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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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장 사랑보다 정이라네10
좌호위 아흐마드가 잽싸게 에델을 따라붙었다. 아흐마드와 쌈디는 자칭 에델의 호위무사(?)다. 왼손잡이인 아흐마드가 좌호위를 자청하는 바람에 쌈디는 그냥 우호위로 불렸다.
우호위 쌈디는 곰 같은 외모와 달리 눈치가 귀신이다. 아흐마드가 예리한 눈을 번득이며 에델을 따를 때 잽싸게 일행 속으로 묻혀들어갔다.
‘띨띨한 녀석, 넌 찐순에게 찍혔어. 쯧쯧!’
쌈디는 우직한 아흐마드에게 조의를 표했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암컷의 다툼이 수컷의 다툼보다 더 격렬하고 치명적이라는 점이다.
여자, 그것도 힘 있는 여자의 다툼에 말려들었다간 잘해야 중상이다. 쌈디는 진순도 에델 못지않게 좋아한다. 진순의 동생들이 있으면 진순도 어딘가에서 보고 있을 것이다. 찍혀서 평생 눈총받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장대한 한옥과 드넓은 잔디밭을 배경으로 홀연히 등장한 서양 구미호의 매력은 치명적이었다. 누구보다 에델을 잘 아는 벨맨과 장쒼도 입을 헤 벌렸다. 오자매는 난리가 났다. 에델을 응시하는 눈동자 네 쌍이 그녀를 태워버릴 듯 불을 뿜었다.
“영화배우야 모델이야?”
“딥따 멋있다. 어후, 자체 발광하네! 발광해.”
“재수 없어! 저렇게 우월해도 되는 거야?”
“어쩜 좋아. 언니야보다 더 예쁘네. 구정물을 확 부어버릴까.”
눈이 몽롱해진 오자매가 성격대로 한마디씩 촌평을 던졌다. 압도적으로 우월한 외모에 흠을 잡을 엄두도 나지 않았다. 놀라움, 동경, 질투, 걱정, 온갖 감정이 처녀들의 가슴을 뒤흔들었다.
와르르- 한 템포 늦게 도착한 여덟 번째 승합차가 주차장 바닥의 벽돌을 밀어붙이며 드리프트 주차했다. 문이 벌컥 열리며 시커먼 그림자가 튀어나왔다.
허공을 가로지른 그림자가 에델의 한걸음 뒤에 깃털처럼 가볍게 착지했다. 디노는 에델의 전담 호위답게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등장했다.
“으악, 저기 머꼬?”
“옴마야, 괴물이다!”
비명이 터졌다. 버펄로 크기의 야수를 보고 놀라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다. 디노가 대가리를 번쩍 쳐들고 아가리를 쩍 벌렸다. 쿠우우- 강력한 저주파 하울링이 응심제를 흔들었다. 에델에 위협적인 존재는 용서하지 않는다는 선언이다.
“디노, 얌전해야 해. 여긴 뚜바이부르파님의 집이란 말이야.”
에델이 디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흠칫한 디노가 고개를 주억거리고 자세를 낮췄다.
“와우!”
오자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클레오파트라가 흑표범을 데리고 다녔다는 기록이 있지만, 실제로 볼 줄은 몰랐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미녀와 미녀를 지키는 야수! 판타지가 따로 없다.
“세상은 너무 불공평해!”
처녀 넷의 한숨이 깊어졌다. 그녀들은 진짜 판타지적인 존재가 큰언니에게 붙어있음을 꿈에도 몰랐다.
“저놈, 뭐야?”
장쒼의 눈이 커졌다.
“디노! 와킬의 애완동물이다. 그런데 덩치가 저렇게 컸었나?”
벨맨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지부티 해변에서 볼 때는 수사자와 비슷한 크기더니 버펄로만큼 커졌다.
“역시 와킬이다. 애완동물마저 화끈하구먼.”
장쒼이 슬그머니 꺼내던 사제 폭약을 품속에 밀어 넣었다. 디노가 막강하지만, 무쌍의 주위 인물도 위험하긴 마찬가지였다.
“대단한 미인에 엄청난 야수구먼. 조카, 저게 도대체 뭐라는 동물인가? 버펄로 크기의 맹수라니 어이가 없구먼.”
해밀턴 참사관이 황당한 얼굴로 무쌍을 돌아보았다.
