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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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장 사라진 두더지 6
물론 중요한 것은 한국어가 아니라 깃발이다. 두 사람은 깃발을 뜯어먹을 듯이 노려보았다.
“부리머, 이거 진짜지? 짝퉁 아니지?”
“프롤리나트 제3군 깃발입니다. 북부군 최정예 하비브군 말입니다.”
“으흐흐, 역시 블랙맘바야. 이것 봐, 세밀한 자수로 곡괭이와 소총을 한 땀씩 수놓았어. 예술 작품이야.”
깨비텐의 얼굴이 탐욕으로 물들었다. 깃발을 당장 말아서 품속에 넣을 기세다.
“욕심내지 마십쇼. 본부에 제출해야 합니다.”
딱딱한 부리머의 말에 깨비텐은 입맛을 다셨다.
“쩝, 눈감아 주게. 경매 붙이면 백만 프랑은 거뜬히 넘을 텐데. 아니 천만 프랑이 될지도.”
“안됩니다.”
부리머가 웃음을 매달고 소리쳤다. 블랙맘바가 들고 온 깃발은 엄청난 전리품이다. 적의 사령부를 지워버리고 탈취해 온 깃발이다. 그 상징성은 두고두고 되지엠 랩, 아니 레종 에뜨랑제의 자랑이 될 것이다.
“블랙, 뚱쪄가 무슨 뜻이냐?”
부리머나 깨비텐이 발음을 구분하기엔 불가능이다.
“뚱쳐? 푸화핫!”상계하자는 뜻의 ‘퉁치자’가 훔친다는 뜻의 ‘뚱치자’로 변했다. 언어와 문화적 차이는 어쩔 수 없었다.
“내가 전과를 올렸으니 더 이상 따지지 말라는 소리다.”
“음, 그게 뚱쪄였군. 한국말은 너무 어렵단 말이야. 부리머, 이 괴물 녀석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깨비텐이 미소 띤 얼굴로 부리머를 돌아보았다.
부리머가 씩 웃었다.
“콜네임 처벌권은 최상급 직속 지휘관에게만 허용됩니다. 필립 대령이나 오바뉴 본부에 웅크리고 있는 늙은이죠.”
“그럼 퉁쳐야 하나?”
“그렇게는 못하죠. 코르시카 속담에 바람난 마누라는 용서해도 집나간 자식은 용서 못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정 억울하면 빳다를 친 다음 피라니어떼에게 넘기시죠.”
깨비텐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그거 좋네. 블랙, 전과와 적전 무단이탈은 퉁 치겠네. 그러나 동료들의 가슴을 조리게 한 벌은 별개로 받아야 하네. 인정하나?”
“옛썰”
콜네임 요원은 본인의 판단에 따른 단독 작전권이 있다. 폴은 알면서 시침을 뚝 땄다. 두 시간 동안 걱정으로 속이 썩어 문드러졌다. 그냥 넘기기엔 너무 억울했다.
듣고 있던 옴부티가 나섰다.
“안 된다. 당신들 레종 에뜨랑제는 최상의 전과를 올린 동료를 구타로 갚나. 당신들 목숨을 지켜준 와킬을 매질하겠다고? 정 때리려면 하인인 나를 때려라.”
황당해진 깨비텐과 부리머가 눈만 꿈벅거렸다.
여기서도 문화 충돌이 일어났다. 옴부티는 레종 에뜨랑제의 문화와 전통을 이해하지 못한다.
블랙맘바는 웃음이 터졌다.
“하하하 옴부티, 이건 내 일이다.”
“아니오. 고귀한 주인이 등급 낮은 인간에게 형벌을 받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오. 투아레그 전사로서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소.”
옴부티가 눈에 쌍심지를 켜고 나섰다.
세 사람은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얼굴이 되었다.
“깨비텐, 아즈라일에게 손을 댔다가 이름이 지워지고 싶지는 않습니다. 블랙맘바가 벌금을 일만 프랑씩 지급하는 것으로 퉁 칩시다.”
에밀이 중재에 나섰다.
“그거 좋다. 블랙은 이번에 수당을 빵빵하게 받는다.”
용병들이 일제히 찬성했다.
“블랙, 동의하나?”
“좋다. 귀환하면 내 수당에서 일만 프랑씩 지불하겠다.”
“와! 사랑해 블랙!”
에밀이 손을 벌리고 달려들었다. 블랙맘바가 슬쩍 옆으로 빠지며 뒤통수를 철썩 때렸다.
“망할 놈, 파트너란 놈이 내 지갑을 털어.”
동료들이 왁자지껄 웃음을 터뜨렸다.
블랙맘바가 갑자기 으스스 몸을 떨었다.
옴부티의 눈길이 블랙맘바의 등에 박혀 있었다. 연인을 쳐다보는 여자의 눈빛과 비슷했다.
래쿤 작전 11일째,
라텔팀은 탕가 오아시스 북동방향 10km지점에 도착했다.
