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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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장 깜둥이 출세10
고장술은 상생상극의 오행법칙을 관음장에 응용한 법술이다. 관음장은 지국천왕이 거대한 기의 손바닥으로 내리쳐서 악룡을 파리 잡듯 때려잡았다는 전설의 법술이다.
원리는 자석의 인력 척력과 비슷하지만, 규모와 강도는 네오디뮴 자석과 차원을 달리한다. 양 손바닥에 낀 쇳덩이는 은박지가 되고 바위는 모래가 된다. 인간의 뼈와 근육은 프레스로 누른 쥐포가 된다.
“윽, 또?”
머리카락이 쭈뼛 일어섰다. 어마어마한 기의 유동이 일어났다. 콰콰콰콰- 양쪽에서 산악이 달려들었다. 이건 피하고 자시고 할 범위가 아니다.
“하압!”
눈을 부릅뜨고 염력으로 거대한 손바닥에 맞섰다. 퍼벅-손바닥이 염력을 가볍게 튕겨내고 수유의 지체없이 덮쳤다. 장마철 계곡 폭류에 수군포들고 맞서는 격이다.
“사부우~ 노망들었습니까아~”
무쌍은 엉겁결에 발사라를 뽑아서 휘둘렀다. 쫘악- 팽팽히 당겨진 비단폭 갈라지는 소리가 울렸다. 피슈슉- 감당할 엄두가 나지 않던 손바닥이 사라졌다. 한쪽이 사라지자 반대쪽의 손바닥도 저절로 사라졌다.
“사부님, 자꾸 이러시면 사부님 애마를 팔아서 진평동 고아원에 기부합니데이. 불만없지예?”
무쌍이 대우선사의 약점을 콕 찔렀다. 피아트 판다는 사부가 애지중지하는 유일한 재산이다. 드라이빙 재미에 흠뻑 빠진 사부는 차량 정비까지 배웠다. 사람은 지킬 것이 있으면 강해지는 동시에 약해진다. 외물에 초탈한 사부의 유일한 약점이 피아트 판다다.
허공의 한 귀퉁이가 일그러졌다. 흰 고무신을 신은 발이 스윽 빠져나오더니 오 척 단구의 대우선사가 신기루처럼 나타났다. 채 열 걸음도 떨어지지 않은 소나무 옆이다. 무쌍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공간지각력이고 뭐고 사부에겐 통하지 않았다.
“헐헐헐! 이놈아, 쌤통이다. 그러게 버르장머리 없는 물건은 왜 주워와서 청정 도량을 오염시키누.”
대우선사는 여전했다. 독두장미(禿頭長眉)의 오척단구에 흰 고무신을 신고, 딱 본인의 키만 한 명아주 지팡이를 들었다. 처음 만났던 겨울에 만들어 올린 지팡이를 7년째 사용하는 사부다.
“사부님!”
무쌍이 펄쩍 뛰어서 대우선사를 안았다. 오 척 단구가 넓은 가슴에 쏙 들어왔다. 마치 마른 삭정이 다발을 안은 느낌이다.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으니 근육이 유지될 리 없다. 근육이 없으니 가죽 부대에 뼈를 담은 상태다. 꽉 안았다간 뼈마디가 삭정이처럼 으스러질 지경이다.
“사부님, 이기 멈니까! 사람 몸띠가 이래가꼬 우짬니꺼!”
울컥한 무쌍의 눈에 눈물이 괴었다.
“이놈 보레이, 새끼를 까도 서넛은 깠을 놈이 웬 법석인고.”
대우선사는 이웃에 다녀온 자식을 맞듯이 심상했다. 무쌍이 땅바닥에 털썩 엎드려 절했다.
“사부님, 부처님 가피(加被)를 입어 무사히 다녀왔심더. 기체후 일양만강하온지!”
무쌍이 세 번 절하고 무릎을 꿇었다.
“이놈아, 알아듣지도 못할 문자 쓰지 말거라. 나는 문자쓰는 놈과 설명하려 드는 놈을 보면 두드러기가 난다. 그리고 가피는 무슨 얼어 죽을 가피, 니놈이 잘나서 이것저것 패고 다녀도 멀쩡한 거지.”
“헤헤, 제자가 주먹은 좀 쎄지요.”
