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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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장 헤카6
‘이 새끼 쪼렸네.’
장팔수는 쾌재를 불렀다. 피할 생각도 못 하고 멍하니 쳐다보는 박무쌍이 불쌍했다.
‘허,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해야 하나? 나야 고맙지만 네 인생이 불쌍타!’
장난기가 든 무쌍이 표적이 된 머리를 불쑥 들이밀었다. 무릎을 번갈아 찍는 쾌찬슬(快鑽膝)이 철두에 작렬했다. 뻑- 둔탁한 타격음이 울렸다. 장팔수는 흐뭇했다. 뭉그러진 안면이 젖혀지는 순간 턱을 찍고 목을 잡아 백 텀블링하면 완벽히 제압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아프지?
“끄아악!”
처참한 비명이 울렸다. 장팔수가 미친 듯이 바닥을 뒹굴었다. 무쌍의 두개골은 티타늄 강도를 자랑한다. 래쿤 작전 당시에 옴부티가 달여 먹인 후블러브가 에피듐 각성을 부르고, 뇌를 장악하지 못한 유전 인자가 외피만 잔뜩 강화했기 때문이다.
운동에너지와 위치에너지를 무릎 한점에 집중해서 쇳덩이를 내려찍고 무사할 수 없다. 슬개골, 무릎뼈, 연골이 박살 나고, 인대와 근육이 뒤엉켰다. 묵직한 발이 장팔수의 가슴을 꾹 밟았다.
“끄윽!”
장팔수의 호흡이 끊어지고 눈알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닥쳐! 때린 놈이 엄살 부리면 안 되지. 갈비뼈가 왕창 뿌라지고 싶지 않으면 아가리 닥쳐.”
“끄헙!”
장팔수가 입술을 깨물어 비명을 삼켰다.
“네놈이 사북에서 곤봉으로 무릎을 부수고 등을 걷어차서 병신을 만든 사람이 있다. 농한기에 어린 딸의 학비를 벌어보려고 막장에 들어간 사람이었지.”
“씨발, 그래서 어쩌라고! 조직의 명령에 따랐을 뿐이다.”
장팔수가 악을 썼다.
“유영출이 다 불었어. 네놈들은 타인의 고통을 즐기고 덤으로 뒷돈도 왕창 챙겼지.”
“씨팔, 그까짓 흙이나 파먹는 새끼 한 놈 조진 게 뭔 대수라고 이러는 거야! 박무쌍, 넌 이제 죽었어. 내가 정오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백업 요원이 나오거든. 지금이라도 병원에 이송해 주면 선처해 주겠다.”
무쌍은 순간적으로 살의가 치밀었다. 세상에 이렇게 상황판단이 안 되는 인간은 처음이다. 무소불위의 안기부에서 오래 근무하는 동안 위세와 갑질이 몸에 밴 탓일 것이다. 발에 힘을 주려던 무쌍이 마음을 바꾸었다. 살인이 내키지도 않았지만, 깔끔한 죽음은 지나친 자비다.
“사람이 사람인 이유는 타인의 고통에 연민을 느끼고 공감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전혀 연민이 느껴지지 않아. 네놈이 사람이 아니거나 내가 사람이 아닌 탓이겠지.”
“끄흐흐, 돌대가리 새끼야, 설교는 교회에 가서 하고 빨리 병원에 보내주라고.”
장팔수는 나름 무술 고수다. 자신의 무릎이 박살 났다는 것쯤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빨리 병원에 가지 않으면 불구가 될 판인데 한가하게 주절거리는 놈을 씹어먹고 싶었다.
“이 자식아, 겨우 무릎 깨졌다고 계집애처럼 징징거리지 말어. 네놈이 방첩과에서 제일 악질이라며? 서빙고에서 네놈 손에 죽은 사람만 다섯이고, 병신된 사람은 서른 명이 넘는다며?”
“흐흐흐, 유영출이 불었다는 말이 진짜군. 그 새끼 잘 죽었다. 네놈이 코쟁이 똥꼬 빨아서 한자리한다며? 외교관 특권이 있다고 안기부가 홍어 좆으로 보이는 모양이지. 네놈이 이러고도 무사할 줄 아나?”
장팔수가 악을 썼다. 무쌍은 한숨이 나왔다. 똥인지 된장인지 맛을 보고도 구분 못 하는 놈이 이놈이다.
