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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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장 야마나시 콜렉션 2
“이런 띨띨한 놈을 봤나. 풍수는 장풍득수(藏風得水)의 준말이다. 산이 있고, 물이 있고, 인간이 있으면 풍수인 게야.”
“믿음이 아니라 존재라는 뜻이군요.”
“그렇지. 풍수는 말 그대로 바람을 갈무리하고 물을 얻는다는 뜻이다. 풍수에는 두 가지 큰 흐름이 있다. 양풍택수와 음풍택수는 산 자와 죽은 자를 편케 하려는 입지 선정에 불과하다. 학문이라기보다 생활의 지혜라고 해야겠지. 풍수의 정수는 지기의 흐름, 바람의 결, 물의 흐름을 읽고 물리력으로 활용하는 영기풍수다.”
“배산임수니 금계포란이니 하는 말은 들어보았지만, 장풍득수, 영기풍수는 금시초문입니다.”
“네놈의 겨자씨만 한 지식이 당키나 하겠느냐. 천재가 평생 지식을 쌓아봐야 우주의 진리 한 끄트머리도 보지 못한다. 그래서 땡중과 도인이 깨달음을 얻으려고 생쇼를 하는 것이다.”
무쌍은 이해할 듯했다. 우주 한 끄트머리 작은 행성인 지구의 인류가 축적한 지식만도 끝이 없다. 자신은 금강경 한 자락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오죽하면 불경 공부에 질린 땡중이 화두를 잡고 한 방에 깨달음을 얻으려고 동구불출 하겠는가.
“깨달음을 얻으면요?”
“우주의 진리에 접속할 수 있지. 아카식 레코드 어쩌고 하는 말이 그냥 생기지 않았다.”
“아카식 레코드요?”
“너는 들어도 모른다. 풍수 이바구나 마무리하자꾸나. 배산임수(背山臨水)가 별거냐? 뒤쪽에 바람을 가려주는 산이 있고 앞쪽에 농사지을 물이 흐르면 살기 좋은 땅이다. 노납이 방방곡곡을 탁발 다닐 때 배산임수(背山臨水) 아닌 동네를 찾기가 오히려 힘들었다. 바로 양풍택수인 셈이지. 양풍택수는 무임승차를 즐기는 얌체 사대부들로 인해 음풍택수로 변질하였다. 이때부터 지관입네 하는 사이비가 지남철을 들고 지기, 혈, 용진혈적, 금계포란 등등 온갖 그럴듯한 용어로 망자의 후손을 현혹하게 되었느니라. 사기 치는 인간이나 사기당하는 인간이나 탐욕에 눈이 멀었으니 지기인들 제대로 보이겠느냐.”
“그렇군요. 풍수가는 전부 사이빕니까?”
“아니다. 부단한 연구를 통해서 나름의 일가를 이룬 실력자도 있다. 하지만 땅의 소리를 듣는 경지에 이른 자는 보지 못했다.”
“땅의 소리를 듣는다고요?”
무쌍이 고개를 외로 꼬았다. 공간지각력과 공진파로 땅속의 상태를 장님 코끼리 더듬듯이 파악할 수 있지만, 땅의 소리는 금시초문이다.
“아까 말한 영기풍수를 말함이다. 눈으로 직접 보거라. 공공아, 개나 고양이 한 마리 잡아 오너라.”
“넵, 사부님!”
스스스- 깜둥이가 사라졌다. 일분이 채 지나지 않아서 깜둥이가 덩치 큰 잡종견을 질질 끌고 왔다. 끼이잉- 잔뜩 겁에 질린 잡종견은 짖지도 못하고 침만 줄줄 흘렸다.
“헐헐헐! 저놈이 있어서 심심치는 않구나.”
“동물이 동물을 학대하네요.”
무쌍은 쓴웃음을 지었다. 고양이 발은 구조상 물건을 잡을 수 없다. 커다란 고양이가 자신보다 두 배는 큰 개 꼬리를 뒷발로 끌고 오는 희극적인 장면은 깜둥이만이 가능한 연출이다.
“땅은 살아있다. 알지 못하고 보지 못할 뿐이다.”