“멸종된 디노팰리스 종입니다. 이투리 정글에서 잡아왔지요.”
“아하, 이투리!”
해밀턴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투리 정글은 듣도보도 못한 새로운 생물이 끊임없이 발견되는 신비한 숲이다. 이투리 정글이라면 저런 무지막지한 놈도 서식할만했다.
“이기 먼 소리죠?”
주방에서 갈비 핏물을 빼던 진순이 깜둥이에게 물었다.
[버르장머리없는 얼라가 깝치는 소리다.]심드렁한 대답이 진순의 머리를 울렸다. 진순의 피를 각인한 깜둥이는 텔레파시 전달이 가능해졌다.
“얼라? 뭔 얼라가 이렇게 묵직해. 말순이 비명도 들리는데.”
[동방불패가 있는데 뭔 걱정이야.]“시끄럽고, 여자의 호기심은 고양이도 죽인다는 말 몰라요?”
호기심이 발동한 진순이 고무장갑을 벗고 대청으로 나왔다.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고 했지. 뭔 여자의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여. 난 호기심 없는 고양이거든.]깜둥이가 구시렁거리며 졸졸 따라갔다. 진순의 얼굴이 굳었다. 울새처럼 잔디밭을 통통 튀듯이 걷는 반라의 백인 미녀가 쥐어박듯이 시야에 확 들어왔다.
‘저것은 루드리 에델?’
진순의 봉안이 쭉 찢어졌다. 여자는 사랑의 적수를 본능적으로 알아보는 초능력이 있다. 한눈에 알리 노인이 말한 에델임을 알아챘다. 청룡열차를 탄 듯 순간적으로 피가 얼굴에 확 쏠렸다.
에델에 정신이 팔려있던 하동댁이 대청에 서 있는 진순을 돌아보았다. 엉덩이와 샅에 꽉 끼는 리바이스 청바지와 가슴이 도드라지는 얇은 티를 입었다. 서양 구미호처럼 숭스럽게 벌건 속살을 내놓지 않았지만, 우월한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옷차림이다.
소싯적에 인물 좋다고 근동에 뜨르르 소문난 자신이 쑹풍 내놓은 딸다웠다. 평소에 흉물스럽다고 야단쳤던 옷차림이 다행스럽게 여겨졌다. 저 정도면 서양 구미호에게 조금도 꿀릴 것 없다.
[시원시원한 이목구비는 한여름 월송산에서 내려오는 골바람이요. 학의 목에서 사슴 발목에 이르는 선은 승천하는 청룡이요. 탄탄한 엉덩이와 풍성한 가슴은 백호처럼 역동적이구나. 골반은 얕고 넓으니 태산인들 못 받치랴.] 시러배 잡놈이 했던 말이 아니라 큰스님이 하셨던 말씀이다.“암, 도통하신 큰스님도 인정한 명기 명품인데 서양 구미호 따위가 어딜!”
하동댁은 살짝 밀리는 느낌을 큰스님의 품평으로 메꾸었다. 하동댁에게 유서 깊은 귀족가문의 영애, 중부 아프리카의 여신, 은자메나의 천사, 노바토피아의 안주인 따위는 아무 의미가 없다. 딸의 자리를 위협하는 서양 구미호일 뿐이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만고의 진리는 하동댁을 비켜가지 않았다.
팔랑팔랑 걷던 에델의 발걸음이 뚝 멈추었다. 관자놀이가 꾹 눌리는 기분, 맹수가 숲 속에 몸을 숨기고 노려보는 느낌이다. 섬뜩한 기분이 등골을 타고 쭉 달렸다. 이리저리 구르던 에델의 눈동자가 딱 멈추었다.
높은 동양식 플로어에 버티고 서서 오연히 내려다보는 늘씬한 동양 미인이 줌으로 당기듯 시야를 가득 채웠다. 에델은 직감적으로 인생 최악의 걸림돌이 등장했음을 알아챘다.
영국 귀족들은 19세기까지도 사촌 간에 결혼했다. 유럽 최고의 명문인 합스부르크가의 몰락도 근친결혼 때문이었다. 옴부티 아저씨는 뚜바이의 동생인지 연인인지 모른다고 했지만, 불분명할 때는 백 프로 연인이다.
