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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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장 해묵은 인연3
“초고리, 불안한가?”
무쌍은 심드렁했다.
“와킬은 불안하지 않습니까?”
보니파스가 반문했다. 프레데터의 전투력이 오셀롯에 필적한다고 했다. 오셀롯이 어떤 존재던가? DGSE와 DST(국토정찰국)가 가상 방어 계획을 짜고 있지만, 자신이 보기엔 헛짓거리다. 대대급 전투력을 보유한 존재가 치고 빠지면 중화기를 집적할 틈도 없다.
“무엇이 불안한가?”
“와킬이 분쇄한 프레데터 개체들은 종류와 형태가 제각각이었습니다. 와킬의 말대로라면 육상, 수중, 공중, 지하, 어디서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투리 정글의 프레데터는 뭔가 부족한 부분이 있습니다. DGSE 분석팀은 환경 적응을 위한 테스트 과정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전 배치를 위한 마지막 단계로 생체 무기임을 고려하더라도 2년이면 현장 투입이 가능해집니다. 와킬은 혼자입니다.”
보니파스는 프레데터가 한국과 노바토피아, 프랑스를 동시에 공격하면 어떻게 할 거냐는 말을 꿀꺽 삼켰다.
“초고리, 내일의 일을 모르는데 2년 후에 닥칠 일을 전전긍긍할 필요가 있을까? 조바심을 내면 파탄이 생긴다. 짐작했겠지만, 요아 호수에서 생쇼를 한 이유도 내가 없을 때 국민들이 굳건한 믿음으로 흔들리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혼자가 아니다. 초고리와 답상이 있고, 블랙컬처가 있고, 나 못지않은 친구도 있다. 무엇보다 내가 지켜야 할 수십만의 국민이 있다.”
“와킬에 버금가는 친구가 있다고?”
보니파스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때가 되면 알게 될 것이다. 이곳에 내 가족이 있고 나를 따르는 수많은 사람이 있다. 지켜야 할 무엇이 있는 사람은 강할 수밖에 없다.”
둥- 보니파스의 강퍅한 얼굴이 물결쳤다. 지켜야 할 무엇이 있으면 강할 수밖에 없다는 강자의 묵직한 포효가 가슴을 때렸다. 와킬의 모습이 수십 년 동안 프랑스를 지키려고 음지에서 일해온 자신의 모습과 겹쳤다.
프랑스가 누리고 있는 풍요와 자유가 저절로 생겼던가? 수많은 보니파스가 가치 있는 목숨을 던졌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지켜야 할 리스트에 프랑스가 빠져있음이 안타까웠다. 블랙맘바를 보스로 모셨지만, 프랑스가 조국임은 변할 수 없는 진실이다.
“와킬은 세계 최고의 유전을 소유한 억만장자이고, 한 나라의 왕입니다. 이 모든 것을 잃을까 불안하지 않습니까?”
보니파스가 꼭 묻고 싶었던 말이다.
“하하하! 초고리!”
무쌍이 호탕한 웃음을 터뜨리고 깊숙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황금을 들고 자궁을 빠져나오는 인간은 없다. 맨손으로 태어나서 잘해야 수의 한 벌 걸치고 가는 인생이다. 세상에 내 것은 없다. 인연따라 내게 머물러 있을 뿐이다. 프랑스 정부 예산이 내 계좌로 흘러들어오고, 지하에 잠자고 있던 석유가 내 손에 들어왔듯이, 내 손에 있는 것은 필요한 곳으로 흘러간다. 나는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선량한 관리자일 뿐이다. 본래 내 것이 아닌데 내가 불안할 이유가 없다.”
무쌍이 빙그레 웃었다.
“아, 엠무소뚜 이생기띰!”
보니파스가 땡중 도 터지는 감탄사를 뱉었다. 블랙맘바의 거대한 야망을 동경했는데 그것도 아니란다. 마음 가는 대로 하되 저어함이 없다는 모호한 경구가 이해될 듯했다.