“이놈아, 불법을 멀리하고 주먹만 가까이하니 선업과 악업이 함께 쌓이는 게야.”
대우선사가 닭발처럼 깡마른 손으로 제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다행히 이번에는 피비린내가 그리 심하지 않았다. 첫 행보 때는 비린내가 얼마나 심한지 한 구의 혈괴를 보는 듯했다.
“세상을 돌아볼수록 손바닥 보다는 주먹의 필요성을 더 많이 느끼게 됩니다. 지옥에 가야 한다면 기꺼이 가지요.”
두웅- 강력한 의지가 대우선사의 정신계에 파문을 남겼다. 대우선사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제자의 간섭장이 한 단계 상승했다.
이대로라면 멀지 않아서 멀쩡한 인간의 생각마저 좌지우지하는 단계에 오른다. 신통력의 바탕은 자비다. 이능의 바탕은 욕심이다. 착한 욕심일지라도 과유불급이다. 말린다고 들을 제자도 아니다.
“니놈의 길이 본래 그러하니 난들 말릴 수 없음이 안타깝구나. 쯧쯧쯧!”
대우선사가 탄식했다. 무아는 제자가 아니라 자식이다. 부모 마음은 자식이 전장의 영웅이 되기보다는 아들딸 놓고 편안히 살기를 바란다.
“죄송합니다.”
무쌍은 가슴이 아렸다. 늙은 사부는 제자 걱정에 가슴을 졸이건만 자신은 제 잘난 맛에 세계를 뛰어다니고 있다. 인간의 조건이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사부를 모시고 싶지만, 뜨거운 가슴이 용납하지 않았다.
“생긴 대로 사는 거다. 그나저나 대단한 신기구나! 그것이 예전에 니놈이 얻었다던 고대의 유물이더냐?”
“야, 만장 지하에 떨어졌을 때 얻은 물건입니더. 저놈 깜둥이가 살던 지하 세계였심더.”
무쌍의 손에 들려있던 발사라가 대우선사의 손으로 옮겨갔다. 발사라를 세심히 살펴보던 대우선사가 고개를 흔들었다.
“흠, 알 수 없는 물건이로다. 세상이 어지러워지려나 보다. 요물과 이물이 나타남은 혼탁해진 세상을 정화하려는 섭리이니라. 이물이 네 손에 들어갔음은 이물로 해결할 일이 있음이다. 공도에 어긋나지 않도록 하거라.”
발사라가 저절로 무쌍의 손에 쥐어졌다.
“명심하겠습니다. 깜둥이도 발사라와 같은 맥락이 아니겠습니까. 깜둥이가 비록 인간은 아니지만 자아를 얻었으니 인간이 아니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사부님답지 않게 대뜸 귀천시켜 버렸으니 이를 어찌하면 좋습니까? 다른 뜻이 있으시온지요?”
기회를 잡은 무쌍이 슬쩍 엉겼다.
“이놈 무아야, 니놈이 어디서 요상한 물건을 주워왔는지 모르지만, 저것은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물건이다. 동물도 아니고 식물도 아니고, 죽은 것도 아니고 산것도 아닌 것이 멀쩡히 산 것의 흉내를 내고, 지성까지 얻었으니 이 어찌 천지의 법칙을 우롱하는 처사가 아니겠느냐. 존재하지 말아야 할 것이 존재함도 역리거늘, 건방지게 노납의 거처를 콧구멍 운운하며 비웃길래 버르장머리를 고쳐주었느니라.”
“아이고 사부님, 언제부터 버르장머리 교정이 압살과 동의어가 되었습니까? 자비는 엿장수에게 팔아묵었십니꺼? 자(慈)는 우정이고 비(悲)는 연민이라면서요. 제자가 자비를 실천 중인데 사부가 깽판을 치마 우짭니꺼. 시간을 돌리든 조직을 재생하든 무조건 살려내십시오.”
무쌍이 막무가내로 엉겼다. 사부가 깜둥이를 죽일 리도 없고, 설사 생명이 꺼졌더라도 살려낼 방도가 분명히 있다.
“압살? 무슨 압살?”
대우선사가 빙글빙글 웃었다.
“건곤추뢰술에 박살이 났는데~헉!”