파박- 흑안과 벽안이 불꽃을 튕겼다. 진순의 눈은 흑백이 선명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붉은 기가 스며있는 봉안(鳳眼)이다. 에델의 벽안은 서양 인형처럼 동그란 즉어안(卽魚眼)이다. 한쪽은 위엄있고, 한쪽은 순하고 귀엽다.
한쪽은 주린 배를 물로 채우며 산전수전 다 겪은 야생의 쑥부쟁이요. 한쪽은 귀족 영애로 우아하게 살아온 온실의 허브다. 선천적인 기질도 진순은 여장부지만 에델은 여리고 선하다.
오죽하면 억울하게 죽은 아버지의 복수를 포기하고 봉사 활동으로 마음의 상처를 달래려 했을까. 굳건한 시선을 받은 에델의 눈망울이 정신없이 흔들렸다.
‘쌈디, 도와줘!’
에델은 쌈디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호흡까지 가빠졌다. 숨 막혀 쓰러질 것 같았다. 일행들 틈에 커다란 체구를 움츠리고 있는 쌈디가 눈에 들어왔다.
한 눈에 보기에도 숨어있는 모양새가 역력했다. 멀리 있는 뚜바이는 손님을 상대하는 중이다. 에델은 막막한 황야에 버려진 듯 외로움과 서러움이 밀려들었다.
드넓은 응심제가 정적에 빠졌다. 에델이 걸음을 멈추자 뒤따르던 노바토피아 인물들이 에델의 뒤쪽에 늘어섰다. 벨맨, 해밀턴, 장쒼, 오자매는 숨을 죽였다. 폭탄이 터질 것 같은 분위기다. 꿀꺽- 누군가 침을 삼켰다. 여기저기서 침 삼키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진순의 다리 사이로 깜둥이가 빠져나왔다. 훌쩍 뛰어서 진순의 어깨에 올라앉았다. 깜둥이가 거만스러운 눈길로 좌중을 훑어보았다. 스카우터 수치가 제법 높은 인간들이 있지만, 도찐개찐이다. 제법 수치가 높은 놈은 이상하게 위축되어 있다.
‘진순은 왜 이런 인간들을 경계하지?’
진순의 눈길을 따라갔다. 젊고 싱싱한 백인 여자, 그동안 습득한 지식으로 볼 때 미인이다.
‘아하, 동방불패를 차지하려는 암컷들의 다툼이구나!’
상황을 눈치챈 깜둥이가 사랑채 툇마루에 앉아있는 동방불패를 쳐다보았다. 별로 신경 쓰는 기색이 없다. 깜둥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부는 텔레비전이라는 저급한 기계가 송출하는 드라마라는 가짜 인간살이를 즐겨 본다. 내용은 인간 암컷들이 잘난 수컷을 차지하려고 다투는 스토리를 이리저리 꼬아서 보여주는 막장이 대부분이다.
사부처럼 위대한 인간이 스토리도 뻔하고 결말도 뻔한 가짜 인간살이에 목을 빼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볼 것도 없지만 한가지 진리는 얻었다. 암컷의 문제는 암컷끼리 해결해야 한다.
쿠르르- 깜둥이를 발견한 디노가 잔뜩 긴장했다. 척추를 곧추세우고 한 뼘 길이의 털을 빳빳이 곤두세웠다. 영물이 된 디노는 본능적으로 상대가 위험한 존재임을 직감했다.
캬웅! (버르장머리 없는 것!)
깜둥이는 기가 찼다. 사부께 툭하면 얻어맞는 신세지만, 한때는 끔찍한 놈들만 모여 사는 지저 세계의 왕이었다. 지상에 올라오니 별것이 다 시비다. 사부는 버르장머리없는 놈은 맞아야 한다고 늘 말씀하셨다. 진순과 에델의 기 싸움이 깜둥이와 디노의 대결로 바뀌었다.
진순의 시선이 디노를 향했다. 엄청난 포스를 뿜어내는 거대한 야수, 호랑이나 사자는 비교도 안 된다. 응심제 기둥 같은 앞발로 한방 치면 코끼리도 뻗을 것 같았다.
‘오빠 주위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아.’
한숨이 호로로 새나왔다.
“무슨 여자가 저래!”
에델은 기가 질렸다. 디노가 어떤 존재인가! 처음 대면했을 때는 심장마비에 걸릴뻔했다. 저 여자는 분노한 디노를 고양이 보듯 한다. 여자의 얼굴이 찌그러지는 모습을 보고 싶은 가학적 욕망이 스멀스멀 솟았다.