보델레 저지 깊숙이 들어갔다가 다시 돌아 나온 셈이다. 이곳에서 15km 북상하면 에키야 오아시스다.
깨비텐은 에키야를 앞에 두고 우회했다.
옴부티의 조언을 받아 보급품을 은닉할 장소를 물색했다.
“기가 막힌 장소네.”
부리머가 감탄했다. 옴부티가 안내한 곳은 나지막한 바위 언덕이 성벽처럼 펼쳐진 곳이다. 거의 4km는 될듯했다. 주변은 잡목이 무성한데다 물이 솟아나는 샘도 있었다. 깨비텐이 마크 힐이란 이름을 붙였다.
용병들이 달려들어 땅을 팠다.
모래땅이라 파기도 좋았다. 여분의 장비와 전투 식량, 오토바이가 적재된 픽업 3대를 구덩이 속에 밀어 넣었다. 방수포로 밀봉한 다음 흙을 덮어 위장했다. 살아남으려면 한 수쯤 숨겨둘 필요가 있었다.
작업은 한 나절이 걸렸다.
노가다를 끝낸 팀원들이 늘어졌다. 분위기가 급격히 다운되었다. 토코툼에서 반군을 전멸시키고, 블랙맘바가 사령부를 지워버렸지만 승리를 축하하는 분위기는 일호도 보이지 않았다. 정보 누수 때문이다. 시쳇말로 끈 떨어진 연 신세다. 분위기가 다운될 수밖에 없었다.
열흘사이에 대규모 전투를 네 번이나 치렀다.
쉴틈없이 격렬한 전투를 치룬 용병들은 심신이 지칠 대로 지쳐버렸다. 일부 대원은 근육통과 이명 현상에 시달렸다.
챠드 북부 사헬에는 음식점도 없고, 호텔도 없다. 푹신한 침대에 누울 수도 없고 기름진 스테이크를 주문할 수도 없다. 그저 메마른 모래땅에 등을 붙이고, 맛없는 전투식량을 씹고 석회석 섞인 시큼한 물을 마셔야 했다.
대화는 사라지고 음울한 침묵이 스모그처럼 깔렸다. 늘 유쾌하고 말 많은 샤트르의 부상도 분위기 침체에 일조했다. 식사를 마친 팀원들은 경계조만 남기고 수면에 들어갔다.
블랙맘바는 작전 투입 후에도 미친 듯이 수련에 매달렸다. 격렬한 전투를 치룬 날도 예외가 없었다. 멘탈 붕괴와 허탈감을 벗어나기 위해서다. 그는 동료들이 취침에 들자 슬그머니 숙영지를 빠져나갔다.
블랙맘바는 공진을 경험한 후부터 무게를 싣는다는 중공(重功)을 이해했다. 중공은 결국 공진을 외부로 끌어내는 단계였다. 기문(氣門)이 터진다고 스승님이 말씀하신 바로 그것이다.
중공(重功)을 이해하자 둔공(鈍功)과 중공의 경계가 무너졌다. 둔공은 결국 중공을 깨닫기 위한 발판인 셈이다. 동공 둔공 중공의 경계가 무너졌다. 때가 되면 알 것이라던 스승님의 말씀대로였다.
오금36로세는 단봉조양에서 희작등지까지 총 216가지 동작을 풀어낸다.
블랙맘바가 동쪽을 향해 꼿꼿이 섰다.
파파팟- 전투복 옷자락이 찢어질 듯 공기를 갈랐다. 다섯 손가락을 활짝 편 손이 번개처럼 사선으로 내리치고 올려쳤다.
사슴이 적을 만나 뿔을 휘두르는 녹각회두세다. 공기가 윙 울렸다. 이어 두 손을 가슴에 모았다가 번개처럼 전면으로 내밀었다. 사슴이 뿔로 적을 받아버리는 녹각직격이다. 이어 녹각궐척, 호조하궐, 원비통타, 호조하좌가 연이어 펼쳐졌다.
호- 흡 흡 흡-, 호- 흡-흡-흡, 호-
호흡과 동작이 일치를 이루어 휘돌았다. 몸에 익은 흡단호장 호흡법이다. 최대한 숨을 짧게 끊어서 들이켜고 가늘고 길게 내뱉는 숨쉬기다.
일반인은 청색증을 일으킬 만큼 사람 잡을 호흡법이다. 본인도 처음 시작할 때 졸도한 적이 있다. 파란트로푸스인 그가 기절을 할 정도로 단흡장호 호흡은 힘들었다.
“공진은 시작이 호흡이고 끝도 호흡이다. 자신의 호흡을 통제할 수 있어야 상대의 호흡을 읽을 수 있다. 호흡을 알아야 공진 끄트머리라도 잡을 수 있느니라.”
스승님의 음성이 들리는 듯 했다.
“헹, 20년이라고요. 난 벌씨로 깨달았단 말씀.”