무쌍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깜둥이를 쥐포로 만든 마당 바위가 없다. 고개가 부러지라고 얼굴을 천생산 정상으로 돌렸다. 있다. 오후의 양광에 번쩍이는 마당 바위가 오연히 버티고 있다. 바위 중턱에 자리 잡은 허리 굽은 노송도 멀쩡했다.
“이기 우째된 일입니꺼?”
무쌍의 눈이 좌로 우로 열심히 굴러다녔다. 열한 살에 에피듐으로 각성하고, 열여덟 살에 최도식을 만났다. 그 후론 놀랄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세 번째로 놀랐다.
“어쩌긴 어째. 마카 맹탕이지.”
“맹탕? 이럴 수가!”
무쌍이 후다닥 현장으로 달려갔다. 너럭바위에 깜둥이로 추정되는 피떡이 퍼져있을 뿐, 마당 바위가 떨어진 흔적은 눈곱만치도 없었다. 크레이터도 없고, 쓰러진 나무도 없고 흙먼지도 없다.
깜둥이의 형체는 처참했다. 야간에 고속도로에서 로드킬 당한 짐승은 가죽과 핏자국만 남는다. 수백 대의 차량이 사체를 계속 깔아뭉개며 지나가기 때문이다. 깜둥이의 형태가 바로 로드킬 당한 너구리 꼴이다. 당연히 생명 반응도 없다. 깜둥이는 확실히 죽었다.
그 엄청난 비주얼이 신기루란 말인가? 그것도 아니다. 마당 바위는 본래의 자리에 있지만, 깜둥이는 마당 바위에 압살된 상태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무쌍이 사부를 돌아보았다.
“장안술입니까?”
“떽! 이놈이 매가 부족했구나. 어따 좌도방의 눈속임을 사부의 위대한 술법에 붙이느냐?”
대우선사가 짐짓 눈을 부라렸다.
“헤헤헤, 역시 사부님은 위대한 땡중이십니다. 오늘은 제자의 눈이 개안하는 날인가 봅니다.”
무쌍은 아부 모드로 들어갔다. 사부의 성정은 어린아이와 다르지 않다. 칭찬하면 우쭐해서 좋아하신다. 사부의 마음을 풀어놓아야 깜둥이가 살아날 수 있다.
“허허허, 고럼 고럼! 나야말로 땡중의 표본이지. 이제야 니놈이 사부의 위대함을 알아보는구나. 별것 아닌 잡술이느니라. 이름도 짓지 않았다.”
‘끙!’
무쌍은 기가 질렸다. 산봉우리를 통째로 들어 메치는 술법이 잡술이면 자신의 스킬은 소꿉장난이다. 실제로 사부의 신통력에 비하면 자신의 능력은 천박하기 이를 데 없는 잡술이다.
“오행환영공이 어떻습니까?”
“네놈의 작명 센스는 어째 세월이 가도 나아지지를 않누. 아무려면 어때 오행환영공이라 하자꾸나.”
“저도 한 자락 배울 수 있을까요?”
“아서라. 너는 이미 좌도방으로 엇나갔다. 그리고 새끼를 열심히 까서 애국해야 할 놈이 수십 년 동안 산속에 틀어박혀서 목탁이나 치면 국가적으로 얼마나 큰 손해더냐. 이따위 잡술은 나처럼 하릴없는 늙은이나 심심풀이로 만지작거리는 거다.”
“제자가 조금 바쁘기는 하죠. 그래도 우매한 제자가 알아듣게 설명은 해 주셔야지요.”
“흠, 우매한 줄은 아는구나. 땡중도 못 되는 것들이 색즉시공 공즉시색을 철학적 사유나 사상으로 치부해서 온갖 알아듣지 못할 말로 해석한다. 진리는 이해가 아니라 깨닫는 것이다. 우매한 제자가 깨닫지 못하니 늙은 입이 고생하는구나. 이 세상은 실존이 없는 공(空)이니라. 세상 만물의 기본인 원자는 단단한 알갱이가 아니라 광활한 공간 속에 들어있는 작은 양자에 불과하다. 원자 자체가 공간(空間)이다. 공으로 만들어진 물질은 공일 수밖에 없다. 공인 물질이 실존함은 물질의 본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색(色)이다. 나는 공을 두고 색을 움직였다. 이는 오행의 원리로 공과 색을 분리하는 경지에 올라야 끝자락을 잡을 수 있는 우주의 법칙이니라. 머리에 쥐나지?”