“권력은 돈보다 더 무상하다. 내가 왕이라고? 수십만의 골칫덩어리를 떠안은 오지랖 넓은 인간일 뿐이다. 풍광 좋은 알프스 산록에 뽀대나는 별장을 지어서 유유자적하면 얼마나 자유롭고 편하겠나? 일만 톤급 요트를 건조해서 각국의 미녀를 백 명쯤 태우고 크루즈 여행을 하면 얼마나 재미있겠나?
“그렇지요. 남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로망이 아니겠소? 그래서 보스는 종잡을 수 없는 분이지만 위대한 사람이요.”
“아니다.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나서 뭔가 가치 있는 일을 하고 품위 있게 죽고 싶어서 수고를 자청했을 뿐이다. 말하자면 엄청나게 이기적인 놈이지. 하하하!”
무쌍의 입꼬리가 올라가며 미소가 온 얼굴에 퍼졌다.
“동방불패가 이기적인 인간이라면 본인도 이기적인 인간이 되도록 노력하겠소. 보스를 만나서 행복합니다.”
보니파스가 자신도 모르게 앉은 채로 허리를 깊이 숙였다. 가슴을 짓누르던 이런저런 불안과 걱정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한 몸 불살라서 세상을 구하겠다는 정치인과 사상가를 수없이 보았지만, 명리에 초연한 진정한 사나이는 없었다.
능력도 인격도 나이순이 아니다. 사나이로 태어났으면 마땅히 이름을 남기고 품위 있게 죽어야 한다는 말이 가슴을 두드렸다. 눈앞의 사나이가 어디로 가든지 자신도 함께 간다. 메마른 고목에 새싹이 돋듯 식었던 가슴에 열정이 휘몰아쳤다.
똑똑- 잠을 청하던 자베르는 노크 소리에 본능적으로 회중시계를 확인했다. 새벽 두시다. 누가 이 시간에 방문한단 말인가.
“위?(누구시오?)”
똑똑똑- 다시 노크 소리가 들렸다.
“아낭스떵!(잠깐만!)”
드르륵- 자베르는 옷을 대충 차려입고 종이를 바른 특이한 문을 옆으로 밀었다.
“헉!”
자베르가 후다닥 엉덩이밀이로 물러났다. 칠흑처럼 검은 흑표범이 우뚝 서 있다. 폭포처럼 쏟아지는 달빛 아래 정물처럼 고요히 서있는 거대한 흑표범은 현실이 아니라 환상이었다. 자베르는 자신의 볼을 꼬집었다. 꿈이 아니다.
흑표범은 미동도 않고 자베르를 응시했다. 시퍼런 살기를 뿜는 야수의 눈이 아니라 인간처럼 흑백이 분명한 눈동자다. 자베르는 눈빛에서 한심함을 읽었다.
눈앞의 짐승은 단순한 야수가 아니다. 어깨높이가 자신의 젖가슴에 닿는 표범도 없을뿐더러 어린아이처럼 맑은 눈을 가진 표범은 절대로 존재할 수 없다. 인격을 가진 고대 괴수?
‘펜리르!’
튀어나오는 말을 삼켰다. 아니 펜리르는 아니다. 펜리르는 다호메이 왕국에서 사라진 현자의 돌이 있어야 복원할 수 있다. 그렇다고 양키가 유전자 조작 키메라를 보냈을 리도 없다. 키메라를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포악하고 공격적이라고 했다.
“그대가 노크했나?”
흑표범이 고개를 끄덕였다.
“헐, 말을 알아듣나?”
흑표범이 고개를 끄덕이고, 뒤돌아서서 꼬리를 흔들었다.
“따라오라고?”
흑표범이 고개를 끄덕였다.
“못 가, 아니 안 가!”
자베르는 흑표범이 진짜로 인간의 말을 알아듣는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영리한 개도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서 명령을 알아들을 뿐, 복합적인 사고는 불가능하다. 양키가 만든 키메라도 본능적으로 움직일 뿐이다.
‘이 자식이 장난치나.’
깜둥이는 짜증이 났다. 동방불패가 곱게 데려오라고 하지만 않았어도 한 대 쳐서 질질 끌고 갔을 것이다. 깜둥이의 눈에서 시퍼런 빛이 번쩍했다.
