱이, 보툴리눔 톡신을 단 5분 만에 중화했던 그것의 정체가 듀테로니온이다.
분자 생물인 깜둥이의 최대 약점은 바이러스와 극저온이다. 모든 생물은 살아가는 특정 영역이 있다. 바이러스가 살아가는 영역은 세포다. 에피듐의 듀테로니온 면역체계는 천하무적이다. 깜둥이는 만년삼왕, 공청석유, 천상신과를 능가하는 영약 중의 영약을 얻은 셈이다.
탐색을 마친 깜둥이가 동화 작업에 들어갔다. 해파리가 흐물흐물 녹았다. 졸 상태로 변한 해파리가 오셀롯의 콧구멍 속으로 사라졌다. 고래 등에 실려가는 관속에서 소리 없는 처절한 싸움이 벌어졌다.
“허! 골 때리네. 에피듐의 불량 영혼과 아드라스의 각성 영혼의 대결인가? 잘 되겠지.”
정작 사건을 만든 인간이 무책임한 말을 내뱉었다. 무쌍은 관 뚜껑을 꽝 덮고 털썩 깔고 앉았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지만 기다림만 남았다.
별일 없으면 오셀롯은 깜둥이로 재탄생한다. 만에 하나 깜둥이가 오셀롯의 영혼을 완전히 제압하지 못하면 다중 인격 깜둥이가 등장한다.
“혹순아 억수로 고맙데이. 니 덕분에 친구가 살았구마!”
억수갑으로 대가리를 두들겨주자 혹순이가 끽끽 울었다. 혹순이가 자의든 타의든 깜둥이를 삼키는 바람에 깜둥이는 살았다.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에서 대양을 떠돌았으면 자신과 만나기 전에 생명 반응이 사라졌을 것이다.
“혹순아, 육지로 가자.”
언제까지 고래 등에 얹혀있을 수는 없다. 무쌍은 GPS로 아굴라스 곶을 확인하고, 혹순이 왼쪽 수면을 락샤샤로 두들겼다.
펑- 물보라가 치솟았다. 혹등고래는 생각보다 영리했다. 즉각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서 속도를 냈다. 콰아아- 인간을 등에 얹은 혹등고래가 인도양의 거친 파도를 갈랐다.
무쌍은 신이 났다. 어릴 때 누렁이를 몰 때와 다를 것 없었다. ‘어디어디’하면 오른쪽, ‘쩌쩌쩌’하면 왼쪽이다. ‘이랴이랴’는 빨리 가라는 재촉, ‘워워’는 속도를 늦추라는 지시다. 영리한 고래는 오래지 않아 말을 알아들었다. 무쌍은 뜸뜸이 락샤샤로 수면을 내리쳐서 방향 지시만 했다.
잘난 놈은 무엇을 해도 멋있다. 석양이 붉게 타오르는 인도양, 파도를 가르는 거대한 혹등고래, 대가리에 우뚝 서서 채찍을 휘두르는 사나이, 그림 중의 그림이다.
혹순이는 5시간 후 아굴라스 해역에 접어들었다. 귀로는 순탄했다. 혹돌이를 잡아먹겠다고 물색없이 달려든 백상아리는 여지없이 락샤샤의 환영을 받았다.
한 대 맞고 도망친 놈은 살았지만, 개기는 놈은 여지없이 두 동강 났다. 상어는 확실히 범고래와 달랐다. 동료가 두 동강 나는 와중에도 피 냄새에 미쳐 날뛰었다. 버르장머리없는 백상아리 수십 마리가 락샤샤에 희생되었다.
무쌍은 해안을 1,000m 남겨둔 지점에서 티타늄 관을 아미 로프로 결박해서 등에 메었다. 구명 부이를 수면에 던지고 훌쩍 올라탔다.
“크긴 크네!”
정면에서 마주한 혹순이는 등에 타고 있을 때와 또 달랐다. 거대한 덩치에 기가 질렸다. 혹순이가 단단히 기억해 두겠다는 듯이 커다란 눈으로 무쌍을 응시했다. 접시보다 큰 눈이 그렇게 유순할 수 없었다.
현자의 눈이라고 할까! 마치 사부의 눈을 보는 느낌이었다. 손바닥으로 머리를 탁탁 두드려주었다. 끼우우- 혹순이가 길게 울었다. 친밀한 감정이 훅 끼쳤다.