중인들은 어리둥절했다. 디노의 막강함을 모르는 사람은 하동댁, 오자매, 장쒼밖에 없다. 고양이를 상대로 적의를 드러내는 디노를 이해할 수 없었다.
‘크 큰일 났다. 저놈이 깜둥이닷!’
쌈디 홀로 속을 태웠다. 비겁하게 숨어버린 자신을 탓했지만 새삼스럽게 나서기엔 모양이 빠졌다. 강자는 강자를 알아본다. 진순의 어깨에 올라앉은 고양이는 형상만 고양이다. 와킬이 자신과 맞먹는다고 말한 깜둥이라는 존재임이 분명했다.
디노가 제법 세지만 깜둥이의 상대가 될 리 없다. 진순은 은근히 무서운 여자다. 깜둥이가 진순과 한편이면 디노와 에델 아가씨는 큰일 나게 생겼다.
쿠아아- 긴장을 이기지 못한 디노가 도약했다. 잔디밭이 푹 파이며 거대한 동체가 10m 허공을 날았다. 캬우우- 깜둥이가 지향성 음파를 방출했다.
고양이 성대에서 나올 수 없는 끔찍한 소리가 디노의 포효를 눌렀다. 콰르르- 대기가 출렁거렸다. 출력을 낮춘 저수준의 ELF가 공중에서 덮치는 디노를 직격했다.
캥- 디노가 살 맞은 기러기처럼 뚝 떨어졌다. 디노가 비틀거리며 일어서서 깜둥이를 노려보았다. 캬우우- 깜둥이가 재차 광폭 ELF를 방출했다. 푸악- 디노가 덤프트럭에 받힌 경운기처럼 튕겨 나갔다.
디노가 튕겨 나가는 지점에 옴부티 일행이 타고 온 차량이 줄지어있다. 꽈다당- 거체에 부딪힌 승합차가 발로 걷어찬 축구공처럼 잔디밭을 파헤치며 데굴데굴 굴렀다.
“에잉, 공공 저놈이 아까운 차를 박살을 내네. 쯧쯧!”
별채 지붕 당마루에서 구경하던 대우선사가 혀를 찼다. 진순이 시앗을 어떻게 다루나 구경하렸더니 난데없이 미물 두 녀석이 붙었다.
“흐으으!”
“옴마야!”
“아우, 불쌍해!”
난데없이 벌어진 이해 불가능한 장면에 관객은 전율했다. 검은 고양이가 포효하는 순간 거대한 야수가 휴지처럼 구겨지는 장면은 코믹하기까지 했다.
“디노!”
놀란 에델이 비명을 질렀다. 그녀가 아는 한 디노는 천하무적이다. 검객 아흐마드와 체술의 달인인 선우현도 디노를 당하지 못한다. 디노를 제어할 수 있는 존재는 뚜바이와 쌈디뿐이다.
“디노, 힘내!”
그녀는 무엇이 디노를 두들겨 패는지도 몰랐다. 할 수 있는 거라곤 응원이다. 작은 주먹을 움켜쥐고 휘둘렀다. 잔디밭에 널브러져 있던 디노가 비틀비틀 일어났다. 주인이 부여한 임무는 에델 아가씨의 보호다.
캬앙 캬캬 옹!(저 자식 뼈대가 제법 세네!)
동방불패는 중생을 네 가지로 분류했다. 똥인지 된장인지 눈으로 보면 구별하는 갑남을녀, 냄새를 맡으면 바로 구별하는 촉 좋은 건달, 찍어 먹어보고 아는 따라지 양아치, 찍어 먹고도 모르는 구제불능 축생이다. 축생은 계도가 불가능하므로 일단 죽도록 두들겨 패야 한다고 했다. 위이잉- 생체 발전기가 출력을 올렸다. 한 방에 곤죽을 만들어버릴 작정이다.
“깜둥아, 죽이면 안 돼.”
진순이 김을 뺐다.
[이런 젠장, 알았다. 몇 대 두들겨 패서 개념 있는 인간, 아니 개념 있는 짐승을 만들어 주지.]쌩- 깜둥이가 포탄처럼 날아갔다. 꽝- 케앵- 박치기에 당한 디노가 구슬픈 비명을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