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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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장 사랑보다 정이라네11(수정)
“헐, 저런 공격을 받으면 나라도 힘들겠구마.”
무쌍은 속수무책으로 얻어맞는 디노가 불쌍해졌다. 깜둥이는 무정형 변신체다. 몸체는 제자리에 있고 머리만 튀어나와 박치기하고, 옆구리에서 튀어나온 주먹이 턱을 갈기고, 새 부리로 변한 꼬리 끝이 눈을 쪼았다.
심지어 망치 수십 개가 한꺼번에 쇄도해서 대가리, 가슴, 몸통 할 것 없이 두드리고, 섬광처럼 튀어나온 밧줄이 발을 옭아맸다. 깜둥이의 움직임이 워낙 빨라서 무쌍 외에는 어느 누구도 알아보지 못했다.
허공에 검은 줄이 죽죽 그어질 때마다 처절한 비명이 울렸다. 뻑- 캥- 뿌악- 케엥- 디노가 가을바람에 날리는 가랑잎처럼 잔디밭을 굴러다녔다. 복날 개 패듯, 아니 응심제 집들이 날 디노팰리스 타작마당이 벌어졌다.
디노는 무쌍의 피를 받아먹고, 3단계 환혼구타술을 통과한 만만치 않은 존재다. 환골탈태한 디노는 쌈디의 괴롭힘과 피의 각성을 통해서 공전절후의 괴수로 거듭났지만, 깜둥이라는 반칙적인 존재를 맞아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타격력은 속도와 단면적에 제곱 비례한다. 운동화를 신은 발에 밟히면 기분 나쁜 정도지만, 하이힐 뒷굽에 밟히면 비명을 지르고 병원비를 청구해야 한다. 물론 예쁘면 용서된다.
MBT(Main Battle Tank) 흑표의 중량은 55톤, 출력은 1,500마력이다. 흑표의 중량과 출력을 유지한 채 부피를 사십 분의 일로 줄였을 때 기동력과 파워를 생각해 보라. 작은 고추가 매운 정도가 아니라 사망이다.
“아악, 디노!”
에델이 찢어지는 소리로 불렀다. 물론 디노는 대답할 겨를이 없었다. 한 입 거리도 안 될 고양이가 빨라도 너무 빨랐다. 강력한 앞발 치기와 꼬리치기, 이빨도 소용없었다. 안간힘을 썼지만, 공격은 허공만 허무하게 갈랐다.
디노가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깜둥이의 그림자도 잡지 못했다. 깜둥이의 움직임이 점점 빨라졌다. 검은 장막에 갇힌 디노의 포효와 비명이 차츰 사그라졌다.
인간의 뼈 중에 제일 강한 뼈는 넓적다리뼈다. 넓적다리뼈는 종 압력 3톤, 횡 압력 500kg을 버틴다. 모든 동물의 뼈는 종 압력에 강한 방향으로 진화했다. 피식자든 포식자든 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동물은 체격이 커질수록 뼈가 버티는 강도도 높아진다. 현존 동물 중에 가장 강한 뼈를 보유한 동물은 코뿔소다. 성체 코뿔소의 넓적다리뼈는 종 압력 109톤, 횡 압력 20톤을 버틴다.
깜둥이가 종횡으로 후려치는 타격력은 50~100톤에 달했다. 디노의 골격 강도가 코뿔소 세배에 달했지만, 구타를 버티기엔 역부족이었다. 티타늄 강도를 웃도는 뼈대가 으스러지고, 아라미드 중첩 근육이 파열되고, 허니콤 구조의 가죽이 찢어졌다.
디노의 재생력은 탁월했다. 실시간으로 손상된 조직을 재생했지만, 다구리에 장사 없는 법이다. 누적된 피로도는 어쩔 수 없었다. 축적된 에너지가 급격히 소진되면서 재생도 한계에 달했다.
뿌득- 뿌드득- 축대뼈가 동시다발로 부러지고 파열된 근육과 힘줄이 재생력을 잃었다. 쿵- 묵직한 물체가 땅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검은 장막이 사라지고, 한 줄기 바람이 흙먼지를 걷어갔다. 적갈색의 거대한 야수, 아니 혈구 덩어리가 초토화된 잔디밭에 널브러져 있고 칠흑처럼 검은 고양이가 혈구를 밟고 오만하게 머리를 까딱거렸다. 딱 3분 만에 벌어진 일이다.
“으~ 저럴 수가?”
