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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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장 사라진 두더지 7
말 근육과 인간의 근육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근섬유의 조밀도도 다르고 필라멘트가 겹치는 길이가 다르다. 헉슬리의 ‘근 활주설’에 따르면 근 수축은 액틴이 미오신에 미끄러져 들어가면서 일어난다.
힘을 쓴다는 의미는 근육을 수축한다는 의미다. 수축력은 액틴과 미오신이 겹치는 부분이 길수록 강해진다. 철골 구조물의 철근 정착 길이와 같은 의미다. 정착 길이란 철근을 엮을때 철근이 겹치는 부분을 말한다. 삼풍 백화점 붕괴의 원인이 철근 부족과 정착 길이 부족이었다.
결론적으로 말 근육의 필라멘트 정착 길이가 인간보다 훨씬 길다. 침팬지, 개, 고양이도 인간보다 길다. 포유류 중에 인간보다 필라멘트 정착 길이가 짧은 동물은 나무늘보가 유일하다.
인간의 근육은 진화 과정에서 파워보다는 섬세한 쪽으로 발달했다. 도구를 만들고 농경을 하게 되면서 힘보다는 섬세함이 요구되었던 것이다.
예를 들어 인간의 어깨와 엉덩이에 가동성 절구 관절을 고정시키는 근육이 있다. 회전근이다. 회전근은 복잡한 움직임을 가능하게 해 준다. 반면에 부하가 걸리면 쉽게 손상된다.
블랙맘바는 근육 세포 자체가 바뀌었다. 미도콘트리아 숫자가 다르고 효율이 달라졌다. 근섬유의 강도와 숫자가 달라졌다. 블랙맘바는 인간의 두뇌와 신체 구조를 가진 아프리카 물소다. 그야말로 탱크 엔진을 얹은 람보르기니다.
오금공과 호흡법은 파란트로푸스의 힘을 효율적으로 뽑아내는 수단이다. 세포가 포도당과 유기물질을 이용해서 ATP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산소가 필요하다. ATP를 대량으로 생성하는 만큼 대량의 산소가 필요하다. 흡단호장 호흡법이 바로 세포에 공급되는 산소 효율을 높여 준다.
블랙맘바는 호박섬전타를 마지막으로 숨을 골랐다.
위이잉- 몸서리치던 주변 대기가 가라앉았다. 오금36식 216로세가 25분 만에 끝났다. 일 년 전에는 세 시간이 걸렸다.
상현달이 천중에 둥실 걸렸다. 황량한 사헬에도 벌레소리가 찌룩찌룩 울렸다. 달속에 주름이 자글자글한 사부의 인자한 얼굴이 나타났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유년기를 버티게 해 준 암반이라면 대우스님은 청년기의 일탈을 막아주고 새로운 인생을 열어준 버팀목이다. 천생산에서 화자를 생매장시킬 구덩이를 파다가 사부와 마주쳤던 장면이 떠 올랐다. 깊은 밤, 깊은 산중이다. 인연이 아니면 절대로 조우할 수 없는 만남이었다. 블랙맘바가 난쟁이 똥자루만한 늙은 중에게 뒈지게 얻어맞았다면 듣는 사람이 웃을 것이다.
팔순의 연세에 공양이나 제대로 챙겨 드실지, 불목하니도 없는데 군불은 제대로 넣는지, 외물에 구애받지 않는 사부지만 가슴이 저렸다.
포켓에서 코히바지골로를 꺼내 물었다. 격렬한 운동 후의 끽연은 폐포 손상의 일등공신이다. 블랙맘바는 개의치 않았다.
푸르스름한 담배 연기 속에 짚은다리 하중도의 이울어진 들국화 밭이 둥실 떠올랐다. 흐드러지게 핀 망초꽃, 지천으로 늘린 물새알, 수면에 퐁퐁 튀어오르는 잔망스런 피라미떼가 스쳐갔다.
눈을 뜨면 이동하고 죽이고 탈출하고 씨레이션을 씹고 잠든다.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왜 죽이는지 조차 희미해졌다. 자신이 인간인지조차 의심스러워졌다.
“나는 인간일까?”
잊을만하면 떠오르는 질문이다. 인간다운 삶을 살고자 몸부림쳐 온 세월, 이리저리 떠밀리다 보니 아프리카 한 귀퉁이에서 수많은 인간을 죽이고 피 비린내를 맡으며 태연하게 담배를 태우는 인간이 되어 버렸다.
수십킬로를 달려도 변함없는 풍경, 무덥고 메마른 기후, 쉬지않고 불어대는 모래 바람, 군단으로 달려드는 파리와 모기, 무엇 하나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다. 얌전한 한국의 자연이 너무 그리웠다.
전화 한 통화면 번개처럼 짜장면이 배달되는 한국, 300원이면 시원한 냉커피를 마실수 있는 한국, 넉넉한 그늘을 드리우는 거대한 느티나무가 동구밖에 서있는 한국이 그리웠다.