명아주 지팡이로 때려가며 닦달하던 사부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죽음의 천사라 불리는 블랙맘바지만 사부 앞에서는 목탁으로 짱배기를 얻어맞는 행자승 무아일 뿐이다.
흡단호장 호흡법의 목적은 최대 산소 흡취량(VO2max)과 젖산 역치(Lactate Threshold, LT)를 늘리는 것이다.
최대 산소 흡취량이란 개인의 운동 강도를 높여서 달성할 수 있는 최대한의 산소섭취능력을 말한다. 유산소 호흡 능력의 한계에서 단위 시간당 호기적 에너지대사로 얻어지는 최대에너지라고 돌려 말 할 수 있다. 표시 단위는 mL/kg/minute로 체중 1kg이 분당 흡취할 수 있는 최대의 산소량이다.
VO2max가 높을수록 강한 힘을 장시간 발휘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폐활량, 혈액의 산소운반능력, 근육의 산소이용능력의 종합이 VO2max다.
거꾸로 말하면 강하고 빠르게 움직일수록 신체가 많은 산소를 필요로 한다는 이야기다. 블랙맘바가 강하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원동력이 일반인과 비교를 불허하는 VO2max 수치다.
VO2max는 유전적으로 결정된다. 훈련을 통해 끌어 올릴 수 있는 한계는 10%내외로 알려져 있다. 스승은 코웃음 쳤다.“해봤어? 쥐뿔도 모르는 것들이 극한 수련이란 말을 잘 지껄이거던.”
한계를 깰만한 훈련을 하지 않았기에 수치를 올릴 수 없다는 사부의 논리다.
사부의 어거지에 무쌍은 묵사발이 되었다.
80kg짜리 대형 타이어 두 개를 매달고 달리는가 하면 통나무를 메고 산을 오르내려야 했다.
일반인의 VO2max는 45ml/kg/m, 마라토너는 80ml/kg/m, 비만인은 20ml/kg/m까지 떨어진다고 스승이 말했다. 자신도 알고 있던 사실이다.
문제는 사부가 제시한 목표 450ml/kg/m, 일반인의 10배다. 인간의 껍질을 뒤집어 쓴 맘모스가 되라는 이야기다.
두 번째는 젖산 역치(Lactate Threshold)다.
젖산 역치는 무산소 역치라고도 불린다.
운동 강도가 높아지면 혈액과 근육의 젖산 농도가 높아진다. 이 농도가 급격히 높아지는 경계점이 젖산 역치다. 젖산 역치가 지나면 무산소호흡 에너지가 만들어진다. 즉 젖산 역치를 넘는 순간 근육 피로도가 급격히 높아지며 극심한 고통을 느끼게 된다. 운동 강도를 떨어뜨리지 않으면 결국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젖산 역치는 최대 산소 섭취량의 몇 퍼센트까지 운동 강도를 높일 수 있느냐로 측정한다. 즉, 최대산소섭취량의 60%에서 LT가 급격히 높아지면 젖산 역치율은 60%다.
VO2max와 달리 LT는 훈련을 통해 끌어 올릴 수 있다. 일반인은 LT가 50%내외이며 훈련하면 90%까지 상승시킬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VO2max 50ml인 사람의 젖산역치가 70%라면 이 사람은 35ml이하의 산소 섭취능력을 발휘 할 수 있다. 더 이상 운동 강도를 높이기 힘들다. 최대 산소 흡취량이 개인의 능력이라면 젖산역치는 효율인 셈이다.
당시 무쌍은 VO2max, LT, ATP연구를 통해서 자신의 신체 비밀 일부를 알게 되었다. 엔세스털 본(월송산 해골을 무쌍이 조상의 뼈라고 명명했다)은 자신의 근육, 뼈, 피부, 혈액을 변화시켰다. 세포 단위로 변화를 일으켰다면 유전자가 변형되었다는 이야기다.
유전자가 변형되었다면 VO2max와 LT도 당연히 변한다. 총량과 효율이 바뀌었다는 뜻이다.
스승님은 VO2max가 일반인의 10배, LT가 거의 완전치라고 말씀했다. 신체 능력이 일반인의 20배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물론 지구력에 치우친 설명이다.
근력은 또 다른 문제다.
침팬지의 근력은 인간의 5배로 알려져 있다. 덩치가 비슷한 인간이 까불었다간 박살난다. 인간의 문명화된 삶이 근육 출력을 다운 그레이드 시켰다.
호모 사피엔스는 근육에 투입될 에너지를 뇌로 투입시켜 두뇌를 발전시켰다. 진화적 군비경쟁(Evolutionary Arms Race)에서 방향을 달리 잡은 것이다.
호주에서 할 일없고 싱거운 공무원이 말과 사람간의 줄다리기 실험을 했다. 더러브렛종의 수말과 남자 성인 20명의 줄다리기 승부였다. 말의 체중은 1,100kg, 남자 성인 20명의 체중 합계는 1,650kg였다.
승자는 말이었다.
전체 중량이 더 큰 사람이 진 이유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