“악마 고양이!”
디노의 위용을 잘 아는 일행은 턱이 빠졌다. 디노가 어떤 존재던가. 위대한 뚜바이부르파의 애완동물로 총탄을 튕겨내고 바위를 부수는 노바토피아의 수호 신수다.
몇몇 타격대 대원이 품속에 손을 넣었지만, 권총을 꺼내지 못했다. 디노를 때려잡은 악마를 권총으로 어찌해볼 염량이 없거니와 뚜바이부르파의 저택에서 총성을 낼 수도 없다.
“후우!”
장쒼과 벨맨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공방이 음속으로 진행되는 바람에 3분이 지나도록 숨 한번 제대로 쉬지 못했다. 단 3분 만에 잔디밭은 초토화되고 애꿎은 차량이 3대나 박살 났다. 장쒼과 벨맨이 무쌍을 흘끗 훔쳐보았다.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 심드렁한 얼굴이다. 하긴 자신들이 겪은 전투도 만만치 않게 처절하고 엑사이드했다.
깜둥이가 앞발로 디노를 툭툭 두들겼다. 완전히 뻗어버린 듯 반응이 없다.
캬르르!(이 자식 생각보다 물렁뼈네!)
깜둥이가 고개를 휙 쳐들고 쌈디를 노려보았다. 스카우터 측정치 150, 무리 중에 제일 강한 놈이다.
‘점수를 따는 김에 왕창 따볼까? 찐순이 참빗으로 털을 다듬어 주면 시원하던데…….’
천하 강자인 쌈디가 진순의 빗질과 교환되는 순간이다.
“헉!”
요악한 눈빛을 받은 쌈디가 얼른 시선을 돌렸다.
‘조또, 잘못 걸리면 젓 담그게 생겼구마.’
쌈디가 부르르 떨었다. 역발산기개세의 쌈디가 고양이를 무서워하는 웃기는 상황이지만, 그 고양이가 깜둥이라면 당연한 이야기다.
‘에이, 돈도 안 되잖아. 손발 움직이기도 귀찮아!’
고양이로 변신한 깜둥이는 성향도 게으른 고양이를 닮아갔다. 깜둥이가 순간적으로 사라졌다가 진순의 어깨에 나타났다. 원래 그 자리에 있었다는 듯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죽여버리면 어떡해요?”
[죽지 않았다. 저놈에게서 동방불패의 냄새가 진하게 나서 살려주었다. 잠시 기다리면 살아난다. 단백질과 칼슘을 공급해주면 회복이 빨라진다.]“떡이 되었는데 어떻게 먹여요.”
[저놈은 상식적인 동물이 아니다. 신체가 흡수할 거다.]“넹?”
진순의 눈이 커졌다. 솜이 물을 빨아들이듯 한단 말인가?
“에잉, 쯧쯧! 공공 녀석이 엄한데 화풀이를 하는구먼.”
대우선사가 끌탕했다. 찐순이와 쭉쭉빵빵이의 대리전은 깜둥이의 스트레스 해소 마당으로 변질하였다. 인간의 감정을 불어넣는 방편으로 혹독하게 다루었더니 많이 쌓였던 모양이다. 날마다 산으로 눌러놓고 세포 단위로 찢어발겼으니 울화가 쌓일 만도 했다.
“고년 참 잘 빠지긴 했네. 찐순이와 에델은 지지든 볶든 내 알 바 아니지. 둘 다 새끼는 잘 까게 생겼거든. 흐흐흐! 복도 많은 놈! 쌍 방아를 찧든 곱빼기로 쥐어뜯기든 알아서 하더라고.”
스스스- 무책임한 말을 남기고 대우선사가 공기 중으로 녹아들었다. 부웅- 가물치가 정문을 빠져나가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무쌍만 빙긋이 웃었다.
만유의 질서는 만유를 포용한다. 인간의 지성이 만든 선악 개념과 윤리, 도덕은 전혀 의미 없다. 초월자가 세상일에 관여하면 할수록 질서는 더욱 흐트러진다.
“디노, 디노! 흑흑!”
에델이 수세미 뭉치가 된 디노를 잡고 흐느꼈다. 디노는 자신을 지키려다 죽었다.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 노바토피아 일행도 망연자실했다. 디노를 쥐잡듯 잡는 고양이가 있을 줄이야!
“저거 우짜노!”