칠성시장에서 좌판 장사하는 할매가 말아주는 콩국수 는 얼마나 시원했던가.
“젠장, 좋아할 수는 없지만 미련이 남았다는 건가!”
투덜거리며 절반쯤 타 들어간 담배를 손가락으로 툭 튕겼다. 사헬에서 담배 꽁초를 버린다고 시비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옆구리 안쪽에서 쿠크리를 쑥 뽑았다.
시노기(칼등성이)와 요코테(칼날의 날카롭고 단단한 부분)가 부드럽게 연결된 유려한 몸체, 하몬(담금질 무늬)이 선명한 칼날이 달빛을 받아 시린 빛을 발했다. 수차례 험하게 놀렸지만 이빨 한 조각 나가지 않은 명품이다. 무협에서 말하는 명검 수준이다.
스승은 끝내 무기술을 전수하지 않았다.
되지엠 랩에서 삐에프에게 배운 크라브마가 단검술이 전부다. 만류귀종이라고 했다. 배우고 보니 별것 아니었다. 무기는 손의 연장에 불과했다. 오금216로세에 투로가 다 들어 있었다.
단검술은 횡베기, 내려치기, 올려치기, 사선베기, 찌르기가 전부다. 나머지는 전부 파생 동작이다. 요체는 타이밍과 힘의 안배, 속도다.
‘흘러가는 물은 썩지 않고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오금공의 가르침대로 관건은 체화(體化)다.
오금공에 얹힌 쿠크리가 청파보와 결합되었다.
블랙맘바의 몸이 맹렬히 휘돌았다. 달빛에 반사된 칼날이 신체를 물샐틈없이 휘감았다. 그가 발산하는 경력에 모래가 부옇게 피어 올랐다. 칼날이 공기를 끊어내는 소리가 윙윙 울렸다.
숙영지를 벗어나 경계 지역으로 나오던 깨비텐과 부리머의 대화가 뚝 끊어졌다.
“저 저것 보게.”
“보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입이 딱 벌어졌다. 파리를 자르는 수련모습을 본적이 있지만 이건 또 다른 차원이다.
블랙맘바의 몸은 보이지도 않았다. 청백색 광채가 번득이고, 칼날이 공기를 끊어내는 소리가 모터처럼 윙윙거렸다.
깨비텐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인간인가?”
“종이 다를지도 모르죠. 호모 사피엔스가 저런 모습을 보일 수는 없으니까요.”
“블랙은 자네 분대원 아닌가?”
“평생 살을 맛대고 살아온 마누라도 모르는 판인데요. 그저 그러려니 하고 지냅니다.”
“흠, 그렇긴 하지. 저것도 오큼꽁이라 불리는 꼬레아의 고대 무예인가?”
“나도 모르죠. 저런 수련 장면은 처음 봅니다.”
“저 인간과 적이 되었다간 카프리스(코르시카의 슬라이스 치즈)꼴이 되겠군.”
“저놈은 손발이 더 무섭습니다. 카프리스가 되기전에 초리조(돼지고기 찌꺼기를 잘게 다져서 만든 쏘시지)재료가 될겁니다.
깨비텐과 부리머는 대화를 미뤄두고 정신없이 블랙맘바의 수련 장면에 빠져 들었다.
우웅- 공간을 찢어내던 칼날이 뚝 멈추었다.
블랙맘바가 전방으로 쭉 미끄러져 나갔다. 바닥을 얼음판으로 착각할 움직임이다. 미끄러져 나가던 몸이 구십도로 방향을 훽 꺽어 튀어 나갔다. 벽에 맞고 튕기는 스쿼시 공과 같았다. 청파보 수련이다.
뱀이 기어가듯 땅바닥에 붙어 미끄러지는가 하면, 허공에 뛰어올라 날다람쥐처럼 비행했다. 진각을 밟을 때면 땅이 쾅쾅 울렸다.
휘돌고, 꺽고, 뛰고, 날고, 미끄러지는 수련 모습을 보던 깨비텐의 턱이 툭 떨어졌다.
“보고도 믿어지지 않는군. 상부에서도 블랙맘바의 능력을 제대로 모르겠군.”
“당연하죠. 블랙맘바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상부에서 그의 능력을 알았다면 버리는 패로 쓸 이유가 없지요.”
깨비텐은 고개를 끄덕였다.
삐에프와 필립 대령에게 들었을 때 자신도 믿지 못했다. 스나이핑 실력은 그가 가진 능력의 일부에 불과했다. 현대에 저런 인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흐흐흐, 블랙맘바가 귀환하면 볼만 하겠군.”
깨비텐이 가학적인 표정으로 비릿한 웃음을 흘렸다.
자신은 블랙맘바에게 손 볼 놈들 명단만 넘겨주면 된다. 저놈은 은원이 분명한 놈이다. 어떤 식으로 주무를지는 본인이 알아서 할 일이다.
“흐흐흐, 블랙에게 당할 놈들이 불쌍합니다. 곱게 죽지는 못 할 겁니다.”