대우선사가 지팡이로 조릿대 다발이 뭉쳐 자라는 지점에 동그라미를 그렸다. 깜둥이가 잡종견을 동그라미 안에 휙 집어 던졌다. 눈치는 귀신이다.
깨앵- 정신을 차린 잡종견이 이리 뛰고 저리 뛰었지만, 동그라미를 벗어나지 못했다.
“잘 보거라!”
천색을 살피던 대우선사가 지팡이를 휘저었다. 깽- 잡종견이 펄쩍 뛰었다. 네발을 정신없이 휘젓고 대가리를 끄덕거렸다. 꼭 헤엄치는 모양새다.
“어어, 저저!”
무쌍이 놀라 소리를 질렀다. 잡종견의 털이 소나기를 맞은 듯 젖었다. 주둥이를 뻐금거리지만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말도 안 되지만 물에 빠진 형상이다. 미친 듯이 설치던 개가 축 늘어졌다.
“어떻게 된 연유입니까? 오행환영공을 펼친 겁니까?”
“아니다. 저곳은 수기가 몰린 장수혈(藏水穴)이다. 노납은 수기가 흐르는 소리를 듣고 지상으로 방향을 바꾸었을 뿐이다. 결계속의 똥개는 익사 당하고 있다.”
“폐에 실지로 물이 찹니까?”
“이놈아, 물에 푹 젖은 똥개가 보이지 않느냐?”
“헐!”
무쌍은 입이 쩍 벌어졌다. 이것은 사용하기에 따라서 끔찍한 무기가 된다. 보기 싫은 인간을 장수혈에 가둬버리면 혼자서 지랄발광을 하다가 익사한다. 범위를 넓히면 도시의 주민 전부를 5분 이내에 익사시킬 수 있다. 중성자탄보다 더 끔찍한 법술이다.
“죄 없는 미물을 죽일 수야 없지.”
대우선사가 지팡이를 휘저었다. 쿠르릉- 무쌍은 거창한 물소리를 들었다. 카파루자 호수의 물이 벌어진 지층 틈으로 쏟아져 들어갈 때의 소음 그대로다.
캥- 죽어가던 잡종견이 벌떡 일어났다. 상황 분석이 되지 않는 듯 멍하니 서 있던 잡종견이 깽깽거리며 미친 듯이 도망쳤다. 동그라미 속의 땅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대단하군요. 이것도 색즉시공 공즉시색의 묘리입니까?”
“그렇다. 공과 공의 본질을 깨달으면 본질을 물리력으로 쓸 수 있다. 염화혈을 찾으면 화기로 세상을 태워버릴 수도 있다. 철둔혈을 찾으면 세상을 쥐포처럼 눌러버릴 수 있다. 이것이 영기풍수다.”
대우선사는 촌각의 머뭇거림 없이 대답했다. 책상다리가 네 개고 지게 목발은 두 개라는 식이다.
“그렇군요.”
무쌍은 이해할 듯했다. 땅의 소리를 듣고 원소의 흐름을 파악해서 흐름의 방향을 바꾸면 물질 본성이 물리력으로 시현된다. 인류의 과학적 지식은 얼마나 허무하고 가소로운가!
“잘 봤느냐? 인체의 임맥과 독맥을 통해서 기가 흐르듯이 땅은 지혈에서 지혈로 기가 흐른다. 이곳은 수기가 풍부한 곳이다. 화기가 지나치게 승한 네놈에게 꼭 맞는 땅이니라.”
“사부님, 존경합니다.”
무쌍이 허리를 구십 도로 접었다. 사부의 신통력에 비하면 자연동화술, 공간지각력, 공진파 같은 좌도방 술법은 조족지혈이다.
“흠흠, 당연하지. 천하의 뚜바이부르파를 키운 땡중인데 이 정도는 해야지.”
대우선사가 비시시 웃으며 무쌍을 흘겨보았다. 자신의 진전을 이어받아야 할 놈이 좌도방으로 엇나갔다. 볼 때마다 심통이 났다.
‘쌈디, 이노무 자식!’
무쌍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쌈디가 노바토피아의 일을 미주알고주알 사부에게 들려줬음이 분명했다.
“네가 보았듯이 풍수는 신통력의 영역이다. 천안통으로 혈을 보고, 천이통으로 기의 흐름을 듣는 수준은 되어야 풍수가라 할 수 있다.”