“녀석, 이별을 아는구먼.”
끼우우- 무쌍의 입에서 혹순이와 동일한 음파가 방출되었다. 공간지각력으로 분석한 패턴이다. 혹순이의 눈빛이 달라졌다. 무쌍이 느끼기에 눈웃음이다. 끼우- 끼우- 혹돌이가 자신도 만져달라는 듯 대가리를 들이밀었다.
“이게 강아지여 고래여?”
덩치는 산만한 놈이 하는 짓은 아주 예전에 키우던 진돗개 새끼를 닮았다. 끼우- 끼우- 혹돌이와 같은 소리로 화답하고 대가리를 쓰다듬었다. 혹돌이가 좋아라. 날뛰었다.
“만나서 반가웠다. 잘 가라!”
혹순이와 혹돌이가 머뭇거렸다. 팡팡- 락샤샤로 수면을 세차게 내리쳤다. 빳빳이 곤두선 락샤샤 휩이 대양을 가리켰다. 끼우우- 혹순이가 긴 울음소리를 남기고 몸을 돌렸다. 머뭇거리던 혹돌이가 마지못해 어미를 따라갔다.
쏴아아- 500m쯤 벗어난 혹순이가 갑자기 해면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거구가 수면에서 5m나 떠올랐다. 허공에서 거대한 지느러미가 펄럭였다.
첨벙- 40톤 거구가 수면에 떨어지자 엄청난 물보라가 일었다. 혹순이는 무려 30번이나 점프했다. 무쌍은 가슴이 찌르르 울렸다.
“그년 참! 나도 답례해야지.”
락샤샤가 허공을 휘돌았다. 충분한 가속도를 얻은 락샤샤가 수면에 떨어졌다. 푸아앙- 폭뢰가 터진 듯 거창한 물보라가 일었다.
무쌍은 붉은 물결이 번득이는 대양으로 유유히 사라지는 혹등고래 모자를 망연히 바라보았다. 평화롭고 아름답다. 눈물 나도록 평화롭고, 가슴 저리도록 아름다웠다.
인연이 없는 세상은 얼마나 삭막할까! 깜둥이와 이런 식으로 재회하고, 혹등고래 모자와 인연을 맺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급한 마음에 혹등고래를 썰어버리고 깜둥이를 꺼냈으면 저토록 평화롭고 아름다운 고래 모자의 뒷모습은 영원히 몰랐을 것이다.
변덕이 생긴 원인은 어미와 새끼다. 어미와 새끼의 사랑에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움직였다. 어떤 종류의 사랑이든 사랑엔 이유가 없다. 이유 있는 사랑은 이미 사랑이 아니라 거래일 뿐이다.
쏴아아- 말발굽 모양의 구명 부이가 해안을 향해 치달았다. 요아 호수를 맨발로 건넌 무쌍이다. 공진파를 쓸 것도 없이 락샤샤로 수면을 두드려서 추진력을 얻었다.
자갈 해안에 오른 무쌍은 남아공 주재 프랑스 대사관에 헬기를 요청하고 관을 깔고 앉았다. 갑은 입을 움직이지만, 을은 손발을 움직여야 한다.
대사관 무관 앙드레는 미친 듯이 헬기를 수배했다. 다마스커스 대사관의 ‘아 샤끄 쥬흐 쉬피 싸 페느.(내일은 내일의 해가 뜬다.)’ 사건 후로 세계 각지의 프랑스 대사관은 바짝 긴장했다. 특별군사고문의 요청에 꾸물거렸다간 계급장 떼이고 뼈가 서너 개 부러진다는 믿을만한 소문이 퍼졌기 때문이다.
달이 둥실 떠올랐다. 무쌍은 관을 의자 삼아 시커먼 밤바다에 시선을 던졌다. 우르르- 쾅- 먼바다에서 달려온 검은 파도가 해안 암벽을 간단없이 두드렸다. 수십 대의 기관차가 달리는 굉음이 연신 울렸다.
“행복한가?”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턱을 당긴 엄숙한 자세로 바리톤 목소리를 잔뜩 깔았다. 그렇게 말해야 내면의 무쌍이 진실을 말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