“일단 살아서 돌아 가야지. 블랙맘바가 마지막 희망이군.”
깨비텐이 우울하게 중얼거렸다.
블랙맘바가 어둠속으로 번득 사라졌다.
“어디로 갔나?”
“아마 주변 정찰을 할 겁니다. 밤마다 저렇게 말없이 사라집니다. 저도 모른체 합니다.”
“휴우, 괴물은 괴물이군. 격렬한 전투를 연속 치루고 저렇게 움직일 수 있다니 도대체 출력이 얼마야?”
블랙맘바는 550마력 대형 트럭 엔진을 얹은 소형 승용차다. 물소 근육을 탑재한 인간이다. 블랙맘바의 VO2max와 LT능력치가 일반인의 20배에 달한다는 사실을 알 리 없는 두 사람이다.
깨비텐과 부리머 중사는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 있었다. 마주 앉은 두 사람 사이에 음울한 침묵이 내려 앉았다.
너구리는 종적을 감추었다. 아니, 찾을 길이 없었다. 정보를 받고, 작전 지침을 받아야 할 본부에서 정보가 줄줄 샌다. 부하들의 컨디션은 곤두박질 친 상태다.
총체적인 난국이었다.
“빌어먹을 놈들!”
깨비텐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 나왔다. 본부 정보 참모와 DGSE 담당자를 물어 뜯고 싶었다. 코르시카의 서너배 넓이인 보델레 저지대를 마르세유 축구장으로 아는 놈들이다.
부리머의 얼굴도 암담했다.
“라펠(리콜)을 요청하죠?”
“아직 확실치는 않아. 냄새가 풀풀 나지만 본부가 같은 식구를 배신할리는 없어.”
“그렇긴 합니다만.”
부리머가 머리를 끄덕였다.
레종 에뜨랑제의 자부심과 자존심은 값싸지 않다. 돈 몇 푼에 스파이 짓을 하는 고급 장교가 있으리라곤 생각되지 않았다.
“대장이 내 보고를 믿지 않으면 문제가 더 심각해져. 어떤 놈이 야료를 부리는지 모르는 판에 섣불리 말하기도 힘들어.”
이거야말로 작전팀의 고민이다.
“팀원들도 말을 하지 않을뿐이지 불만이 많습니다.”
“불만이 없으면 바보지. 그래서 분위기가 더 엉망이야. 블랙맘바는 어때?”
“별로 개의치 않습니다. 전후 사정을 짐작하면서도 전투와 수련밖에 모르는 놈입니다. 복귀하면 피바람이 불겠지요.”
“블랙맘바를 잘 다둑거려. 크흐흐흐”
깨비텐은 속시원한 장면을 상상하고 실실 웃었다. 필립 대령이 블랙맘바의 따귀 한방에 치아가 우수수 쏟아지는 장면이다.
“그 놈이 삑사리내면 감당이 안되죠.”
“일단 통신을 보류해. 에키야 주변을 더듬어 봐.”
“기분이 아주 더럽습니다.”
“할 수 없지. 우린 군인일세. 명령을 받았으니 최선을 다 해야지. 마이크는 어때?”
“블랙맘바가 있는한 엉뚱한 짓을 못합니다. 삽질하면 묻힌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거던요.”
“하긴 호랑이에게 덤빌만큼 멍청이는 아니지. 자네가 팀의 중심을 잘 잡아 주게.”
깨비텐의 얼굴에 웃음이 떠 올랐다. 블랙맘바에게 매질을 당한 마이크는 똥오줌을 지렸다. 벨맨과 자신만 알고 있는 사실이다.
“알겠습니다. 이 상태로 가다간 프롤리나트가 전멸하던지 우리가 전멸하던지 결판이 날것 같습니다.”
깨비텐이 비죽이 웃었다.
“그렇지. 이미 북부군 최강 군벌인 하비브군을 반신불수로 만들지 않았나.
“블랙이 본부까지 탈탈 털었으니 하비브가 반쯤 미쳤을겁니다.”
“후후, 블랙맘바만 있으면 레종 도뇌르는 맡아 놨어.”
“일단 살아야 훈장을 받지요. 내일은 쉬어야 할 것 같습니다. 블랙맘바외에는 전부 컨디션이 엉망입니다.”
“그러지. 내가 평생 치른 전투를 다 합쳐도 지난 열흘에 못미쳐. 놈들도 한동안 정신이 없을 거야. 살아서 돌아가려면 현지 정보를 제대로 파악해야돼.”
블랙맘바가 반군 본부를 분쇄한 덕분에 시간을 벌었다. 휴식을 취할 여유를 번 셈이다.
깊어가는 밤과 함께 두 사람의 한숨도 깊어졌다.
래쿤 몰기 13일째,
하루를 쉰 라텔팀은 원주민 마을을 정탐키로 했다.
팀원 누구도 에키야에 너구리가 있으리라는 기대를 하지 않았다. 정보를 받았으니 실낱같은 기대를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