“그렇게 나와야 나도 마음이 편하거든. 네놈이 서빙고에서 고춧가루 물과 짬뽕 국물 중에 선택권을 주었다지. 이번엔 네놈이 선택할 시간이다. 사막으로 갈래? 죽을래?”
“흐흥, 네놈이 뒷감당할 수 있을까?”
“내 뒷감당까지 네놈이 걱정해줄 필요는 없어. 선택이 어렵다면 도와주지. 치킨!”
끼룩? 가루라가 고개를 삐딱이 젖혀서 올려보았다. 진동수와 의미가 합치되지 않았다.
[임마, 가루라는 이름이고 치킨은 애칭이야.] [알았다. 가루라 두 번째 호칭 왕눈이, 세 번째 호칭, 치킨 접수! 음문과 뇌파 진동수 각인!]웅- 머리꼭대기의 볏이 반짝 빛났다.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는 귀는 달려있을 필요 없어. 잘라!”
끼룩! 핏- 가루라의 몸통에서 하얀빛이 반짝했다. 섬광이 장팔수의 왼쪽 귀를 스치고 지나갔다. 무쌍은 백색 섬광이 가루라의 부리에서 발출된 가느다란 실임을 알아보았다. 관안이 아니면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은밀했다. 귓바퀴를 절단한 실이 개구리 혀처럼 소리 없이 회수되었다. 텁- 가루라가 부리로 장팔수의 귀를 받아물었다.
“잘했다!”
무쌍이 발끝으로 가루라 엉덩이를 툭툭 찼다.
‘흐미, 무서운 놈!’
소름이 쭉 끼쳤다. 해충은 인간이 필요에 따라서 구분한 개념이다. 가루라 입장에서는 인간이나 해충이나 다를 바 없다. 털 빠진 수탉을 경계할 사람은 없다. 눈을 뻔히 뜨고도 목이 댕강 잘린다는 소리다. 자연동화술을 능가하는 암살 스킬이다.
“끄아악!”
장팔수의 왼쪽 귀에서 뒤늦게 선혈이 주르륵 쏟아졌다. 얼결에 손으로 왼쪽 뺨을 만진 장팔수가 비명을 질렀다.
“통증을 눈으로 느끼는 희한한 동물일세. 치킨, 지혈해줘. 지하실 오염된다.”
지잉- 가루라의 눈에서 섬광이 쭉 뻗었다. 지지직- 섬광이 상처 부위를 지졌다. 장팔수가 발광하든 말든 섬광은 정확히 상처 부위를 추적해서 조직을 녹였다. 놀라운 컨트롤 능력이었다.
“그건 또 뭐냐?”
[수확이 끝나면 땅속 해충과 잡초에 숨어있는 해충을 태워죽이는 입자 가속포다.]“흠, 논두렁 밭두렁 태우기, 쥐불놀이 이런 거군. 현재 출력 강도는?”
[오 프로다. 오십 프로 발휘하면 인간은 탄화된다.]무쌍은 끔찍했다. 갓 태어난 가루라의 광선포가 사람을 숯으로 만들 정도면 각성을 거쳐서 300m로 커졌을 때는 위력이 얼마나 커질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작은 섬은 한 방에 날려버릴지도…….
“끄으으!”장팔수는 머리가 하얗게 비었다. 상대는 인간이 아니다. 언젠가 지부장이 술자리에서 CIA, KGB, DGSE, 모사드등은 초능력자를 살인기계로 양성한다고 말한적 있다. 이놈이 바로 DGSE의 살인기계다.
“아직도 결정 못 했나?”
감정이 한 푼도 실리지 않은 건조한 음성이다.
“사 살려주시오!”
장팔수는 깨달았다. 이놈은 프랑스 대사관의 문화 참사관이 절대 아니다. 최소 살인면허를 받은 킬러다. 안기부 따위로 위협해봐야 씨알도 먹히지 않을 놈이다.
“살려달라고? 첫 번째를 택했군. 개똥밭을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들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아. 자~ 시작해 볼까. 나는 콧구멍에 짬뽕 국물 붓고, 젖은 수건으로 얼굴 덮고, 손톱 밑에 대바늘 찔러넣는 번거로운 일은 하지 않아. 돌출 부위를 깔끔하게 잘라버리지. 돌출 부위 알지? 코, 귀, 입술, 손가락, 발가락, 거시기, 머리도 어깨 위에 돌출되었군.”