“윽!”
자베르는 자신도 모르게 후다닥 물러났다. 깜둥이가 앞발을 슬쩍 휘둘렀다. 스테인리스 물받이 홈통이 댕강 잘렸다. 명백한 위협이다.
‘정체를 알 수 없지만 요괴다.’
자베르는 식은땀이 쭉 솟았다. 제아무리 발톱이 날카로운 야수라도 쇠붙이를 소리 없이 자를 수는 없다. 눈앞의 짐승은 인간의 말을 완벽히 알아들을뿐더러 마피아식의 위협까지 했다. 펜리르든 아니든 위험한 존재다. 자베르는 홀린 듯 깜둥이를 따라갔다.
깜둥이는 어두컴컴한 대나무 숲으로 어슬렁어슬렁 들어갔다. 뒤따르던 자베르는 살짝 긴장했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흑표범의 자비가 끝나는 순간 자신은 한 끼 식사가 된다..
“어!”
갑자기 눈앞이 훤해졌다. 달빛 아래 작은 정자가 신기루처럼 나타났다. 천중에서 교교히 빛을 뿌리는 보름달, 바람에 서걱이는 대나무, 팔각 기와를 인 자그마한 정자, 운치 있다면 운치 있는 풍경이다.
“여기서 어쩌자는 거냐? 헉!”
눈앞에 있던 흑표범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달도 밝고, 정자 주변의 외등도 밝다. 자베르는 분주히 사방을 살폈다. 대나무가 서걱일 뿐이다. 역시 요괴에게 홀렸다.
“자베르 회장, 나를 만나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딱딱 끊어지는 목소리가 고막을 윙 울렸다. 놀란 자베르가 주위를 살폈다.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본 그가 헛바람을 뱉었다.
“헉!”
검은 그림자가 까마득한 대나무 꼭대기에 우뚝 서 있다. 대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대로 검은 그림자도 대나무의 일부인 듯 따라서 흔들렸다. 기괴한 풍경이다. 요괴 짐승에 이어 요괴 인간이 등장했다.
“다 당신은 누구요?”
“내가 블랙맘바다.”
둥- 서늘한 바람이 자베르의 가슴을 휭 지나갔다. 이런 만남은 상상도 해보지 못했다. 아니 상대가 사람인지조차 의심스러웠다. 자베르는 심호흡으로 마음을 안정시켰다. 세계 최고의 원자력 그룹 회장은 체스로 따지 않았다.
“고개가 아프다. 눈높이를 맞춰줄 수 없겠나?”
자베르는 가슴이 뛰었다. 존재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인 전설적인 존재의 등장이다. 인간이 아닌 존재를 드디어 만났다.
“그대는 고개가 아프지만, 나는 이 먼 극동 구석까지 달려오는 수고를 했다. 나를 만나려는 이유는?”
“이투리 정글 때문이오. 지난번의 우라늄 광산 건은 비교도 안 되는 중요한 일이오.”
쉬이익- 대나무 우듬지를 밟고 우뚝 서 있던 인물이 튕기듯이 하늘로 솟구쳤다. 제비처럼 매끄럽게 허공을 가로질러 자베르 전면에 깃털처럼 가볍게 착지했다. 자베르는 감탄했다. 과연 이투리 정글을 안방처럼 휘저은 블랙맘바다운 포스다.
‘윽!’
자베르가 비명을 삼켰다. 이건 못생겨도 너무 못생겼다. 단추구멍처럼 가늘게 찢어진 눈, 불쑥 튀어나온 광대뼈, 악어 등껍질 같은 얼룩덜룩한 피부…….
‘인간이 못생겨도 이토록 못 생길 수 있을까!’
자베르는 입안에 고인 침을 꿀꺽 삼켰다. 흑인의 피가 25%쯤 섞인 아랍계 사막족으로 보이지만, 인종을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못생겼다.
무쌍은 속으로 웃었다. 3대 추남으로 인정된 옴부티, 선우현, 쌈디의 면상을 짜깁기했으니 보는 사람이 괴로울 만했다. 인간의 얼굴은 쌍거풀 수술만으로 인상이 달라진다.