“야. 제자는 대그빡만 아픕니다.”
무쌍이 머리를 저었다. 알아들을 만하지만, 모르는 척 감탄해야 사부가 신 난다. 섣브르게 아는척했다간 사부의 설명이 삼박사일 계속된다.
“당연하지. 니놈이 한번 듣고 이해하면 이 사부가 얼마나 원통하겠느냐. 헐헐헐!”
“그러니까 강력한 자기암시에 걸리면 얼음에도 화상을 입는 이치입니까?”
“떽, 자기암시는 좌도방 술법계에서도 천시하는 조잡한 최면술이다. 의지가 강한 사람은 최면에 걸리지도 않지만, 최면 상태에 빠진 사람도 의지를 잃거나 이지를 잃지 않는다. 비교할 걸 비교해라.”
무쌍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면술 따위는 술법 축에 끼지도 못하는 잡술이 맞다.
“그렇네요. 깜둥이는 변신 능력이 있는데 변신하지 못한 이유가 뭡니까?”
사부의 말씀대로 마당 바위의 본성만 빌려서 깜둥이를 압살했다고 치자. 깜둥이는 신체를 종이짝처럼 바꿀 수도 있고 구슬처럼 단단히 뭉칠 수도 있다. 속수무책으로 당한 이유가 궁금했다.
“진정한 변신술은 세포를 구성하는 분자의 간격만이 아니라 분자 결합을 풀어서 재조합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흑표는 본질을 바꾸지는 못하지만, 분자 구조를 재정렬하는 능력이 있다. 분자구조를 바꾸지 못하게 역장으로 눌렀느니라.”
“아이고 불쌍한 깜둥아, 그러게 왜 사부에게 까불어.”
“네놈과 저 물건의 관계가 심상치 않구나. 지난번에 데리고 온 시커먼 놈과 같은 부류냐?”
“야, 만장 지하 어둠 속에서 수억 년을 존재도 모르고 살아오다 지난번 출장때 자아를 얻고 제자와 친구를 먹었심더. 세상의 빛을 본지 겨우 이틀입니다. 선처해 주시지요.”
무쌍은 깜둥이를 최대한 불쌍하게 포장했다.
“흠,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될 요물이지만 이미 친구로 받아들였다니 어쩔 수 없구나. 버르장머리가 고쳐졌으려나? 아니면 또 패면 되지.”
깜둥이가 들었으면 경기할 말이다. 대우선사가 소매를 휘저었다. 푸앙- 깜둥이 사체 주위에서 먼지가 확 일었다. 깜둥이를 누르고 세포 사이에 끼어서 변형을 억제하던 기가 빠져나갔다. 스스스- 암반에 껌딱지처럼 눌어붙어 있던 깜둥이가 급속히 본래의 모습을 회복했다.
“끙!”
채 오 분이 지나지 않아서 깜둥이가 네발로 일어섰다. 슈아아- 깜둥이 주변의 대기가 진저리쳤다. 햇볕이 깜둥이의 신체로 쭈욱 빨려 들어갔다. 우웅- 우웅- 깜둥이의 몸에서 시퍼런 스파크가 튀었다. 한여름 날씨가 늦가을처럼 서늘해졌다.
“대단한 물건이구나!”
대우선사도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이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될 이물(異物)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촌각에 형태를 복구하고 온기를 끌어들여 힘을 회복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우우~쿠아아~”
깜둥이가 하늘을 향해 길게 울부짖었다. 흑백이 분명한 두 눈에 눈물이 고였다. 지저 세계에서 보낸 의미 없는 시간 1억 5천만 년, 자아를 얻고 목적있는 삶을 살아온지 겨우 일년이 지났다.
지상의 생을 즐길 틈도 없이 모진 존재를 만나 피떡이 되었다. 자신의 서식처에 침입한 친구도 다짜고짜 패더니 친구의 사부라는 인간도 사납긴 마찬가지였다.
다짜고짜 패는 것도 모자라서 세포에 바이러스(기)를 끼워 넣어 재생을 막는 행패까지 부렸다. 하마터면 죽을뻔 했다. 억울하고 분했지만, 감히 대항할 엄두도 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