진순은 난감했다. 마치 자신이 에델을 팬듯한 기분이 들었다. 울고불고 슬퍼하는 모습을 보니 짠했다. 사랑을 네다바이한 년이라는 한 조각 적개심도 눈물에 떠내려갔다.
“에휴, 미친년! 오빠가 좋으면 다 좋은 거지.”
진순이 슬리퍼를 발에 꿰었다.
“쫄따구, 얼른 가서 통역해.”
눈치 빠른 옴부티가 선우현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루드리 에델!”
“넹!”
화들짝 놀란 에델이 얼굴을 들었다.
‘헉!’
진순은 숨이 막힐 뻔했다. 쌈디의 주먹보다 작은 얼굴과 눈물 젖은 볼이 안구를 정화했다. 가랑비에 젖은 막 익어가는 복숭아다. 겁먹은 듯 떨리는 벽안은 오빠가 선물한 청자양각연판문 주자의 비취색을 연상케 했다. 그냥 미인이 아니라 수컷의 가슴에 불을 지르는 미모다.
‘허얼~ 서시가 찡그리면 항주의 모든 여자가 찡그렸다고 하더니만!’
진순이 탄식했다.
사실 미의 기준은 지극히 상대적이고, 문화 종속적이다. 지정학적 시계열적으로 달라진다. 현대인의 미적 개념은 다분히 서구 제국주의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면이 있다.
한나라 시대에는 왕소군처럼 안짱다리가 미인의 기준이었다. 춘추전국 시대에는 서시나 조비연처럼 바람이 불면 날아갈 듯한 여자가 미인이었다. 당나라 시대에는 양귀비처럼 육덕이 푸지고 털이 많은 여자가 미인이었다. 삼국시대에는 초선처럼 시사가무에 능한 여자가 미인이었다.
엽기적인 기준도 많다. 헤이안 시대에는 이빨이 검은 여자가 미인이었다. 당시의 여자들은 초경이 시작되면 산화철로 이빨을 물들이기 바빴다. 일본인의 변태 성향은 이때부터 길러졌는지도 모른다.
호텐토트 족은 엉덩이가 크면 미인이고, 샴발라 족은 발이 크면 미인이고, 카렌족은 목이 길면 미인이다. 절구통 같은 엉덩이와 황새처럼 긴 목을 가진 여자가 시커먼 이빨을 드러내고 헤 웃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텐트 쳤던 존슨이 당장 머리를 숙일 것이다.
미의 기준은 제각각이지만 변하지 않는 절대적인 기준이 있다. 눈, 피부, 재능이다. 눈은 마음의 창이다. 눈이 맑은 여자는 마음도 맑다. 매끄럽고 잡티 없는 피부는 시대를 불문하고 미인의 첫 번째 조건이다.
피부 조건이라면 흑인이 백인보다 우월하고 황인이 흑인보다 우월하다. 에델은 상식을 엎었다. 땀구멍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매끄러운 피부는 국보급 백자를 연상케 했다. 만지면 찹쌀떡처럼 손이 달라붙을 것 같았다.
재능있는 여자는 아름답다. 서화담이 황진이에게 홀딱 반한 이유는 황진이가 시사가무에 능했기 때문이다. 천하의 미인을 얻을 수 있는 동탁이 초선에 홀린 이유도 재능 때문이었다.
진순이 노바토피아 인들을 둘러보았다. 하나같이 안타까운 얼굴, 분노한 얼굴이다. 진심으로 에델을 아끼는 마음이 표정에 실려있다. 에델은 의사라고 들었다. 에델은 오빠처럼 사람의 마음을 얻는 재능이 있다.
보석 같은 여자다. 이 여자는 오빠의 빛을 반사하는 여자가 아니라 자체 발광하는 여자다. 부처님 가운데 토막인 오빠의 마음 한구석을 비집고 들어갈 만한 여자다. 진순은 에델을 인정했다.
“루드리 에델, 먼 길을 오느라 고생했어요. 나는 이곳의 안주인 조진순이에요.”
진순이 손을 내밀었다. 움찔하던 에델이 진순의 손을 잡았다.
“루드리 에델이에요. 디노가 죽었어요. 불쌍해서 어떡해요. 흑흑!”
“걱정하지 말아요. 디노는 죽지 않았어요.”
“죽지 않았다고요?”
에델이 놀란 눈으로 진순을 바라보았다.
“오빠! 보고만 있을 거예요?”
진순이 대답하지 않고 버럭 했다.
“하하하, 기차 화통 삶아 먹었나?”