공진파와 흡공파를 응용해서 피부를 밀고 당기는 작업은 어렵지 않았다. 색소를 밀집시켜서 음영을 만드는 작업도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변형한 얼굴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다. 공간지각력, 공진파, 염력등의 좌도방 이능의 원천은 정신력이다. 정신력의 상당 부분이 얼굴 형상 유지에 묶였다.
“자베르, 내 얼굴은 넋을 잃고 쳐다볼 만큼 잘 생기지 않았다. 내 얼굴을 기억해야 할 이유라도 있나?”
지옥 유부에서 울리는 듯한 음산한 소리가 고막을 흔들었다. 정곡을 찔린 자베르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상대는 인간이 아니다. 인간의 예의와 인내를 기대할 수 없다.
“먼저 당신의 능력과 용기에 경의를 표하는 바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소. 나는 선금 일억 달러에 당신의 능력을 사고 싶소. 물론 성공 보수금은 그보다 많소.”
“제법 어려운 일인 모양이군.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나는 프랑스 정부에 매인 몸이다.”
자베르는 상대의 무덤덤한 태도에 흠칫했다. 일억 달러면 삼억 프랑이다. 그것도 선금이다. 의뢰에 실패하더라도 그냥 굳는 돈이다. 과연 아베라사 회장다운 배포다.
“당신이 에이전트가 아니라 프리랜서임은 이미 알고 있소. 이투리 정글을 안방처럼 헤집고 다닌 당신이라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거요.”
“흠, 당신은 내 확답을 먼저 듣고 나서 의뢰 내용을 말할 작정이군. 일억 달러가 적은 돈이 아니지만, 나도 벌 만큼 벌었다.”
블랙맘바는 입을 닫았다. 자베르의 존재를 잊어버린 듯 천중을 가로지른 은하수에 눈길을 박았다. 의뢰하든지 말든지 맘대로 하라는 태도다.
“휴, 내가 졌소. 메추리알 두 배 크기의 돌을 찾는 일이요. 특징은 사파이어보다 탁한 녹색이고 손에 쥐면 따뜻한 온기가 느껴질 거요.”
망설이던 자베르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이것 봐라! 이 자식이 어떻게 앙게 시카거를 알지?’
무쌍은 자베르 회장의 눈을 뚫어질 듯이 응시했다. 자신의 품속에 들어있는 앙게 시카거를 찾는 인간이 있을 줄이야. 그동안 정체를 알아보려고 온갖 시도를 했지만 실패했다. 일반인에게 능력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신조를 잠시 묻어두고 싶은 유혹이 치밀었다.
“이투리 정글이 당신 서재의 서랍인 줄 아나? 나보고 50,000㎢도 넘는 끔찍한 정글을 헤매고 다니라고?”
자베르가 황급히 손을 흔들었다.
“그럴 리가 있겠소. 그 돌은 이투리 정글의 한 피그미 벤드의 수중에 들어갔소. 이투리 정글에는 25개의 피그미족 벤드가 있소. 안타깝게도 어떤 벤드인지는 알지 못하오.”
무쌍은 흠칫했다. 자베르가 찾는 돌은 앙게 시카거가 확실했다. 올롱게 마을에서 피그미족 노부부를 구해주고 선물 받지 않았던가.
“그 정도까지 범위를 좁혔으면 거금을 들여서 의뢰할 필요 있나? 당신 정도의 거물이 자체 무력이 없을 리 없고, 용병대를 고용해서 자력으로 얻을 수 있을 텐데.”
“물론이오. 나만큼 이투리 정글을 잘 아는 사람도 없을 거요. 나는 청년 시절부터 그 돌을 추적했소. 지금까지 다섯 번이나 탐험대를 이끌고 이투리에 진입했지만, 허탕 쳤소. 그리고 약 삼 년 전부터 이투리가 미쳤소. 예전에도 끔찍한 정글이었지만, 적어도 괴물은 나타나지 않았거던.”
자베르가 고개를 흔들었다. 정글 자체도 괴물이지만 화기로 제압할 수 없는 괴물의 습격은 악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