“으으!”
장팔수는 몸서리쳤다. 악마도 저놈보다는 자비롭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기에 이런 고초를 당한단 말인가. 억울함에 눈물 콧물이 줄줄 흘렀다.
“나는 묻고 네놈은 대답한다. 간단하지?”
“네? 네네!”
자백 시간은 채 십 분이 걸리지 않았다. 공포에 먹힌 장팔수는 내부 기밀과 자신이 저지른 비리를 줄줄 털어놓았다. 스코폴라민 테스트를 포함한 고문 대응 훈련은 별로 도움되지 않았다. 스코폴라민 경구 주사는 부교감신경을 교란하지만, 무쌍의 기세는 심령을 흔든다. 효과가 한 단계 높을 수밖에 없었다.
“장팔수, 말은 밤에 풀을 뜯어야 살찌고, 공무원은 뇌물을 먹어야 부자가 된다지만, 네놈은 처먹어도 너무 많이 처먹었어. 7급 별정직 주제에 서울에 빌딩 두 채라니, 너무하지 않나? 네놈에게 고문당하고 재산을 뺏긴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을 것 같나?”
무쌍이 주머니에서 십 원짜리 동전을 꺼냈다. 웅- 동전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서 설마!”
장팔수의 얼굴이 하얗게 탈색되었다.
“그 설마가 맞아. 내가 아는 사람은 평생 장애인이 되었다. 딸은 중학교를 중퇴하고 버스 안내양이 되었다. 너로 인해 가정이 파괴된 선량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너는 짐승이다. 짐승은 낙인을 찍어서 구분하지.”
쉭- 달아오른 동전이 장팔수의 오른쪽 볼에 철썩 달라붙었다. 지지직- 단백질이 탄화되는 고약한 냄새가 풍겼다.
“끄아악!”
장팔수가 잽싸게 동전을 떼어냈지만, 뺨에 10원이 선명하게 찍힌 뒤였다.
“십 원짜리는 십 원짜리의 대우를 받아야겠지. 네놈은 국민의 세금으로 먹고사는 주제에 선량한 국민 다수를 불법 체포해서 가두고 고문했다. 네놈의 손에 죽은 사람이 여섯, 장애인이 된 사람이 삼십육 명이다. 판결을 내린다. 장팔수, 종신노역! 그라브 비죠(무거운 통나무)에 처한다.
“그라브 비죠?”
“물에 젖은 나무를 말한다. 그라브비죠는 죽을때까지 사막에 나무를 심고 물을 적셔야 한다. 그래서 그라브비죠다. 네놈은 하루 두끼 식사 시간과 수면 시간외에는 죽을때까지 나무를 심고 물을 날라야 한다.”
“아 안돼! 당신이 무슨 권리로?”
“나는 돼. 내가 왕이거든!”
무쌍이 턱을 들고 가슴을 내밀었다.
“이 이건 말도 안 돼! 너는 미친놈이야. ”
지하실 바닥에 대자로 퍼진 장팔수는 멍한 눈으로 무쌍을 올려보았다. 머리가 하얗게 비었다.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자신은 검찰도 설설기는 안기부 요원이다. 재판도 없이 종신노역이 말이 되는 소린가?
“치킨, 잠재워!”
키룩- 가루라의 부리에서 가느다란 대롱이 튀어나왔다. 주삿바늘처럼 뾰족한 말단부가 장팔수의 엉덩이에 푹 꽂혔다. 장팔수의 눈꺼풀이 스르르 감겼다.
“어! 가사상태로 만들었군.”
[유해 조수를 산채로 보관하는 아라크빅 스킬이다. 일주일이 지나면 멀쩡히 깨어난다.]“허! 현직 농약 살포기가 맞구마.”
무쌍이 감탄했다.
“대구지부장 이대덕과 분석관 정필수라~ 건방진 놈들!”
무쌍은 장팔수의 직속상관 이름을 단단히 기억해 두었다. 프랑스 문화원 등록은 신의 한 수였다. 그렇지 않았으면 권총 차고 몰려와서 콧구멍에 짬뽕 국물 붓자고 달려들 놈들 천지다. 차라리 대놓고 야만적인 아프리카가 더 편했다.