무쌍이 유들유들 웃으며 다가섰다. 피신했다가 싸움이 끝나자 나타나는 돈 판의 모습이다.
“뚜바이!”
에델이 진순의 눈치를 보며 주춤거렸다.
“이것아, 내숭 떨지 마.”
진순이 에델의 어깨를 확 밀었다.
“아!”
에델이 무쌍의 품에 덥석 안겼다.
“고생했다.”
무쌍이 겸연쩍은 표정으로 에델을 안았다. 진순의 가슴에 찬바람이 불었다. 그래도 가슴은 뿌듯했다. 찬스에 강한 옴부티가 두 팔을 번쩍 들었다.
“뚜바이부르파여 영원하라!”
“블루아트 블루아트 러 데제!”
노바토피아에서 온 일행이 답창했다. 거창한 구호에 응심제 창호가 우르르 떨렸다.
“뚜바이부르파 데 글로와!(뚜바이부르파께 영광을!)”
“빠떼흐 페이럴(pater pátriæ, 國父) 데 글로와!(국부께 영광을!)”
“뚜바이부르파의 손과 칼이 영혼의 주인을 뵙습니다.”
현자와 호장들이 세 번 절하고 시립했다. 진순은 예상치 못한 전개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오빠는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큰 사람이었다.
“먼 길 오느라 수고했다. 이곳은 노바토피아가 아니다. 과한 예를 삼가도록 하라. 요리장은 뱅뀌뜨를 준비하고 모두 편히 쉬도록 하라. 옴부티, 쌈디, 선우현만 남고 물러가라.”
“블루아트!”
알리 노인이 일행을 별채로 몰아갔다.
“쯧쯧! 이거 많이도 망가뜨렸구먼.”
무쌍은 공간지각력으로 디노의 내부를 확인하고 혀를 찼다. 뼈란 뼈는 망치로 자근자근 때린 듯 부서지고, 파열된 장기와 근육이 뒤섞여서 본래의 형체를 구분하기 힘들었다.
그 와중에도 주요 혈관은 망가지지 않았다. 깜둥이가 재생을 염두에 두고 구타했다는 의미다. 하긴 죽이려고 마음먹었으면 고출력 ELF 한방이면 끝이다.
“뚜바이, 살릴 수 있나요?”
에델의 목소리가 떨렸다.
크르르!(맹추같은 것, 죽이지 않았는데 뭘 살려!)
심기 불편해진 깜둥이가 한마디 했다.
“악!”
놀란 에델이 펄쩍 뛰어서 무쌍의 뒤로 숨었다.
“사나운 고양이, 무서운 고양이!”
에델의 얼굴이 퍼렇게 질렸다.
“임마, 왜 겁많은 에델을 놀라게 해.”
[어이쿠, 역성드는 거 봐라. 앞날이 훤하다.]깜둥이가 이죽거렸다.
“임마, 내 애완동물을 이렇게 망가뜨리면 어떻게 해.”
[버르장머리없는 놈은 맞아야 정신 차린다며? 왜 한 입으로 두말하는 거야!]깜둥이는 한마디도 지지 않았다.
“오빠!”
진순이 주의를 환기했다.
“알았다. 알았어! 벌써 에델과 한편이 된 거야?”
무쌍이 씩 웃고는 공진파를 투사했다. 기에 자극받은 IPS 세포가 활동을 시작했다. 끊어지고 찢어진 부위는 이어 붙고, 뭉개진 부위는 재생되었다. 저장된 단백질과 칼슘이 급속히 소모되었다. 디노의 체구가 바람 빠진 풍선처럼 줄어들었다.
“당신은 요리사인가요?”
진순이 이지하나를 돌아보았다. 선우현이 잽싸게 통역했다. 무쌍이 선우현을 남겨둔 이유가 통역사로 써먹기 위해서였다.
“넵, 진순님!”
바짝 얼어붙은 이지하나가 부동자세를 취했다.
“주방에 있는 우유를 통째로 가져오고, 고기를 뼈째로 갈아오세요.”
“넵, 알겠습니다.”
진순은 30ℓ짜리 스테인리스 우유 통을 번쩍 들어서 디노의 몸체에 줄줄 쏟았다. 깜짝 놀란 에델이 입을 벌리다 얼른 닫았다.
디노의 동체가 우유를 순식간에 빨아들이는 장면에 할 말을 잊었다. 진순이 깜둥이를 돌아보았다. 깜둥이가 그것 보라는 듯이 가르릉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