“무학대사처럼 일가를 이룬 풍수가는 땅의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까?”
“아니다. 깨달음이 없는 공부로는 수기와 화기의 흐름을 짐작할 뿐이다. 진정한 풍수가는 세상에 나오지 않는다. 무학대사가 깨달음을 얻은 고승이라면 미쳤다고 이성계의 궁궐터와 사대부의 묫자리나 봐주고 돌아다녔겠느냐. 말하고 보니 제자의 집터나 찾아다닌 내가 미친 땡중이구먼. 컬컬컬!”
대우선사가 시니컬한 웃음을 터뜨렸다.
“아이고 무슨 그런 참람한 말씀을 하십니까.”
놀란 무쌍이 손사래를 쳤다.
“허허허, 무엇엔가 미치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야. 너도 미친 듯이 살고 있지 않으냐. 이제 조금 쉴 때도 되었느니라. 이곳이 니놈의 안식처다. 양풍택수 관점에서도 이 땅은 길지(吉地)다. 집 뒤쪽의 울창한 활엽수 숲이 신선한 산소와 피톤치드를 뿜어내지. 마을 앞을 흘러가는 불로천은 수기를 보충해주지. 고분이 듬성듬성한 언덕은 산책하기에 적당하지. 가물치로 15분이면 팔공산과 학교에 갈 수 있지……. 건강에 좋고 생활하기 편리하니 이만하면 명당이 아니겠느냐.”
“명당인데 집 꼴이 왜 이 모양일까요?”
“사람에 달린 거지. 발복이 저절로 일어난다더냐. 노력하지 않는 자에겐 명당이 아니라 동천복지도 소용없느니라.”
“지당한 말씀입니다.”
무쌍이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다. 양택이든 음택이든 살기 좋고 편안하면 명당이다. 무쌍은 집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고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금환낙지인지 뭔지는 모르지만, 짚은다리 집과 비슷한 풍광이다. 낙동강은 불로천, 월송산은 고분이 흩어진 언덕, 복숭아밭은 울창한 관음죽 숲으로 대체되었다. 사부의 깊은 속내에 코끝이 시큰했다.
“사부님, 제자의 고민을 알고 계셨지요?”
“명색이 사부인데 애면글면하는 제자의 속내를 짐작 못 하겠느냐. 들지도 놓지도 못하는 물건은 아예 품어야 하느니라.”
“사부님!”
무쌍은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합장했다. 짚은다리 집은 애증이 서린 탓에 쉬이 입주하지 못했다. 어린 시절의 추억과 행복, 절망과 고통,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 석연치 않은 어머니의 실종……무쌍은 입주 여부를 두고 수차례 갈등했었다.
사부는 역시 사부였다. 내색하지 않아도 제자의 갈등을 짐작하고 번뇌의 원인을 없애버렸다. 가슴이 훈훈해졌다. 광대한 노바토피아보다 대구 변두리의 퇴락한 농가 한 채가 백배는 소중히 여겨졌다.
“네놈이 돈질하든 금칠을 하든 알아서 하거라. 나는 그만 부처님과 쎄쎄하러 가련다. 공공아, 그만 가자.”
“사부님, 이곳이 좋은데…….”
대우선사의 재촉에 깜둥이가 머뭇거렸다.
“공공아, 아까 네가 잡아온 똥개를~”
“사부님이여 영원하라! 가얍죠. 공공은 열심히 배우고 익히고 맞아얍죠.”
대우선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깜둥이가 쏜살같이 달려가서 차 문을 열고 시립했다. 파블로프의 개를 생각나게 하는 조건반사적인 반응이다.
‘아이구, 불쌍한 깜둥이!’
짠했다. 얼마나 갈굼을 당했으면 저럴까.
“어이구, 저놈의 사부님이여 영원하라는 언제까지 들어야 하나. 쯧쯧”
대우선사가 혀를 차며 무쌍을 흘겨보았다. 무쌍의 얼굴이 벌겋게 익었다. 깜둥이 녀석까지 ‘뚜바이부르파여 영원하라!’를 기억했을 줄이야. 본인도 저 말을 들을 때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사부님, 운전 조심하시소.”