나무는 조용히 있고자 하지만 바람이 가지를 자꾸 흔들었다. 나무도 나무 나름이고 바람도 바람 나름이다. 받은 대로 되갚는다. 갚을 때는 열 배로 갚는다. 신앙처럼 지켜온 신조다.
무쌍은 태연히 돌아와서 못다 한 식사를 재개했다. 진순이 솜씨를 한껏 부려서 끓여낸 육개장을 비우지 않았다간 혓바늘이 돋는다. 얼큰한 국물, 길게 찢어 넣은 사태, 숭덩숭덩 썰어놓은 대파, 말린 고사리, 토란대 재료 본연의 맛을 제대로 살렸다. 재료 본연의 맛, 모든 요리사가 원하는 화두다. 육개장 맛을 본 이지하나도 파에야(스페인 육개장?)보다 훌륭하다고 감탄했었던 바로 그 맛이다.
육개장과 궁합을 이루는 반찬은 개조배기 장이다. 혹자는 겨 된장이라 부르며 일본의 누카즈케가 원조라 하지만 무식이 단독 드리블하는 소리다. 개조배기는 쌀겨를 메주처럼 뭉쳐서 발효시킨 장(醬)으로 누카즈케와 연원이 다르다. 얼큰한 육개장을 퍼먹고 쌉쌀한 개조배기 장과 푹푹 박아둔 삭은 고추를 한 입 덥석 물면 여름 더위가 훌렁 날아간다. 이것이 바로 한국인의 밥상이자 진순의 이미지다.
무쌍이 싹싹 비운 육개장 그릇을 머리 위에서 딸랑딸랑 흔들었다. 앞치마를 두른 늘씬한 미녀가 환한 웃음을 날렸다. 무쌍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꽃무늬 그려진 둥근 양은 밥상, 프레스로 찍어낸 양은 막걸리 주전자, 큼직한 사발에 퍼담은 고봉밥, 시뻘건 김치 보시기, 설설 끓는 개장국, 막걸리 주전자 옆에 찢어놓은 마른오징어……. 꾸밈없는 편안함이 진순의 이미지다.
띵똥- 띵똥- 대청마루의 초인종이 울렸다. 영지가 후다닥 달려가서 인터폰 화면을 확인했다. 여자 젖꼭지처럼 단순한 초인종만 봐온 영지는 인터폰 화면이 너무 신기했다. 험상궂은 떡대 얼굴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엄마야! 또 왔어!”
영지가 새파랗게 질렸다.
“진짜? 그놈들 맞아?”
“응, 인상이 더러워.”
“난 몰라!”
영희가 허둥지둥 방으로 도망쳤다.
“으이그, 지지배들 하고는!”
계순이 혀를 차고 버튼을 눌렀다. 어제 오빠를 찾아왔던 사람들이다. 지이잉- 대문이 열리자 거구의 남자 둘이 구르듯이 뛰어서 잔디밭을 가로질렀다.
“길몽! 큰형님, 별래무양하십니까!”
넙치가 구십 도로 인사하고 슬그머니 눈치를 보았다. 인사할 짬밥도 못 되는 똘빡은 바짝 얼어붙었다. 이른 아침부터 삼식용역은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큰형님 안내역 선발 때문이다. 호랑이와 함께 있고 싶은 사슴은 없다.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결국, 이미 안면이 있고 그나마 유식한 축에 드는 넙치가 낙점되었다. 삼식은 언어 순화 명령을 내렸고 넙치는 눈알이 빠지라고 국어사전을 뒤져서 아침 인사말부터 챙겼다.
“어, 왔구나. 들어오너라.”
“아닙니다. 이곳이 좋습니다.”
넙치가 손을 비볐다. 윗사람이 들어오란다고 내실에 냉큼 들어가는 놈은 새대가리다.
“언니 어떡해! 오빠가 진짜 조폭 두목인가 봐.”
영지가 영희의 귀에 속삭였다.
“괜찮아, 착한 조폭은 좋은 사람이야.”
‘어휴, 내가 미친다!’
무쌍이 한숨을 푹푹 쉬었다. 착한 조폭이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인가. 일종의 스톡홀름 증후군이다. 영희의 증상이 심상치 않았다.
“임마, 너희 때문에 내가 조폭 두목으로 보이잖아. 다음부터 허리는 15도만 숙여. 백구두 신지 말고, 올백도 치지 마.”
“저어 큰형님, 가발도 쓰면 안 됩니까?”