“무쌍이 하나 마나 한 말을 했다. 사부는 덤프트럭이 덮쳐도 종이짝처럼 날려버릴 존재다. 대우선사가 창문을 내렸다.
“장수혈 반경 반 마장(1마장은 393m)은 화재를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잘 보관해라.”
부르릉- 대우선사가 눈을 찡긋하고 피아트 판다를 몰고 사라졌다. 매캐한 배기가스와 암담한 깜둥이의 눈빛이 짠하게 남았다.
“보관? 뭘 보관해.”
무쌍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대우선사가 사들인 대지 160평짜리 농가 한 채가 계속 새끼를 쳤다. 무쌍은 농가 뒤쪽의 집 세 채와 임야 일부를 웃돈까지 얹어서 사들였다. 집안에 계곡 물을 끌어 들이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소문을 들은 옆집 노인이 찾아와서 집을 사달라고 했다. 손자가 사고를 치는 바람에 급전이 필요하다고 했다. 무쌍은 두말하지 않고 사들였다.
소문이 퍼지자 너도나도 이런저런 사연을 붙여서 집을 팔겠다고 나섰다. 무쌍은 넉넉한 웃돈을 얹어서 모두 사들였다. 결국, 사부가 사들인 집을 중심으로 농가 열다섯 채를 사들였다. 그제야 사부가 떠나기 전에 반마장은 화재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던 말씀이 떠올랐다. 역시 대단한 사부였다.
무쌍이 사들인 땅은 농가 열다섯 채와 임야 300평을 합쳐서 2,000평이다. 노바토피아와 도바 농장에 비하면 콧구멍만 한 땅이지만, 이곳은 송곳 꽂을 땅도 없는 사람이 대부분인 한국이다.
무쌍은 층이 져서 별 쓸모없는 나대지와 뒤쪽 언덕빼기 땅 5,000평을 추가로 사들였다. 인동의 갑부, 장씨의 친정집 대지가 500평이다. 장씨는 툭하면 축구장만 한 친정집을 들먹이며 어머니를 공박하곤 했다.
축구장은커녕 조실부모하고 고아로 자란 어머니는 대거리 한번 못하고 눈물을 찍어내곤 했다. 어머니 성품으로 볼 때 고래 등 같은 기와집이 부러워서가 아니라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그리워서 눈물 흘렸으리라.
축구장을 평수로 계산하면 대략 2,164평이다. 무쌍이 쓸모없는 언덕빼기 땅과 나대지를 사들인 이유는 어머니에게 축구장보다 훨씬 큰 집을 선물하고 싶다는 다소 유아틱한 치기의 발로였다. 겨우 500평 기와집 따위에 속상한 어머니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고 싶었다.
어머니가 장씨에게 ‘이것이 진짜 축구장이다.’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무쌍은 소인배는 아니지만 대인배(?)도 아니었다.
땅 매입이 끝나자 농가 건물을 모두 철거하고 담장을 헐었다. 합필 절차를 밟아서 대지 2,000평을 조성하고 나머지 5,000평은 본래의 지목인 임야로 두었다.
대지 매입과 용도 전용, 건물 철거비, 대지 조성비에 이억원 이상이 들어갔다. 무쌍은 대구 시내의 아파트 스무 채를 사고 남을 돈이 깨졌지만,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돈이라면 주체못할 정도로 쌓여있다.
프랑스 정부로부터 받은 수당과 도바 광구의 석유 배당, 와킬 상회의 수입을 차치하고라도 특별군사고문 수당, 프랑스 대사관 참사관 수당, 마죠르 연봉을 합치면 공식 셀러리가 100만 프랑이다.
게다가 각종 특별 수당과 비공식 수입을 포함하면 연간 250만 프랑의 고정 수입이 들어온다. 한화로 7억 원, 신입 은행원 연봉의 120배를 벌어들이는 셈이다. 물론 외인용병의 셀러리는 이보다 훨씬 박하다. 일병 연봉이 이만 사천 프랑으로 한국의 같은 또래 은행원 봉급보다 조금 많은 수준이다.
프랑스 정부의 나쇼널 트레조르 대우는 확실했다. 한국에서 동일한 공적을 세웠을 때 이만한 대접을 받을 수 있을까? 머리를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